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F급 힐러가 랭킹 1위가 되어 버렸다-192화 (192/200)

제192화

지화자와 유은영.

그리고 유승민.

단 셋뿐인 회식 자리가 무르익어갔다. 하지만 그 분위기를 이기지 못하고 취한 사람은 한 명뿐이었다.

“알겠습니까, 지화자 팀장님?! 사람이 그렇게 살지 말란 말입니다!”

유승민.

그가 지화자를 향해 삿대질을 하며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오빠, 미쳤어?!”

유은영이 급히 말리려고 했지만.

“됐어, 언니.”

지화자가 웃으며 말했다.

“보는 재미가 있는데 계속 둬.”

“지화자 씨……!”

하여튼 성격 나쁘다 싶었다.

그런 와중에도 유승민은 지화자의 앞담을 계속 하는 중이었다.

“지화자 팀장님, 당신 때문에 우리 은영이가 고생한 것만 생각하면 아주 속이 타들어갑니다!”

“그렇구나.”

지화자가 심드렁하게 대답하며 유승민의 빈 잔에 술을 따라줬다.

“그만 주세요!”

유은영이 기겁했지만.

“언니, 저 인간 취하게 만든 후 뻗게 만들어야지.”

지화자의 말에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유승민은 지화자가 따라주는 술을 좋다고 받아 마셨다.

“우리 은영이한테 잘해주세요! 저는 이제 곧 돌아가니까!”

“그래?”

지화자가 놀란 눈을 보였다.

“청와대로 돌아가?”

“그럼요.”

유승민이 느릿하게 두 눈을 끔뻑이며 말했다.

“지유화, 그 망할 인간 때문에 벌어진 키메라 건만 정리되면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갈 겁니다.”

그쪽에서 자신이 돌아오기를 두 손 모아 기다리고 있다면서 유승민이 웃었다.

“제가 이렇게 대단한 사람입니다! 물론, 지화자 팀장님께서는 인정하지 않으시겠지만!”

그 말에 지화자가 픽 웃었다.

“유승민 씨께서 유능하다는 건 알고 있는데.”

“거짓말하지 마십시오!”

“정말인데?”

지화자가 유승민의 잔에 다시 술을 따라주며 웃었다.

“유승민 씨가 아니면 해결하기 곤란했던 일도 많았는걸?”

거짓말이지만.

지화자가 뒷말을 삼키며 미소를 그렸다. 유승민은 물끄러미 그녀를 보다 채워진 잔을 단번에 비워버렸다.

“오빠!”

유은영이 기겁하며 그를 불렀다. 그렇지만 유승민은 괜찮다는 듯이 흐느적거리며 유은영에게 손을 흔들어줬다.

아예 이렇게 말하기까지 했다.

“은영아, 오빠 괜찮아.”

전혀 안 괜찮아 보이는데.

유은영이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유승민이 취기를 못 이기고 테이블 위에 뻗어버렸다.

“드디어 뻗었네.”

지화자의 말에 유은영이 기가 차다는 듯 중얼거렸다.

“지화자 씨는 정말 대단하신 것 같아요.”

“칭찬 고마워.”

지화자가 키득거리며 웃고는 말을 덧붙였다.

“그러는 언니도 대단한데? 분명 주량 약했던 거로 아는데.”

“저도 신기해하는 중이에요.”

분명, 주량을 초과해 마셨는데 취하지 않았다.

“S급이 되면서 주량이 늘어났나 보네요.”

“그건 아닐걸?”

지화자가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언니는 힐러잖아. 자연스럽게 술의 알코올 성분을 해독하고 있는 거 아니야?”

“그런 걸까요?”

유은영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 좋은 게 좋은 거겠지.’

음주로 인해 얻게 될 여러 병이 없어진 거나 다름없으니 말이다.

“그보다 오빠는 어떻게 하죠?”

“나중에 돌아갈 때 전봇대 근처에 버리고 가자.”

이 사람이!

