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2화 〉 내일은 슈퍼 스타 (6)
* * *
헌터란 인간이 아닌 몬스터와 싸우는 존재다. 그리고 몬스터들은 덩치가 작은 인간형보다 수 미터를 넘기는 짐승형들이 대부분이었다.
인간과 짐승을 상대하는 방법은 전혀 다르다. 사냥꾼과 군인의 직업이 나뉘는 이유다.
키가 십 미터를 넘는 4족 보행 괴물에게 검사가 해야 할 건, 흘리기가 아니라 회피였다.
정상적인 헌터가 굳이 인간과의 전투를 상정하고 훈련하는 일은 없었다. 그들이 쌓은 기술은 같은 인간을 죽이기 위함이 아니었으니까. 나쁜 버릇이 든다며 기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헌터는 결국 몬스터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죽일 수 있냐가 중요했고, 그것만이 능력의 척도였다.
그런 의미에서 이지아는 이미 국내 최고의 헌터였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몬스터를 죽이는 걸 생업으로 삼았다.
그리고 다른 헌터들과 마찬가지로, 그녀 또한 인간과의 전투를 상정하며 훈련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한유정은 생각했다.
비록 각성한 시간은 10년의 차이가 있지만, 대인전에서 그녀가 밀릴 이유가 전혀 없다고.
퍽!
한유정의 주먹이 이지아의 복부에 꽂혔다. 유효타는 아니었다.
역시나, 이지아는 별다른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주먹이 제법 맵네.”
한유정은 머리카락 끝이 찌릿찌릿할 정도로 폭력적인 기세를 느꼈다. 그녀가 식은땀을 흘리며 뒤로 물러났다.
이지아의 주먹이 뒤늦게 허공을 때렸다.
콰앙!
공기를 찢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풍압이 주변을 휩쓸었다.
움푹 패진 땅바닥만 봐도 어느 정도의 위력인지 알 거 같았다.
머리가 팽팽 돌았다.
이지아가 주먹을 뻗는 자세는 그녀의 눈으로 보기에 제법 엉성했다. 스텝은 밟지도 않고 발바닥을 땅바닥에 붙이고 있었다.
능력치의 차이는 엄연히 존재했지만, 하나는 확실하다. 이지아의 대인전 경험은 미천했다.
그녀는 빠르게 판단을 내렸다.
한 방에 이지아를 넉다운 시키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전투 초보자인 이지아의 주먹에 그녀가 맞을 리가 없다.
장기전으로 끌고 가 데미지를 누적시킨다.
결정을 내린 한유정이 발을 내디뎠다. 발자국과 함께 바닥의 흙이 작게 비산했다.
탁, 탁!
이지아의 등 뒤에서 나타난 한유정이 팔꿈치로 목을 내려쳤다.
퍽!
이지아의 손이 뒤늦게 허공을 갈랐지만 한유정은 이미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 뒤늦게 나타난 그녀가, 이지아의 명치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전투의 양상은 모두가 두 눈을 비빌 만큼 어이없게 흘러갔다. 최 작가가 말을 더듬으며 김현우에게 물었다.
“티, 팀장님. 지금 한유정 씨가 이기고 있는 거예요? 이지아를?”
“그, 글쎄요. 저도 잘 안 보여서….”
당황한 김현우가 한예림과 송 팀장을 쳐다봤다. 따로 촬영 중이던 그들이 어깨를 으쓱였다.
일자무식인 건 전부 마찬가지였다.
어느새 이지아는 전투를 포기한 듯 자세를 풀고 가만히 서 있었다. 한유정의 공격이 전신을 난타하는데도 꿈쩍도 하지 않고 맞는다.
휘청이는 몸이 안쓰러울 정도였다.
“뭐, 뭐야…?”
최 작가는 뒷말을 삼켰다. 남의 집에서 함부로 말을 내뱉을 처지가 아니지만, 그런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명성하고 다르게 별거 없는 건가…?’
그런 그녀의 생각이 어떻든, 이지아는 전투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녀는 잠깐잠깐 드러나는 한유정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가장 주의 깊게 쳐다보는 건 유효타를 먹일 때 눈앞에 드러나는 자세.
주먹을 언제 뻗고, 무릎을 얼마나 굽히고, 발끝은 어디를 향하고, 그 모든 것들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되는지.
그건 몬스터를 상대하는 헌터의 자세가 아니었다. 오직 인간만을 상대하기 위해 길러진 군인, 혹은 암살자의 자세.
이지아는 그 모든 걸 묵묵히 눈에 담았다.
공격을 한차례 쏟아붓고 나서, 한유정은 뒤로 물러났다.
그녀가 호흡을 가다듬으며 발을 내디디려던 때였다. 이마를 찌푸리던 이지아가 갑자기 눈을 빛냈다.
