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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급 온천 사장은 파업 중입니다-16화 (16/190)

16화

포켓남을 얻었다

성공했다!

나는 베카와 가까워진 틈을 놓치지 않고 주먹을 쥐었다.

좋게 말해서 안 통할 때는 정신이 번쩍 들도록, 사랑을 담아서!

팬다!

내 주먹은 정확하게 베카의 이마에 꿀밤을 먹였다.

[히든 스킬 ‘온천 사장표 사랑의 매’를 획득합니다.]

“이게 무슨…….”

꿀밤을 먹은 베카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발갛게 달아오른 이마를 매만졌다.

“벗어나려고 해봤어? 스스로 이 탑 밖으로 나가려고 해본 적은 있냐고!”

[히든 스킬 ‘온천 사장표 사랑의 매’의 효과로 온천 사장의 매를 맞은 순간, 깨달음을 얻습니다.]

섬뜩하게 빛나던 베카의 붉은 눈동자가 동요하듯 크게 흔들렸다.

“누구에게나 나고 자란 곳은 따로 있어. 하지만 굳이 그곳에 묶여 있을 필요는 없어, 베카.”

아직 46층은 누구에게도 열리지 않은 곳이었으니 베카에게 ‘자유’라는 걸 가르쳐준 사람도 없었겠지.

그러니 시스템창에 묶여서 셀 수 없는 시간을 46층에 갇힌 채로 외로이 보냈을 것이다.

“베카, 너만 괜찮다면 나랑 같이 이 탑의 밖으로 나가보지 않을래?”

나는 이제 막 알을 깨고 나오려는 어린 새, 베카가 놀라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이 모든 것이 낯설 베카는 갑작스럽게 선택의 순간이 다가오자 혼란스러운지 망설이고 있었다.

“네가 원하지 않는다면 그대로 있어도 괜찮아. 네가 바란다면 그건 잘못된 선택이 아니니까.”

내 말이 끝나자마자 베카가 내 손을 덥석 잡았다.

“가고 싶다. 네가 있는 세상으로, 함께.”

베카가 내 손을 잡는 순간, 포근하고 환한 빛이 내 몸을 감싸고 돌며 내 팔과 다리를 묶고 있던 족쇄가 끊어져 나갔다.

[축 달성! 탑 46층을 클리어 했습니다. 탑 47층으로 가는 길이 열립니다.]

* * *

헌터들의 시스템창에는 비밀이 없었다.

[축 달성! ‘온천 사장’이 탑 46층을 클리어 했습니다. 탑 47층으로 가는 길이 열립니다.]

운수의 점괘대로 수온은 황금빛 명예를 얻게 된 것이다.

물론 본인은 바라지 않는 일이었지만.

익명 헌터 게시판은 수온의 활약에 열광하고 있었다.

<46층 올라간 거 온천 사장이라고 한 사람>

* * *

누구냐? 쌉소름.

* * *

└익명1 : 내 말이.

└익명2 : 와, 성지순례 가야겠다. 좌표 아시는 분?

└쓰니 : 여기임. (주소)

└익명3 : 그분이 보신다면, 저 S급 헌터로 각성하게 해주세요.

└익명4 : 네, 안 되쥬?

└익명3 : 방구석에서 할 짓 없냐? 아무 데나 시비 걸고 다니게?

└익명4 : 자기소개쥬? 어쩔티비. 할 말 없쥬?

└익명3 : 할많하않

46층에 온천 사장이 올라간 게 아니냐는 추측성 글들은 헌터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덕분에 폭발적인 조회 수를 기록했다.

<이번에 탑 46층 개방한 거 EX 각성자 아님?>

* * *

왜 그 온천 사장 각성한 지 얼마 안 돼서 개방됐지 않음?

* * *

└익명1 : 팩트만 말하자면 온천 주인 아직 등급 확실하지 않음. 히든 필드 온천만 EX급 확정인 거임. 온천 사장이 EX급 각성자라는 건 헌터 전문가들 추측일 뿐.

└익명2 : 설명충 오지죠?

