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급 온천 사장은 파업 중입니다 (118)화 (118/190)

118화

와, 존잘……!

[‘장난감 오리 인형(S)’과 교감하기]

[황홀 (0/1), 슬픔 (0/1), 놀람 (0/1), 화남 (0/1), 행복 (0/1)]

……그건 어떻게 하는 건데?

그래도 교감이라고 하면 보통 눈을 맞추는 데서부터 시작하지 않나?

예전에 X튜브에서 아기와 강아지가 서로의 눈을 바라보면서 교감하는 동영상을 봤던 것이 떠올랐다.

그래, 눈동자를 보면 감정을 알 수 있다고 하잖아.

한번 시도해보자!

나는 눈을 부릅뜬 채 눈앞의 오리 인형을 바라봤다.

“꽉?”

오리 인형이 검은콩같이 둥그런 눈을 순진무구하게 뜨며 나를 마주 봤다.

아직 부족해.

나는 미간을 좁히며 오리 인형의 눈동자에 집중했다.

“꽈악?”

이번에도 오리 인형은 천진난만한 눈을 빛내며 나를 바라볼 뿐, 아무리 집중해서 봐도 별다른 게 느껴지지 않았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겠어.

아무래도 당장 교감을 하는 건 어려울 것 같았다.

그래도 함께 오랜 시간 지내다 보면 언젠가는 자연스레 감정이 통하지 않을까?

“일단 탕에서 나가도록 하자. 너희들이 지낼 곳으로 안내해줄게.”

“꽥꽥!”

“꽉!”

내가 앞서 탕을 나서자 내 뒤로 오리 인형들이 줄지어 걸어 나왔다.

뭐랄까? 이건 마치 유치원생들을 데리고 기차놀이하는 것 같은 기분이야.

그래도 귀여운 것들이 온천에 가득해지니 분위기가 한결 산뜻해진 것 같았다.

“뭐냐? 그 노란 새들은?”

탕 입구에서 수건을 나르고 있던 영계가 나와 마주치자마자 황당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영계는 미심쩍은 눈길로 내 뒤에 있는 오리 인형들을 살폈다.

“마침 잘 왔어. 여기는 내가 온천 요리를 판매할 때 배달을 맡아줄 오리 인형 친구들이야. 앞으로 온천에서 같이 지내게 될 거야.”

“마탑의 최종 보스도 모자라서 이제는 몬스터까지…….”

머리가 아프다는 듯 영계가 이마를 짚었다.

“지금은 베카랑 둘도 없는 친구 사이가 됐잖아?”

“크흠, 뭐…… 사사로운 고민을 나누고 힘든 일은 돕는 사이가 되었으니 벗이나 다름이 없다고 할 수 있겠지.”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베카에 대해 말하는 영계의 목소리는 꽤나 들떠 있었다.

“오리들이랑도 금방 친해질걸? 얘들아, 소개해줄게. 이쪽은 온천의 가이드인 영계야.”

“꽉?”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한 건지 오리 인형들이 둥근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됐다. 내 소개는 직접 하도록 하지. 나는 이 온천을 수호하는 용, 영계님이시다.”

“꽈악?”

“꽤액?”

영계가 오리 인형들에게 자신을 소개하는 순간이었다.

[‘장난감 오리 인형(S) 1’ : 저게 용이라고?]

[‘장난감 오리 인형(S) 2’ : 아무리 봐도 병아리 같은데?]

[‘장난감 오리 인형(S)’의 놀람에 교감합니다. 놀람 (1/1)]

놀란 듯한 오리 인형들의 울음소리와 함께 번역창이 떠올랐다.

……이게 되네?

나와 달리 영계는 오리 인형들과 의사소통이 가능한 것 같았다.

심지어 예상하지 못한 포인트에서 오리 인형들과 통해버렸잖아?

“무엄하도다! 이 용맹스럽고 고귀한 몸이 어딜 봐서 병아리 같다는 거냐?”

