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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급 온천 사장은 파업 중입니다-83화 (83/190)

83화

누구냐, 넌?

이거 실화냐?

갑자기 체력이 상승했어?

그것이 10도, 100도 아니고, 1000씩이나!

S급 랭커들을 가족으로 뒀지만 이렇게 체력이 대폭 상승하는 경우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이거 시스템 오류 아니야?

심각한 표정으로 알림창을 살피자 특수 보상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특수 보상?

그러고 보니 오더를 받았을 때 오더 완료 보상 외에도 특수 보상이 있었지.

몸소 경험해보니 괜히 ‘특수’라는 단어가 붙은 게 아닌 것 같았다.

내 기억으로 특수 보상은 오더 의뢰자의 만족도에 따라 랜덤으로 지급된다고 했던 것 같은데…….

체력이 천 단위로 오른 걸 보면 샤레니안이 내 치료를 꽤 만족스럽게 느낀 모양이었다.

그런데 왜 많은 스탯들 중에 체력이 오른 걸까?

마나가 더 올랐다면 용의 포효를 써도 몸에 무리가 가지 않았을 텐데…….

아쉬워하던 중에 특수 보상 바로 옆에 쓰인 괄호 속 문자가 보였다.

‘특수 보상 (오더 의뢰자 : 불사의 살인귀)’

만약에 오더 의뢰자의 특성에 따라 오르는 스탯이 정해져 있는 거라면?

누가 봐도 샤레니안을 대표할 수 있는 스탯은 체력이나 힘이다.

샤레니안은 바위보다 무거운 불사검을 가뿐히 한 손으로 들어 휘둘러도 끄떡없을 만큼 강하고 체력이 좋았으니까.

오더를 완료할 때마다 특수 보상이 지급되는 거라면 이거 완전 개꿀인데?

오더만 잘 수행해서 온천의 성좌들을 만족하게 할 만한 결과를 보이면 저질 체력에서 벗어나는 것뿐만 아니라 조금 더 높은 등급의 헌터가 되는 것도 가능했다.

체력만 높아도 사우나 가운을 입지 않고 활동할 수 있으니까 의심을 살 일도 덜 수 있을 거야.

그리고 무엇보다 강해지면 더 오랫동안 실종된 부모님을 찾아다닐 수 있을 테니…….

그렇게 생각하니까 저절로 의지가 불타올랐다.

그 경지에 오르기 위해서 지금 당장 내게 필요한 건 뭐다?

온천 손님들의 오더다!

나는 멱살을 잡듯이 공격적으로 샤레니안의 가운을 붙들어 내게로 당겼다.

“샤레니안, 나한테 더 오더 넣을 거 없어? 아직 치료해야 할 상처가 더 있다든가?”

오더에 대한 집착에 빛나는 내 광기 어린 두 눈을 마주한 샤레니안이 삐질 진땀을 흘리며 뒷걸음질을 쳤다.

“내게 있는 상처라면 방금 그대가 다 치료해주지 않았나?”

……그러긴 했지.

“그럼 뭐 다른 건 없어? 피를 많이 흘려서 그런가, 몸이 좀 찬 것 같은데 힐링도 할 겸 따뜻한 쑥 라테 한 잔 어때?”

나는 샤레니안의 돌덩이 같은 몸을 더듬으며 걱정스럽다는 듯 따듯한 미소를 보내며 말했다.

“그건 힐링이 아니라 킬링 아닌가?”

그날의 감각을 기억한다는 듯 대답하는 샤레니안이 그 어느 때보다 뻣뻣하게 굳어 있었다.

쳇, 안 넘어오네.

역시 암살 쑥 라테로 오더를 따내는 건 무리인가?

“킬링? 에이, 짓궂긴. 샤레니안, 그러지 말고 잘 생각해봐. 나한테 뭐 더 주문할 거 없어?”

샤레니안에게 처음 쑥 라테를 권한 그날처럼 나는 한 손으로 온천의 나무 벽을 짚은 채 그를 몰아세웠다.

“알겠다! 내게 따로 바라는 게 있었던 거군.”

코너에 몰린 채 당혹스러워하던 샤레니안이 마침내 내 말에 숨은 뜻을 알았다는 듯이 전구를 빛냈다.

이제야 말이 좀 통하네.

샤레니안은 어쩌면 내가 생각한 것만큼 바보는 아닐지도……?

“자, 알아들었으면 시간 끌 것 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까?”

“좋다. 나도 깔끔한 편이 좋으니까.”

샤레니안이 흔쾌히 내 제안을 받아들였다.

자, 이제 나무로 된 오더 알림창이 뜨기만 기다리면 되는 건가?

샤레니안의 오더가 들어오길 기다리고 있는 그때.

[성좌 ‘불사의 살인귀’가 오더 완료 비용으로 100만 골드를 지불합니다.]

나무판이 아니라 검은색 시스템창이 떴다.

이건 오더가 아니잖아?

[오더 완료 비용 100만 골드를 획득합니다.]

100만 골드면 100만 원인데…….

상처에 약을 발라준 것뿐인데 100만 원을 준다고?

“나도 참, 자본주의 노예인 주인에게 오더 비용을 주는 걸 까먹다니! 주인이 화가 날 만도 하지.”

내게는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큰돈인데 정작 돈을 지불한 사례니안은 당연한 대가를 치렀다는 듯이 홀가분해 보였다.

오더를 완수하면 돈도 추가로 지불해야 하는 거구나!

본래의 목적을 벗어나긴 했지만 유용한 정보를 얻었다.

심지어 단가도 세!

잘만 활용하면 온천 이용권보다 큰 수익원이 될지도 몰랐다.

“좋은 정보를 줬으니까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도록 할게, 샤레니안.”

