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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급 힐러가 랭킹 1위가 되어 버렸다-174화 (174/200)

제174화

“이런…….”

지유화가 탄식했다.

“우리 수현 씨가 제 힘을 벗어난 모양이에요.”

이거 곤란하게 됐네.

그녀가 나지막하게 말을 덧붙이고는 웃었다.

“유은영 씨, 제 말 듣고 있어요?”

유은영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피투성이가 된 채로 고개 숙인 채 힘겹게 숨만 내쉬고 있을 뿐이었다.

“죽은 거 아니죠?”

유은영을 그렇게 만든 장본인이 성큼성큼 다가와서는 코 밑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었다.

“다행히 살아계시네요. 죽었으면 어쩌나 했어요.”

“왜?”

유은영이 갈라진 목소리를 내뱉으며 고개를 들었다.

“죽었으면 저 사람들이랑 똑같이 만들려고?”

지유화가 유은영이 가리킨 곳을 보고는 웃음을 흘렸다.

“저 사람들이라니요.”

그녀가 재미있는 소리를 다 들었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저것들이 사람들로 보여요? 제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데.”

유은영이 이를 갈았다.

‘저것들이라니.’

도저히 인간으로 보이지 않지만 유은영은 알 수 있었다.

괴상한 소리를 내고있는 생명체들은 모두 한때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다 알겠다는 듯 지유화가 웃는 낯으로 말했다.

“신경 쓰지 마세요. 어차피 실패했던 인생을 살았던 인간들이니까요.”

대부분 거리의 노숙자들이었다.

찾는 이라고는 아무도 없는 그들을 지유화는 좋을 대로 이용했다.

리아와 라이.

그들과 같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데는 실패했지마는.

“그보다 어떻게 할래요?”

지유화가 친절하게 물었다.

“아무래도 제 동생이 곧 이곳에 찾아올 것 같은데…….”

목소리의 끝을 흐리는가 싶더니 이내 그녀가 다시금 유은영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여기에서 동생을 맞이할까요? 아님, 더 좋은 곳으로 갈까요?”

지유화는 알았다.

자신의 동생이라면 분명 저가 어디 있든 찾아내리라.

그리고 유은영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때문에 그녀는 비딱하게 웃으며 말했다.

“마음대로 해. 어차피 내가 어떤 선택을 하든 당신 마음대로 할 거잖아?”

“정답.”

지유화가 키득거리며 웃었다.

“역시, 유은영 씨랑 저는 잘 맞는 것 같단 말이에요.”

차라리 욕을 해라.

유은영은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더는 말을 내뱉을 힘이 없었다. 아무래도 피를 너무 많이 흘린 모양이다.

힐이라도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이상하게 힘이 마음대로 사용되지 않았다.

‘이거 때문이겠지.’

유은영이 자신의 손목에 채워진 수갑을 흘긋거렸다.

그녀에게 채워져 있는 것은 각성자를 수감하기 위해 게이트에서 얻을 수 있는 특수한 광물로 만들어지는 수갑이었다.

‘지화자 씨였다면 가볍게 끊어버렸을 텐데.’

연약한 몸뚱이는 그것이 불가능했다.

지유화가 가볍게 손뼉을 치며 유은영의 주의를 집중시킨 것은 그때였다.

“그럼, 이동해볼까요? 이런 곳에서 동생과 재회하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유은영이 실소를 터트렸다.

지화자는 이미 지유화와 재회한 적 있었다.

그런데 그걸 모르고 저러는 꼴이라니.

우습기 그지없었지만 유은영은 조용히 있기로 했다.

지유화에게 일일이 반응하는 건, 사자에게 먹잇감을 던져주는 행동과 똑같은 일이었다.

그 먹잇감을 지유화는 놓치지 않고 먹어치우리라.

“아, 떠나기 전에 잠시만요.”

지유화가 가볍게 손가락을 맞부딪쳤다.

철컹!

키메라들을 가둬두고 있던 철창의 문이 동시에 열렸다.

“동생에게 선물을 줘야 하지 않겠어요?”

“지유화……!”

“네, 유은영 씨.”

지유화가 유은영의 입을 틀어막고는 웃었다.

