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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급 힐러가 랭킹 1위가 되어 버렸다-142화 (142/200)

제142화

기회는 한번 뿐.

유은영이 긴장감 어린 얼굴로 키메라를 쳐다봤다.

머리에 여러 개의 뿔이 돋아난 키메라의 눈은 새빨갰다. 도저히 인간의 몰골로 보이지 않았지만.

“괜찮아.”

유은영은 키메라를 향해 퍽 다정하게 굴었다.

키메라의 두 눈에 서린 두려움을 읽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떻게 되돌리지?’

무작정 힐을 사용하면 되는 걸까? 그럼, 이 아이를 다시 인간으로 되돌릴 수 있을까?

유은영이 입술을 달싹이다 표정을 굳혔다.

‘무슨 방법이든 써봐야해.’

한번 뿐인 기회.

아이를 죽게 두지 않으려면 최선을 다해야만 했다.

유은영이 작게 숨을 내쉰 후 아이를 향해 손을 뻗었다.

“크르르……!”

키메라가 이를 드러내며 경계했다. 당장에라도 그녀를 향해 달려들 기세에 조수현이 움직였다.

“저는 괜찮아요.”

유은영이 그를 멈춰세웠다.

“괜찮으니까 지켜봐주세요.”

조수현이 괜히 다가왔다가 아이가 그에 자극을 당해 날뛰면 큰 일이었으니까.

유은영이 아이와 시선을 맞대며 미소를 그렸다.

“괜찮아.”

키메라가 주춤거리며 몸을 움츠렸다. 유은영은 조심스럽게 아이의 머리 위에 손을 얹었다.

“크르…….”

아이가 위협적인 소리를 냈다.

하지만 자신의 머리 위에 얹어진 손을 쳐내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그저 ‘뭘 하려는 걸까?’란 눈빛으로 유은영을 지켜볼 뿐.

유은영은 저를 빤히 보는 시선에 싱긋 웃어준 후 힐을 사용했다.

곧 따뜻한 빛이 아이를 감싸기 시작했다. 아이의 붉은 눈이 저를 감싼 빛을 쫓으며 커다래졌다.

“우… 우우…….”

키메라가 처음으로 짐승같은 소리가 아닌 인간다운 목소리를 냈다.

유은영은 이를 악물며 아이에게 제 힘을 쏟아넣었다.

‘힘들어.’

아이와 뒤섞여있는 몬스터의 힘이 자신을 자꾸만 밀어내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밀려나지 않았다.

“유은영 씨, 무리하지마십시오.”

점점 상태가 안 좋아지는 그녀의 모습에 조수현이 걱정했지만 유은영은 단호했다.

‘조금만 더.’

여기에서 조금만 더 힘을 내면 아이를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유은영이 이를 악 물었다.

‘제발……!’

아이가 왜 괴물과도 같은 꼴이 됐는지 모른다.

하지만 유은영은 알았다.

아이가 원해서 저런 모습이 된 게 아니란 것을.

그러니까.

‘제발!’

그녀는 젖먹던 힘을 쥐어짜냈다.

식은땀이 온 몸을 푹 적셨지만 유은영은 계속해서 키메라를 향해 힘을 쏟아냈다.

그 노력은 결국 빛을 발했다.

파아앗!

아이를 감쌌던 것이 돌연 환하게 빛나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모습을 감춰버렸다.

유은영이 가쁘게 숨을 몰아내쉬었다.

빛이 사라진 자리에서 아이는 쓰러져 있었다. 머리에 돋아나있던 여러 개의 뿔은 보이지 않았다.

유은영이 놀란 눈을 보였다.

키메라를 인간으로 되돌리는 것을 성공한 거다.

“아아, 다행이다!”

유은영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녀와는 다르게 조수현은 얼떨떨한 얼굴이었다.

“이럴 수가…….”

수 년 전, 키메라가 처음 모습을 드러낸 후 그들을 다시 인간으로 되돌리기 위해 무수한 노력을 했었다.

결과는 실패.

미친 과학자들로부터 구조됐던 키메라는 전부 죽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D급 힐러인 유은영 씨께서 키메라를 인간으로 되돌렸다고?’

조수현이 믿기지 않는다는 눈으로 유은영을 쳐다봤다.

유은영은 D급이 아닌 C급이었지만 그 사실은 아직 센터에 보고되지 않은 채였다.

어쨌거나 그녀는 정신을 잃은 아이를 품에 안고서 환하게 웃음을 터트리고 있는 중이었다.

조수현이 입술을 달싹거리다가 조심스럽게 목소리를 내뱉었다.

“유은영 씨께서는 도대체 정체가 뭡니까?”

“네?”

“키메라를 인간으로 되돌리다니요. 그것도 D급 힐러인 당신께서 말입니다.”

D급이 아니라 C급인데요.

유은영은 튀어나오려던 말을 꿀꺽 삼킨 후 대답했다.

“저도 몰라요. 그저 확신이 있어서 움직였을 뿐이에요.”

“확신이라니요?”

“이 아이를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다는 자신감이요.”

유은영이 곤히 잠든 아이를 안아 들었다.

“그래서 조수현 팀장님을 막아선 거예요.”

아이가 그의 손에 죽임을 당하게 둘 수는 없었으니까.

“…일단 알겠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센터로 돌아가서 합시다.”

이곳에서 유은영을 닦달해봤자 소용 없을 거다. 그것을 잘 알고 있는 조수현이 걸음을 돌렸다.

지금 중요한 건 실종된 지화자를 찾는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는 움직일 수 없었다.

“크르르르!”

“키야아악!”

두 마리의 키메라가 잔뜩 흥분한 상태로 그의 앞을 막아섰기 때문이다.

