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F급 힐러가 랭킹 1위가 되어 버렸다-194화 (194/200)

제194화.

프랑스의 성녀, 아델라이트.

그녀가 내건 조건은 ‘유은영’말고도 하나 더 있었다.

‘나.’

지화자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타국에서 그녀를 눈독 들이는 건 꽤 자주 있는 일이었지만.

‘이번에는 조건을 너무 강하게 불렀단 말이지.’

센터에서 받는 연봉의 세 배를 주겠다니.

‘더욱이 훗날 받을 연금의 두 배를 주겠다니.’

누구라도 혹할 조건이었다.

하지만 지화자는 거절했다.

유은영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하다못해 작년에 프랑스가 저런 조건을 내걸었으면 좋다면서 갔을거다.

한국에 정 붙일 곳이라고는 전혀 없었으니까.

0팀의 팀원들간은 서로 서먹서먹한 사이였고, 더욱이 이 나라에서 자신을 좋아해주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자신을 볼 때마다 ‘지유화’란 이름 석 자를 꺼내들기만 했었지.

“나도, 참.”

지화자가 픽 웃고는 프랑스가 건넨 제안은 잊기로 했다.

유은영이 아델라이트를 따라 프랑스로 간다고 하면 다시 생각할 일이라고 여기면서 말이다.

그렇게 우종문을 만나러 가고자 걸음을 옮기려는데.

“아.”

앞을 막고 있는 남자의 모습에 멈추게 되었다.

“…조수현 팀장님.”

조수현이 당황한 듯 허둥거리다 이내 꾸벅 고개를 숙였다.

“지화자 팀장님, 안녕하십니까?”

“네에, 뭐.”

지화자가 머쓱하게 목 언저리를 긁고는 물었다.

“퇴원하셨나 보네요?”

조수현은 지유화에게 조종을 당한 후유증으로 병원에 입원하게 됐다.

또한, 지유화와 관련하여 여러 조사를 받느라 복귀가 늦어졌다.

‘그런 이유로 돌아오는데 더 걸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빨리 돌아왔다.

어쨌거나 지화자의 물음에 조수현은 대답했다.

“네, 오늘부터 다시 출근하게 됐습니다. 한창 바쁠 때 도움을 드리지 못한 것 같아 죄송합니다.”

“그러게 유은영 씨한테 치료를 받지 그랬어요?”

하지만 조수현은 거절했다.

자신이 저지른 짓에 대한 고통을 눈 녹듯이 씻어버릴 수는 없다고말이다.

“죄송합니다.”

다시 한 번 더 사과를 건네는 말에 지화자가 짧게 혀를 찼다.

조수현.

그와 친해질 일은 앞으로도 영영 없을 듯했다.

그렇게 지화자가 그를 지나쳐가려는데.

“유화는…….”

조수현이 그녀를 붙잡았다.

그가 멈춰선 지화자를 향해 조심스럽게 물었다.

“지유화는 죽었습니까?”

“네.”

지화자가 고민도 앖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물었다.

“지유화가 죽었다는 거, 들으신 줄 알았는데요.”

“네, 그렇습니다.”

조수현이 두 눈을 낮게 내리깔며 중얼거렸다.

“믿고 싶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하!

지화자가 실소를 터트린 후, 조수현을 향해 성큼 다가섰다.

“조수현 팀장.”

그녀는 당장에라도 조수현의 멱살을 잡으려는 듯, 날 선 목소리를 뱉어냈다.

“당신의 그런 마음 때문에 지유화가 다시 살아난 거였습니다.”

조수현의 두 눈이 살짝 떨렸다.

그가 내비친 동요를 놓치지 않고 지화자가 목소리를 높였다.

“지유화를 잊지 못하는 그 마음때문에!”

조수현이 흠칫 몸을 떨었다.

지화자는 차분하게 호흡을 가다담은 후 말했다.

“그 빌어먹을 언니가 살아나서 도시를 파괴한 거라고요.”

