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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급 힐러가 랭킹 1위가 되어 버렸다-145화 (145/200)

제145화

“으아아악!”

지화자가 갑작스럽게 들려온 비명에 고개를 돌렸다.

센터의 직원을 위협하는 몬스터가 보였다.

‘다 처리한 줄 알았는데.’

지화자가 총을 들어 몬스터를 향해 쐈다.

타앙!

경쾌한 총성과 함께 머리를 명중당한 몬스터가 쿵! 쓰러졌다.

“가, 감사합니다! 덕분에 살았습니다!”

“뭘요. 그보다 조심하세요. 숨어잇는 몬스터들이 꽤 있는 것 같으니까요.”

지화자의 말에 여자가 꿀꺽 침을 삼켰다. 그때, 여자의 동료가 황급히 달려왔다.

“야! 괜찮아?”

“응? 으응! 괜찮아! 저 분이 도와주셨어! 현장 파견 부서에서 나오신 분인가봐!”

정답이었다.

“어? 저 분은 그 분이잖아.”

“누구?”

“폐급이면서 지화자 님의 팀에 전담 어시스트 힐러로 소속된 사람 있잖아!”

“그 사람이 바로 저 사람이야?”

“그래!”

‘유은영’이 자신을 두고 떠드는 목소리를 무시하며 지하 안쪽으로 향했다.

나화진이 그곳에서 따로 조사 중이라고 들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뭘 조사하고 있는 건지.’

지화자가 짧게 혀를 찼다.

나화진이 있는 곳은 그녀가 퀸 하르퓌아를 상대했던 곳이었다.

키메라를 신경써서 현장에 직접 나왔다고 하더니, 아무래도 거짓말이었던 모양이다.

퀸 하르퓌아는 키메라들과 전혀 상관이 없는 몬스터였으니까.

‘오히려 조사를 하려면 그리프를 잡아 조사했어야지.’

아이들을 키메라로 만든 건, 바로 그 몬스터의 유전 정보였으니 말이다.

어쨌거나 그녀는 나화진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화려하게도 처리해났군.”

“죄송합니다. 상황이 워낙 급박해서 훼손을 적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그렇지. S급 몬스터를 게이트 바깥에서 만날 기회가 무척 적다는 걸 알지 않나?”

나화진이 신호걸을 타박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지화자가 얼굴을 찌푸리는 순간.

“오, 뭐야? 유은영 씨께서 여기는 웬일이래?”

신영웅이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지화자가 그에게 고개를 까닥거리며 인사하고는 말했다.

“나화진 국장님께서 내린 명령 때문에 찾아왔습니다.”

“국장님께서?”

신영웅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명령을 내리셨는데?”

“아이를 처분하라는 명령이요.”

“아이?”

그가 미간을 좁혔다가.

“아아, 유은영 씨께서 인간으로 돌렸다는 그 키메라?”

누구를 가리키는 건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처분하자고 이야기를 꺼냈나 보구나? 하긴, 저 인간 성격에 그럴 거라고 예상하기는 했지만.”

정말로 그럴 줄은 몰랐던 듯, 신영웅이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어쨌든 조금만 기다려. 보다시피 국장님께서 지금 기분이 굉장히 언짢으신 상태거든.”

“네, 그렇게 보이네요.”

지화자가 그렇게 말하며 나화진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어? 어어?”

신영웅이 크게 당황했다.

“유은영 씨! 기다리란 말 못 들었어? 야!”

그가 황급히 ‘유은영’을 붙잡으려고 했지만 이미 늦은 때였다.

“음? 자네는…….”

나화진이 그녀를 발견해버렸다.

지화자가 그를 향해 예의를 갖춰 인사하고는 말했다.

“지후의 일로 긴밀하게 나눌 이야기가 있어 찾아왔습니다.”

“지후?”

“제가 인간으로 되돌린 아이요.”

“아아, 그 키메라?”

인간으로 되돌렸다고 해도 계속 키메라라고 부르는 모습이라니.

지화자가 두 손을 주먹쥐었다.

나화진은 그녀가 속으로 분노를 삭히는 것도 모르고 웃는 낯으로 말했다.

“처분하라는 말 때문에 찾아온 모양이군.”

“네, 그렇습니다.”

“그래, 그럼 자리를 좀 옮기도록 하지. 여기에서 나눌 이야기는 아닌 것 같으니.”

나화진이 걸음을 돌렸다.

“자네들은 저것을 센터로 옮기도록 하게. 시민들 눈에 띄지 않도록 조심하고.”

“네, 알겠습니다.”

영웅호걸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지화자는 나화진을 따라 자리를 벗어났다. 지상으로 올라온 그들은 곧장 대화를 시작했다.

“그래, 뭐가 불만인가?”

묻는 말에 지화자가 곧바로 입을 열었다.

“저도 지화자 팀장님도 지후를 처분할 수 없습니다.”

나화진이 미간을 좁혔다.

“그 이유는?”

“지후는 키메라가 아닌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그래, 그렇게 보이기는 했지.”

하지만.

“키메라의 본성이 그 속에 내재되어 있다면 어덯게 할 건가?”

“그때는 제 손으로 직접 처분하도록 하겠습니다.”

지화자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제가 구한 아이니까요.”

‘유은영’이 흔들림 없이 곧은 눈으로 나화진을 쳐다보며 그렇게 말했다.

나화진이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보다 픽 웃었다.

