소설리스트

EX급 온천 사장은 파업 중입니다 (143)화 (143/190)

143화

되찾으러 왔다!

온천에 파업을 선언한 지 일주일째,

[!!경고!! 근무 태만]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오랫동안 ‘온천 수건의 자존심은 살아 있는 각!’ 퀘스트를 수행하지 않고 방치했으므로 온천 사장의 임무를 온전히 수행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을 위기에 놓입니다.]

지난 경험에 의하면 이대로 퀘스트를 방치해두면 곤란했다.

‘쑥 라테 만들기 때처럼 퀘스트 조건이 추가되는 것과 함께 페널티가 생기겠지.’

무려 실패 시 온천 이용권 전액 환불이라는.

예전의 나라면 당장 온천으로 달려가서 허겁지겁 온천 수건을 개고 있겠지만 지금의 나는 달랐다.

‘이날을 위해 준비했다!’

나는 인벤토리창에 고이 보관해둔 ‘근무 태만 면제권(7일)’을 꺼내 들었다.

[‘근무 태만 면제권(7일)’으로 7일 동안 근무 태만 페널티를 면제받을 수 있습니다. 사용하시겠습니까? 수락/거절]

‘당연히 수락이지!’

나는 지체할 것 없이 수락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손에 들고 있던 근무 태만 면제권이 환한 빛이 되어 퍼지며 사라졌다.

[‘근무 태만 면제권(7일)’을 사용합니다. 지금부터 7일간 근무 태만 페널티가 무효로 처리됩니다. (남은 시간 6일 23시간 59분 58초)]

이걸로 당분간은 이용권을 환불해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됐다.

어느새 이 집에서 지낸 지 일주일이 된 베카는 새끼 고양이의 모습으로 제집 안방인 것처럼 내 침대 한편을 차지하고 있었다.

슬리퍼에 올라와서 자리를 잡고 앉아 나를 향해 눈을 빛내는 이 귀여움 뿜뿜 생명체에게 나는 백기를 들고 만 것이다.

하지만 무작정 머물기를 허락해줄 수는 없는 법. 대신 그에게 몇 가지 조건을 걸었다.

“이곳에서 지내려면 가족들과도 잘 지내야 해. 절대 마법을 사용하거나 다치게 해서도 안 되고. 진짜 고양이처럼 살아야 하는데 할 수 있겠어?”

“……먀아앙.”

[‘탑의 주인’ : ……할 수 있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베카는 고양이로 나와 함께 사는 것을 택했다.

하지만 시련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지호가 집으로 돌아온 것이었다.

양손 두둑이 사 온 물건들을 펼치니 거실 한편에 고양이 용품들이 수북하게 쌓였다.

‘펫 샵을 털어왔다고 해도 믿을 정도였지.’

고급 사료부터 장난감, 츄르 등등 없는 게 없었으니 고양이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선물이었겠지만, 문제는 베카가 진짜 고양이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그때부터 베카의 수난이 시작됐지.’

고양이 집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던 지호가 베카를 극진히 모시기 시작한 것이었다.

“베리야, 어디 가는 거야? 맘마 먹어야지!”

“먀악!”

[‘탑의 주인’ : 고양이들의 먹이 같은 건 필요 없다!]

“베리야, 쉬야는 모래 위에서 해야 하는 거야, 한 번 해볼까?”

“캬아아악!”

[‘탑의 주인’ : 그런 건 내가 알아서 하겠다!]

‘솔직히 얼마 못 버티고 달아날 줄 알았는데…….’

처음에는 쫓고 쫓기는 추격전만 벌어지는 것 같았지만 지호가 회심의 아이템을 꺼내 든 뒤로 상황은 달라졌다.

“베리야, 츄르 줄까?”

“먀앙?”

[‘탑의 주인’ : 츄르?]

츄르라는 말에 베카가 벌떡 몸을 일으켜 세웠다.

“베리야, 이건 진짜 맛있는 거야. 한 번 먹으면 못 헤어 나올걸?”

지호가 입 앞까지 들이미는 것에 못 이겨서 우연히 맛본 츄르가 베카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 같았다.

‘어째서 마탑 최종 보스가 츄르를 좋아하는 거지?’

라는 의문이 들긴 했지만 덕분에 베카와 지호의 사이가 한결 가까워질 수 있었다.

“먕, 미야옹.”

[‘탑의 주인’ : 박수온, 나는 잠시 츄르를 먹고 오겠다.]

베카가 앞발로 내 팔에 꾹꾹이를 하며 말했다.

‘꾹꾹이 하는 앞발이 마시멜로 같아. 귀여워!’

“그래, 다녀와.”

“먀앙…….”

부드럽게 베카의 검은 털을 쓸어주자 골골거리는 소리를 내며 내 손길을 느끼던 그가 유연하게 침대에서 바닥으로 착지해서 유유히 거실로 빠져나갔다.

나는 자연스럽게 휴대폰을 들어 익명 헌터 게시판을 켰다.

온천 사장에 대한 반응을 살피기 위해서였다.

일주일 정도 잠적했으니 관심이 잦아들 만도 하지 않나 싶었는데, 익명 헌터 게시판은 여전히 온천 사장에 관련된 이야기로 가득했다.

‘이게 다 해령 때문이야.’

온천표 돈가스 게시물이 일주일간 올라오지 않자 돈켓팅을 기다리던 사람들도 하나둘씩 포기하고 떨어져 나가는 분위기여서 자연스럽게 나에 대한 글도 차츰 줄어드는 추세였다.