“그렇게 하는 거구나.”
그녀가 작게 중얼거리며 통통, 스텝을 밟았다.
“…?”
한유정이 당황한 티를 드러냈다. 이지아가 밟고 있는 스텝이 눈에 익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익을 수밖에 없다.
지금 당장 그녀도 똑같은 호흡과 리듬으로 보법을 사용하고 있었으니까.
“…언니, 무술 배운 적 있었요?”
한유정의 물음에 이지아가 어깨를 으쓱였다.
“아니. 생판 처음 보는데. 헌터가 그런 걸 왜 배워?”
“그런데 그걸 어떻게 하는 거예요?”
“방금 봤잖아.”
이지아의 신형이 사라졌다.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그녀가 주먹을 내질렀다.
조금 전과는 전혀 다른 자세로.
그나마 한유정에게 다행이랄 건 하나뿐이었다.
이지아가 취하고 있는 자세가 그녀와 거울처럼 똑같았다.
그렇다면 주먹의 끝이 어디로 향할지도 뻔했다.
한유정이 있던 자리로 주먹이 허공을 갈랐다.
팡!
원래는 굉음이 터졌던 걸 생각하면, 애교처럼 느껴질 정도로 작은 소리.
하지만 오히려 지금이 더 서늘하고 위협적으로 다가왔다.
이지아의 연격이 이어질수록 미숙하던 움직임에 리듬감이 잡혔다.
파괴력만 우선시하던 이지아가, 대인전의 경험치를 빠르게 습득하고 있었다. 그건 일반적인 상식선에서 납득가는 속도가 아니었다.
한유정의 머리가 다시 팽팽 돌았다.
이지아의 약점은 경험 부족이었다. 하지만 어느 사이에 기술을 자기 몸에 익게 만들었는지, 지금은 슬그머니 변형을 넣으며 압박하고 있었다.
기존의 전략은 무너졌다.
원래는 장기전으로 가며 성문을 뚫듯 강한 내구도를 천천히 깎으려고 했다. 그런데, 시간을 더 끌면 그녀가 일방적으로 지게 생겼다.
따라잡히기 전에 단기전으로 끝내야 한다.
이지아가 어떻게 했더라?
이지아는 10년간 몬스터들과 싸우며 기술을 쌓아 올린 정상급 헌터였다. 체계화된 무술은 없어도, 강력한 한방을 끄집어내기 위한 기술과 습관이 몸에 새겨져 있었다.
지금 한유정에게 필요한 건 이지아의 기술이었다. 거대한 몬스터도 쓰러트릴 만큼 강력한 한방.
기억을 천천히 가늠하며, 팔을 뻗었다.
쾅─!
주먹 끝에서 굉음이 터졌다.
뒤로 물러난 이지아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네가 그걸 어떻게 했어?”
천살성은 각성자에게 비정상적인 재능을 부여한다.
흔히들 그렇게 알고 있지만, 사람들의 상식보다도 더 비정상적인 수준까지 각성자의 재능을 끌어올렸다.
한유정이 자세를 잡으며 대답했다.
“아까 봤으니까요.”
*
바닥에 뻗어있던 한유정이 눈을 뜬다.
천장을 보자마자 상황을 파악했는지, 울컥한 얼굴을 하며 퉁명스레 내뱉는다.
“진 거 아니에요.”
어이구, 승부욕 하고는.
어이가 없어서 핀잔을 줬다.
“뭐? 너 폼 잡자마자 지아 씨한테 턱 맞고 뻗었어. 뭘 진 게 아니야?”
“제가 10년 전에 각성했었으면 분명 지아 언니보다 더 셌을 거예요.”
그게 진짜일지 아닐지는 제쳐두고,
“너 그럼 7살 때인데?”
아장아장 걷는 한유정이 식칼을 들고 얍얍! 하는 걸 상상하니까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온다.
날 얄밉다는 듯 노려보던 그녀가 돌연 폭탄 발언을 내뱉었다.
“자꾸 현우 씨가 저 놀리면──”
“야야, 다 들려!”
식겁해서 입을 막았다.
열일곱 살짜리 헌터가 팀장한테 ‘현우 씨’라고 부르는 걸 보면, 다른 사람들이 무슨 생각 하겠어?
대결이 끝나고 카메라도 다시 돌아가고 있었다.
바둥거리던 한유정이 양팔을 뻗는다. 손을 잡고 일으켜 세워주니까 힘없이 딸려온다.
“저도 조금만 일찍 태어났으면…….”
얼굴 보니까 어지간히도 분한가 보다. 등을 가볍게 쓸어내려 주며 말했다.
