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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급들이 내게 집착한다-60화 (60/112)

〈 60화 〉 역대급 유망주 (5)

* * *

협곡 아래는 혼란에 휩싸였다.

나예정이 무전기에 대고 소리쳤다.

“방금 메시지창 뭐예요! 1차 웨이브에 점수 벌어놔야 하는데 벌써 포인트 삭감되면 어떡하자고?!”

­서쪽은 이상 없어요! 다른 쪽은요? 제대로 막은 거 맞아요?

­동쪽도 놓친 몬스터 없습니다.

치지직!

저마다 자기 할 말만 떠드느라 대화가 진행되지 않았다.

“시발….”

나예정이 재빨리 시스템 로그를 살폈다. 점수가 하락했다는 메시지가 20개 떠있다. 이 정도면 웨이브 하나가 통째로 포인트에 도달한 것이다.

어쩌면 남쪽을 제외한 모든 게이트에서 몇 마리씩 놓친 거일 수도 있다.

‘설마… 중요한 시험인데 그냥 욕을 먹고 말지. 거짓 보고를 할 리가 없어.’

그녀의 생각은 깊어져만 갔다.

서쪽과 동쪽의 보고가 진실이라 했을 때.

연결되는 추측은 하나뿐이었다.

한유정이 웨이브를 아예 막지 못한 것.

혹은 안 막은 것.

꿀꺽.

나예정이 침을 삼켰다.

아까부터 목구멍 밑에서 꾸물거리던 불안감이 고개를 쳐들었다.

비협조적이던 한유정의 태도. 시험의 결과는 상관없다는 듯 게임기를 사던 그 모습이.

머릿속에서 자꾸만 아른거렸다.

한 가지 가정이 눈앞에 스쳐 지나갔지만, 곧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없다.

헌터 시험 등수가 어떤 의미인지 모를 리가 없다. 이미 기라성처럼 버티고 있는 헌터들 사이에서 유망주가 명함이나 내밀 방법은 단 하나뿐이다.

오직 가능성뿐.

길드에서는 가능성이 높은 유망주들에게 우선적으로 지원을 한다. 미래의 가능성을 점치는 것이다.

‘그걸 고작 화났다는 이유로 엎어버린다고?’

치기 어리다는 말로 이해 가는 수준이 아니었다. 조별 과제를 할 때, 팀원들과 마찰이 생기더라도 발표까지는 어떻게든 마무리하지 않던가.

이건 그딴 대학교 과제와 비교도 되지 않는 시험이었다.

앞으로의 인생이 걸린.

­서쪽은 문제없다니까요?! 박지현 씨 쪽이야말로 놓치고 큰소리 치는 거 아니에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25마리 완벽하게 처리했습니다. 로그가 스무 개는 떴는데 제가 설령 몇 마리를 놓쳤더라도 이해 가는 수준이 아니란 말씀입니다.

유망주 둘이 입씨름을 하고 있었다.

나예정이 머리를 짚고 바닥에 쪼그려 앉았다.

아닐 거다. 그럴 리가 없다. 현실적으로 말도 되지 않는다.

[곧 2차 웨이브가 시작됩니다.]

[준비해주세요.]

나예정이 고갤 들었다.

시험이 시작됐다.

*

[곧 2차 웨이브가 시작됩니다.]

[준비해주세요.]

허허벌판 위에 어울리지 않는 가구들이 깔려있었다. 소파 옆 탁자 위에 놓인 무전기가 초조한 외침을 질렀다.

­일단 다들 진정하고 시험에 집중하죠. 남 탓보다는 자기가 맡은 게이트만 열심히 막아내면 됩니다.

소파에 드러누운 한유정이 게임에 집중했다.

탁, 타닥!

열심히 버튼을 누르던 한유정이 게임의 칩을 빼버렸다. 그녀가 작게 중얼거렸다.

“이건 둘이서 하면 별로 재미없겠네….”