조수현이 살포시 미간을 좁히고는 유은영을 쳐다봤다.

마치, 저 키메라들 역시 인간으로 되돌릴 수 있으냐는 듯이 말이다.

그 시선에 유은영이 허망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구할 수 없어요.”

내뱉은 목소리가 형편없이 떨리고 있었다.

유은영의 얼굴이 구겨졌다.

품에 안겨있는 아이를 구할 수 있다고 확신했던 것처럼 유은영은 직감했다.

저 키메라들은 구할 수 없다.

“키르르르!”

인간 본연의 모습따위 찾을 수 없는 모습들에 유은영이 더더욱 얼굴을 구겼다.

키메라들 중 하나가 조수현을 향해 달려든 것은 그때였다.

“조수현 팀장님!”

유은영이 다급하게 그를 부르는 순간.

“윽……!”

“유은영 씨!”

남은 키메라가 유은영을 향해 이를 드러냈다.

유은영이 품에 안겨있는 아이를 필사적으로 지키며 키메라에 밀어냈다.

“키야아아악!”

날카로운 손톱이 유은영의 팔을 인정사정없이 할퀴었다.

상처에서 흐르기 시작한 피 때문인지 키메라가 더더욱 흥분하여 날뛰기 시작했다.

‘안 돼.’

이대로면 겨우 구해낸 아이도 위험에 처할 터. 유은영이 뒷주머니에서 총을 꺼냈다.

“미안해.”

“키야아아악!”

“정말 미안해.”

유은영이 아이의 이마를 향해 총구를 들이밀고는.

타앙―!

방아쇠를 당겼다.

후두둑, 검붉은 피가 유은영의 뺨에 튀었다. 그 사이 키메라를 처치하고 온 조수현이 그녀에게 다가왔다.

“유은영 씨, 괜찮습니까?”

유은영은 고개를 숙인 채 미동이 없었다.

“유은영 씨?”

조수현이 조심스럽게 그녀의 어깨를 잡는 순간.

“뭐야?”

날선 목소리가 그녀의 입에서 튀어 나왔다.

“유은영 씨……?”

“뭐?”

여자가 멍하니 두 눈을 끔뻑이다 제 품에 발견있는 아이를 보고는 입을 벌렸다.

“뭐야?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유은영 씨께서 그 아이를 구했잖습니까?”

“그럴 리가!”

여자가 화들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가 바로 앞에 쓰러져 있는 키메라를 보고는 물었다.

“저것도 언니가, 아니. 제가 한 거예요?”

“네? 네, 그렇습니다.”

“하, 하하.”

“유은영 씨? 괜찮습니까?”

‘유은영’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

“지화자 팀장님!”

휙, 몸이 옆으로 굴렀다.

가하성과 함께 바닥을 여러차례 구른 여자가 앓는 목소리를 내며 상체를 일으켰다.

그런 그녀를 향해 가하성이 다급하게 물었다.

“팀장님, 괜찮으세요?!”

“네?”

여자가 놀란 눈을 보였다.

“괜찮으시냐고요!”

“아, 네. 괜찮기는 한데.”

여자의 두 눈에 가하성의 왼쪽 손목에 나있는 끔찍한 상처가 보였다.

“가하성 씨야말로 괜찮으세요?”

가하성이 미간을 좁혔다.

“갑자기 왜 또 친절 모드세요?”

“네?”

“그보다 정신 차리세요! 조금 전에 죽을뻔 했다고요!”

죽을뻔 했다고? 누가? 내가?

여자가 멍하니 두 눈을 끔뻑일 때였다.

“지 팀장, 미쳤어?! 전투 도중에 멍하니 있으면 어떻게 해!”

“영웅 씨?”

퀸 하르퓌아를 상대하고 있던 신영웅이 험악하게 얼굴을 구기며 입을 열었다.

“답지 않게 왜 그래?”

“그게, 그러니까.”

여자가 머리를 부여잡았다.

‘몸이 바뀌었어?’

바뀌었으면 하고 그렇게 빌 때는 몸이 안 바뀌더니!

‘지화자’가 얼굴을 구겼다.

몸이 바뀌기 직전 자신의 손으로 끝낸 생명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빌어먹을.”

“팀장님?”

‘지화자’의 입에서 튀어나온 날선 목소리에 가하성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 팀장, 정신 챙겼으면 어서 도와줄래? 저 새대가리 빨리 끝장내야지.”

신호걸의 목소리에 ‘지화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하를 파괴하고 있는 커다란 새가 보였다. 계속해서 들려오던 굉음의 정체가 바로 저 새와의 전투 소리였나 보다.

그때, ‘지화자’의 눈에 누군가가 포착됐다.

새가 날뛰고 있는 공간 뒤로 나있는 작은 통로.

바로 그곳에서 흰 가운을 입은 여자가 겁에 질린 얼굴로 벌벌 떨고 있는 것이 보였다.

‘지화자’가 무기를 꼭 쥐며 이를 드러냈다.

‘찾았다.’

아이들을 키메라로 만든 장본인을 발견했다는 기쁨도 잠시.

타앗!

‘지화가’가 땅을 박찼다.

“지 팀장! 어디가?!”

“지화자 팀장님!”

“야! 지화자 팀장!”

다급한 목소리들이 그녀를 쫓았지만 ‘지화자’는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흰 가운을 입은 여자의 앞에 도달하자마자 겨우 멈췄다.

“당신.”

“히이익!”

여자가 철푸덕 뒤로 넘어지며 이를 딱딱 맞부딪쳤다.

‘지화자’가 얼굴을 구겼다.

“당신이 그랬지?”

화르륵―!

그녀의 주위로 불꽃이 피어 올랐다. 바로 눈앞의 여자를 집어 삼켜버릴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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