조수현이 금붕어처럼 입을 뻐금거리다가 이내 고개 숙였다.

그런 그를 향해 지화자가 입을 열었따.

“잊으세요.”

지유화란 이름 석 자를.

“이제 가슴 속에 영영 묻어두는 게 좋을 겁니다.”

한참 후, 조수현은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그럴 수 없을 것 같다는 것에 대한 사과인지, 아님. 그러지 못했던 것에 대한 사과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지화자는 짧게 혀를 찬 후 조수현한테서 몸을 돌려버렸다.

그와 계속 얼굴을 마주했다가는 주먹이 날아갈 것 같았다.

마음 같아서는 그러고 싶었지만.

‘안 돼.’

지화자는 그렇게 조수현을 뒤로 하며 우종문에게로 떠났다.

하지만 그녀가 알지 못하는 게 하나 있었으니.

“와우.”

그 모습을 0팀의 누군가가 보고 있었다는 거다.

***

“빅 뉴스에요!”

“맞아, 빅 뉴스야!”

리아와 라이가 호들갑을 떨었다.

지화자가 사무실을 나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카페에 가고 싶다며 나갔었다.

그런데 돌아와서 한다는 소리가.

“지화자랑 수현 오빠가 싸웠어!”

라니.

“그게 무슨 소리에요?”

유은영이 놀란 눈을 보였다.

“두 사람이 싸웠다니요?”

물론, 그간의 사이를 생각해보면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조수현 팀장님이 지화자 씨랑 싸우거나 그러지 않을 것 같은데.’

조수현은 지화자가 공격한다면 그대로 맞을 사람이었다. 더욱이 밖에서는 아무런 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누가 고함을 지른 것 같지만.’

지화자가 떠난 후, 사무실이 잠깐 소란스러워졌기에 잘못 들은 거라고 생각했다.

‘잘못 들은 게 아니었던 걸까?’

유은영이 멋쩍게 뺨을 긁적인 후 리아와 라이에게 물었다.

“지화자 팀장님이랑 조수현 팀장님이 뭐 때문에 싸우셨는데요?”

“그건 몰라!”

“화자 누님이 갑자기 수현 형님의 멱살을 잡더라고요!”

“그대로 때리는 줄 알았는데 놓아줬어!”

에이, 뭐야.

“서로 싸우신 게 아니잖아?”

가하성이 유은영의 마음을 대변해줬다. 리아와 라이는 그 말에 불퉁하게 두 뺨을 부풀렸다.

“싸운 거 맞아!”

“그것도 여자 문제로요!”

“여자 이름이 나왔거든!”

그에 하태균이 호기심을 보였다.

“조수현 팀장님께서 유은영 씨를 좋아한답니까?”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유승민이 버럭 소리 질렀다.

“암만 조수현 팀장님이라고 해도 우리 은영이는 못 넘깁니다!”

“오빠야말로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조용히 입 다물고 있어!”

그러고는 말했다.

“하태균 씨도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조수현 팀장님이 저를 왜 좋아해요!”

그에게는 좋아하는 사람이 따로 있었다.

지유화.

한때 결혼까지 약속했던 그녀를 그는 여전히 잊지 않고 있었다.

물론, 지유화한테 크게 뒤통수를 얻어 맞기는 했지만.

‘조수현 팀장님 성격에 그렇다고 그 인간에 대한 마음이 바뀔 것 같지도 않으니.’

암만 생각해도 지화자는 지유화와 관련하여 조수현과 한바탕 말싸움을 한 모양인 듯 했다.

“그보다 조수현 팀장님, 복귀한 모양이네요.”

“그런 모양이에요.”

유은영이 가하성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준 후 생각했다.

‘괜찮으시려나?’

당연히 걱정하는 대상은 조수현이 아닌 지화자였다.

‘기분 많이 상하셨을 것 같은데.’

조수현과 한바탕 일을 치를 때마다 지화자의 기분은 한없이 조저했었다.

분명 그랬었다.

