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3화
아침, 9시.
0팀의 모두가 출근했다.
단, 한 명.
“유은영아, 네 오빠는?”
“승민 형님이 안 보이네요?”
유승민을 제외하고 말이다.
유은영이 리아와 라이의 질문에 웃느며 말했다.
“지금쯤 오고 있을 거예요.”
아마도.
라는 그 말을 삼켰을 때.
“지화자 팀장님, 정말 너무하신 거 아닙니까!”
문이 벌컥 열렸다.
“으, 쓰레기 냄새!”
문이 열리자마자 풍겨오는 썩은 냄새에 리아가 코를 막았다.
다른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승민 형님! 안 씻었어요?! 이게 무슨 냄새에요!”
라이가 얼굴을 찌푸리며 투덜거렸다.
“하하! 유승민 씨, 혹시 출근하는 길에 음식물 쓰레기에 얻어 맞으셨습니까? 참고로 샤워실은 저 쪽입니다!”
하태균은 사람 좋게 웃으며 유승민을 놀렸다.
“수건 빌려드려요? 그러고 보니 옷도 어제랑 똑같은 거 같은데, 옷도 빌려드릴게요.”
가하성은 당장에라도 그를 샤워실에 밀어넣을 것처럼 굴었다.
유승민은 얼굴을 붉혔다.
전봇대 근처에서 일어났을 때, 주변에는 쓰레기가 한가득이었다.
그 냄새가 몸에 배었지만 유승민은 그것들을 씻어낼 생각도 하지 못하고 출근하게 됐다.
출근 시간이 이미 다 된 것도 있었고.
“지화자 팀장님은 어디 계십니까!”
자신을 이 꼴로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 예상이 갔기 때문이다.
유승민이 두 눈을 뾰족하게 뜨고는 사무실을 두리번거렸다. 분명 모두 출근한 것 같은데, 지화자가 보이지 않았다.
“은영아! 지화자 팀장님은?!”
“지화자 팀장님 찾을 시간에 좀 씻는 게 어때?”
유은영이 코를 막고는 말했다.
“가하성 씨께서 옷 빌려준다고 할 때 빨리 좀 씻어.”
“씻을 거야! 지화자 팀장님이라 이야기 좀 나눈 뒤에!”
“나랑 무슨 이야기?”
유승민이 휙 고개를 돌렸다.
그와 눈을 마주친 지화자가 픽 웃고는 코를 막았다.
“냄새.”
“당신 때문이지 않습니까!”
유승민이 목소리를 높였다.
“사람을 그렇게 버리고 가면 어떻게 합니까?!”
“그러게 누가 그렇게 취하래요?”
지화자가 심드렁하게 대꾸하고는 말했다.
“그보다 좀 씻으시죠? 냄새 엄청 나는데. 그렇죠, 국장님?”
국장님?
유승민이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고 보니 지화자의 뒤에 누군가 서있었다.
우종문.
이번에 센터의 국장으로 새로 취임한 그였다. 우종문이 유쾌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어제 0팀이 회식을 했다고 하더니, 유승민 씨께서 많이 달린 모양이군.”
유승민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 그게.”
변명하려는 듯, 금붕어처럼 입을 뻐금거리던 그가 돌연 목소리를 높였다.
“가하성 씨! 수건 좀 빌리겠습니다! 옷도요!”
“네? 아, 네.”
유승민은 순식간에 샤워실 안으로 사라졌다. 많이 당황한 건지, 우종문에게 양해를 구한다는 인사도 없었다.
그에게 대신 양해를 구한 사람은 지화자였다.
“국장님께서 이해 좀 해주십시오. 유승민 씨께서 적잖게 놀란 모양입니다.”
“그런 모양이군.”
우종문이 키득거리며 웃었다.
“어쨌든, 0팀의 분위기가 좋아 보여 다행이군.”
“네에, 뭐.”
지화자가 어물거리며 대답한 후 말했다.
“그럼, 말씀주신 사안은 생각 좀 해보겠습니다.”
“그래, 나는 이만 가보지.”
우종문이 0팀에게 인사는 괜찮다면서 몸을 돌렸다.
그렇게 우종문이 떠나자마자.
“지화자야, 할아버지가 여기까지 왜 온 거야?”
“맞아요! 할아버지 바쁜 거 아니에요?”
리아와 라이가 물었다.
그들 뿐만이 아니라.
“우종문 국장님께서 또 뭘 부탁하신 겁니까?”
“가만보면 우종문 국장님께서도 사람을 은근 굴린단 말이에요.”
하태균과 가하성도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당연히.
“우종문 국장님, 많이 바쁜 것 같더니 그런 와중에 지화자 팀장님께 일을 시킬 여유는 가지고 계시나 보네요.”
유은영도 불퉁한 얼굴로 지화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지화자가 자신에게 궁금하다는 듯 묻는 목소리들에 픽 웃음을 흘렸다.
예전 같았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자신의 팀원들이 저를 걱정하며 이렇게 질문을 던지다니.
“제발, 팀장님께만 일을 시킨 거였으면 하네요.”
물론, 자신을 걱정하는 것보다 늘어날 업무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말이다.
지화자가 가하성의 말을 가볍게 무시하고는 입을 열었다.
“프랑스에서 사람이 올 건가봐.”
“프랑스에서요? 이 시국에?”
모두가 두 누을 동그랗게 떴다.
서울의 복구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
물론, 도시의 기능 대부분을 다시 되찾기는 했지만.
“귀빈을 맞이하기에는 아직 좀 이르지 않나요?”
