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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급 힐러가 랭킹 1위가 되어 버렸다-185화 (185/200)

제185화

―끼이아아!

듣기 괴로운 비명이 도시에 크게 울렸다. 유은영은 그 끔직한 소리에 입술을 꾹 깨물며 달려갔다.

키메라가 있는 곳으로 말이다.

“안 됩니다, 유은영 씨! 돌아오십시오!”

하태균이 애타게 부르짖었지만 유은영은 멈추지 않았다.

‘죄송해요, 하태균 씨!’

그녀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전투가 벌어지는 곳으로 열심히 뛰어갔다.

하태균이 그녀를 붙잡으려다가 들려 오는 사람들의 구조 요청에 고개를 돌렸다.

유은영은 하태균이 자신을 쫓지 않는 것에 안도하며 열심히 다리를 움직였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키메라를 상대 중인 각성자들이 보였다.

지화자와 서이안이었다.

그들을 발견한 유은영의 두 눈에 잠시 이채가 서렸다가 빠르게 사라졌다.

‘화내겠지.’

지화자라면 분명 화낼 거다.

서이안 역시 위험하게 왜 이곳에 왔냐면서 화를 내겠지만 그다지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지화자는 달랐다.

‘S급이 되니 눈에 보이는 게 없냐면서 욕이란 욕을 모두 하겠지.’

그래, 그녀는 분명히 그러리라.

지화자의 반응을 생각하자 절로 웃음이 튀어나왔다.

스스로 생각해도 키메라를 향해 뛰어가고 있는 자신이 정말 바보같았다.

이 나라에서 내로라하는 각성자인 지화자와 서이안이 어떻게 하지 못하는 괴물이다.

그런 괴물에게 스스로 달려가고 있는 꼴이라니.

하지만 유은영은 키메라를 향해 뜀박질을 할 수밖에 없었다.

―끼야아아아!

비명을 내지르고 있는 키메라의 목소리 위로.

“살려줘! 살려줘!! 아파!!”

뚜렷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그녀는 키메라를 향해 달려갈 수밖에 없었다.

지화자의 공격에 온 몸이 불타고 있는 키메라를, 서이안의 공격에 의해 온 몸이 녹고 있는 저 괴물을 구하기 위해서.

“지화자 씨! 서이안 씨!”

유은영이 목이 터져라 외쳤다.

“멈추세요!!”

그들에게 자신의 목소리가 닿았을까?

여전히 키메라를 공격 중인 걸 보면 닿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유은영은 포기하지 않았다.

“멈추세요! 멈추시라고요!!”

그녀는 다시 한번 더 목이 터져라고 외쳤다.

“지화자 씨! 서이안 씨!”

그 목소리를, 지화자가 드디어 들었다.

“언니?!”

가까스로 키메라의 공격을 피한 그녀가 발빠르게 유은영에게 다가왔다.

“여기에 왜 있는 거야?!”

“지화자 씨!”

유은영의 두 눈에 이채가 감도는 순간.

쿠구궁!

그녀가 딛고 서있던 땅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이 무너졌다. 지화자가 유은영을 붙잡고서 안전한 곳으로 몸을 움직였다.

“와! 덕분에 살았어요!”

“지금 그런 말이 나와?!”

지화자가 헛웃음을 흘리고는 입을 열었다.

“당장 돌아가.”

마음 같아서는 유은영을 안전한 곳으로 직접 데려다주고 싶었지만 그럴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도대체 어떻게 되먹은 몬스터와 결합된 건지, 저 빌어먹을 키메라는 도무지 죽지를 않았다.

진작 죽었어야할 치명상을 몇 번이나 입었는데 말이다.

“지금 서이안이 키메라의 관심을 끌고 있으니까 어서 도망쳐.”

“싫어요.”

유은영이 단호하게 말했다.

“저를 키메라한테 가까이 붙여 주실 수 있을까요?”

“뭐?”

지화자가 경악했다.

“미쳤어?!”

“아니요, 안 미쳤어요.”