“입 돌아가면 어떻게 하려고요!”

“언니가 치료해주면 되잖아?”

일 리 있는 말이었다.

유은영은 결국 지화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유승민이 알았다면 가슴을 치며 슬퍼했을 거다.

어쨌거나 유은영과 지화자만이 살아남아 술잔을 기울이게 됐다.

“지화자 씨는 취한 적 없죠?”

“아마도?”

“그럼, 이번에 취할 때까지 마셔보는 게 어떠세요?”

유은영이 배시시 웃었다.

“주량 대결해 봐요!”

“싫어.”

지화자가 단호하게 거절했다.

“내일 현장 나가야 해.”

무너진 건물이 제대로 원상복구 됐는지 확인해봐야했다. 유은영이 그 말에 입술을 삐죽였다.

“제가 해장시켜드리면 되는데.”

“뭐, 해장국이라도 끓여주게?”

“아니요. 힐이 있잖아요.”

지화자가 픽 웃었다.

“힐을 그런 식으로 사용할 생각을 하는 사람은 언니뿐일 거야.”

“아닌데요?”

유은영이 비어있는 지화자의 잔에 술을 따라주며 말했다.

“이혜나 팀장님께서는 힐을 해장하는 데 사용해요. 부장님도 그러시고요.”

몇 본 본 적이 있어서 알았다.

“국장한테 한 마디 해야겠어. 간호 관리부서 기강 좀 잡으라고.”

“나중에 그래주세요.”

센터의 새로운 국장은 현장 파견 부서의 부장이었던 우종문이 맡게 됐다.

그가 센터의 국장으로 취임하는 것에 있어 불만을 내뱉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우종문 국장님, 지금 많이 힘드시겠죠?”

“그렇겠지.”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이 사는 곳이 키메라에 의해 반파됐다. 한 달이란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부분이 복구가 됐지마는.

“그래도 계속 정신 없을거야.”

“많이 좀 도와주세요.”

지화자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보다 언니는 어떻게 할거야?”

“네?”

“센터에 계속 있을 거야?”

느닷없는 질문에 유은영이 두 눈을 끔뻑이다가 얼굴을 찌푸렸다.

“저랑 같이 일하기 싫어요?”

“설마.”

지화자가 웃었다.

“이곳저곳에서 언니 스카우트해 가려고 좋은 조건 내밀고 있는 거 아니까 묻는 거야.”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유은영을 데리고 가려고 난리였다.

당장, 한국에 S급 힐러가 탄생했다는 소식이 연일 보도되고 있는 중이었다.

유은영과 관련하여 자세한 신상 정보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사람들이 언니에 대해 떠드는 것도 곧이야.”

“알아요.”

하지만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유은영은 웃었다.

“저는 오히려 하루라도 더 빨리 사람들이 저에 대해 알아줬으면 하는데요?”

“뭐?”

지화자가 놀란 눈을 보였다. 그 표정에 유은영이 웃었다.

“그렇게 되면 다들 저를 연호할 거 아니에요?”

“욕도 하겠지.”

유은영이 어깨를 으쓱였다.

“욕보다는 저를 좋아해주는 목소리가 더 많을 걸요.”

그래.

“지유화보다 더요.”

들려온 이름에 지화자가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고요해진 그 모습에 유은영이 입을 열었다.

“지유화가 살아 있었으면 어땠을까?”

지화자가 몸을 움찔 떨었다.

유은영은 못 본 척 담담하게 목소리를 내뱉었다.

“그런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려오더라고요.”

정말 우스웠다.

도시를 반쯤 파괴한 주범이 바로 그 지유화인데 말이다.

“그래서 저는 사람들이 어서 저에 대해 떠들어줬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듣기 싫은 그 이름이 금방 사라질 테니 말이다.

“내일 각 방송국에 전화해줄까?”

“네? 뭐라고요?”

“언니에 대한 이야기 모두 그냥 알려 주라고.”

“그건 싫어요!”

유은영이 빼액 소리 질렀다.