└익명3 : 이거 쓸 시간에 각성했으면 S급.

└익명4 : S급이 누구 집 댕댕이 이름인 줄 앎? 개나 소나 S급 ㅇㅈㄹ.

└익명3 : 열폭하는 거 보니 F급이죠?

└익명5 : 성지순례 왔습니다. 올 한 해 가족들 건강하게 해주세요!

:

:

└익명20501 : ㅋㅋㅇ에 취직하게 해주세요.

<46층 반나절 컷 실화?>

* * *

46층 반나절도 안 돼서 클리어 한 거 실화냐? 그것도 솔플로?

* * *

└익명1 : ㄹㅇ. 괴물급임.

└익명2 : ㅈㅍ 길드가 45층 깰 때 랭커 5명이 들어갔는데 꼬박 하루 걸림.

└쓰니 : 근데 온천 사장님, 솔플로 반나절 컷. ㅎㄷㄷ..

└익명3 : 온천 사장님이 온천 회원님들 동원해서 가셨나 봄.

└익명4 : 내가 다닌 온천이 EX급?

└익명5 : 자매작―온천만 해도 레벨 업!

└익명6 : ㅋㅋㅋㅋㅋ진짜 나오는 거 아님?

└익명7 : 이 정도면 온천 사장 EX급 확정 아니냐?

└익명1 : ㅇㅈ. 그게 아니면 설명이 안 됨.

└익명3 : 조만간 랭킹 물갈이될 듯.

└익명8 : 불쌍한 박시ㄸ

└익명4 : 응, 넌 2위도 못해.

└익명5 : 댓 수준 보니 각성 전일 듯.

└익명4 : ㅋㅋㅋㅋㅋㅋㅋ ㅆㅇㅈ.

<클리어 문구 본 직후 상위 랭커들 반응 (사진o)>

* * *

[사진]

* * *

넋 놓고 헌터창 클리어 문구만 보고 있음.

└익명1 : 꼭 그렇게 다!! 가져가야만!! 했냐!!

└익명2 : 많이 화났네.

└익명3 : 여기 불났어요! 누가 119 좀 불러주세요.

└익명4 : 이 와중에 박시ㄸ 표정 시강ㅋㅋㅋㅋ

└익명2 : 솜사탕 물에 씻다가 사라져서 놀란 너구리 표정 같음 ㅋㅋㅋㅋ

└익명3 : 박시ㄸ 귀여워 ㅋㅋㅋ

└익명5 : 이 댓글을 박시ㄸ가 싫어합니다.

└익명6 : 근데 박지누ㄸ는 길드원들한테 지갑 보여주면서 무슨 이야기하는 거예요? 완전 신나 보이는데.

└익명1 : 맞은편에 있는 ㅈㅍ 길원인데 자기 누나 증명사진 보여주면서 예쁘다고 자랑하는 중임.

└익명7 : 누가 보면 여자 친구인 줄 ㅋㅋㅋㅋ

└익명8 : 난 왜 저런 남동생 없냐?

└익명2 : 내 호적 메이트는 왜 맨날 김만 처먹고 있는 건데?

└익명8 : 왜 김만 먹어요?

└익명2 : 이유는 모르겠는데 못생김 마니아.

└익명8 : 맨날 처먹는다는 게 못생김 ㅋㅋㅋㅋㅋㅋㅋ

└익명9 : 상상하지도 못한 김의 정체 ㄴㅇㄱ!

<46층에 나오는 보스 말인데>

* * *

ㅈㅍ 길드가 45층 클리어 했을 때, 다음 층 보스 힌트를 받았는데.

* * *

└ 익명1 : 근데, 뭐?

└ 익명2 : 사람들을 화나게 하는 방법이 세 가지가 있어. 첫 번째는 말을 하다 마는 것이고, 두 번째는.

└익명3 : 두 번째는 뭔데?

└익명4 : 뭐냐고? 말해달라고! 나 진짜 궁금해서 잠 못 잔다고!

무엇보다 수온이 활약한 덕을 제대로 보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바로 헌터 잡화점이었다.

