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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급 힐러가 랭킹 1위가 되어 버렸다-163화 (163/200)

제163화

“우선, 지유화 님의 행방을 쫓는 건 어렵다고 판단했어. 그게 가능했다면 네가 진작 찾았을 테니.”

‘지화자’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래서 나는 다른 것에 집중하기로 했어. 자, 여기.”

유은영과 지화자가 서이안이 건넨 자료를 챙겼다.

“키메라?”

“그래.”

서이안이 ‘유은영’의 의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가 그랬잖아. 지유화 님이 그간 있었던 키메라들 사건의 배후일 수도 있다고.”

적어도 올해 일어난 일은 지유화의 소행이 확실했다.

“그래서 그간 있었던 키메라 사건을 샅샅이 조사해봤어.”

지화자가 미간을 좁혔다.

서이안이 건넨 자료 중에 센터 내에서 일급 비밀로 보호되고 있는 것도 있었기 때문이다.

“참고로 자료의 출처는 묻지마. 물어도 안 가르쳐줄 생각이니까.”

지화자가 짧게 혀를 찼다.

“지금은 지유화 님에 대해 집중하자고.”

“좋아요.”

유은영이 굳은 표정으로 자료를 살폈다.

지난 5년간 일어났던 키메라 사건은 모두 스무 건.

피해자는 모두 아이들.

유은영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마지막 장에서 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사실, 익숙한 얼굴은 아니었다.

유은영의 눈에 익은 얼굴은, 자료 속 아이가 키메라가 된 모습뿐이었으니.

그녀와는 다르게 담담하게 자료를 살핀 지화자가 입을 열었다.

“꽤 열심히 조사하셨네요?”

“어쩔 수 없잖아.”

동경하던 대상의 추악한 진실을 제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싶었으니까.

“유일하게 키메라가 되지 않은 대상은 너희도 알다시피 두 명이 있지.”

라이와 리아.

“지유화 님은 분명 언제인가 그 녀석들을 노릴 거야.”

미치광이 과학자들이 벌인 실험의 유일한 성공 사례이니.

“지금에야 다른 것에 한 눈을 팔고 있는 것 같지만…….”

서이안의 시선이 잠시 ‘유은영’에게 머물렀다.

“나는 지유화 님을 잘 알아.”

그녀는 자신이 목표로 하는 일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달성시키는 여자였다.

설마, 그 수단과 방법이 불벅적인 일일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말이다.

“원하면 그 꼬맹이들도 우리가 보호해줄게.”

“또 얼마나 뜯어가려고요?”

지화자가 날카롭게 물었다.

“뜯어간다니? 나는 정당한 값을 받고 일할 뿐이야. 그보다 네 돈도 아니잖아?”

내 돈이야, 이 자식아.

지화자는 속이 부글부글 끓는 것을 느끼며 말했다.

“리아와 라이는 괜찮습니다. 그 녀석들은 저희 쪽에서 보호할 테니 신경끄십시오.”

“그렇게 말한다면야, 뭐.”

서이안이 어깨를 으쓱였다.

“어쨌든 내가 너희한테 말해줄 이야기는 이게 끝이야.”

다음은 지화자와 유은영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서이안에게 해줄 이야기가 없었다.

그렇기에 지화자와 유은영은 그가 건네준 자료를 챙겨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야? 어디 가려고?”

“이제 센터에 돌아가려고요.”

“뭐?”

서이안이 두 눈을 끔뻑였다.

“지유화 님에 대해 말해줘야지!”

“어제 말해드렸잖아요.”

유은영이 태연하게 대꾸했다.

“사실, 저희가 아는 건 그게 전부거든요.”

“거짓말하시네!”

눈치 빠르기는.

그렇지만 유은영은 서이안에게 지유화에 대한 정보를 더 풀어줄 생각이 없었다.

그건 지화자 역시 마찬가지.

서이안에게 지유화에 대한 다른 정보를 알려주는 건, 그가 완전히 자신들의 편이 됐을 때다.

“그럼, 저희 오빠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지화자가 고개를 꾸벅 숙인 후 몸을 돌렸다.

