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급 온천 사장은 파업 중입니다 (136)화 (136/190)

136화

온천 손님들의 은밀한 동맹

[성좌 ‘운수를 믿으십니까?’가 ‘탑의 주인’을 처리할 파티원을 모집합니다. (1/9999999999)]

[성좌 ‘저승의 염라’가 성좌 ‘운수를 믿으십니까?’의 파티에 가입합니다. (2/9999999999)]

수온이 어깨에 걸치고 있던 자신의 겉옷을 베카가 눈살을 찌푸린 채 고의로 쳐서 바닥에 떨어뜨리는 것을 봐서인지 염라도 적극적으로 파티에 참여했다.

[성좌 ‘불사의 살인귀’가 온천욕을 하며 “마탑의 꼬맹이가 얄미운 건 알겠지만 괜히 보복했다가 주인이 알게 되면 미운털이 박히게 될 것”이라고 충고하면서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 올립니다.]

[성좌 ‘불사의 살인귀’가 “그래도 괜찮다면 말리지는 않겠다”고 태평하게 웃으며 말을 덧붙입니다.]

‘박수온한테 미운털이 박힌다고?’

당장에라도 달려가 베카의 동그란 이마에 꿀밤을 먹이려던 운수가 굳은 듯이 걸음을 멈췄다.

[‘탑의 주인’이 “굳이 덤빈다면 나도 피하지 않겠다”며 도발합니다.]

그 순간, 운수의 눈앞에 다시금 수온의 품에 안겨서 얄밉게 웃던 베카의 얼굴이 아른거려서 화르르 불꽃이 일었다.

‘내가 미움받는 게 한두 번도 아니고 그게 두려울까 보냐?’

운수는 쿵쿵 발소리를 내며 수온의 방 문턱 앞에까지 도달했다.

“운수, 너 또 꽃밭에 가려는 거 아니지? 꽃밭을 가꾸는 것도 쉬면서 해. 그러다 몸 상해.”

“나는 꽃밭에 가려던 게 아니라……!”

“그러면?”

자신을 걱정해주는 수온을 마주한 운수의 굳은 의지가 속절없이 흔들렸다.

수온과 대화하는 동안에는 당초 목적이었던 베카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잘 자라는 인사를 하려고…….”

“그렇구나, 운수도 잘 자!”

“……그래.”

수온과 굿 나잇 인사를 나눈 운수가 목각 인형처럼 삐걱거리며 돌아서서 복도를 걸어 나갔다.

‘처음으로 누군가와 잘 자라는 인사를 나눴다!’

그 사실만으로 운수의 심장은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이런 건 엄청 가까운 사이끼리 하는 거 아닌가?’

생전에도 늘 혼자 골방에서 적막하게 잠들었던 운수에게는 뜻깊고 소중한 순간이었다.

[성좌 ‘운수를 믿으십니까?’가 ‘탑의 주인’을 처리하러 갈 파티를 해산합니다.]

“이번 일은 너른 마음을 가진 내가 한 번 참아주도록 하지, 뭐.”

수온과 나눈 마지막 인사를 되새기며 걷는 운수는 어느새 조금 전의 분노를 잊고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 * *

염라의 방에서 꿀잠을 잔 탓인지 이른 시간에 눈이 떠졌다.

눈을 뜨자 내가 베카의 작은 품을 비집고 들어가 안겨 있는 게 보였다.

‘지난번에 베카랑 잤을 때도 이렇게 깨지 않았나?’

참 이상한 일이었다. 내가 뭔가를 안고 자는 버릇이 있으니까 베카를 안고 잘 수도 있다.

하지만 베카와 함께 자면 매번 지금처럼 베카에게 안겨 있는 모양으로 잠에서 깨어나고는 했다.

보통은 몸이 큰 쪽이 작은 쪽을 안고 자는 게 맞지 않아?

베카에게로 눈을 돌리는 순간, 모든 의문은 눈 녹듯이 사라졌다.