유은영이 그 사실을 깨닫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은영아?”

어디 가냐는 듯 유승민이 그녀를 불렀다. 유은영이 겉옷을 챙겨입고는 말했다.

“카페테리아.”

“나도 갈래!”

“저도요!”

리아와 라이가 손을 들었다.

두 사람은 안 그래도 그곳에 갈 생각이었다. 당장 그러려고 사무실을 나갔다 돌아온 리아와 라이였다.

하지만 유은영은 고개를 저었다.

“볼 일이 있어서 가는 거라서요. 같이 가는 건 어려울 건 같아요.”

리아와 라이가 불퉁하게 입술을 삐죽였다. 토라진 그 모습에 유은영이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대신, 돌아오는 길에 리아 씨와 라이 씨가 마시고 싶어하는 음료 사올게요.”

“진짜? 그럼, 나 딸기 스무디!”

“저는 초코 프라페요!”

“네, 알겠어요.”

유은영이 리아와 라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후 사무실을 나섰다.

그렇게 문을 닫기 전.

“다른 분들은요?”

“괜찮습니다.”

“저도요.”

하태균과 가하성이 사양했으나.

“은영아, 나는!”

유승민은 번쩍 손을 들었다.

동생이 사주는 음료를 마시고 싶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유은영은 사무실 문을 닫아버렸다.

“…….”

유승민이 그대로 얼어붙었다.

가하성과 하태균이 애잔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봤다.

어쨌거나 유은영은 로비의 카페테리아로 내려가며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 * *

[유은영] : 보고 끝나면 카페로 잠시 내려오세요.

지화자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우종문과의 이야기를 끝낸 후 휴대폰을 확인하니 유은영으로부터 메시지가 와있었다.

“카페?”

카페는 갑자기 왜?

도대체 무슨 바람이 불어서 카페에서 만나자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지화자는 로비로 내려갔다.

잠시나마 업무에서 손을 놓을 수 있다면 뭐든 좋았다.

그렇게 로비의 카페테리아에 도착한 지화자는 그대로 입을 쩍 벌리게 됐다.

“왔어요?”

유은영이 앉아있는 자리에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디저트가 구비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지화자가 당황하여 물었다.

“언니, 이게 다 뭐야?”

“기분 나쁘거나 할 때는 단 게 최고잖아요.”

“그렇기는 한데…….”

자신이 우종문과 만나는 사이, 유은영한테 기분 나쁜 일이 생겼던 건가?

지화자가 데굴데굴 두 눈을 굴릴 때, 유은영이 그녀에게 자리를 권했다.

“어서 앉아요. 지화자 씨 때문에 시킨 건데 한 입 하셔야죠.”

“이게 다 나 때문에 시킨 거라고?”

“네.”

유은영이 지화자의 손에 손수 포크를 쥐여 주고는 말했다.

“조수현 팀장님이랑 한바탕하셨다면서요?”

“조수현이랑?”

“네, 아니에요?”

“맞기는 한데…….”

지화자가 떨떠름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괜찮은데?”

“네?”

“조수현이랑 한바탕한 건 맞지만 괜찮다고.”

그러면서 지화자는 치즈 케이크 조각을 먹기 좋게 덜었다.

“내가 조수현이랑 한바탕한 걸 도대체 누구한테 들은 건지 모르겠지만, 그 자식이랑 붙은 게 한두 번 있는 일도 아니고.”

지화자가 사르르 녹는 치즈 케이크의 맛에 활짝 웃으며 말했다.

“나는 괜찮아.”

정말로 괜찮아 보였다.

“뭐, 그래도 나를 위해 이렇게 디저트를 준비해줬다니. 보너스 많이 받았나 봐?”

하긴, S급 힐러이니 특별 보너스 많이 받았을 것 같다고 지화자가 키득거렸다.

유은영은 멍하니 두 눈을 끔뻑거리다가.

“됐어요! 먹지 마요!”

얼굴을 붉히며 소리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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