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F급 힐러가 랭킹 1위가 되어 버렸다-189화 (189/200)

제189화

26. 0팀

키메라들이 서울을 파괴시키고 벌써 한 달.

도시는 빠르게 복구됐다.

그리고 상황이 일단락되자마자 지화자는.

“지유화가 그 모든 일의 배후에 있었다니.”

“그 여자의 싹수가 노란 거야 모두 알고 있었던 사실 아니니까?”

“하지만 설마 되살아날 줄은 몰랐죠!”

수시로 윗 분들한테 불려가 그 날의 일에 대해 설명해야했다.

지화자는 자신을 앞에 두고 오가는 대화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생각했다.

‘돌아가고 싶다.’

야근을 해도 좋으니 센터로 돌아가서 업무를 보고 싶었다.

‘아님, 현장을 나가거나.’

갑작스럽게 게이트가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했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서로 큰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던 정부의 고위 관계자들이 지화자를 향해 물었다.

“자네는 이번 일이 어떻게 처리됐으면 하는가?”

“더 완즈 인 더 서울.”

지화자의 대답에 모두가 표정을 굳혔다.

“그 백화점 역시 지유화가 일으켰던 사고였죠.”

“그 사건은 왜…….”

“그때와 똑같이 이번 일이 처리됐으면 합니다.”

더 완즈 인 더 서울이 붕괴됐을 때, 부각됐던 건 사람들을 구한 ‘지유화’였다.

그녀가 사고를 일으킨 장본인인데도 그랬다.

“저희 센터의 직원들을 비롯해 여러 길드의 각성자들이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얼마나 열심히였는지 주목하게 해주십시오.”

그리고.

“이번 일의 피해자를 위한 위령비 역시 세워주시기를 바랍니다. 추모 공원 역시 조성되면 좋을 것 같군요.”

수많은 사람을 구했지만, 그만큼 많은 사람을 구하지 못했다.

“들어주실 수 있겠죠?”

정부의 고위 관계자들이 침음을 흘리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야 못해줄 것도 없었다.

“하지만 이번 일의 원인을 추궁하는 목소리가 계속 있을 텐데?”

“무시하면 됩니다.”

더 완즈 인 더 서울 때도 그런 목소리는 있었다.

당장 일주일 전에 안전 검사를 무사히 끝마친 백화점이, 도대체 어쩌다가 무너졌느냐고 말이다.

정말 시공사의 문제가 맞느냐고 물었지마는.

“지금은 아무도 그런 목소리따위 내지 않고 있잖습니까?”

맞는 말이었기에 모두가 서로 눈치를 보며 침음을 흘렸다.

지화자는 그들을 향해 또한 입을 열었다.

“S급 힐러인 유은영 씨의 존재 역시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S급 힐러의 등장은 지난 달의 악몽을 잊게 만들 거다.

하지만 정부의 고위 관계자들은 회의적이었다.

“타국에서 빼내려고 할 수도 있네. 우리 쪽에서 보호하고 있어야 해.”

“맞는 말이야. 타국에서 접촉해 유은영을 빼내면 어쩌나?”

그에 지화자가 말했다.

“유은영 씨는 그러지 않을 겁니다. 더욱이 자신의 능력에 걸맞는 대우를 받는다면요.”

“그걸 어떻게 확신하나?”

“제 팀원이니까요.”

유은영은 0팀의 전담 힐러였다.

“제가 엄한 놈이 제 팀원에게 접근하는 걸 가만히 두고 볼 거라 생각하시는 겁니까?”

모두가 고개를 저었다.

“그럼, 지화자. 자네만 믿지.”

“얼마든지요.”

지화자가 싱긋 웃었다.

회의는 그렇게 끝이 났다.

“안녕히 가십시오, 다음에 다시 뵙겠습니다.”

지화자가 자리를 떠나는 정부의 고위 관계자들을 배웅하며 인사를 나눴다.

그렇게 그들이 모두 떠나자마자.

“아오, 늙은이들. 말이 왜 저렇게 많은 거야?”

지화자는 본색을 드러냈다.

“언니가 다른 나라로 홀라당 가는 게 걱정되면 그만큼 대우를 해주면 될 것을.”