수상작답게 재미는 있는데 혼자 즐기는 게임이었다. 멀티 플레이도 지원했지만, 시스템상 제한되는 부분들이 많았다.

딸칵!

미련 없이 칩을 뺀 한유정이 탁자를 향해 팔을 뻗었다.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는 칩을 손에 걸리는 대로 잡았다. 칩을 끼워 넣은 그녀가 다시 버튼을 눌렀다.

*

콰직!

몰려오던 몬스터들이 하늘에서 떨어진 바위에 깔려 죽었다. 2차 웨이브는 그걸로 끝이었다.

“남쪽 클리어.”

나예정은 초조하게 팔짱을 끼고 무전기를 노려봤다.

­서쪽 전부 끝냈어요.

­동쪽 이상 무.

나예정이 신경질적으로 물었다.

“확실해요? 이번엔 놓친 몬스터 한 마리도 없는 거 맞아요?”

치지직!

마찬가지로 무전기 너머에서 신경질적인 대답이 들려왔다.

­말했잖아요. 놓친 몬스터 없다고! 아니, 애초에 2차 웨이브부터 놓칠 리가 없잖아요!

그녀의 말이 맞았다.

1차 시험에서 중상위권으로 합격한 인원들이었다. 이제 초반인데 벌써 구멍이 뚫렸다는 건 이상했다.

나예정이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시야 한구석에 떠오르는 메시지창. 아직 웨이브는 끝나지 않았다.

그 말은 곧, 아직 전투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걸 의미했다.

“……한유정이요.”

­한유정 씨요? 왜요?

뜸을 들이던 나예정이 다시 말을 하려던 때였다.

“혹시 한유정이…….”

메시지 창이 떠올랐다.

[몬스터가 포인트에 도착했습니다. 점수가 하락합니다.]

[점수가 하락합니다.]

[점수가 하락합니다.]

[점수가 하락합니다.]

[점수가 하락합니다.]

[점수가 하락합니다.]

.

.

.

.

.

.

[점수가 하락합니다.]

[포인트가 삭감됩니다.]

­…….

­…….

다들 말문이 턱 막힌 듯 입을 다물었다.

[5분 뒤 3차 웨이브가 시작됩니다. 준비해주세요.]

퍼뜩 정신을 차린 나예정이 다급히 말했다.

“……일단 중앙 포인트로 모이죠.”

*

유망주들의 분위기는 험악했다.

“대체 이게 뭐예요?”

김은정이 발작할 거처럼 몸을 떨었다. 흥분으로 눈이 빙글빙글 돌았다.

당연하지만 다음 스테이지로 진행될수록 난이도는 올라간다. 그런데 시작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막아내지 못하고 점수만 깎이다니?

물론 초반 스테이지인 만큼 점수의 가감은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적은 것도 아니었다. 상위권은 점수 몇 점 차이로 등수 하나가 오락가락했다.

다른 헌터들은 2차 스테이지쯤은 전부 완벽하게 통과했을 터다. 그런데 그녀들은 1차 웨이브부터 죽 쒔다.

이 차이는 크게 벌어진다.

스테이지를 성공적으로 막아내면 점수가 추가된다. 단 한 마리도 통과시키지 않으면 보너스 점수까지 있다. 그런데 공짜로 주워 먹는 판부터 엎어졌다.

분위기가 도저히 좋을 수가 없었다.

“인생이 걸린 시험에서 지금 장난하자는 거야, 뭐야? 한 년은 게임기 사느라 무전기 못 사서 연락도 안 되고!”

김은정이 씩씩거리는 동안 나예정은 팔짱을 끼고 생각에 잠겨있었다. 그녀가 결론을 내리고 입을 열었다.

“일단 각자 막는 건 포기하죠.”

“네?”

박지현이 눈을 크게 뜨고 되물었다.

“전략적 이점들을 포기하고 모이자고요? 가뜩이나 2차 웨이브까지 전부 못 막아내서 점수 부족한데요?”