“3차 시험에서 기록 갈아치웠잖아. 너 말처럼, 지아 씨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니까 너무 조급해하지 마.”
한유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
회사에서 홍보 촬영이 끝나고 강원도의 캠핑장으로 향했다.
도착했을 때는 어느덧 오후 4시.
느긋하게 즐길 시간도 없이 식사 준비부터 해야 했다.
“작가님, 식자재는 어떡하나요?”
예능 보면 알아서 준비해놓던데.
은근한 기대를 담아 쳐다보니까 최 작가가 단호히 말한다.
“직접 가서 사 오셔야죠. 그것도 다 분량인데요. 경비는 걱정 마세요. 저희가 다 챙겨드려요.”
젠장, 처음부터 말하던가.
내린 게 무색하게 다시 밴을 타고 근처 백화점으로 향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내리는데, 한예림한테 전화가 왔다.
“대표님? 무슨 일이세요.”
배터리가 없었나 봐요? 전화 몇 번을 걸었는데.
핸드폰을 한 번 확인하고 변명했다.
“신호가 약한 거 보니까 중간에 끊겼었나 본데요? 지금 강원도라… 무슨 일이세요?”
대결 영상 편집본 보내주려는데 최 작가님도 전화를 안 받아서요. 현우 씨가 말 좀 전해…….
중간에 통화가 종료됐다. 신호가 완전히 나갔다. 한예림의 말대로 최 작가에게 말을 전하고 상층으로 올라갔다.
묘한 기시감이 느껴지는데.
뭐지?
곰곰이 생각할 틈도 없었다. 카메라를 발견한 사람들이 호기심에 한 번씩 우릴 쳐다봤다.
처음에는 유튜버인가 싶어서 발걸음을 옮기려던 사람들이, 곧 작가들과 이지아를 발견하고 고개를 갸웃한다.
나 한 번 쳐다보고, 의구심이 들던 시선이 이번엔 이지아에게로 향하고, 결국 눈동자에 확신이 깃든다.
왜? 내 얼굴은 연예인처럼 안 생기고, 선글라스 낀 이지아는 하관만 봐도 여배우처럼 생겨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시끄럽다.
“여자 누구지? 뭔가 익숙한데. 남자도 연예인인가?”
“연예인은 아닌 거 같은데 그냥 매니저 아니야?”
시선이 쏠리니까 토 나올 거 같다.
“지아 씨는 이런 거 어떻게 버텼어요?”
그런 내 질문에 이지아가 코끝에 걸친 선글라스를 살짝 들치며 빙글빙글 웃는다.
내가 이지아에 대해 잘못 알고 있었나?
사람들의 시선을 즐기는듯한 연예인의 얼굴이다. 그녀가 팔꿈치로 내 옆구리를 쿡쿡 찌른다.
“현우 씨, 일단 웃어요, 웃어. 사진 찍히니까.”
“어, 네?”
“표정 썩어있는 채로 찍히면 인터넷에서 두고두고 조리돌림 당해요. 감독님, 방금 한 말 방송에서는 꼭 빼주세요.”
이지아의 말에 따라 어색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볼 쪽이 파르르 당기다가 마구 경련한다. 그 상태로 작게 물었다.
“계속 이렇고 있어야 해요?”
“네.”
“언제까지요?”
“사람들 사라질 때까지요.”
“언제 사라지는데요?”
“제 경험상 물건 사고 돌아갈 때까지 이렇고 있어야 해요.”
젠장.
이지아의 말은 사실이었다. 카트를 끌고 갈 때마다 피리 부는 사나이처럼 시민들이 우르르 따라다녔다.
그것만으로도 위가 쓰려오는데, 설상가상으로 이지아를 알아본 누군가 크게 외쳤다.
“어? 선글라스 낀 사람 이지아다!”
“진짜?”
“이지아 이번에 혼자 살아남기 출연한다면서. 예능 찍고 있는 거였어?”
그게 신호였다.
눈치만 보고 다가오지 못하고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종이와 핸드폰을 들고 다가왔다.
순식간에 인파에 휩싸였다.
한예림 이 씹… 하필 출연시켜도 관찰 예능을 출연시켜서.
돌아가면 반드시 멱살 잡는다.
이지아가 활짝 웃으며 한 명 한 명 사인해주고, 덕담 한마디씩 주고받고, 사진까지 찍어주고 있었다.
숫제 연예인처럼 보였다. 아니, 그냥 연예인하고 하는 게 똑같았다.
이대로는 끝이 없겠다 싶어서 멀뚱멀뚱 구경 중인 최 작가를 불렀다.
“최 작가님, 사람 정리하는 것 좀 도와주세요.”
“네?”