“꽉!”

영계가 수건을 머리 위에 얹은 채로 짤막하고 둥그런 몸을 자랑스럽게 펼쳤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오리 인형이 날개를 뻗어 여의주를 가리켰다.

“이건 달걀이 아니라 여의주라고! 이 무례한 노란 새들 같으니라고!”

빛나는 푸른색 여의주를 들어 보이며 길길이 날뛰는 영계를 보니 번역창을 보지 않아도 오리 인형이 뭐라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됐다, 말해봤자 내 입만 아프지. 흥!”

영계는 콧방귀를 끼며 다시 수건을 들고 2층으로 올라가버렸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리는 차갑고 매몰찬 영계의 짤막한 뒤태를 보니 삐져도 단단히 삐진 모양이다.

“영계야, 탑 47층에서 정신을 잃을 뻔했을 때 나랑 했던 약속 잊지 않았지?”

불안한 마음에 2층을 향해 크게 외치자 영계가 차가운 표정으로 나를 돌아봤다.

“기억나지 않는다.”

“그럴 리 없어! 다시 생각해 봐! 영계야, 우리 그때 좋았잖아!”

내 애절한 외침에도 영계는 휑하니 사라져버렸다.

“모처럼 영계의 털을 만질 기회였는데…….”

“왜 거기서 혼자 씩씩대고 있는 거지? 마탑의 꼬맹이는 어디 가고?”

아쉬움에 말을 잇지 못하고 있는데 때마침 1층의 응접실에서 해령이 나타났다.

“해령, 그새를 못 참고 또 질투를… 악!”

해령은 부채를 들어 뒤이어 나타난 샤레니안의 입을 사정없이 때렸다.

“부채로 때리면 아프지 않나!”

샤레니안이 뻘겋게 부채 자국이 난 입을 부여잡으며 울상을 지었다.

“제발, 넌 그 입 좀 다물어라. 그것만 지켜도 화를 면할 거다.”

해령이 샤레니안에게 잔소리를 쏟아내는 그때였다.

“꽈아아악…….”

“꽥꽥꽤액……!”

[‘장난감 오리 인형(S) 3’ : 와, 존잘…….]

둘을 본 오리 인형들이 일제히 감탄을 쏟아냈다.

‘장난감 오리가 존잘이라는 말도 알아?’

[‘장난감 오리 인형(S) 7’ : 개안한다……!]

‘얼씨구?’

누가 오리 아니랄까 봐 덕력이 장난이 아니었다.

‘오리 인형들도 잘생긴 걸 아는 건가?’

확실히 샤레니안과 해령을 나란히 세워놓으니 볼만하긴 했다.

[‘장난감 오리 인형(S)’의 황홀에 교감합니다. 황홀 (1/1)]

앗싸! 덕분에 황홀을 획득했다!

남은 감정들이 뭔지 확인하고 있는데 오리 인형들의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들의 울음소리는 어딘가 흥분한 것처럼 들렸다.

[‘장난감 오리 인형(S) 1’ : 여기 사장님부터 손님들까지 얼굴 맛집이네!]

[‘장난감 오리 인형(S) 7’ : 여기서 일하면 매일 저 얼굴들을 볼 수 있다는 거지? 후욱후욱!]

[‘장난감 오리 인형(S) 1’ : 그래도 내 원픽은 사장 언니야. 사장 언니 부채 쓸 때 댕멋! 솔직히 너무 멋있어서 뛰어들고 싶었음.]

[‘장난감 오리 인형(S) 4’ : ……쟤 목숨 걸고 덕질 하네?]

……그러네?

잔잔한 바람에 ‘장난감 오리 인형 1’이 뛰어들어 산산조각이 났을 것을 생각하니 간담이 서늘했다.

하마터면 소중한 오리 인형 배달원을 한 마리 잃을 뻔했다.