괜히 흩어져서 막는 게 아니었다. 게이트에서 포인트까지 오는 길.

그건 전투의 제한 시간이었다.

히트앤런으로 유격전도 가능했고, 까다로운 상성이라면 다른 팀원들과 위치를 교체할 수도 있었다.

그런 전략들을 모두 포기하고 포인트 앞에서 막자는 건 능동적인 전략을 포기하겠다는 뜻이다.

거점을 방어하는데 특화된 능력이 있다면 모를까, 그런 게 아니면 기본적으로 각자 담당구역을 맡는 게 최선의 선택이었다.

나예정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럼 어떡하게요? 계속 몬스터 놓치다가 시험 망치게요? 일단 중앙에서 막아봐야죠.”

박지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뒤로 물러났다. 합당한 의견이었다.

“…나예정 씨 말대로 하죠. 차라리 그게 낫겠네요.”

계속 어딘가에서 구멍이 뚫리는 이상, 다 함께 막는 게 차라리 나았다.

나예정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누가 문제인지 당신들도 어렴풋이 알고 있잖아요.”

다른 유망주들은 머릿속에서 떠오른 결과를 애써 부정하는 모양이었다.

어째서? 왜? 무슨 이유로?

자기도 피해 보는 그런 짓을 하는가에서 추리가 막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가능한 선택지들을 제외하고 나면 남는 건 결국 그것뿐이었다.

“그쯤하고 솔직해져요, 우리.”

“네?”

“한유정이요.”

나예정이 거뭇거뭇해진 눈가를 문질렀다.

“일부러 북쪽 게이트 안 막고 있는 거 같지 않아요?”

*

3차 웨이브가 시작했을 때.

유망주들은 결국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북쪽에서 털끝 하나 다치지 않은 몬스터들이 중앙의 포인트에 도착했다.

한유정은 북쪽 게이트를 막지 않고 있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다. 앞으로의 인생이 달린 일이었다.

그런데 고의로 시험에 불리한 행동을 하다니.

길드가 밀고 있는 유망주라도 최소 1년, 길드 눈에 들지 못한 밑바닥들이라면 3~4년도 허다했다.

그 긴 시간을 노력해서 1차 시험이라는 고비를 통과했는데 결과물을 냅다 집어던지는 일 따위, 일어날 리가 없었다.

한유정은 어째서 이런 짓을 하는가.

유망주들은 의문을 느낄 틈도 없었다. 잃어버린 포인트를 만회해야 했다.

나예정이 염동술로 거대한 바위를 중앙의 포인트까지 끌고 왔다. 그녀들은 그걸로 바리케이드를 만들었다.

전사 포지션의 유망주들은 각각 절반씩 구역을 맡았다.

한 명은 북서쪽을, 한 명은 남동쪽을.

나예정은 방어선을 뚫은 몬스터를 처리했다.

[3차 웨이브를 클리어했습니다.]

[추가 점수를 획득합니다.]

[4차 웨이브를 클리어했습니다.]

[추가 점수를 획득합니다.]

[5차 웨이브를 클리어했습니다.]

[추가 점수를 획득합니다.]

.

.

.

잃어버린 포인트를 복구했지만, 유망주들의 얼굴은 좋지 않았다. 나예정이 무전기에 대고 말했다.

“한유정, 듣고 있지? 듣고 있는 거 전부 알아.”

스테이지가 진행되며 들어온 골드가 얼만데. 25골드로 무전기 하나쯤은 샀을 터다. 나예정이 간절히 외쳤다.

“이제 그만해… 그만하고 담당 구역이라도 막으라고, 미친년아!! 야! 너 지금 듣고 있지?!”

장비를 정비하던 박지현이 성큼성큼 다가왔다. 그녀가 나예정에게 무전기를 빼앗아 바닥에 집어 던졌다. 그리고 발꿈치로 콰직 짓뭉갰다.

“나예정 씨, 힘 빼지 마세요. 이미 안 하기로 마음 먹은 거 같은데.”