코오―

앙증맞은 얼굴만큼이나 귀여운 숨소리를 내면서 잠든 베카는 그야말로 아기 천사 같았다.

진짜 베카의 등에는 날개가 달려 있는 거 아냐?

주접에 가까운 상상을 해보며 숨죽여 웃던 나는 잠든 베카의 머리를 쓸어주고 덕택이 7번을 돌아봤다.

폭신한 쿠션 위에 앉아서 잠든 덕택이는 잠꼬대를 하는 건지 양 날개를 파닥거리고 있었다.

덕택이는 꿈에서도 배달하고 있는 걸지도 몰랐다.

‘다들 깨지 않게 조심하자.’

대충 겉옷을 걸쳐 입은 난 소리 내지 않도록 주의하며 복도로 걸어 나와 1층으로 내려갔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더니 때마침 해령이 온천 안으로 들어오는 게 보였다.

“해령!”

어제 온천을 뛰쳐나간 이후로 줄곧 해령이 보이지 않아서 걱정했던 나는 무심결에 그의 이름을 큰 소리로 불렀다.

내 부름에 해령이 계단 중간에 서 있는 나를 올려다봤다.

그런데 그의 분위기가 묘하게 평소와 달랐다.

원래라면 무슨 말이라도 했을 텐데 지금의 해령은 그저 나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예상하지 못한 침묵이 이어졌다.

뭐라도 먼저 말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어……. 그러니까 던전화가 되어버린 온천에는 어떻게 갈 수 있을까? 이제 슬슬 알아둬야 할 것 같아서.”

내 말을 듣고 있던 해령은 말없이 새하얀 손바닥을 하늘 위로 펼쳤다.

그러자 푸른 기운이 맴돌며 황금 열쇠를 만들어냈다.

겉보기에는 온천 마스터키와 다를 게 없어 보였다.

해령이 열쇠에 입김을 불어넣자 황금 열쇠가 내 마스터키와 합쳐지면서 푸른색 보석 장식이 더해졌다.

[‘온천 마스터키(EX)’가 ‘온천 별관(EX) 열쇠’의 권한을 획득합니다.]

[‘온천 별관(EX)’ 입장은 필수 퀘스트 ‘온천 사장의 기본자세’를 모두 클리어 해야 가능합니다.]

[필수 퀘스트 ‘온천 사장의 기본 자세(1)’ ‘온천 수건의 자존심은 살아 있는 각!’을 시작합니다.]

[온천 수건의 자존심은 살아 있는 각!]

[각 맞춰서 수건 개기 (0/100)]

[완료 보상 : 200만 골드]

……필수 퀘스트라고?

내 의사를 묻는 절차 없이 자동으로 시작되는 걸 보니 던전화된 온천에 들어가기 전에 꼭 깨야 할 퀘스트인 것 같았다.

얼떨결에 물은 거긴 하지만 조금이라도 빨리 알게 된 게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그 열쇠가 시키는 대로 하면 별관이 있는 곳으로 이끌어줄 거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해령은 내게서 등을 돌린 채 탕으로 들어가버렸다.

오늘따라 해령은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

‘비늘에 대해서 물어보려고 했는데. 기회를 준다면 그때 왜 그렇게 상처받은 것 같은 얼굴을 했는지도…….’

나는 해령의 눈동자를 연상하게 하는 마스터키의 보석 장식을 바라보며 잔 한숨을 내쉬었다.

분명 별관의 열쇠를 얻은 건 큰 수확인데도 생각만큼 기쁘지 않았다.

“어라? 그 열쇠는…….”

그때, 2층 복도에서 샤레니안의 목소리가 들렸다.

자연스럽게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시선을 돌리자 난간에 팔을 기댄 채 마스터키를 바라보고 있는 그가 보였다.

약효가 잘 먹힌 건지 샤레니안은 혈색이 좋았다.

“진짜 인간들을 위한 온천을 열려고?”