“이대로 사인하다가 방송 끝낼 거 아니죠? 딱 봐도 한두 시간으로 마무리 안 될 거 같은데. 그럼 내일 다시 오던가 해야 해요.”
내키지 않던 얼굴에 의욕이 활활 불타오른다. VJ를 제외한 스태프들을 몽땅 투입해 바리케이드를 만들고, 시민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대부분은 아쉬워하며 뒤로 물러났지만,
“에이, 되게 비싼척하네. 사인 좀 해주지.”
흩어지면서 구시렁대는 사람도 있었다.
꾹 참으며 속으로 욕했다.
길 가다가 엎어져라.
상황을 정리하고 또 같은 일이 벌어질까 봐 스태프들을 경계병처럼 사방으로 배치했다.
그렇게 슬금슬금 백화점을 배회하다 보니까 떨어져 나갈 사람들은 떨어져 나가고 소수만 남았다.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아 씨, 외출할 때마다 이래요?”
“당연하죠. 현우 씨도 저 처음 만났을 때 비슷했잖아요.”
“제가 뭐를요?”
“기억 안 나요? 저 붙잡고 있으려고 야간 영업한다며 거짓말했었던 거.”
그거 눈치챘었구나.
“선글라스를 매일 가지고 다니는 이유가 있었군요… 연예인 병인 줄 알았는데.”
“뭐라구요?”
집안에만 틀어박혀 있는 것도 이해가 갔다. 내향적인 게 아니라 주변 환경이 그렇게 만든 건가 보다. 하긴, 어디 가서 말 못 하고 그런 사람은 아니니까.
카트를 끌고 다니며 삼겹살, 바비큐, 라면 등 캠핑에 필요한 음식들을 집어넣는데 문득 바지 속 주머니가 진동으로 떨렸다.
한유정이다.
잠깐 뒤로 빠져서 전화를 받았다.
“어, 유정아. 무슨 일이야?”
그런데, 이놈의 사람들이 무슨 호기심이 생긴 지 나를 마구 쳐다본다.
‘누구지, 누구지?’, 속닥이는 게 아직도 내 신상이 궁금한가 보다. 웬 아저씨가 말을 걸어 오려고 하길래 급하게 비상구 쪽 계단으로 향했다.
“유정아?”
…….
“한유정, 무슨 일 있었어? 괜찮으니까 말해.”
…….
뚜, 뚜.
뭐야?
또 전화가 끊겼다. 아무리 강원도래도 신호가 이렇게 약할 수가 있나? 일단 촬영 중이니까 이지아에게 빨리 돌아가야겠다.
비상구 문을 잡고 돌리려는 때.
상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쪽에서, 무언가 이질적인 소리가 들렸다.
차박, 차박.
고개가 돌아갔다.
구석에서 꿈틀거리는 거대한 그림자가 보인다.
차박, 차박.
“끼익….”
낮은 괴성. 몬스터였다. 아직 날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다.
몬스터가 왜 여깄지?
머릿속으로 정황이 파바박 그려진다.
어비스 던전의 공략 실패, 끊기던 신호, 눈앞에 나타난 괴물.
내가 어떤 행동을 취해야할지 생각하고, 빠른 판단을 내렸다.
조심스레 핸드폰을 들어 카메라 렌즈를 몬스터에게 향했다.
그리고 촬영 버튼을 눌렀다.
찰칵!
이럴 줄 알았다, 좆같은 도촬범 새끼들.
카메라 촬영음이 나오는 건 전부 그 새끼들 탓이다.
셔터 소리에 놀란 몬스터가 반응한다. 계단에서 뛰어내린 녀석이 내 몸에 닿기 전에, 비상구 문을 세게 닫고 잠금장치를 돌렸다.
그리고 품속에서 권총을 꺼내 총구를 겨눴다.
쾅, 쾅, 쾅!
강한 개체는 아니라 그런지 쇠로 된 문을 부수지 못하고 있다.
속으로 3초를 세고, 입구 옆에 세워져 있던 자판기를 넘어트렸다.
와장창!
주위의 시선이 쏠린다.
무시하고 구두로 자판기의 유리창을 깨트렸다.
캔들이 데굴데굴 굴러나온다. 그걸 몽땅 터트려서 바닥에 웅덩이를 만들었다.
굳이 여길 넘어가는 사람은 없을 거다.
다급히 몸을 돌렸다.
이지아한테 돌아가야 한다.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인파들이 몰려있는 곳으로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
한창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던 최 작가의 어깨를 잡아당겼다.
깜짝 놀란 눈이 내게로 향한다.
“어, 티, 팀장님? 표정이 왜 그러세요?”
마른 입술을 깨물며 숨을 골랐다.
왜 그러냐고?
그거야, 시발…
“몬스터 게이트가 열린 거 같습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