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급들이 내게 집착한다-3화 (3/112)

〈 3화 〉 이지아 (3)

* * *

으득. 으드득.

이지아가 초조하게 손톱을 물어뜯으며 핸드폰을 들여다봤다. 그녀는 김현우와 헤어진 뒤 카페 바스타드 앞에서 한 걸음도 떠나지 않았다.

도저히 떠날 수가 없었다.

전날 밤에 느꼈던 홀가분함. 떠오르지 않는 잡념들을 잊을 수가 없었다. 모르면 모르는 대로 지나갔겠지만 한 번의 경험이 모든 걸 뒤바꿔버렸다.

평생을 장애로 살던 사람이 팔다리를 얻은 것처럼.

장님이 한순간 눈을 뜬 것처럼.

찰나의 ‘평범’이 이지아에게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마약으로 다가왔다.

이지아는 곰곰이 생각해봤다. 감정의 기복이 꺼진 순간 어떤 게 특별했는지. 한 가지밖에 없었다.

카페 바스타드.

뭔지는 몰라도 이 카페만의 특별한 무언가가 심신을 안정시켜준 것이다. 이지아는 새벽부터 아침까지 문 옆에 쪼그려 앉아 개점을 기다렸다.

“오늘도 지겨운 장사를 시~작해볼까아~”

남자의 흥얼거림. 카페와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지아의 고개가 번쩍 올라갔다. 가게 문을 열던 남자가 이지아를 발견하고는 기겁했다.

“히이익! 다, 당신 뭐야!?”

“사장님이세요?”

이지아가 불쑥 물었다.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이지아를 경계하며 대답했다.

“예. 카페 사장인데요.”

“무, 문 좀 열어주세요.”

“예? 손님, 영업시간은 아직 30분이 남아…….”

“빨리요!”

“헉!”

이지아의 위압감에 사장은 저도 모르게 문을 열어줬다. 이지아가 거칠게 사장을 밀치고 들어갔다. 그녀가 초조하게 손톱을 잘근잘근 씹으며 카페 내부를 서성거렸다.

상태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이지아가 사장에게 주문했다.

“카푸치노. 사이즈는 그란데. 디저트로 케잌. 매장에서 먹을 거고 할인은 필요 없어요.”

이지아의 무례함에 열이 뻗친 사장이 소리 질렀다.

“이보쇼! 아무리 손님이라도 이렇게 막무가내로 날 대할 권리가…….”

사장의 말끝이 조금씩 사그라들었다. 선글라스 너머로 이지아의 시선이 흉폭해졌다. S급 헌터의 기세. 사장 눈에는 이지아의 눈매가 보이지 않았지만 분위기는 충분히 읽을 수 있었다.

꿀꺽.

사장이 침을 삼켰다. 목울대가 크게 움직였다.

“……어쩌면 있을 수도 있겠군요. 조금만 기다려주십쇼. 바로 뽑아오겠습니다. 헤헵.”

커피와 디저트는 금방 나왔다. 이지아가 커피를 마셨다. 손이 덜덜 떨렸다. 사장이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이지아를 쳐다봤다.

‘손을 왜 저렇게 떨어? 약쟁인가? 하는 짓이 평범한 사람 같지는 않은데.’

커피를 마시던 이지아가 갑자기 울먹거렸다. 사장이 당황했다. 부탁하다가 화내다가 울다가 지랄도 풍년이었다.

“아니야……. 이게 아니야……. 뭐가 다른 거지?”

*

트레이너와의 대화 이후 집에서 한참을 뒹굴거리다 나도 모르게 잠들었다. 많이 피곤한 모양이었다. 잠에서 깨어나 핸드폰을 보는데 문자가 수십 통이 와있었다.

[창식이형: 야 매장에 이상한 손님 왔다.]

[창식이형: 오늘 출근 가능하냐?]

[창식이형: 야야야야야야야야야야야야야야야야야야]

[창식이형: 현우야, 한 번만 들려줘 제발]

[창식이형: 시프트 또 빼줄게.]

[창식이형: 그냥 니가 형할래? 형 시켜 줄게. 현우 형 나 한 번만 도와줘. 제발.]

“뭐야?”

진상이라도 있나 보다. 무시하고 스마트폰을 침대에 던졌는데 문자가 왔다. 이번엔 사장이 아니라 박지영이었다.

[지영이: 오빠 지금 어디예요?]

[지영이: 이상한 손님이 있는데 지금 8시간째 매장에서 안 떠나고 있어요.]

[지영이: 오늘 출근하시면 안 돼요??]

[지영이: 나중에 제가 대신 시프트 들어갈게요.]

[지영이: 제발요!]

[지영이: 오빠 와ㅃ 오빠 오빠 오빠와빠]

[지영이: 좀 도와달라고!!!]