박지현이 초췌해진 안색으로 포션을 입에 흘려 넣었다. 바닥에는 텅 빈 유리병이 아무렇게나 굴러다녔다.

나예정이 신경질적으로 머리카락을 헝클어트렸다. 그녀가 톡 쏘아붙였다.

“그만하라고요? 이렇게 해서 합격이나 할 거 같아요?!”

4명이 해야 할 일을 3명이 분담하게 됐다. 빈자리가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방금도 한 마리 놓칠뻔한 걸 겨우 막아냈다.

시간이 지날수록 어려워지는 시험 구조상, 앞으로 추가 점수는커녕 불합격부터 걱정하게 생겼다.

방법은 오직 하나뿐이었다. 한유정이 돌아와야만 한다.

“시험 시작부터 잠수탄 사람을, 어떻게요?”

박지현의 물음에 나예정이 입을 다물었다.

[곧 6차 웨이브가 시작됩니다.]

[준비해주세요.]

박지현이 방패를 땅에 박으며 게이트 쪽을 노려봤다.

*

[몬스터가 포인트에 도착했습니다. 점수가 하락합니다.]

[점수가 하락합니다.]

[점수가 하락합니다.]

[점수가 하락합니다.]

.

.

.

막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7차 웨이브부터 몬스터들을 몇 마리씩 놓치기 시작하더니, 결국 9차 웨이브부터는 점수 획득에 실패했다.

“으아아아아아!!”

박지현이 고함을 내질렀다. 몰려있던 몬스터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쏠렸다.

파도에 집어 삼켜지는 배처럼 순식간에 박지현의 몸이 휩쓸렸다. 그녀가 방패와 칼을 휘저으며 몬스터들을 때렸다.

전투라기보다는 마치 개싸움 같았다.

칼을 휘두를 간격은 부족했고, 물러날 공간은 막혀있었다.

반대쪽을 막던 유망주 김은정도 사정은 똑같았다.

그렇게 둘이 버티고 서있는 사이.

멀리서 지켜보던 나예정이 염동술로 몬스터들을 하나씩 처리했다. 코에서 피가 주륵 흘렀다. 능력의 과부하로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

그래도 멈출 수 없었다.

[score: 327]

1차 시험에서 받은 1,935점이 벌써 327점까지 하락했다.

결국 후반에는 밀릴 수밖에 없다. 스테이지가 올라갈수록 난이도도 함께 상승하기 때문이다.

얼마나 늦게 점수 하락 구간을 만나냐가 주요 쟁점이었다.

그런데 앞 스테이지부터 점수를 몽땅 깎아 먹었다.

솔직히 이제 와서는, 한유정이 참가한다고 어떻게 될 거 같지도 않았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몬스터들을 죽일 뿐이었다.

털썩.

나예정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한계가 찾아왔다. 염동술이 발현되지 않았다.

[몬스터가 포인트에 도착했습니다.]

[점수가 하락합니다.]

[score: 327 ­> 293]

몬스터들이 전사들을 넘어서 중앙의 포인트로 향했다.

[점수가 하락합니다.]

[score: 293 ­> 182]

[점수가 하락합니다.]

[score: 182 ­> 77]

.

.

.

[점수가 하락합니다.]

[score: 77 ­> 0]

[과락입니다.]

나예정이 허탈하게 웃었다.

이제 고작 9차 웨이브였다. 스테이지가 총 20단계까지 있었는데 반절도 안 와서 과락이 났다.

아직 열심히 막고 있는 유망주들도 시간문제였다. 몬스터 몇 마리 더 들어가면 그대로 과락이다.

‘9 스테이지부터 상황이 이따구인데 뭘 어떡하라고?’

전부 끝났다.

쌔에에에에에에엑!

그때, 멀리서 바람을 찢는 소리가 들렸다. 태양을 등진 검붉은 색 유성이 가까이서 날아가고 있었다.

“……뭐야, 시발.”