누군가를 맞이하기에는 시기상조였다. 가하성의 걱정에 지화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야.”
하지만 프랑스 측에서 서울을 복구하는데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고 싶다며 뜻을 밝혀왔다.
무엇보다.
“그쪽에서 보낼 사람이 워낙에 대단한 인물이라 거절하기 쉽지 않은 모양이더라고.”
“프랑스 측에서 보낼 사람이라고 하면…….”
가하성이 목소리의 끝을 흐렸다가 놀란 눈을 보였다.
“혹시, 성녀인가요?”
성녀, 아델라이트.
그녀는 S급 힐러이자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각성자였다.
아델라이트가 구한 사람만으로도 한 국가를 거뜬하게 설립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하던가?
가하성의 질문에 지화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러고는 유은영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아델라이트가 언니를 보고싶어하는 것 같더라고.”
“저, 저를요?”
유은영이 당황하여 물었다.
그녀 역시 아델라이트란 이름은 익히 들어봤기 때문이다.
힐러 중의 힐러.
모든 사람의 선망.
살아있는 성인.
그렇게 불리는 그녀를 같은 힐러인 알지 못할 리가 없었다.
또한.
“언니도 S급 힐러잖아.”
유은영 역시 그녀와 같은 S급 힐러였다.
“그, 그렇기는 하지만요.”
S급 힐러의 수가 적은 편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아델라이트가 자신을 보러 올 거라니!
유은영은 믿을 수 없었다. 그녀와는 다르게 지화자는 못마땅한 얼굴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언니가 안내인 역할을 좀 해줬으면 한다고 요청했어.”
“네? 누가요?”
“아델라이트가.”
도대체 무슨 꿍꿍이인지, 프랑스의 성녀가 유은영의 이름 석 자를 지목하며 말했다.
“유은영 씨께서는 게이트 공략도 여러 번 있다고 하셨죠? 그 분께서 제 경호를 서주셨으면 해요.”
경호는 무슨, 분명 함게 프랑스에 가지 않겠냐면서 꼬드길 생각인 게 분명했다.
다른 사람 같으면 애둘러 거절할 텐데 상대가 아델라이트였다.
한국에 암만 유은영이 있다고 해도 그녀 혼자 부상자를 모두 볼 수는 없었다.
스스로에게 힐을 사용해가며 다친 사람들을 볼 수 있는 것도 이제 한계였다.
‘언니는 괜찮다고 하지만.’
지화자는 알았다. 그녀가 한계에 다다른 것을 말이다.
‘하지만 이제 언니가 나설 일은 별로 없을 줄 알았는데.’
그래서 회식 자리를 가진 것도 있었다.
그런데 아델라이트라니!
지화자가 복잡해지는 머리에 한숨을 푹 내쉴 때였다.
“저는 괜찮아요.”
유은영이 활짝 웃었다.
“아델라이트 님의 말대로 게이트 공략 경험도 여러 번 있고, 사람 지키는 일은 자신있으니가요!”
“사람 고치는 일이 아니라?”
“사람이 물건도 아니고 고친다고 말하지 마세요!”
유은영이 지화자의 말을 고쳐주고는 헤실거렸다.
“혹시, 제가 아델라이트 님을 따라 프랑스에 가는 게 걱정되세요?”
지화자가 물끄러미 유은영을 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 고갯짓에 유은영이 놀란 누을 보였지만 그건 아주 잠시뿐. 이내 그녀가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유은영은 성큼, 지화자의 앞으로 다가와서는 눈웃음을 지었다.
“제가 있을 곳은 여기니까요!”
그러니 안심하라는 듯, 유은영은 지화자의 손을 꼭 잡았다.
지화자가 자신의 손을 잡고있는 0팀의 전담 어시스트 힐러를 물끄러미 보다 픽 웃었다.
“그래.”
그러고는 잡혀있던 손을 빼내어 유은영의 어깨를 두드렸다.
“믿을게.”
“네엡!”
유은영이 활짝 웃었다.
“믿기는 뭘 믿는다는 겁니까?”
유승민이 샤워실에서 나온 건 그때였다. 쓰레기 냄새를 모두 씻어낸 그가 얼굴을 찌푸리며 물었다.
“지화자 팀장님, 우리 은영이한테 또 무슨 일을 시키력고 그러는 겁니까?”
“누가 들으면 제가 언니를 꽤 많이 굴리는 줄 알겠네요.”
“아닙니까?”
“아닌데요.”
지화자가 싱긋 웃어주고는 유은영에게 말했다.
“언니, 유승민 씨 좀 봐줘.”
“오빠는 왜요?”
“저렇게 멀쩡해 보여도 속은 지금 장난아닐 테니까.”
그러면서 지화자는 유승민을 향해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겸사겸사 쓰레기 냄새도 좀 지워주면 좋고.”
“저 이제 냄새 안 나가거든요!”
유승민이 억울하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지만.
“아닌데, 냄새나는데?”
“맞아요! 승민 형님, 아직도 냄새나고 있어요1”
리아와 라이가 코를 막으며 투덜거렸다. 그에 유승민의 얼굴이 다시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부끄럽다는 듯, 수치스럽다는 듯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 그 모습에 지화자가 키득거리며 웃었다.
“그럼, 나는 국장님 좀 만나고 올게. 다들 일 좀 보고 있어.”
“국장님께 전화로 하시지.”
“그러고 싶은데, 그 양반이 워낙 바빠서 내 전화를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
그러니 다녀오겠다며 지화자가 0팀의 사무실을 나왔다.
그렇게 닫힌 문.
지화자가 문가에 머리를 기대고서는 생각에 잠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