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화
나에게는 돌아갈 곳이 있으니까
[전체 스탯 상승으로 등급이 상승합니다. ‘탑 좀 뚫어본 온천의 주인(S)’]
롸?
나 순식간에 S급 된 거 실화냐?
게다가 실시간 스트리밍은 또 뭐고?
[실시간 스트리밍 중…… (현재 접속자: ???????명)]
* * *
└온천에가고싶다 : 와, 온천 사장님 실물 영접 ㅎㄷㄷ
└온천사장님이미래다 : 사장님 외모 머선129!!!! ༼;´༎ຶ ༎ຶ༽ 광광우럭!
└온천국시민 : 오늘 온천 사장님이 47층 격파하는 거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거냐?
└지나가던온천회원1 : 온천 사장님 극락! 그 잡채!
└온천사장못잃어 : 사장님의 때수건이고 싶다……☆
└내위에놈변태 : 온천 사장님 클라스 지리죠?
└베카나랑결혼하자 : 사장님 온천국 세우자! 영차영차!
└온천국건설중 : 온천국 세우자! 222222
└온천회원101 : 사장님 제 닉네임 불러주세요!
└온천회원장 : 사장님, 사랑합니다! 제 동료가 되어주십시오! ♥♥♥♥♥ 받아주실 때까지 여기 눕겠습니다. ●▅▇█▇▆▅▄▇ ●▅▇█▇▆▅▄▇ ●▅▇█▇▆▅▄▇
└헌터협회보고있나 : 렉 오지네.
└온천찾아삼만리 : 회원장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 * *
[※획득한 명성치는 실시간으로 스탯에 반영됩니다.]
얼이 빠져 있는 사이, 스트리밍 대화창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어찌나 화력이 좋은지 단 한 줄도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잠깐만, 실시간 스트리밍 중이라는 건 내 얼굴이 방송으로 나가고 있다는 거잖아?’
[성좌 ‘운수를 믿으십니까?’가 “지금은 얼굴이 알려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앞을 보라”고 외칩니다.]
운수의 말대로 고개를 앞으로 돌리자 석상의 눈이 보랏빛 섬광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왜 석상의 눈에서 빛이 나는 건데?
[탑 47층을 지키는 수호자 ‘성스러운 석상(SSS)’이 ‘성스러운 눈빛’을 보냅니다.]
위기감에 본능적으로 뒷걸음질을 치는 순간, 석상의 눈에서 보라색 광선이 일직선으로 뿜어져 나오더니 요란한 소리와 함께 탑의 벽면이 폭삭 무너져 내렸다.
……이건 성스러운 게 아니라 공포스러운 거지!
조금만 늦었으면 성스러운 가루가 될 뻔했잖아!
[성좌 ‘온천의 지배자’가 “어차피 귀걸이 효과 때문에 알아보지도 못할 테니 석상에게 집중하라”며 잔소리합니다.]
└내꿈은때수건 : 오늘부터 제 심장은 사장님의 것입니다.
└온천사장♥베카 : 와, 진짜 천상계 외모 아니냐?
한동안 박시우와 지호의 동생으로 언론에 얼굴이 알려졌었지만 정작 대화창에 나에 대한 언급이라돈 단 한 줄도 없는 걸 보면 해령의 말대로 얼굴이 노출되어도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성좌 ‘운수를 믿으십니까?’가 “어디서 타는 냄새 안 나요?”라고 묻습니다.]
‘그러고 보니까 어디서 이렇게 타는 냄새가…….’
냄새를 따라 고개를 돌리자 불타고 있는 때수건이 보였다.
“악! 불이야!”
나는 이미 끄트머리는 까만 재가 되어 타들어가고 있는 때수건을 재빨리 바닥으로 내동댕이쳤다.
[성좌 ‘불사의 살인귀’가 “안 돼! 나의 사랑스러운 프랑소르피앙세 1세가……!”라고 절규하며 자신의 애착 때수건이 불타는 걸 허망하게 바라봅니다.]
때수건에 이름도 있어? ……게다가 쓸데없이 화려해.
‘미안해, 샤레니안. 지금은 보다시피 바쁘니까 나중에 때수건 새로 하나 장만해줄게.’
[‘탑의 주인’이 나의 증표라고 생각했던 물건이 성좌 ‘불사의 살인귀’의 애착 때수건 프랑소르피앙세 1세라는 것에 충격을 받습니다.]