한참을 구시렁거리던 그녀가 말을 멈춘 건, 갑자기 걸려온 전화 한 통 때문이었다.

“여보세요?”

―지화자야!

리아였다.

“무슨 일이야? 센터에 무슨 일 있어?”

―아니, 없어! 일만 많아!

일이야 항상 많았다. 지금은 그보다 더 많은 상태였고.

지화자가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면서 물었다.

“그럼, 무슨 일로 전화했는데?”

―회식!

“회식?”

―응!

리아가 밝게 외쳤다.

―회식하자, 지화자야!

지화자가 헛웃음을 흘렸다.

“네 입으로 지금 일이 많은 상태라고 하지 않았어? 그런데 회식을 하자고?”

―응!

응은 무슨 응이야.

지화자가 기가 차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아니, 그러려고 했다.

―유승민이 우리 팀에 들어온 후, 회식 한 번도 한 적 없잖아! 아니, 우리 팀 모두가 모여서 같이 밥을 먹는다거나 그런 일 없었잖아!

그랬던가?

지화자가 불만 어린 목소리에 뺨을 긁적일 때였다.

―여보세요, 지화자 씨?

유은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급한 일은 정리 끝냈어요.

“그래서?”

―회식하자는 거죠!

“언니까지 그러기야?”

지화자가 골치 아프다는 듯 중얼거렸다. 유은영이 그 말을 듣고서 키득거리며 웃었다.

―한 달 동안 다들 너무 시달렸잖아요. 오랜만에 함께 모여요.

옆에서 리아가 오랜만에 있는 일이 아니라며 유은영의 말을 거들었다.

―0팀이 다같이 모인 적 없어!

지화자가 픽 웃고는 말했다.

“없기는 왜 없어? 같이 게이트 공략한 거 그새 잊었어?”

―게이트 공략 말고!

리아가 빼액 소리 질렀다.

―지화자 짜증나!

그 말과 함께 주변에서 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다들 같이 있어?”

―네, 지화자 씨 기다리고 있어요. 가하성 씨는 지후 데리러 갔고요.

“0팀끼리 회식하자고 하더니. 애를 데리고 오려고?”

―좀 봐주세요. 주변에 지후를 봐줄 사람이 없는 것 같더라고요. 지후가 있던 고아원은 아직 복구 중이고요.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그 말은…….

“하자, 회식.”

지화자가 미소를 내보였다.

“서울은 이제 안전해졌으니, 다들 놀러 오라고 우리가 나서서 회식 자리 좀 가지자.”

―그게 무슨 말이에요?

유은영이 웃음을 터트렸다.

―어쨌든, 그럼 회식 장소 메시지로 보내 놓을 게요.

“응, 나중에 봐.”

―네!

경쾌한 대답과 함께 전화가 끊어졌다.

지화자는 텅 빈 회의장을 한 번 둘러보고는 밖으로 움직였다.

* * *

0팀이 회식 장소로 잡은 곳은 웬 감자탕 집이었다.

“가하성 씨랑 하태균 씨가 자주 오는 곳이래요.”

“여기 맛있습니다!”

하태균이 맛은 걱정하지 말라는 듯 당당하게 외쳤다.

지화자는 못마땅한 기색이 여력한 얼굴이었다.

“고깃집도 아니고 감자탕 집에서 회식이라니.”

“고깃집은 2차로 가면 되잖아!”

리아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 뒤를 이어 라이가 말했다.

“이왕이면 소고기 먹어요!”

지화자가 헛웃음을 흘렸다.

“그럴 배는 있고?”

“네!”

“응!”

라이와 리아가 두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래. 너희가 평소에 먹는 거 보면 그럴 배는 있겠다.”

지화자가 그렇게 말하고는 카드를 테이블 위에 올렸다.

“좋아. 2차는 고깃집.”

“와아아아!”

리아와 라이가 환호했다.

하태균도 아이들과 함께 손뼉을 쳤다.

가하성은 걱정했다.

“팀장님, 괜찮겠어요?”

“네가 걱정할 정도로 나 그렇게 돈 없지 않아.”