오늘의 진상 손님은 만만찮은가 보군. 하지만 나도 오늘은 도저히 일할 기분이 아니었다.

[나: 오늘은 안됩니다. 두 분이 해결하세요. 진상 올 때마다 저 부를 거에요?]

문자를 보내자마자 사장한테 전화가 왔다. 나는 핸드폰의 전원을 꺼버렸다.

*

­지금 거신 전화는 전원이 꺼져있어 소리샘으로…….

사장이 혀를 찼다.

“이 자식 전화 꺼버린 거 같은데?”

“예?”

박지영이 이마를 짚으며 주저앉았다. 마지막 희망이 사라졌다.

까득. 으드득.

카페 한구석에서 들려오는 소름 끼치는 소리. 사장과 박지영이 카운터석에서 고개만 빼꼼히 내밀었다. 그들의 시선은 여자에게 향했다. 이지아였다. 그녀가 작게 중얼거렸다.

“뭐가 문제지? 장소가 중요한 게 아니었나? 그럼 시간인가?”

시선을 느낀 이지아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사장과 박지영이 히익 비명 지르며 카운터석 밑으로 숨었다.

“사, 사장님. 경찰 불러야 하는 거 아니에요?”

“야, 말도 마라. 단순 경고로 끝날 텐데 가게에 앙심이라도 품으면 어떡해?”

박지영의 머릿속에 뉴스 기사가 스쳐 지나갔다.

[불친절한 카페 직원에게 앙심을 품은 신원미상의 여자가 칼을 휘둘러 종업원 한 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박지영이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극단적인 상상 같았지만 풍기는 분위기로 보아서는 그보다 더한 일도 할 거 같았다.

“그, 그럼 신고는 안 되겠네요.”

“현우 그 자식만 왔어도 어떻게든 됐을 거 같은데.”

확실히.

박지영도 김현우가 있었다면 저 이상한 여자도 쉽게 진정할 거라는 막연한 믿음을 가졌다.

김현우만 나서면 모든 진상들이 순한 양으로 변했다. 마법 같은 일이었다.

“그럼 현우 오빠가 없는 우린 뭘 할 수 있죠?”

“우린 쓸모가 없어. 가서 손님 커피나 가져다드려라, 지영아.”

“예?”

사장이 손가락으로 이지아를 가리켰다. 이지아가 카운터석으로 오고 있었다. 박지영이 옆을 보니 사장은 어느새 도망가고 없었다.

“아, 제발….”

박지영이 어색하게 웃으며 응대했다.

“무,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

눈을 뜨니 어딘가 상쾌한 기분이었다. 커튼 사이로 비추는 햇살은 따스하고 창문 밖의 참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는 정겨웠다.

느낌이 확 왔다. 이 느낌이 뭔지는 26년간의 지난 삶을 통해 확신할 수 있었다.

지각이었다.

다급히 일어나 시계를 봤다. 9시 15분. 늦어도 한참 늦었다. 빌어먹을, 알람은 왜 안 울렸지?

맞다, 핸드폰 꺼놨었지.

“우아아아아악!!”

빠르게 외출 준비를 마친 나는 택시를 탔다. 핸드폰의 전원을 켰다.

우우웅. 우우웅. 우우웅.

진동이 격하게 울렸다. 사장의 전화였다. 얼른 전화를 받았다.

“형, 죄송해요. 어제 핸드폰 꺼둔 상태로 잠들어서 늦게 일어났어요. 지금 택시 타고 가고 있으니까 20분이면 도착할 거에요.”

현재 상황을 빠르게 설명했다. 핸드폰도 꺼놓고 지각을 하다니.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아무리 성격 좋은 사장이라도 뭔가 크게 한 마디쯤 할 거라 생각했었는데 의외의 대답이 들려왔다.

­아니야, 현우야……. 살아있으면 됐어……. 그래, 20분이면 오는 거 맞지……?

“예? 예예.”

기운 빠진 목소리였다. 밝은 성격 하나가 장점인 양반이 어째 이렇게 김이 빠져있지?

­오빠, 빨리 좀 와줘요…….

작게 박지영의 목소리도 들렸다. 역시 흐느적거리는듯한 목소리였다.

“무슨 일 있어요?”

­설명하기 복잡하니까 오면 말해줄게.

“예, 금방 갈게요.”

출근 시간대는 이미 지나서인지 택시는 예상보다 일찍 도착했다. 멀리서부터 카페가 보인다. 빠르게 달렸다.

“현우야! 야, 인마!”

“오빠!”

사장과 박지영이 가게 문 앞에서 손을 흔들며 격하게 반겼다. 지각한 건데 왜 저렇게 좋아해?

“뭐야? 무섭게 왜들 그러세요? 무슨 일이라도 있어요?”