46층의 문지기 영감의 사진이 퍼지면서 시우의 애착 1인용 사우나 통과 같은 디자인의 제품이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한 것이다.

<온천 사장님, 1인용 사우나 통 사면>

* * *

온천수 채워주러 오시나요?

* * *

└ 익명1 : 주러 갔다가 얼굴 보고 뒤돌아설 듯.

└ 익명2 : 온천 사장님만 영접할 수 있다면 저는 백 통 사겠습니다.

동시에 온천 사장을 만나고 싶어하는 팬들도 급격히 늘기 시작했다.

<온천 사장 발견하면> [작성자 : 한창희]

* * *

1억 골드 준다.

* * *

└ 익명1 : ㄱㅇㄷ!

└ 익명2 : 온천 사장님만 찾아도 인생 역전!

└익명3 : 걸어 다니는 복권이네.

급기야 온천 사장에게 현상금을 거는 사람들도 나타났고.

<질 수 없지.> [작성자 : 시X또]

* * *

온천 사장 위치 알아 오면 10억 골드 준다.

* * *

└ 익명1 : 역시 ㅈㅍ 클래스!

└ 익명2 : ㅎㅊㅎ는 못 비비죠.

└ 익명3 : 이 새끼 또 ㄷㅈㄹ하네.

└시X또 : 응, 다음 ㅎㅊㅎ.

그 정체를 알지 못하고 자신의 여동생에게 10억을 거는 친오빠도 있었다.

“형, 우리가 받은 힌트. 확실한 거 맞지?”

온천 사장의 활약 뒤로 혼이 빠져 있던 시우의 등을 지호가 툭 건드리며 물었다.

“시스템창이 거짓말하는 거 봤냐?”

턱을 괸 시우가 심드렁하니 답하며 주머니 속에서 쪽지 하나를 꺼냈다.

그 종이는 그가 45층을 클리어 하고 받은 것이었다.

46층에 미리 대비할 수 있는 유일한 단서이기도 했다.

손에 든 쪽지를 펼치자 그 안에 적힌 문구가 드러났다.

[탑 46층 보스, 기억을 잃은 탑의 주인 ‘베카’(SS)]

‘베카’는 헌터들 사이에서 유명한 이름이었다.

이 탑을 움직이게 하는 힘을 가진 지배자이자 탑의 주인이었으니까.

‘기억을 잃었다는 설정이 있다 쳐도 무려 SS급인데 이게 솔플로 클리어가 가능하다고?’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 시우가 전체 헌터 시스템창에 떠오른 문구를 보며 탄식하듯 혼잣말을 했다.

“온천 사장, 넌 도대체 얼마나 괴물인 거야?”

* * *

그 시각, 그 괴물은 탑 46층에서 또 다른 괴물과 마주 보고 있었다.

“같이 가는 게 아니었나?”

“당장은 곤란해. 나 혼자 지내는 게 아니라서 너와 같이 가려면 그들의 허락을 구해야 하거든. 다음에는 꼭 우리 온천으로 초대할게.”

“너라면 46층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을 거다.”

솔직히 헤어지고 싶지 않다며 떼를 쓰거나 매달릴 줄 알았는데, 베카는 의외로 담담하게 이별을 받아들였다.

베카도 한층 성장한 거겠지.

“베카, 그럼 다음에 보자!”

자라나는 새싹을 바른길로 인도했다는 생각에 뿌듯함을 느끼며, 난 46층을 나왔다.

“호오, 무사히 살아서 나온 건가?”

입구에 도착하니 흰 수염 영감은 여전히 사우나를 하고 있었다.

“이제 돌아가려고요. 오늘은 짐이 많아서 사우나 통은 다음에 받으러 올게요.”

“확실히 짐이 많아 보이는군. 부디 첫 바깥나들이를 무사히 마치고 돌아오시길.”

그때까지 난 46층을 탈출했다는 감격에 빠져 알지 못했다.

흰 수염 영감의 마지막 인사가 어딘가 의미심장했다는 것과 내 약초 가방이 전보다 묵직해져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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