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F급 힐러가 랭킹 1위가 되어 버렸다-190화 (190/200)

제190화

지화자를 포함해서 0팀의 팀원은 일곱.

여기에 김지후까지 여덟.

그 수에 맞춰 감자탕을 시킨 게 잘못이었다.

“설마, 부족할 줄이야.”

지화자가 깨끗하게 비워진 것을 보며 감탄했다.

“부족해!”

“맞아, 부족해요!”

리아와 라이가 투덜거렸다.

“태균 오빠가 다 먹었어! 나는 많이 먹지도 못했는데!”

“저도요!”

두 사람 다 거짓말이었다.

하태균 다음으로 감자탕을 깨끗하게 비우는데 일조한 사람이 바로 리아와 라이였다.

어쨌거나 하태균은 머쓱하게 웃었다.

“미안, 너무 배가 고파서…….”

“그래도 적당히 먹었어야지!”

“적당히 먹은 건데.”

억울하다는 듯 하태균이 그렇게 말하며 지화자의 눈치를 살폈다.

자신의 눈치는 또 왜 살피는 건지 모르겠다.

지화자가 픽 웃고는 말했다.

“어차피 2차 가기로 했잖아? 다들 일어나.”

그녀는 테이블 위에 올려뒀던 카드를 종업원에게 건네줬다.

“일시불로 긁어주세요.”

“네, 손님!”

지화자가 그렇게 겉옷을 챙겨 입을 때였다.

“팀장님, 그런데 2차는 어디로 가실 거예요?”

“소고기 먹으러 간다고 했잖아.”

“그러니까 어느 고깃집으로 갈 거냐고요.”

가하성의 물음에 지화자가 뺨을 긁적였다.

“생각 안 해보셨죠?”

“당연하지.”

가하성이 어처구니 없다는 듯 그녀를 쳐다봤다. 그 시선에 지화자가 미간을 좁혔다.

“뭐.”

“아무것도 아니에요. 고깃집은 제가 찾아볼게요.”

가하성이 지후를 안은 채 휴대폰으로 맛집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가격은 상관없죠?”

“싸면 쌀수록 좋아.”

“비싼 곳으로 찾아볼게요.”

저 자식이?

지화자가 가하성을 향해 날선 눈초리를 보냈지마는.

“여기 맛있을 것 같아!”

“하성 형님, 저는 여기요!”

리아와 라이가 그의 곁에서 맛집을 함께 찾기 시작한 탓에 그 시선을 거두게 됐다.

더군다나.

“저는 여기가 맛있을 것 같은데요? 오빠는 어때?”

“나는 은영이 네가 가고 싶은 곳이라면 어디든 좋아.”

유은영과 유승민 역시 맛집 찾기에 합류하니 다른 말을 덧붙일 수가 없었다.

결국 지화자는 픽 웃고는 몸을 일으켰다.

“2차 어디로 갈 건지 정하면 알아서들 나와. 나는 밖에서 바람 좀 쐴 테니까.”

지화자는 그대로 밖으로 나왔다.

겨울의 끝이 다가와서 그런가, 바깥 온도는 적당하게 따뜻했다.

‘벌써 봄이구나.’

유은영과 처음 만났던 계절이 가을인 걸 생각하면, 그녀와 함께 하게 된 지 정확히 반년이 된 셈이었다.

“시간 정말 빠르다니까.”

지화자가 나지막한 목소리를 내뱉었을 때였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누군가 그녀의 말에 동의하며 모습을 드러냈다.

“지화자 팀장님이랑 함께 일하게 된 지, 벌써 6년이 다 되어 간다니. 시간 정말 빠른 것 같습니다!”

하태균이 유쾌하게 웃음을 터트리며 너스레를 떨었다.

지화자가 멍하니 두 눈을 끔뻑이다가 물었다.

“2차로 갈 곳 정해졌어?”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지 팀장님 혼자 외로우실까봐 나왔습니다.”

그 말에 지화자가 비딱하게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네가 나를 그렇게 생각해줄 줄은 몰랐는데.”