나예정이 당황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불길한 기운이 물씬 풍겼다. 진득한 살기에 목이 베일 것만 같았다.

쌔에에에에에에엑!

날아가던 유성이 갑자기 방향을 틀어 중앙의 포인트로 내리꽂혔다. 굉음과 함께 빛이 폭발했다.

번쩍!

“으아악!”

바람이 한차례 사방으로 퍼졌다. 옷이 거칠게 펄럭였다. 나예정은 먹먹해진 귀를 부여잡았다. 그녀가 중앙의 포인트를 바라봤다.

피슈우웃──!

몬스터들의 머리가 터졌다. 사방에서 머리를 잃은 목이 피 분수를 뿜었다.

기괴한 광경이었다. 좀 전까지 서 있던 몬스터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바닥에 쓰러지는 모습은.

코끝에 비릿한 혈량이 스며든다.

뚝, 뚝.

하늘에서 비가 떨어졌다. 나예정은 이마에 묻은 찐득한 액체를 손등으로 닦았다.

“피…?”

그녀가 문득 고개를 돌렸다. 소녀가 서 있었다.

한유정.

그녀였다.

치덕치덕 떨어지는 핏줄기 속에서 붉은 안광이 귀화처럼 불타오르고 있었다.

나예정은 숨도 쉬지 못하고 그녀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한유정이 나예정과 시선을 마주쳤다.

담담하고 무심한 눈빛. 나예정은 목에서 무언가 울컥 치솟는 걸 느꼈다.

“너, 너, 뭐 하는 새끼야? 여태까지 어, 어딨다가 대체…!”

한유정이 피에 젖은 머리를 쓸어올렸다.

조그만 입술이 열렸다.

“이제 다들 멘탈 잡고 해보죠.”

&

태산 길드 매니저는 나를 시험장 근처 카페로 데려갔다. 창가 자리에 앉아 커피를 받았다.

이 양반이 진짜 웬일이래?

떨떠름하게 아메리카노를 받아 마셨다. 혀끝이 쓰다.

호텔 근처 카페에서 만났을 때를 떠올려봤다.

그때는 맞은편 자리에 앉자마자 꺼지라고 날 선 반응을 보였지.

그런데 지금은 자기가 먼저 커피를 사겠다며 날 자리에 앉히고 있다.

무슨 꿍꿍이가 있나?

“뭘 그렇게 경계하고 있어? 안 잡아먹으니까 눈썹 풀어.”

내가 마음 놓을 수 있겠냐?

원래 맞은 사람은 오랜 시간 잊지 않는 법이다.

찡그려진 눈썹을 꾹꾹 누르며 물었다.

“굳이 카페까지 데려오고, 무슨 일입니까?”

내 물음에 매니저가 어깨를 으쓱인다.

“친목 도모.”

“친목 도모요?”

매니저의 얼굴을 살폈다. 농담하는 기색은 아니었다. 얼마나 봤다고 그런 거까지 구분하겠냐마는.

“왜? 내가 이런 말 하니까 안 믿겨?”

“그럼 믿기겠어요? 옆집 살인마가 떡 들고 찾아오는데 문 열어주는 게 이상한 거지.”

“새끼, 표현하고는... 이거 보면 믿겠네.”

매니저가 주섬주섬 품속에서 명함을 꺼내 건넸다.

어차피 쓰레기통에 직행할 거, 종이 아깝게 왜 주는 건가 싶었는데….

명함을 확인한 나는 눈을 깜빡였다.

이게 왜 저 사람 손에 있어?

[바스타드 소드]

[대표 한예림]

한예림 명함이잖아?

“예림… 우리 길드 쪽 대표님 만났어요?”

“그래.”

매니저가 빨대로 휘핑크림을 휘휘 저으며 말했다.

“한예림 대표한테 스카웃 제의받았다.”

“네?”

“새로 개설하는 헌터 매니지먼트팀 맡아볼 생각 없냐 묻더라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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