[‘장난감 오리 인형(S) 5’ : 난 저 눈 밑에 점 있는 형, 근육에 파묻혀보고 싶다. 오늘부터 내 워너비임. 프로틴 잘 챙겨 먹어야지.]

[‘장난감 오리 인형(S) 6’ : 누가 헬짱 오리 아니랄까 봐. 프로틴 챙기는 거 봐라.]

오리가 근육도 있어?

혹시나 해서 오리 인형 5의 불룩 튀어나온 배를 바라보니 희미하게 갈라진 복근이 보였다.

[‘장난감 오리 인형(S)’의 행복에 교감합니다. 행복 (1/1)]

내가 오리 인형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는 사이 또 하나의 감정에 교감하는 것에 성공했다.

[‘장난감 오리 인형(S)’과 교감하기]

[황홀 (1/1), 슬픔 (0/1), 놀람 (1/1), 화남 (0/1), 행복 (1/1)]

단지 샤레니안과 해령을 본 것뿐인데 두 가지 감정이 단숨에 채워졌다.

“샤레니안, 해령! 오늘도 얼굴이 열심히 일하네?”

“원하는 게 뭐냐?”

“주인, 무섭게 왜 그러는 거지?”

모처럼 칭찬해줬더만 해령과 샤레니안은 협박이라도 당한 것처럼 불안해 보였다.

“하여튼 잘생겼다고 칭찬을 해줘도 난리야.”

“……그런가?”

그제야 별 의도가 없었다는 걸 알았는지 당황한 듯한 해령이 헛기침을 했다.

부채를 펼쳐 은근슬쩍 얼굴을 가리는 것이 어색해 보였다.

“주인, 그대가 봐도 내가 잘생기긴 했지?”

순식간에 선이 굵직한 샤레니안의 매력적인 얼굴이 내게 다가왔다.

한두 번 본 것도 아닌데 가늘게 접히는 눈 아래에 있는 점은 매번 시선을 끌었다.

‘이래서 연예인들이 일부러 점을 심는 거구나.’

그사이 샤레니안은 자연스럽게 내 손을 자신의 얼굴에 가지고 갔다.

“주인은 만져보게 해줄게. 특별ㅎ…….”

따악!

“아악!”

말을 끝맺기도 전에 해령이 샤레니안의 손을 부채로 쳐냈다.

샤레니안은 손을 감싸 쥐며 괴로운 듯 나뒹굴었다.

‘어우, 아프겠다.’

새삼 샤레니안이 안쓰러워 보였다.

“그런데 이 오리들은 뭐지?”

자연스럽게 샤레니안의 자리를 차지하고 선 해령이 화제를 돌렸다.

“아, 이 오리들은 온천 요리를 고객님들한테 전달해줄 배달원들이야.”

“꽉!”

“꽥꽥!”

내 소개에 오리 인형들이 부리를 흔들며 해령에게 인사를 했다.

“온천이 오리들의 탕이 되겠군.”

“쫓아낼 생각이라면 접어둬! 이미 계약서도 작성했으니까 못 나가.”

“탐탁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내보낼 생각은 없다.”

정말? 당연히 반대할 줄 알았는데?

해령은 여기저기서 꽥꽥대는 오리 인형들을 못마땅한 눈으로 바라보다 말고 내게로 시선을 옮겼다.

물망초처럼 맑은 파랑의 눈동자가 흔들림 없이 내게 닿았다.

“네가 한 선택이니까.”

별 뜻 없는 말일 수도 있지만, 꼭 해령이 내게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모처럼 훈훈함을 느끼고 있는데 복도의 벽 뒤로 부드러운 솜사탕처럼 새하얀 귀 한쪽과 보송한 꼬리가 살랑이고 있는 게 보였다.

그때였다.

“꽉!”

“아악!”

갑작스럽게 달려든 오리 인형이 그 탐스러운 꼬리를 문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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