“그러시겠죠.”

가하성이 언제 걱정했냐는 듯 어깨를 으쓱이고는 지후를 챙겼다.

“지후야, 무슨 고기 먹고 싶어?”

“소고기!”

“팀장님, 고깃집은 소고기 집인가요?”

“소고기 집으로 이미 결정된 거 아니었어?”

지화자가 웃으며 물었다. 그에 라이와 리아가 말했다.

“맞아요! 소고기 집으로 결정됐어요!”

“비싼 거 다 시켜먹어야지!”

한 마디로, 지화자의 지갑을 모두 거덜내버리겠다는 거였다.

아이들의 포부에 지화자가 헛웃음을 흘리는 찰나, 감자탕이 그들 앞에 나왔다.

“은영아, 먹어.”

유승민이 유은영의 그릇에 감자탕을 덜어줬다.

“오빠는 내가 아직도 애인 줄 알아? 내가 알아서 먹을 테니까 오빠나 먹어.”

유은영이 투덜거리며 유승민에게 감자탕을 덜어줬다. 유승민이 기분 좋다는 듯 배시시 웃었다.

그 모습을 보며 지화자가 중얼거렸다.

“시스콤.”

“뭐라고 하셨습니까?”

유승민이 그 말을 놓치지 않고 들었다.

귀 한 번 좋다면서 지화자가 속으로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아무 말도 안 했어요. 그보다 유승민 씨, 몸은 좀 괜찮으세요?”

“네, 괜찮습니다. 은영이가 매일 봐주고 있거든요.”

유승민이 씨익 웃었다.

“지화자 팀장님께서는 워낙 몸이 튼튼해서 은영이한테 치료받을 일이 없겠네요.”

“그럴 리가요.”

지화자가 눈웃음을 지었다.

“제가 몸이 암만 튼튼해도 사람인지라 피로가 금방 쌓여서요.”

그러면서 지화자는 웃었다.

“뭐, 다행히도 유은영 씨께서 그럴 때마다 저를 살펴주셔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유승민이 분하다는 듯한 얼굴을 내보였다. 지화자는 그에 보란 듯이 활짝 웃을 뿐이었다.

유은영은 두 사람을 보다 고개를 저었다.

정말이지, 유치하기 짝이 없었다.

그때였다.

“지화자 팀장님, 한 마디 해주십시오!”

하태균이 지화자의 잔에 맥주를 따르며 웃었다.

지화자는 채워진 잔에 두어 번 헛기침을 하고는 말했다.

“다들 지금까지 수고 많았습니다. 뭐, 계속 수고들 좀 하셔야겠지만요.”

그래도.

“다들 고맙습니다.”

지화자의 말에 모두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녀에게 저런 인사를 받을 줄은 몰랐다는 듯이 말이다.

“뭐야, 다들 반응이 왜 그래? 사람이 기껏 멋있게 말했더니.”

“어…….”

하태균이 얼빠진 소리를 내고는 소리 질렀다.

“우와아아! 지화자 팀장님, 멋있으십니다!”

그러면서 그는 우렁차게 손뼉을 쳤다. 리아와 라이도 그 뒤를 이어 손뼉쳤다.

“지화자, 멋있다!”

“화자 누님, 멋있어요!”

아이들의 환호에 지화자가 멋쩍게 뺨을 긁적일 때였다.

“누나, 멋있어요!”

가하성의 무릎 위에 앉아있던 지후도 손뼉치며 웃었다.

“하성이 형은 왜 안 쳐요?”

가하성은 지후의 말에 어쩔 수 없다는 듯 손뼉을 쳤다.

지화자는 자신을 향해 환호하며 손뼉치는 팀원들의 모습에 멋쩍게 뺨을 긁적였다.

그러다 발견했다.

유은영도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그 옆에서 유승민도 불퉁하게 손뼉을 치고 있었지마는 그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어쨌거나 지화자는 자신의 팀원들을 한 번 둘러보고는 잔을 높이 들었다.

“자, 한 잔 마시자!”

“네엡!”

모두가 잔을 들며 부딪쳤다.

0팀의 회식은 그렇게 시작됐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