“여러모로 지화자 팀장 곁에 있기 참 아까운 인재란 말이지.”

지화자가 비딱하게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그래, 유은영 씨가 원하는대로 하도록 하지.”

“그 말씀은…….”

“키메라의 처분은 없던 일로 하겠네. 단.”

나화진이 지화자의 어깨를 세게 끌어잡았다.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게 있어야하지 않겠나?”

나화진이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자네한테 유화의 이야기를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말이야.”

“네, 그렇습니다.”

지화자가 기억하고 있다면서 싱긋 웃었다. 웃는 낯과는 다르게 속은 썩어 문드러지고 있었지만 그녀는 내색하지 않았다.

어쨌거나 그녀의 대답에 나화진이 활짝 웃었다.

“그래. 그럼 내가 말한 걸 기억하고 있겠지?”

아무렴, 잘 기억하고 있었다.

“유화가 자네를 보고 싶어한다네.”

지화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화진이 그녀의 고갯짓에 크게 만족스러워하며 말했다.

“내 곧 자리를 만들지.”

“자리라면.”

“유화와 만날 자리를 말하는 거라네.”

나화진이 싱긋 웃었다.

“사실 그 키메라를 처분시킬 생각따위 없었네. 유화가 그러지 말라 해서 말이지.”

지화자가 얼굴을 찌푸렸다.

표정을 관리해야한다는 것도 잊고 말이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김지후의 일로 유은영이 얼마나 신경을 썼는데, 장난이었다니.

“화난 모양이군. 하지만 이렇게 해야 자네 혼자 나를 직접 찾아올 것 같아서 말이지. 그럼, 센터로 돌아가서 내 연락을 기다리도록 하게.”

나화진이 축객령을 내렸다.

지화자가 그에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 올리며 물었다.

“그럼, 지후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 겁니까?”

“그거야 자네가 알아서 해야지. 지화자 팀장과 함께 말이다.”

저 빌엄거을 노친네가.

지화자가 입매를 비틀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네, 알겠습니다.”

* * *

“지화자 팀장!”

다급하게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유은영이 고개를 들었다.

“미쳤어?!”

“응?”

“사람을 이렇게 곤죽으로 만들어버리면 어떻게 해!”

나혜선이 유은영의 어깨를 찰싹 때리고는 발을 동동 굴렀다.

“완전히 정신을 놓아버렸잖아! 알아낼 게 산더미인데!”

“아…….”

유은영이 머쓱하게 웃었다.

“지금 웃음이 나와?”

나혜썬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간호 관리 부서에서 이 팀장 불러올 테니까 어디 가지말고 여기 있어.”

유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혜선이 구시렁거리며 지하를 빠져 나갔다.

그녀가 사라지자마자 유은영이 앞머리를 쓸어 올리곤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나혜선의 말대로 박신애는 곤죽이 되어 있었다.

살아만 있을뿐, 그녀는 알 수 없는 신음을 흘리며 침을 뚝뚝 떨어뜨리고 있었다.

망가진 인형처럼 보였다.

박신애를 저렇게 만든 건, 다름 아닌 유은영이었다.

그런데 왜일까?

‘아무렇지도 않네.’

사람을 망가뜨렸다는 죄책감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러니 한계도 모르고 박신애의 머릿속을 마구잡이로 헤집어버린 걸 거다.

‘나혜선 팀장님이 말리지 않았으면 큰 일이었겠네.’

박신애의 죽음에 유감따위 없지만, 그녀로부터 얻을 정보가 사라지는 건 큰 일이었으니.

“후우.”

유은영이 작게 숨을 내쉬었다.

“지화자 씨께서는 국장님을 잘 설득하고 있으려나?”

걱정이 됐다.

다름 사람도 아닌, 나화진이지 않는가?

어떻게 보면 센터의 최고 권위자에게 대들러 간 건데, 잘 해결하고 올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생각하지 말자.’

유은영이 설레설레 고개를 저을 때, 나혜선이 이혜나를 데리고 돌아왔다.

이혜나는 박신애의 모습을 보자마자 비명을 질렀다.

“그럼, 나는 이만.”

유은영이 뒤는 맡긴다면서 양심 없게 지하를 빠져나왔다. 그러자마자 만나게 됐다.

“지, 아니. 유은영 씨?”

“팀장님.”

나화진과 이야기를 끝마치고 온 지화자와 함께 말이다.

지화자가 꾸벅 고개 숙였다.

“일은 잘 해결하고 왔습니다. 국장님께서 명령을 철회하겠다고 하셨습니다.”

“정말요?”

다행이었다.

유은영이 가슴을 쓸어내리며 웃었다. 하지만 그녀의 입가에 걸려있떤 미소는 오래가지 못했다.

지화자와 단판을 지어야할 일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유은영이 목 언저리를 긁으며 지화자를 쳐다봤다. 그 시선에 지화자가 고개를 살짝 기울었다가 픽 웃었다.

“궁금한 게 많았죠?”

“네?”

“잠시 카페에서 이야기 좀 나누죠. 지후 일로 상의를 드려야할 일도 있으니까요.”

지화자가 걸음을 옮겼다.

유은영이 살짝 입술을 오므렸다.

‘피할 줄 알았더니.’

의외로 정면돌파를 감행하는 모습이었다.

“팀장님, 안 오십니까?”

“아, 가요.”

유은영이 황급히 그녀의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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