“저에 대해 알게 된다면 몰라, 제 가족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나올 거 아니에요!”

“당연하지.”

“그건 싫어요!”

유은영이 불퉁하게 말했다.

“적어도 엄마한테 제가 S급 힐러가 됐다는 걸 알린 후에요. 그런 후에 언론이 저에 대해 떠들어줬으면 해요.”

“왜?”

묻는 목소리에 유은영이 입술을 달싹였다.

“소중한 가족이 다른 사람의 입으로 제 정보를 듣게 되는 일은 없었으면 하거든요.”

지화자가 물끄러미 유은영을 보다 픽 웃었다.

“어머니가 좋은 분이신 것 같아 다행이야.”

자조적으로 웃는 모습에 유은영이 물었다.

“지화자 씨께서는 부모님한테 알릴 생각 없어요?”

“무엇을?”

“지유화에 대해서요.”

지화자가 멍하니 두 눈을 끔뻑거리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됐어.”

어차피 연락을 끊은 지 수 년이 넘어가는 사이였다. 이제 와서 그 관계를 회복시키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마시기나 하자.”

“…네.”

유은영이 지화자와 잔을 부딪칠 때였다.

“화자야. 이것도 좀 먹어 보거라. 이 청년은 내가 저 쪽으로 좀 치워주리?”

가게의 사장이 테이블 위에 안주를 한가득 올려놓았다.

“아주머니!”

지화자가 깜짝 놀라 외쳤다.

“이런 거 안 주셔도 되는데!”

가게의 사장은 흐뭇하게 웃었다.

“내가 주고 싶어서 주는 거야! 자, 어서 먹으렴! 우리 예쁜 아가씨도 함 잡숴봐요.”

“네.”

유은영이 감사하다며 젓가락을 들었다.

“맛있어요!”

“그치?”

가게의 사장이 미소를 그렸다.

“내가 요리 솜씨 하나는 아주 기가 막히거든. 그렇지, 화자야?”

“네, 맞아요.”

지화자가 어쩔 수 없다는 얼굴로 픽 웃었다.

“아주머니 요리 솜씨는 세상에서 제일이죠.”

“그치!”

가게의 사장이 유쾌하게 웃음을 터트리고는 말했다.

“자, 천천히 먹다 가거라. 술은 마음껏 꺼내 마시고.”

“네, 감사해요.”

“그래, 그럼 나는 이만 자리를 좀 비켜주마.”

가게의 사장이 카운터로 떠난 후, 유은영이 소곤거리며 물었다.

“지화자 씨를 엄청 예뻐해 주셨나 보네요.”

지화자가 그랬다고 말해주기는 했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유은영의 말에 지화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우리 집안에서 유일하게 나를 챙겨주시던 분이었어.”

부모에게 무시만 받던 자신에게 간식을 한움큼씩 쥐어주던 사람이었다.

그것이 지유화의 심기를 건드렸는지.

“쫓겨나버렸지만 말이야.”

가게의 사장은 집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뭐하시는 분이었는데요?”

“가정부.”

유은영이 입술을 오므렸다.

“가정부를 두셨다니. 지화자 씨네 집, 엄청 잘 사나 보네요?”

“그런 편이지.”

부모의 관심과 사랑은 받지 못했지만 부족함 없이 자랐으니.

“재미있는 이야기는 그만하고 다른 이야기나 하자.”

“다른 이야기요?”

“예를 들면 남의 험담?”

“오, 좋아요.”

유은영이 기다렸다는 듯 말했다.

“이혜나 팀장님 있잖아요. 그 인간이 저 입사했을 때…….”

시작된 이야기에 지화자가 귀를 기울였다.

그녀는 0팀의 전담 어시스트 힐러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며 연신 술을 비웠다.

그렇게 아침이 다가왔을 때, 두 여자는 자리를 파했고.

진작 쓰러져있던 유승민은.

“으으…….”

전봇대 근처에서 몸을 일으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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