하태균의 말대로, 서로 같은 팀에서 일한 지 6년이 되었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데면데면했다.

적어도 지화자는 그렇게 생각했지마는.

“섭섭합니다, 팀장님! 제가 팀장님을 얼마나 생각하는지 정말로 모르시겠습니까?!”

하태균은 아니었다.

그가 과할 정도로 눈을 빛내면서 지화자를 쳐다봤다. 그 부담스러운 시선에 지화자가 질색하며 말했다.

“알겠으니까 그만 쳐다봐.”

“네, 알겠습니다!”

하태균이 경례를 취한 후 입을 열었다.

“사실, 지화자 팀장님께서 저 도와주신 적 있잖습니까?”

“내가? 너를?”

“네.”

지화자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암만 생각해도 자신이 하태균을 도와준 적이 없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 나하진 씨 기억하십니까?”

하태균의 입에서 들려온 이름만 아니었다면 그녀는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고 물어봤을 거다.

나하진.

지화자가 어색하게 대답했다.

“응, 기억하지.”

오래전, 하태균이 죽인 동료의 연인이었던 여자.

“지화자 팀장님께서는 제가 죄책감에 사로잡혀 폭주할 때, 위험을 무릅쓰고 저를 구해주시지 않았습니까?”

그건 자신이 아닌 유은영이 한 일이었다.

‘하태균이 그걸 알 리는 없겠지마는.’

그렇다고 해도 기분이 이상했다.

지화자의 심란한 마음을 알 리가 없는 하태균은 우렁차게 외쳤다.

“그때부터 저는 팀장님을 존경하게 됐습니다!”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지화자가 비딱하게 웃었다.

“그전에는 나 따위 존경하지 않았다는 거네?”

“아, 아닙니다!”

하태균이 크게 당황한 낯으로 말을 더듬었다.

적지 않게 놀란 듯한 그 모습에 지화자가 키득거리며 웃고는 말했다.

“장난이야. 뭘 그렇게 놀라?”

당연히 농담을 하는 것 같지가 않아서 놀란 거였다.

지호자가 답지않게 팀원을 놀려 먹을 때였다.

“지화자야!”

리아가 밖으로 달려 나왔다.

“2차로 어디 갈지 골랐어?”

“응! 여기 가자!”

두 눈을 반짝이며 아이가 지화자에게 식당 하나를 보여줬다.

“S급 코스로 사줘!”

리아가 찾은 곳은 고급 한우집이었다.

S급 코스 요리, 1인분에 37만원.

지화자가 가격을 확인한 후, 웃는 낯으로 리아에게 물었다.

“미쳤냐?”

리아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고는.

“오빠! 들었어? 지화자가 나보고 미쳤냐고 했어!”

“화자 누님, 너무한 거 아니에요?!”

라이가 두 눈을 부릅떴다.

지화자는 그런 남매가 귀찮다는 듯 손을 휘휘 저었다.

“다른 집 찾아와.”

“싫어! 여기에서 S급 코스 요리 먹고 싶어!”

“감자탕 먹고 그게 먹고 싶어?”

“응!”

리아가 두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말했다.

“지후도 먹고 싶다고 했어! 그치?”

김지후는 잠에 든 상태였다.

리아가 가하성의 품에서 잠든 아이를 빤히 쳐다보고는 말했다.

“지후도 먹고 싶대!”

“우와, 우리 리아한테 텔레파시 능력이 있는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헤헤.”

리아가 헤실거리며 웃었다.

지화자는 아이를 보며 마주 웃어주고는.

“안 돼.”

표정을 굳히며 단호하게 말했다.

“다른 집 찾아와. 아님, 2차는 없는 줄 알아.”

“지화자 너무해!”

리아가 불퉁하게 외쳤다. 그러면서도 아이는 자신의 오빠와 함께 다른 고깃집을 찾기 시작했다.

유은영이 진지한 분위기를 몰씬 풍기며 고깃집을 찾는 남매의 모습에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냥 사주지 그래요? 저도 먹고 싶었는데.”

“1인분에 37만 원이면, 합쳐서 얼마 나오는 줄 알아?”