충격과 공포로 혼란스러운 가운데 석상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부채를 고쳐 쥐며 석상을 주시했다.
석상이 성스러운 눈빛을 뿜어냈을 때,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피하긴 했어도 전보다 몸놀림이 가벼워진 게 확실하게 느껴졌다.
아마도 명성치 때문에 스탯이 급격히 상승한 탓인 것 같았다.
[체력 : 295423/295423 | 힘 : 200456/200456 | 마나 : 295527/295527 | 행운 : 10 ]
놀라운 것은 스탯창을 보고 있는 와중에도 수치가 올라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정도면 저 난폭한 돌덩이하고도 싸워볼 만하지!
단, 석상이 어떤 공격을 퍼부을지 모르니 신중하게 움직여야 했다.
[탑 47층을 지키는 수호자 ‘성스러운 석상(SSS)’이 ‘오래된 성서(S)’를 소환합니다.]
이번에는 석상의 눈이 파란색으로 빛남과 동시에 돌로 된 책들이 나에게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오래된 성서(S)’가 파이어볼을 사용합니다.]
[‘오래된 성서(S)’가 벼락을 내리꽂습니다.]
[‘오래된 성서(S)’가 콜드빔을 사용합니다.]
“잔잔한 바람!”
부채로 바람을 일으켜 성서를 부숴버리려고 했지만 간신히 공격을 막아내기에 급급했다.
[탑 47층을 지키는 수호자 ‘성스러운 석상(SSS)’이 ‘성스러운 눈빛’을 보냅니다.]
그 와중에 석상까지 함께 공격을 퍼부으니 더 혼란스러웠다.
나는 한결 날렵해진 몸으로 엎드려서 석상의 섬광을 피했다.
탑의 돌바닥이 쩌적 소리를 내며 갈라졌다.
이대로는 안 돼. 더 강력한 한 방이 필요하다!
성서도 처리하고 성스러운 석상도 묶어둘 수 있는 방법이 정말 없을까?
……그래, 그거다!
머리를 쥐어짜내느라 잔뜩 인상을 쓰던 눈이 번쩍 뜨였다.
곧장 몸을 일으킨 나는 몸체로 부딪쳐 오는 성서들을 피하며 그들을 향해 부채를 휘둘렀다.
“태초의 바람!”
[성좌의 부채가 ‘태초의 바람’을 일으킵니다.]
[스킬 ‘태초의 바람’ 효과로 ‘오래된 성서(S)’가 추억에 잠깁니다.]
성서들에게서 일제히 필름이 흘러나와 공중에 길게 펼쳐졌다.
오래된 성서라는 이름답게 필름의 길이도 상당히 길었다.
‘제발, 먹혀라!’
긴장감이 맴도는 가운데 나는 한결 잠잠해진 석상을 마른침을 삼키며 지켜봤다.
[탑 47층을 지키는 수호자 ‘성스러운 석상(SSS)’이 ‘오래된 성서(S)’를 집필했던 때의 추억에 잠깁니다.]
‘걸려들었다!’
나는 석상이 한눈을 판 틈을 이용해 부채를 펼쳐 들었다.
‘지금이라면 석상을 부술 수 있다!’
“용의 포효!”
[스킬 ‘용의 포효(SSS)’를 사용합니다.]
[스킬 ‘용의 포효(SSS)’로 필드에 있는 모든 몬스터(S급 이하)가 즉사합니다. <쿨타임 : 3분 00초>]
[스킬 ‘용의 포효(SSS)’의 효과로 던전에 10초 동안 몬스터가 리젠 되지 않습니다.]
냉기가 도는 숨결을 내뱉자 안개처럼 피어난 용의 형상이 성스러운 석상을 향해 입을 쩍 벌리려는 그때였다.
[위기를 감지한 탑 47층을 지키는 수호자의 쌍둥이 동생 ‘성스러운 석상(SSS)’이 나타납니다.]
석상 바로 옆의 땅이 갈라지며 그 사이로 똑같은 석상이 하나 더 치솟아 올랐다.
‘또 다른 석상이 하나 더……?’
무려 쌍둥이 동생이라니, 이건 거의 아침 드라마급 반전이었다.