그런데 해령이 한 뉴스 인터뷰가 뒤늦게 화제가 되면서 화력이 되살아났다.

<온천 사장 코스프레 하시고 뉴스 나오신 해령이시라는 분>

* * *

[사진]

안녕하세요. HI!SM 캐스팅 매니저입니다. 혹시 사진에 나오신 분이 이 글을 보신다면 꼭 XXX-XXXX-XXXX로 연락 부탁드립니다.

* * *

└익명 1 : 이거 진짜임?

└익명 2 : 진짜 하이에스엠 매니저 번호 맞대!

└익명 3 : 솔직히 나도 뉴스 보고 저런 사람이 연예인 안 하면 누가 하냐 했다.

└익명 4 : 온천 사장님은 팬도 잘생겼네.

└익명 5 : ㅆㅇㅈ, 박시또랑 박지누또도 온천 회원이잖아.

└익명 6 : 나는 오늘 팬클럽을 잃었다…….

└익명 4 : ㅋㅋㅋㅋㅋㅋㅋ아, 개웃기네 ㅋㅋㅋㅋㅋㅋㅋ 팬클럽 잃었댘ㅋㅋㅋㅋㅋ

└익명 4 : 사실 나도 잃음…….

└익명 6 : 토닥토닥.

└익명7 : ㅋㅋㅋㅋ아, 온천 회원들 왜 여기서 서로 위로하고 있냐고! 그런 김에 나도 위로 좀…….

└익명4 : 토닥토닥.

* * *

[뉴스 인터뷰 영상]

해령이라는 분이 온천 사장 코스프레 한 거 보니까 국뽕 차오르네.

* * *

└익명 1 : 가슴이 웅장해진다.

└익명 2 : 솔직히 한국 사람들 잘생겼다. ㅇㅈ?

└익명 3 : 나는 오늘 팬클럽과 나라를 잃었다…….

└익명 4 : 군인인데 끝까지 팬클럽과 조국을 지키게 해주십시오.

└익명 5 : 추운데 고생 많으십니다. 충성! 나라 지키시는 분이 센스도 좋으시네. ㅋㅋㅋㅋ

└익명 6 : 온천 사장님 돈가스 먹고 싶다. 언제 돌아오시려나…….

└익명 7 : 진심 목 빠지겠다.

└익명 8 : 우리나라 현시대 국뽕 차오르게 하는 위인들 : 온천 사장님, 집필, 해령 ㅇㅈ?

└익명 9 : 온천 사장님은 자서전 내줬으면 좋겠다.

└익명 10 : 요리책도. 오늘은 온천표 돈가스를 만들어 볼게유, 참 쉽쥬?

└익명 11 : ㄹㅇ 온천표 돈가스 어떻게 만드는지 궁금하다. 체인점 내면 대박 보증수표.

해령이 온천 사장 코스프레를 하고 방송에 나와서 대형 기획사들의 러브 콜을 받자 아이돌 연습생부터 유명 배우나 연예인들까지 온천 사장 코스프레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주춤하는 듯하던 온천 사장과 온천표 돈가스의 열기까지 되살아났다.

사실 온천 별관을 운영할 것을 생각하면 온천표 돈가스가 관심을 많이 받을수록 좋긴 했다.

‘이제 슬슬 노는 것도 지루해지는 참이고…….’

해령이 인터뷰를 한 정성을 봐서 돌아갈까도 생각해봤지만, 파업을 선언하기 전날처럼 밤을 새우면서까지 일하고 싶지는 않았다.

‘돌아가기 전에 온천의 성좌들과 딜을 해봐야겠어.’

생각에 잠겨 있는 중에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 다녀왔다!”

박시우의 목소리가 들떠 있는 걸 보니 오늘도 어디서 거나하게 취해 온 모양이었다.

‘갑자기 왜 술고래가 됐대?’

요즘 들어 박시우가 이상해졌다.

‘물론, 원래도 정상은 아니었다만 정도가 더 심해졌달까?’

안 먹던 술을 일주일 내내 마시는 것도 모자라서 잔뜩 취해서 네발로 기어들어 오기도 했다.

“박시우, 요즘 진짜 왜 이래? 어떻게 맨 정신으로 들어오는 날이 없어?”

“네가 뭘 알아!”

하루는 잔소리를 좀 했더니 순정 만화에 나오는 여주인공이라도 된 것처럼 촉촉이 젖은 눈망울로 나를 바라보다 입을 틀어막으며 방으로 뛰어 들어가버렸다.

나가봤자 싸우기밖에 더하겠냐는 생각에 마중은 하지 않기로 하고 침대에 퍼질러 누워 있었다.

“박지호, 내가 요 앞에서 뭘 주워왔게?”

“뭔데?”

베카에게 츄르를 주는 데에 집중한 건지 심드렁한 지호의 답변에도 박시우는 꿋꿋이 말을 이어갔다.

“짠! 이것 봐라!”

박시우가 뭔가를 데려온 것 같았다.

그런데 지호보다 베카가 먼저 반응했다.

“먀앙……?”

[‘탑의 주인’ : 네가 어째서…… 그 녀석과 같이 들어오는 거지?]

“컁, 캬앙!”

[‘운수를 믿으십니까?’ : 긴장해라, 마탑 꼬맹이!]

‘운수가 갑자기 여기서 왜 나와?’

설마…… 박시우가 주워 왔다는 게 운수였어?

내가 상황을 온전히 파악하기도 전에 카랑카랑한 아기 여우의 울음소리가 집 안을 울렸다.

“캬아앙!”

[‘운수를 믿으십니까?’ : 나는 박수온을 되찾으러 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