박지영의 어깨가 움찔 떨렸다. 사장이 파릇파릇 솟아난 턱수염을 긁적였다.

“어제 이상한 손님이 왔는데 말이야.”

“진상이요?”

“아니, 진상은 아닌데……. 아무튼 좀 이상해.”

“그 손님이 왜요?”

사장이 자신의 시계를 검지로 톡톡 쳤다.

“어제 오픈 시간에 와서는 오늘까지 안 나가고 계신다.”

“네?”

깜짝 놀라 외쳤다. 24시간 동안 카페에 있었다고? 그러고 보니 둘 다 다크서클이 턱밑까지 내려와 있었다. 퇴근도 못 하고 같이 있었던 건가.

“또라이 아니에요? 경찰에는 왜 신고 안 했어요?”

“그, 좀 상태가 많이 이상해 보이셔서…….”

사장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옆에서 답답하다는 듯 쳐다보던 박지영이 끼어들었다.

“오빠도 보면 알 거예요. 완전 미친년처럼 행동해요. 사장님이 우리 찔러 죽이면 어떡하냐고 무서워서 신고는 하지 말랬어요.”

“야!”

얼굴이 벌겋진 사장이 빽 소리 질렀다.

“그렇게까진 말하지 않았어, 내가!!”

“그러셨잖아요!”

잠을 자지 못해 신경이 날카로운 모양이었다. 으르렁대는 둘을 밀치고 문손잡이를 잡았다.

“그래서, 아직 형이 말한 이상한 손님 안에 있는 거죠?”

사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날 그렇게 격하게 반긴 거군. 어제 전화를 꺼버린 게 조금 미안해졌다.

솔직히 이 정도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진상도 정도가 있지.

사장이 바그다드와 헷갈려서 이름을 잘 못 지은 카페 바스타드를 빙다리 핫바지로 본 모양인데, 그 생각을 고쳐먹게 해주지.

“둘 다 따라와요.”

문을 열고 당당하게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카페 내부를 훑었다. 손님은 한 명뿐이었다.

까득. 까드득.

손톱을 물어뜯는 손님이 보였다. 당당하게 걷던 내 발걸음이 테이블 앞에서 멈춰 섰다.

“손님, 저하고 잠깐 얘기 좀 나누시죠.”

일부로 고압적으로 말했다. 손님의 고개가 끼기긱 돌아갔다. 한 마디 쏘아붙이려던 내 말문이 막혔다. 손님의 얼굴이 익숙하기 때문이다. 이지아였다.

“어어? 지아 씨? 왜 여깄어요?”

전부 정리한다고 하지 않았나. 카페는 왜 또 와있어?

이지아가 멍하니 나를 쳐다봤다. 눈물이 또르륵 볼을 타고 턱밑으로 떨어졌다. 뒤에서 사장과 박지영이 숨을 헉하고 들이마시는 소리가 들렸다.

사장이 내 등에 속삭였다.

“현우야, 아는 분이냐?”

말하기 애매했다. 뭐라 대답할까 고민하고 있으니 몇 번인가 달싹거리던 이지아의 입이 열렸다.

“다, 당신이었어…….”

“예?”

이지아가 선글라스를 벗어재꼈다. 깜짝 놀란 박지영이 새된 비명을 질렀다.

“이, 이지아!!”

이지아가 비틀비틀 내게 다가왔다. 혼탁하던 눈빛이 새파랗게 빛났다. 그녀의 눈동자 속에 삶에 대한 열망이 파도처럼 퍼져나갔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길잃은 여행자처럼. 무언가를 끝없이 갈망하던 사람이 목적을 이루었을 때 느끼는 환희처럼.

그녀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카페가 아니라 당신이었던 거야.”

* * *

나는 이지아와 테이블에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사장에게 들었던 이지아의 상태가 심각했기 때문이다.

숙덕숙덕.

멀리서 우릴 바라보며 숙덕거리는 사장과 박지영이 시야 한 편에 아른거렸지만 무시했다.

“그러니까, 지아 씨는 원래 자살을 하려 했던 거네요?”

이지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에게 듣기로 마지막으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싶었다고.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덕분에 나를 만나 자살에 대한 생각을 버렸지만 헤어지고 나서는 전보다 더 충동을 억누를 수가 없다고 했다.

“처음에는 카페가 주는 편안한 분위기 덕분에 그런 줄 알았어요. 그런데 여전하더라고요.”

그래서 카페 문이 열릴 때까지 기다린 거군.

“그다음에는 시간대가 문제인가 싶어서 새벽까지 기다렸어요.”

이지아가 미안한 눈빛으로 사장과 박지영을 쳐다봤다. 덕분에 둘이 지금까지 퇴근하지 못했다.