“저 숫자에 약해요.”

유은영이 능글맞게 대답을 피했다. 그녀를 대신해서 답한 건 유승민이었다.

“정확히 259만원이군요. 아, 지후 몫은 뺐습니다. 자고 있어서요.”

“…그것, 참. 계산해줘서 고맙네요.”

“뭘요.”

유승민이 싱긋 웃었다.

“그보다 지화자 팀장님의 재력이라면 거뜬하게 지불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유승민이 씨익 웃으며 물었다.

“혹시, 제 생각보다 돈이 많이 없으십니까?”

“유승민 씨께서 제 재산 규모를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유승민 씨보다는 돈 많습니다.”

“그럼, 흔쾌히 사주시죠.”

유승민이 활짝 웃었다.

“지화자 팀장님이 사주지 않으신다면 제가 언제 S급 코스 요리를 먹어 보겠습니까?”

지화자가 실소를 터트렸다.

유승민이라면 분명 자신 못지않게 정부 고위 관계자를 여럿 상대했을 터.

그 과정에서 고급 한우집의 S급 코스 요리 따위 질리도록 먹어봤을 거다.

그런데 저렇게 나오다니.

지화자가 유승민을 물끄러미 쳐다보다 미소를 그렸다. 그에 유승민이 흠칫 몸을 떨었다.

지화자가 자신을 보이는 웃음이 음흉하기 그지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다 다를까?

“리아, 라이.”

“응?”

“네?”

“2차는 유승민 씨께서 사주신다고 하네?”

지화자가 낯빛 하나 바꾸지 않고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센터에 입사한 후, 제대로 된 인사 한번 못한 것 같다고 너희가 먹고 싶은 건 뭐든 사준다고 하는데?”

“제가 언제요!”

“조금 전에 하셨잖아요.”

지화자가 활짝 웃으며 물었다.

“그렇지, 언니?”

유은영이 두 눈을 데굴데굴 굴리고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아요.”

“은영아……!”

유승민이 탄식하듯 동생을 불렀지만 이미 늦은 때였다.

“유승민아.”

“승민 형님.”

리아와 라이가 두 눈을 빛내며 그를 쳐다봤다.

“그럼, 지화자가 사주지 못한다고 했던 고급 한우집으로 가도 돼?”

“S급 코스 요리 시켜 먹어도 되는 거예요?”

1인분에 37만원.

유승민이 숨이 턱 막히는 가격을 떠올리고는 간절하게 부탁했다.

“제발, 그보다 싼 곳으로 부탁드리겠습니다.”

리아와 라이가 입술을 삐죽였다.

그래도 아이들은 그의 부탁을 들어줬다. 고급 한우집보다 훨씬 싼 가격의 한우집을 찾은 거다.

“어쨌든 결국은 소고기군요.”

“1차로 감자탕집 갔을 때부터 계속 소고기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으니까.”

지화자가 유승미의 말에 심드렁하게 대답해주고는 말했다.

“가하성, 지후는 내 옆에 재우고 편하게 먹어.”

“아니에요.”

“그렇게 두면 지후도 편하게 못 잘 텐데?”

그 말에 가하성이 고민하는 듯 하더니 이내 말했다.

“그럼, 부탁드릴게요.”

지화자가 잠든 김지후를 자신의 무릎 맡에 재웠다.

유은영은 그 옆에서 고기를 구워 지화자의 그릇 위에 놓아줬다.

“안 챙겨줘도 돼.”

“그냥 주는 대로 드세요.”

유은영이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고기를 구웠다.

그 옆에서 유승민이 웅얼거렸다.

“은영아, 나도.”

“오빠는 알아서 구워 먹어.”

유승민이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유은영이 맛있게 구워진 것을 다시 지화자의 그릇 위에 놓았다.

가하성이 그 모습을 보다 한마디를 툭 던졌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팀장님이랑 유은영 씨. 은근히 잘 맞으신단 말이에요.”

그 말에.

“맞기는 뭐가 맞습니까!”

유승민이 박차고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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