“야! 잠깐!”

“다음에 또 뵐게요.”

유은영이 웃는 낯으로 인사한 후 지화자의 뒤를 따랐다.

“야! 너희 거기서!!”

서이안이 빼액 소리 질렀지만, 두 사람은 들리지 않는다는 듯이 유승민의 집을 나가버렸다.

“서이안 씨께 살짝 미안하네요.”

“미안할 게 뭐 있어?”

지화자가 피식 웃었다.

“그래도 이렇게 꼼꼼하게 조사를 진행할 줄은 몰랐네. 키메라에 대한 것들은 언제 한 번 건드려봐야 했던 문제인데…….”

서이안 덕분에 그럴 필요가 없게 됐다.

“이제 어쩌죠?”

“계속 연기해야지.”

유승민이 집에 없다면서, 걱정 가득한 얼굴로 팀원들 앞에 서야 했다.

‘유은영’이 말이다.

“생각하니 짜증 나네. 언니, 지금 나랑 몸 바꿀래?”

“장난해요?”

서로의 몸으로 되돌아가려면 누구 하나가 심각한 상처를 입어야했다.

유은영이 와락 얼굴을 구기면서 말했다.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말고 연기나 제대로 하세요.”

쳇.

지화자가 불퉁하게 입술을 씰룩였다.

***

“네? 유승민 씨께서 집에 안 계신다고요?”

“네…….”

‘유은영’이 어두워진 낯빛으로 입을 열었다.

“경비실에서 CCTV를 확인하니, 어제 퇴근한 후 집에 돌아오지를 않았더군요.”

“그게 정말입니까?”

‘유은영’이 고개글 끄덕였다. 곧 그녀는 두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 매달며 울먹였다.

“오빠한테 무슨 일 생긴 건 아니겠죠?”

“아닐 겁니다!”

하태균이 허겁지겁 ‘유은영’에게 휴지를 뽑아주며 그녀를 진정시켰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네… 고마워요…….”

‘유은영’이 훌쩍이며 하태균이 건넨 휴지로 눈물을 닦아냈다. 그 광경을 보고 있던 ‘지화자’는 감탄했다.

‘지화자 씨, 나중에 정년퇴직 후 배우 하시면 되겠는데?’

어쩜 저렇게 뻔뻔하게 연기할 수 있을까?

유은영은 절대 못 할 일이었다.

그때, 지화자가 그녀를 쳐다봤다. 뭐하고 있느냐는 듯이 말이다.

‘아!’

유은영이 정신을 차리며 말했다.

“하태균 씨, 죄송하지만 경찰에 신고 좀 하고 와주실 수 있을까요? 저는 상부에 보고하고 오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하태균이 믿고 맡겨만 달라면서 겉옷을 챙겨입고 사무실을 박차고 나갔다.

“라이 씨랑 리아 씨께서는 유은영 씨를 부탁할게요.”

“네!”

라이랑 리아가 힘차게 대답했다.

유은영은 아이들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준 후 사무실을 나갔다.

사실, 마음 같아서는 보고따위 하고 싶지 않았다.

나화진을 만나 그의 앞에서 제 오빠가 사라진 것을 알려야 하는데 그럴 마음이 들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해야 했다.

‘망할.’

유은영이 주먹을 꽉 쥐며 센터의 가장 위층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윽고 도착한 국장실.

나화진이 없으면 어쩌나 했더니, 그는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국장님, 지화자입니다.”

“들어오게.”

유은영이 크게 숨을 들이마신 후 문을 열어젖혔다.

***

“유은영아, 괜찮아?”

“은영 누님, 괜찮아요? 이제 좀 진정이 돼요?”

“울고 싶으면 울어.”

“맞아요, 안 놀릴게요.”

리아와 라이가 ‘유은영’을 사이에 두고 쫑알거렸다. 지화자는 귄찮아 죽겠다는 얼굴로 손을 휘휘 저었다.

“괜찮으니까 가 봐.”

“싫어! 지화자가 유은영 잘 보고 있으라고 했단 말이야!”

“맞아요!”