눈이 마주친 박지영이 호들갑을 떨었다. 이지아가 살포시 웃으며 손을 흔들어줬다.

“……변명이지만 저도 앞뒤 가릴 상황이 아니었어요.”

머쓱해 하는 이지아를 보면 정말 조금 전의 모습이 진짜였나 헷갈리기도 했다. 평범한 사람과 다를 바 없는 지성인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시간도, 장소도 아니란 걸 알고 많이 힘들었죠. 슬슬 포기할 참에 현우 씨가 온 거에요.”

그리고 이지아도 눈치챈 것이다. 자살 충동을 억제한 원인이 누구인지. 바로 나였다.

이지아가 상체를 내 쪽으로 숙였다. 그녀가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하듯 입가를 손으로 가렸다.

“현우 씨, 각성자시죠?”

나는 떨떠름하게 대답했다.

“네, 뭐…….”

이제 와서 숨길 이야기도 아니지. 이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해답이었다.

“역시!”

이지아가 손뼉을 치며 아이처럼 기뻐했다. 그녀가 물었다.

“혹시 어떤 능력인지 알 수 있을까요?”

이지아의 눈동자가 기대감에 반짝였다. 이거 말하기 쑥스럽네. 이지아는 S급헌터였다. 별 볼 일 없는 능력이다 보니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 거처럼 느껴졌다.

“그, 마음의 평화라고 하는 능력인데 주변 사람들의 심신을 진정시켜줘요.”

“조건 발동인가요? 액티브면 따로 쿨타임이나 지속시간은 어떻게 되죠?”

“아뇨, 따로 쿨타임이나 지속시간은 없을 거예요. 조건은 그냥 제 주변에만 있으면 돼요.”

“……!”

이지아의 눈에 무언가 스쳐 지나갔다.

올 때마다 5만 원씩 쓰는 단골손님을 바라보는 카페 사장의 눈빛 같았다. 이지아는 한참을 고민했다. 그녀가 입술을 우물거리다가 겨우 말문을 열었다.

“저, 현우 씨.”

“네?”

“혹시 저하고 같이 일해보실 생각 없으세요?”

말을 꺼낸 이지아가 초조하게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거절할까 봐 전전긍긍하는 모양새였다.

근데 일이라면 무슨 일을 말하는 거지?

호기심이 동해 물었다.

“무슨 일인데요?”

마침 헌터도 불가능하다고 못 박힌 참이라 앞으로의 일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관심을 가지자 이지아의 안색이 환해졌다.

“그냥 저하고 같이 있어 주시기만 하면 돼요!”

흥분한 이지아가 외쳤다.

“헉!”

“어머!”

멀리서 들리는 감탄사. 힐긋 시선을 돌리니 박지영이 손뼉으로 사장의 팔뚝을 마구 때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상한 오해를 산 모양이었다.

“무슨 일인지 전혀 감이 안 잡히네요.”

“말 그대로예요. 현우 씨의 능력은 근처에 있기만 해도 발동 가능하다고 했죠?”

“네.”

“스포츠 구단에서 고용하는 멘탈케어 코치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이제 무슨 말 하는지 알겠군.

즉, 이지아는 내가 없으면 일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감정의 기복이 심해지기 때문에 옆에 붙어있어 달란 것이었다.

나는 고민에 빠졌다.

직업의 비전은? 이지아의 우울증이 치료되면 나는 쓸모없어진다. 그때 가서 이지아와 일했단 것 말고 내게 남는 것은 무엇이지?

잠깐의 침묵. 이지아는 그 침묵이 못내 불안했었나 보다. 그녀가 다급하게 덧붙였다.

“차, 차, 참고로 월급은 이 정도예요!”

이지아가 핸드폰 계산기에다가 숫자를 입력해 보여줬다.

“…!”

말문이 턱 막혔다. 저거 무슨 숫자야. 월급 맞아? 연봉 아니야? 연봉이겠지? 연봉이어도 너무 많은데? 하지만 방금 월급이라고 했잖아.

내 눈치를 보던 이지아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 적나요…?”

방금 그게 적냐고 물은 건가?

뭔 개소리야?

“그럼 이건…….”

이지아가 숫자를 고쳤다. 더 늘어났다.

“……!!!”

“월급은 이 정도고 숙소하고 차량도 지원해드려요. 아무래도 연차는 불가능하겠지만 일은 편하실──”

지금 연차 없는 게 중요해?

비전? 그딴 건 내 머릿속에서 날아간 지 오래였다. 어떤 일을 평생 하더라도 이거 보단 적게 벌 거다.

나는 이지아의 손을 낚아채듯 잡았다.

“합니다!”

“네, 넷?”

“까짓거 한다구요! 출근은 언제부터죠? 잘 부탁드립니다, 사장님!”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