“안 미쳤기는!”

지화자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야, 미치지 않고서야 저 괴물한테 데려다 달라고 할 리가 없으니 말이다.

“언니.”

지화자가 이마를 짚고는 말했다.

“제발 그냥 돌아가. 언니랑 말싸움할 시간 없으니까.”

“저도 지화자 씨랑 말싸움할 시간 없어요.”

유은영이 간절하기 그지없는 얼굴로 다급하게 말을 덧붙였다.

“그러니 빨리 키메라한테 데려다주세요.”

“유은영!”

지화자가 목소리를 높였다.

“서이안도 어쩌지 못하고 있는 거 안 보여?! 나도 제대로 처리 못하고 있는 놈인데 네가 가서 뭘 어쩌겠다는 거야?!!”

화가 잔뜩 난 목소리에 유은영이 입을 열었다.

“구할 거예요.”

“뭐?”

구한다니? 누구를?

지화자가 멍하니 두 눈을 끔뻑이다가 이내 경악했다.

“설마, 저 키메라를 구하겠다는 소리는 아니지?”

“맞아요.”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유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희게 질린 지화자의 얼굴에 유은영이 말했다.

“지화자 씨도 알잖아요. 제가 지후 구한 거.”

“그건, 운이 좋아서……!”

“아니요.”

지화자의 말을 단호하게 끊으며 유은영이 말을 이었다.

“단순히 운이 좋아서 지후를 구한 게 아니에요. 만약, 정말 그랬다면 다른 아이들도 구할 수 있었겠죠.”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유은영은 키메라인 채로 목숨을 잃은 아이들을 떠올리며 주먹을 꼭 쥐었다.

“지화자 씨, 저 키메라가 지금 무슨 소리를 내지르고 있는지 아세요?”

“아니, 몰라.”

지화자의 귀에 들려오고 있는 건 비명뿐이었다.

키메라는 악에 받친 듯, 계속 비명을 내지르고 있는 중이었다.

지금도 그랬다.

―끼이아아!

서이안의 공격에 의해 몸이 녹아내리고 있는 것이 고통에 몸부림치며 비명을 내질렀다.

그 끔찍한 소리가 희미해질 때에 유은영이 말했다.

“살려달래요.”

지화자의 눈이 살짝 커졌다.

동요하는 그 얼굴을 보며 유은영이 다시금 입을 열었다.

“아프다고.”

말을 내뱉는 입매가 일그러졌다.

“차라리 제발 죽여달래요.”

지화자가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유은영이 침묵을 지키는 여자에게 말했다.

“부탁할게요. 제발, 저를 저 키메라한테 데려다주세요.”

지화자가 물끄러미 그녀를 쳐다봤다.

“그런다고 어니가 구할 수 있을 것 같아?”

정말 구할 수 있다고 해도 문제였다.

이미 자신과 서이안에 의해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는 치명상을 입은 상태다.

유은영이 암만 S급 힐러가 됐다 해도 치료하는데 상당한 힘이 들 터.

하지만 묻는 말에 유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구할 수 있어요.”

지화자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럴 때는 유은영이 예전과 같은 성격이었으면 싶었다.

바퀴벌레 한 마리 못 잡고, 남을 다치게 하는 것도 어려워하며, 자신이 위험해지는 것도 두려워하는 그런 성격 말이다.

‘그때로 되돌아 갈 수는 없겠지.’

지화자가 유은영을 흘긋 쳐다보고는 자조적으로 웃음을 흘렸다.

어떻게 보면 유은영이 저렇게 된 건 자신 때문이었다.

‘그러니 어떻게 해?’

책임을 져야지.

지화자가 고민을 마치고는 입을 열었다.

“좋아.”

유은영의 얼굴이 환해졌다.

“대신 약속해.”

지화자가 유은영에게 손을 내밀고는 말을 이었다.

“위험해질 것 같으면 당장 도망치는 거야. 언니가 싫다고 해도 내가 억지로 자리를 벗어나게 만들 테니 그렇게 알아둬.”