[‘탑의 주인’이 처음 알게 된 돌덩이의 가족 관계에 경악합니다.]
‘……너도 몰랐던 거니?’
지금 중요한 건 베카가 그 사실을 알았는지의 여부가 아니었다.
‘내가 쌍둥이 동생 석상과 눈이 마주쳤다는 거지.’
[탑 47층을 지키는 수호자의 쌍둥이 동생 ‘성스러운 석상(SSS)’이 ‘성스러운 주먹’을 날립니다.]
피할 틈도 없이 석상의 거대하고 단단한 주먹이 날아와 나를 가격했다.
[탑 47층을 지키는 수호자의 쌍둥이 동생 ‘성스러운 석상(SSS)’의 ‘성스러운 주먹’에 맞아 체력이 195000 감소합니다. <체력 : 100423/295423>]
정통으로 공격을 맞은 나는 탑의 벽에 부딪히며 나가떨어졌다.
‘아파…….’
난생처음 느껴보는 고통에 온몸이 파르르 떨렸다.
머리와 뺨을 타고 내려온 피가 바닥을 검붉게 물들였다.
한 번에 체력이 반토막이 나버린 탓인지 눈앞이 흐릿해졌다.
‘여기서 포기하면 안 돼. 내가 석상의 눈물을 구하지 못하면 지호가…….’
그런데 그때, 몸이 생각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성좌 ‘운수를 믿으십니까?’가 “눈을 떠! 박수온!”이라며 통하지 않는 부적을 찢어버리며 울부짖습니다.]
[가이드 ‘영계’가 “온천으로 돌아오면 털을 만지게 해주겠다”며 “일어나라”고 외치며 울먹입니다.]
[분노한 성좌 ‘불사의 살인귀’가 “정신 차려라, 박수온.”이라며 불사검으로 불사의 전장에 있는 모든 병사들의 목을 날려버립니다.]
[‘탑의 주인’이 시스템의 설정값을 어기고 47층 문을 뚫고 들어가려 합니다.]
[성좌 ‘저승의 염라’가 박수온의 이름이 떠오르는 명부에 먹을 들이붓습니다.]
눈앞에 온천 식구들의 시스템 창이 아른거렸다.
‘정말…… 보기만 해도 시끄러운 기분이야.’
[성좌 ‘온천의 지배자’가 “빨리 일어나지 않으면 온천표 돈가스를 주지 않을 거다”라며 노릇노릇하게 튀긴 돈가스가 담긴 그릇을 들어 보입니다.]
[성좌 ‘온천의 지배자’가 “난 널 믿는다, 박수온”이라며 주먹을 쥐며 소리칩니다.]
‘그래, 약속했었지.’
“해령, 잘 들어. 난 반드시 살아서 돌아갈 거야.”
난 다시 온 힘을 다해 몸을 일으켜 세웠다.
‘절대로…… 지지 않을 거라고.’
심장이 차가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동시에 푸른색 마나가 혈액처럼 내 몸 전체를 타고 흐르는 게 느껴지며 온몸에 힘이 끓어올랐다.
눈앞의 석상은 아랑곳하지 않고 또다시 나를 보며 보랏빛 섬광을 뿜어내려 하고 있었다.
‘나에겐 돌아갈 곳이 있으니까.’
나는 온몸에 전율이 이는 걸 느끼며 하늘 높이 부채를 펼쳐 들었다.
[‘온천 지배자의 부채(EX)’가 계약자와 100% 동기화됩니다.]
[‘온천 지배자의 부채(EX)’가 ‘온천 사장의 부채(EX)’로 변경됩니다.]
손끝에서 피어난 푸른색 마나가 부채를 휘감자 부채에 하얀 깃털 장식이 돋아나고 장식에도 푸른색과 은색의 천이 더해졌다.
[동기화를 마친 ‘온천 사장의 부채(EX)’의 모든 스킬이 100% 발휘됩니다.]
“용의 포효!”
내 외침에 두 개의 석상을 한입에 씹어 삼킬 듯한 크기의 용의 형상이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며 울부짖었다.
벼락처럼 떨어진 용의 불호령에 집채만 한 석상의 얼굴에 쩌적 금이 가기 시작하더니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온천 사장’이 탑 47층을 클리어 합니다.]
와!!!!
대화창은 일제히 온천 사장을 연호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