“조용히 계세요. 저것들은 저도 다루기 힘든 녀석들이거든요.”

어렵게 구한 S급 몬스터와 결합시킨 것들이었다. 암만 지화자라고 해도 상대하기 어려워할 게 분명했다.

더욱이 키메라들 중 몇은 희미하게나마 의식을 지니고 있었으니.

“그럼, 가볼까요?”

퍽!

지유화가 유은영의 명치를 쳐 그녀를 기절시켰다. 지유화는 힘없이 기울어진 그녀의 몸을 그대로 받아 들고는 순식간에 모습을 감췄다.

물론, 그러기 전.

“여기 찾아오는 불청객은 상대가 누구든 찢어 죽여버려.”

라고 키메라들을 향해 명령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렇게 지유화가 사라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가 말한 불청객이 등장했다.

***

“지유화……!”

지화자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기껏 조수현을 닦달해 지유화가 있던 곳을 알아냈건만, 그녀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였다.

유은영도 보이지 않았다.

보이는 거라고는.

―키에엑! 키에!

―사… 살려…….

―이힛! 히히힛!

자신을 향해 이를 드러내고 있는 키메라들 뿐이었다.

“야, 지화자. 설마, 저거 지유화 님 작품이냐?”

지화자와 함께 온 서이안이 믿지 못하겠다는 얼굴로 물었다. 지화자는 무기를 꺼내 들며 담담하게 목소리를 내뱉었다.

“그래.”

서이안의 얼굴이 희게 질렸다.

“놀라기는 아직 일러. 그 년이 지금까지 저지른 일이 이것밖에 없는 줄 알아?”

서이안이 입술을 꾹 깨물었다.

자신의 동경이자 이상이었던 대상이 추락하는 순간이었다.

“서이안, 정신 차려. 저것들 처리해야지.”

그러지 않으면 바깥으로 나가게 될 거다.

‘무조건 막아야 해.’

그러지 않으면 엄청난 피해가 생길 거다.

“가자.”

지화자가 굳은 표정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사… 살려…….

―아파… 아파……!

―살려줘오…….

굳어있던 표정이 일그러졌다.

뭉개진 발음이지만 인간의 말이 분명한 목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키메라들 중 인간의 이성을 유지하고 있는 개체가 몇몇 존재하는 모양이다.

그렇다고 해도 죽여야 했다.

유은영이라면 그들을 어떻게든 인간으로 되돌리려고 했겠지만.

‘나는 언니가 아니야.’

그러니 죽음으로 저들을 구원해줘야 했다.

지화자가 땅을 박찼다.

허망하게 서 있던 서이안이 결심한 듯 그녀를 따랐다.

곧, 키메라들이 처절하게 비명을 내지르는 소리가 공간을 울리기 시작했다.

―키에엑! 키에!!

키메라가 날카로운 손톱을 휘두르며 자신을 죽이려드는 인간들에 저항했다.

하지만 그 저항은 얼마 가지 못하고 무너졌다.

―키이… 카아아……!

꺼져가는 목소리에 서이안이 얼굴을 구기며 주먹을 들었다.

“미안합니다.”

퍼억!

키메라의 발버둥이 멈췄다.

서이안이 탁한 숨을 내뱉고는 고개를 들었다. 검붉은 피가 곳곳을 적시고 있는 게 보였다.

모두 키메라의 흔적들이었다.

서이안이 뺨에 튄 것을 닦아내고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뭐 찾아?”

어둠 속에서 피에 점철된 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서이안이 얼굴을 찌푸렸다.

“너 찾았다, 너!”

지화자가 얼굴을 닦아내고는 말했다.

“다 처리했어.”

“나도.”

최대한 고통 없이 키메라들을 보내줬다.

그 과정에서 상처를 입기는 했지만 그들이 겪었을 고통에 비하면 아무렇지도 않았다.

“이제 어떻게 할 거야?”

“몰라서 물어?”

지화자가 휴대폰을 들었다.

“언니 찾으러 가야지.”

“어디 있는 줄 알고?”

서이안이 얼굴을 찌푸리며 물었지만 지화자는 대답해주지 않았다.