도대체 언제부터 ‘지화자’의 말을 잘 들었다고 저러는 걸까?

지화자가 헛웃음을 흘릴 때.

“야! 지화자! 자리에 있냐?!”

“지화자 팀장, 실례 좀 할게.”

3팀과 4팀의 팀장인 영웅호걸이 사무실을 찾아왔다. 반갑지 않은 손님들의 등장에 리아와 라이가 이를 드러냈다.

“나가!”

“맞아, 나가요!”

남매의 흉흉한 기세에 영웅호걸이 휘파람을 불었다.

“진정해. 너희랑 싸우려고 온 거 아니니까.”

“그래. 우리가 뭐하러 이 좋은 날에 너희와 싸우려고 왔겠니?”

리아와 라이는 어처구니가 없어 멍하니 두 눈을 끔뻑였다.

영웅호걸이 누구인가?

센터에서 가장 호전성이 강한 각성자들로, 강해 보인다 싶으면 한 번 싸워보자고 난리를 피워대는 3팀과 4팀의 팀장이었다.

리아와 라이가 처음 센터에 왔을 때도 그들은 한 번만 싸워달라고 아이들을 귀찮게 굴었었다.

지화자가 쫓아내지 않았더라면 꽤 고생했을 터.

그렇기에 리아와 라이는 계속 이를 드러냈다.

“오빠들 말 안 믿어! 저번에도 싸우러 온 거 아니라고 했으면서 오빠랑 나를 괴롭혔잖아!”

“맞아요! 은영이 누나, 저 형들 한 번 더 쫓아내주세요!”

리아와 라이가 ‘유은영’의 옆에 찰싹 붙었다.

지화자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안 그래도 리아와 라이만으로도 귀찮아 죽을 지경이었다.

그런데 아이들 못지않게 귀찮은 영웅호걸의 등장이라니.

지화자가 용건만 꺼지라는 표정으로 물었다.

“지화자 팀장님은 지금 자리를 비우셨습니다. 무슨 일로 찾아오셨죠?”

“당연히 23일에 일어날 S급 게이트 관련으로 이야기할 게 있어서 왔지!”

아, 완전히 잊고 있었다.

영웅호걸의 말대로 2월 23일.

서울 동작구에 S급 타임 브레이커 케이트가 예정되어 있었다.

유은영과 함께 A-Index의 알림을 봤었는데도 그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렸다.

‘유승민 씨의 일이 워낙 타격이 컸어야지.’

지화자가 관자놀이를 꾹꾹 누른 후 말했다.

“지화자 팀장님께 그과 관련해서 말씀드려 놓겠습니다. 지원 요청이죠?”

“응.”

영웅호걸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말해줄 필요 없어.”

“저희가 말해줄 거거든요.”

그러면서 두 사람은 사무실 내 마련되어 있는 소파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지화자가 입을 뻐금거렸다.

“지금, 뭐하시는……?”

“보면 몰라? 이대로 지화자 팀장 기다리려는 거잖아.”

“차는 내어주실 필요 없어요.”

내어줄 생각도 없었다.

영웅호걸은 정말 ‘지화자’가 올 때까지 기다릴 작정인 듯했다.

“유은영아…….”

“은영 누님…….”

리아와 라이가 ‘유은영’의 옷깃을 꼭 붙잡고는 그녀를 쳐다봤다.

영웅호걸이 보내고 있는 열렬한 시선 때문이리라.

지화자가 얼굴을 찌푸렸다.

안 그래도 이것저것 신경 쓸 일이 많아서 골치 아파 죽겠는데.

“야, 그런데 하태균은?”

“그러게. 태균 씨가 안 보이네? 하성이야, 뭐. 입원 중이니 그렇다 쳐도 태균 씨는 어디 있지?”

“그러고 보니 이번에 새로 입사한 녀석도 안 보이는데?”

“아아, 유은영 씨 오빠 되시는 분? 그러게. 유은영 씨, 그분은 지금 어디 있나요?”

저 망할 쌍둥이 자식들이 쫑알쫑알 시끄럽게 군다.

지화자의 입꼬리가 비딱하게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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