알겠어?

덧붙여 묻는 목소리에 유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겁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자신의 손을 덥석 잡는 여자를 보며 지화자가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야! 지화자!! 어디 있어?!”

서이안이 애타게 그녀를 찾은 건 그때였다.

“내뺀 거 아니지?! 나 혼자 저거 상대 못해! 못한다고!!”

울부짖는 목소리에 지화자가 짧게 혀를 차고는 유은영에게 말했다.

“이 악 물고 있어. 잘못하며 혀 깨물 테니까.”

“네? 억!”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에 유은영이 혀를 깨물지 않게 이를 악 물었다.

S급 각성자의 신체 능력이 다른 일반인보다 뛰어난 건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유은영 역시 S급 각성자였지만 그녀는 힐러였다.

특이하게 힐러는 각성자라고 해도 일반인과 비슷한 신체 능력치를 보였다.

어쨌거나.

‘이렇게까지 움직일 수 있을 줄은 몰랐는데!’

지화자의 몸으로 움직인 전적도 있건만 유은영은 놀라워했다.

그렇게 그녀가 속으로 감탄하는 사이, 지화자는 빠르게 전투 현장으로 복귀했다.

“서이안.”

“지화자?! 야! 너 갑자기 어디로 사라졌던, 헉!”

서이안이 말하다 말고 헛숨을 삼켰다. 곧, 그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유은영 아니야?”

“맞아.”

지화자가 유은영을 가볍게 안아든 채로 말했다.

“저 놈 관심 좀 끌어줘.”

“뭐?”

“유은영 씨가 저 놈한테 가까이 가 달래.”

서이안이 멍하니 물었다.

“유은영 씨, 혹시 미쳤어?”

“아니요!”

유은영이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 뒤를 이어 지화자가 말했다.

“서이안. 유은영 씨 놀릴 시간에 저 놈 관심이나 끌어.”

“뭐? 잠깐!”

서이안은 말을 잇지 못했다.

키메라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탓이다. 지화자가 빠르게 유은영을 데리고 몸을 피했다.

그러기 무섭게 땅이 흔들리며 곳곳에서 건물이 무너져 내렸다.

쿠구궁―!

더 무너질 건물따위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던 모양이다.

“젠장!”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연기에 서이안이 욕지거리를 내뱉고는 외쳤다.

“휘말려도 모른다!”

무너지는 건물의 파편을 가볍게 넘나들던 지화자가 그 말을 듣고 유은영에게 물었다.

“그렇다는데 정말 괜찮겠어?”

“네, 괜찮아요.”

유은영이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웃어보였다.

“서이안 씨의 독 덕분에 이렇게 성장한 거니까요.”

지화자가 살짝 표정을 굳혔다.

유은영은 그녀와 달리 장난기 어린 얼굴이었다.

“혹시 지화자 씨, 무서워요?”

“무섭다니? 뭐가?”

“서이안 씨의 독에 휘말리는 거요.”

지화자가 실소를 터트렸다.

“내가 그런 걸 무서워할 것 같아?”

“아니면 말고요.”

유은영이 어깨를 으쓱였다. 그 사이 서이안이 키메라의 관심을 자신 쪽으로 돌렸다.

그가 만든 틈을 놓치지 않고 지화자가 말했다.

“꽉 잡아.”

유은영이 그 말대로 지화자를 꼭 끌어 잡았다.

―끼야아아아!

키메라의 비명 위로 울음기 섞인 목소리가 겹쳐왔다.

“아파! 아파!!”

유은영이 입술을 꾹 깨물었다.

이제, 지유화가 저지른 과오를 자신이 해결할 차례였다.

그때, 유은영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알아차렸다는 듯이 지화자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부탁할게, 언니.”

유은영은 걱정말라는 듯 환하게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녀는 그렇게 키메라가 비명을 내지르고 있는 입 속으로 뛰어 들었다.

독을 품은 불꽃이 키메라를 집어 삼킨 것과 동시에 일어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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