“응? 내가 뭘……”

자신이 무슨 정보를 제공했다는 건지 얼떨떨한 표정을 짓는 샤레니안에게 나는 그 어느 때보다 밝은 미소로 답했다.

“그럼 손님, 즐거운 온천욕 되십시오!”

[스킬 ‘자본주의 미소’를 사용합니다. 보는 이들의 소비 욕구가 증가합니다.]

* * *

[성좌 ‘불사의 살인귀’가 “내가 생각해도 미친 것 같지만 주인이 만든 쑥 라테가 먹고 싶다”고 말합니다.]

자본주의 미소가 제대로 먹힌 건지 내가 탕을 벗어남과 동시에 샤레니안은 좋아하지도 않는 쑥 라테를 원하기 시작했다.

[성좌 ‘운수를 믿으십니까?’가 “그건 미쳐도 제대로 미친 것”이라며 성좌 ‘불사의 살인귀’가 미친 것에 공감합니다.]

[성좌 ‘저승의 염라’가 “대체 어떤 맛이길래 이런 반응이 나오는 거냐”며 쑥 라테에 호기심을 갖습니다.]

[성좌 ‘운수를 믿으십니까?’가 “염라, 너도 명부에 오르고 싶은 거냐”며 “어서 침을 두 번 뱉어 부정을 쫓아내라“고 합니다.]

샤레니안의 이상행동에 성좌들이 술렁이고 있는 그때.

[2번 오더가 들어왔습니다. (……자세히 보기)]

기다리고 기다리던 나무판이 떠올랐다.

진짜 오더가 들어왔잖아?

설마 진짜 샤레니안은 아니겠지?

에이, 아무리 그래도 내가 만든 쑥 라테를 자기 손으로 주문할 정도로 어리석을 리가…….

반신반의하며 자세히 보기 버튼을 눌렀는데…….

[2번 오더 의뢰자 정보: 불사의 살인귀/오더 장소 : 불사의 탕]

[오더 내용 : 쑥 라테 한 잔]

[2번 오더를 수락하시겠습니까? 수락/거절 (거절 시 사유를 작성하세요. 단, 사유가 타당하지 않은 경우 자동 수락 됩니다.)]

진짜 샤레니안이 쑥 라테를 주문했잖아?

자본주의 미소를 보면 소비 욕구가 증가한다더니 진짜였나 보네.

스킬 효과가 아니라면 샤레니안 스스로 암살이라는 별칭을 붙인 쑥 라테를 주문할 리 없었다.

뭐, 오더가 들어왔으니 나한테는 감사한 일이지!

여기서 중요한 건 샤레니안이 쑥 라테를 시켰다는 게 아니다.

바로 오더의 보상이 뭐냐는 거지!

나는 바로 아래에 있는 보상으로 눈을 돌렸다.

[오더 완료 시 보상 : 50만 골드, 특수 보상(오더 의뢰자의 만족도에 따라 차등 지급)]

어라? 이번에는 완료 보상이 변했잖아? 내심 근무 태만 면제권이 나오길 바랐는데…….

근무 태만 면제권이 유용한 보상인 만큼 매번 내주는 건 아닌 것 같았다.

어쩐지 좋은 걸 너무 쉽게 내준다고 했지.

보상 골드도 줄어들긴 했지만 쑥 라테의 맛을 생각하면 감사하며 받아야 마땅했다.

그리고 사실 너무 간단한 의뢰잖아? 딱히 위험하다거나 힘든 것도 아니고.

[성좌 ‘불사의 살인귀’가 “결국 쑥 라테를 주문하고 말았다”며 절망합니다.]

[성좌 ‘운수를 믿으십니까?’가 “죽을 때가 된 것도 아닌데 왜 안 하던 짓을 하냐”며 성좌 ‘저승의 염라’에게 “샤레니안에게서 불사가 사라진 게 아닌지 확인해보라”고 합니다.]

[성좌 ‘저승의 염라’가 “명부에는 여전히 샤레니안의 이름이 없다”고 합니다.]

나도 내가 만든 쑥 라테를 돈 주고 마시는 건 미친 짓이라고 생각하지만 반응들이 너무 노골적인 거 아냐?

‘부러워만 하지 말고 너희도 쑥 라테가 먹고 싶으면 주문해.’

[성좌 ‘운수를 믿으십니까’가 “나는 그냥 쑥을 뜯어먹겠다”고 합니다.]

운수, 이 앙큼한 자식.

그냥 좋은 말로 넘어가는 일이 없어!

심기가 불편해지긴 했지만 샤레니안에게 줄 쑥 라테를 만들어야 했기에 2층의 부엌으로 향했다.

“어디를 다녀오는 길이지?”

부엌 입구에 다다랐을 때, 맞은편 복도에서 걸어오는 해령이 보였다.

내내 조용하길래 아픈 건 아닌가 했는데 겉보기에 그는 평소와 다름이 없었다.

“불사의 탕을 다녀오는 길이야. 오더 때문에 쑥 라테를 만들어서 다시 가려고.”

가만히 나를 바라보고 있던 해령이 상체를 낮춰 빠르게 나와의 거리를 좁혀왔다.

숨결이 살갗에 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내 얼굴을 살피던 그가 나와 두 눈을 마주했다.

“너, 눈이 빨간데 운 건가?”

아, 운 게 티가 났나? 가라앉은 줄 알았는데.

……이거 곤란하네.

“아니야. 이건 그냥 하품하다가…….”

솔직히 말하기에는 내가 생각해도 어색한지라 대충 둘러대려고 했는데 해령의 따가운 시선이 내게 고정된 채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누구지?”

날 바라보던 해령의 온화한 눈빛이 삽시간에 살얼음판처럼 서늘해졌다.

“널 울린 그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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