그녀는 조수현으로부터 이곳에 대한 정보를 전해 듣고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알아차렸다.

지유화가 보금자리로 삼고 있는 곳은, 모두 자신이 일전에 격파한 장소라는 것을 말이다.

당장 이곳만 하더라도 예전 키메라를 탄생시켰던 미친 과학자가 있던 곳.

그러니 지유화가 몸을 숨긴 장소는 쉽게 추적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전에 처리할 일이 하나 있었으니.

“여보세요, 가하성?”

지화자가 가하성과 통화를 시작했다.

―팀장님, 괜찮으세요? 유은영 씨는요?

“아직 찾고 있는 중. 그보다 내가 말하는 위치로 센터 사람들 좀 보내.”

지유화를 찾으러 가기 전에, 이곳을 정리하는 게 필요했다. 물론 지화자가 할 일은 아니었다.

―지금 어디 계신데요?

“문자로 알려줄게. 그럼 끊는다.”

―잠깐만요, 팀장님!

가하성이 기다리라는 듯 다급하게 지화자를 불렀지만. 그녀는 매몰차게 전화를 끊어버리고는 걸음을 옮겼다.

“어디가?!”

“언니 찾으러.”

“같이가!”

서이안이 후다닥 그녀의 뒤를 따라 붙었다.

“야! 너……!”

그러다 지화자의 손끝을 타고 흐르는 피에 놀라 소리 질렀다.

저건 키메라의 피가 아니었다.

“소리 지르지 마.”

지화자가 얼굴을 찌푸렸다.

“너도 키메라들 상대하면서 느꼈잖아. 평범한 몬스터와 섞인 게 아니라는 걸.”

“그렇기는 하지만!”

상대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적어도 지화자가 그들을 처리하면서 다칠 정도는 아니었다는 말이다.

“괜찮아?”

“보다시피.”

“안 괜찮아 보이는데?”

“시끄러.”

지화자가 얼굴을 찌푸렸다.

‘망할.’

키메라를 상대하는 과정에서 머뭇거린 게 화근이었다.

―살려줘요오…….

구슬프게 내뱉는 목소리에 그만 공격을 멈춰버리고 만 거다.

키메라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지화자의 어깨를 꿰뚫었다.

가해지는 고통에 지화자는 금방 정신을 차렸지만 이미 부상을 입고 말았다.

답지 않은 실수였지만 그녀는 알았다.

유은영은 분명 자신보다 더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거란 것을.

지화자의 걸음이 빨라졌다.

“야! 지화자! 그렇게 움직여도 돼?! 힐러 부를 테니까 치료 좀 받고!”

“됐어.”

지화자가 날선 목소리로 서이안의 목소리를 끊었다.

“그럴 시간 없어.”

그녀는 그렇게 자신의 언니가 있을 거라고 추정되는 장소로 움직였다.

***

“경치 좋죠?”

지유화가 불어오는 바람에 휘날리는 머리칼을 정리하고는 재잘거렸다.

“제가 이곳을 많이 좋아해서요. 가장 아끼는 사람한테 줬었는데, 안타깝게 불타버린 거 있죠?”

힘겹게 정신을 차린 유은영이 눈에 익은 장소에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최 박사…….”

이곳은 최 박사가 붙잡힌 장소였다. 그 미친 과학자는 아무래도 지유화와 친분이 있었나보다.

유은영은 혹시나 해서 물었다.

“그 여자, 당신 제자였어?”

“제자라니요.”

지유화가 싱긋 웃었다.

“저는 그런 거 안 키워요.”

그러면서 말했다.

“굳이 말하자면 최 박사는 제 팬이었죠. 그것도 극성맞은 열혈팬.”

유은영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표정 좀 풀어요.”

지유화가 키득거렸다.

“곧 동생이 올 것 같으니까요.”

유은영이 표정을 굳혔다. 그것을 보며 지유화가 물었다.

“유은영 씨, 우리 내기할래요?”

“내기?”

“네.”

지유화가 난간에 아슬아슬하게 기대고는 웃으며 말했다.

“이곳에서 사랑해 마지 않는 제 동생이 죽을지, 죽지 않을지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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