“응. 이제 자금도 어느 정도 모인 것 같고.”

“그럼 이곳은?”

“왔다 갔다 하면서 운영해야겠지? 알바를 쓰거나?”

“알바를 써?”

알바라는 이야기가 나오자 샤레니안의 얼굴이 미세하게 일그러졌다.

“응, 내가 출입을 허가해주면 손님이 아니라도 온천에 들어올 수 있으니까.”

샤레니안과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도 단호하게 돌아서는 해령이 떠올라 마음이 좋지 않았다.

‘아무런 이야기도 해주지 않고 변해버리면 내가 그 속을 어떻게 아냐고…….’

더 답답한 건 그것이 해령에게 민감한 부분일 것 같아서 무턱대고 말해달라고 밀어붙일 수도 없다는 거였다.

심란한 기분이 들 때는 몸을 움직이는 게 최고지.

그 순간 필수 퀘스트창이 눈에 들어왔다.

좋아, 뜬 김에 해치워버리자.

“샤레니안, 나는 급하게 할 일이 생겨서 가볼게. 또 피 흘리고 다니지 말고. 신경 쓰이니까.”

나는 샤레니안을 뒤로하고 온천 수건을 들고 나타나던 영계를 떠올렸다.

‘일단 영계가 있는 곳으로 가자.’

* * *

샤레니안과 수온이 나눈 짧은 대화는 그에게 큰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바로 이곳이 문제의 대화 구간이었다.

“그럼 이곳은?”

“왔다 갔다 하면서 운영해야겠지? (온천 별관에) 알바를 쓰거나?”

“(성좌들의 온천에) 알바를 써?”

알바라는 이야기가 나오자 샤레니안의 얼굴이 미세하게 일그러졌다.

“응, 내가 출입을 허가해주면 손님이 아니라도 온천에 들어올 수 있으니까.”

수온이 온천 별관에 알바를 쓰겠다고 말한 것을 샤레니안은 성좌들이 지내는 온천에 알바를 쓰겠다고 이해해버린 것이다.

‘그럼 박수온을 볼 시간이 줄어들잖아?’

샤레니안은 사뭇 심각한 얼굴로 온천 손님 단체방을 켰다.

[성좌 ‘불사의 살인귀’가 “주인이 온천 사업을 넓히면 우리가 지내는 온천에 알바를 쓰고 별관을 운영하러 가겠다고 말했다”며 심각해집니다.]

[‘탑의 주인’이 “지금 당장 별관을 없애고 오겠다”며 온천 별관의 좌표를 묻습니다.]

[성좌 ‘운수를 믿으십니까?’가 별관 좌표를 알려주려다 말고 “박수온은 왜 온천 사업을 확장하려는 거냐”고 묻습니다.]

[성좌 ‘불사의 살인귀’가 “지난번에 주인이 오더를 넣으라고 부추긴 걸 보면 일도 없고 수입이 적어서 그런 것 같다”고 추측합니다.]

[성좌 ‘저승의 염라’가 “일리가 있다”며 “지금 온천표 돈가스 판매도 인간들을 통해 얻는 수익이 크다”고 말합니다.]

[성좌 ‘운수를 믿으십니까?’가 “난 박수온이 계속 우리 온천의 운영을 맡아줬으면 한다”고 강하게 주장합니다.]

[눈팅하던 성좌 ‘온천의 지배자’가 성좌 ‘운수를 믿으십니까?’의 창에 좋아요를 누릅니다.]

해령의 좋아요를 시작으로 운수의 창에 온천 손님 전원이 좋아요를 눌렀다.

[성좌 ‘운수를 믿으십니까?’가 “나에게 좋은 수가 있다”면서 “수익이 적으면 늘려주면 될 거 아니냐”며 의미심장하게 웃습니다.]

[성좌 ‘운수를 믿으십니까?’ : 사업 확장이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쉴 틈 없이 바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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