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F급 힐러가 랭킹 1위가 되어 버렸다-141화 (141/200)

제141화

19. 갈등

“오, 진짜네?”

신영웅이 입술을 오므렸다.

“내려가봐야겠죠?”

신호걸의 물음에 조수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유은영 씨께서는 여기에서 기다려주시겠습니까?”

“아니요.”

유은영이 고개를 저었다.

“저도 함께 가요.”

“위험할 겁니다.”

“여기에서 혼자 있는 것보다는 위험하지 않을 것 같은데요?”

맞는 말이었다.

조수현이 영웅호걸과 잠시 시선을 교환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그들은 그렇게 지하로 내려가게 됐다.

“우와! 엄청 넓네? 도대체 이런 곳은 어떻게 만들었대?”

“그러게 말이야.”

영웅호걸이 감탄하면서 지하를 둘러봤다.

유은영도 마찬가지였다.

쿠구궁!

땅이 크게 흔들린 건 그 순간이었다.

“으악!”

유은영이 비틀거리며 넘어지려는 찰나, 조수현이 그녀를 붙잡았다.

“괜찮습니까?”

“네? 네,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그보다…….”

조수현이 고개를 들어 어둠이 짙게 내려앉아있는 안쪽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S급 각성자의 예민한 청각에 전투 소리가 잡혀 왔다. 그리고 그 소리는 그만 들은 것이 아니었다.

“수현 형님, 가죠.”

“맞아요. 저 안쪽에서 누가 싸우고 있는 것 같으니까요.”

영웅호걸의 말에 조수현이 대답했다.

“좋습니다.”

그러고는 유은영을 안아들었다.

그녀가 어떻게 반응할 새도 없이 말이다.

“조, 조수현 팀장님?”

“실례하겠습니다.”

타앗!

조수현이 양해를 구한 후, 곧장 다리를 움직였다.

유은영이 두 눈을 질끈 감으며 황급히 그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얼마나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지, 앞을 볼 수가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조금만 천천히 움직여 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도 없었다.

입을 열었다간 혀를 깨물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영웅호걸은 잘만 말했다.

“수현 형님. 지 팀장, 저 앞에 있는 거 같은데요?”

“먼저 가봐도 될까요?”

조수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고갯짓에 영웅호걸이 속도를 더욱 높여 앞서 달려나갔다.

“유은영 씨, 저희도 조금만 더 빨리 움직입시다.”

“넷?!”

유은영이 놀란 얼굴로 물었다가 혀를 깨물고 말았다.

그녀가 황급히 치료를 시작했다.

조수현은 유은영의 놀란 목소리를 무시하고서 더욱 빠르게 움직였다.

“……!”

휙휙 지나가는 풍경에 유은영이 조수현을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

‘엄마야!’

도대체 지화자는 이런 곳에서 뭘 하고 있단 말인가!

‘진짜 만나기만 해봐!’

꿀밤을 먹이든 다리 사이를 걷어차든 한 방 먹여주겠다고 그녀가 다짐할 때였다.

조수현이 자리에 멈춰 섰다.

“조수현 팀장님……?”

유은영이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왜 그러세요?”

“아이가 있어서 말입니다.”

“아이요?”

이런 곳에?

유은영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앞을 쳐다봤다.

조수현의 말은 사실이었다.

일곱 살은 됐을까 싶은 어린아이가 올망졸망 두 눈을 뜨고 그녀를 보고 있었다.

그런데.

“…저 아이, 사람 맞죠?”

아이의 머리 위에 여러 개의 뿔이 돋아나 있었다.

전혀 인간처럼 보이지 않았다.

유은영의 물음에 조수현이 그녀를 내려다주고는 말했다.

“네, 사람 맞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말을 덧붙였다.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조수현이 그렇게 말하면서 주먹을 쥐었다. 당장에라도 아이를 해칠 것처럼 말이다.

“잠깐만요, 조수현 팀장님!”

유은영이 황급히 그의 앞을 막아섰다.

***

타앙! 탕―!

총성이 지하를 울렸다.

퀸 하르퓌아를 향해 방아쇠를 당긴 가하성이 얼굴을 찌푸렸다.

그의 공격이 퀸 하르퓌아에게 전혀 닿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가하성! 그냥 얌전히 있어!”

“어떻게 얌전히 있어요!”

가하성이 목소리를 높였다.

“팀장님, 공중전 약하잖아요!”

더욱이 지화자는 원거리 공격도 약한 편이었다.

“누가 약하다고 그래?!”

지화자가 성난 목소리를 냈다.

“적어도 지금 너보다는 강하니까 제발 좀 얌전히 있어!”

“그럴 수는 없습니다!”

고집하고는!

지화자가 얼굴을 찌푸렸다.

“그래, 네 마음대로 해.”

결국, 그녀는 백기를 들었다.

‘저러다 양손이 모두 망가져도 내 알 바야?’

지화자가 짧게 혀를 차고는 땅을 박차 날아올랐다.

―키에에에엑!

날카로운 울음소리에 지화자가 미간을 좁혔다.

“시끄러.”

퀸 하르퓌아 가까이 다가선 그녀가 빠르게 봉을 휘둘렀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퀸 하르퓌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키야아악!

몬스터가 입을 벌렸다.

지화자가 황급히 몸을 돌렸다. 퀸 하르피아가 누구를 공격하려는 건지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캬악!

마치 드래곤의 브레스와 같은 것이 가하성을 향해 쏟아졌다.

가까스로 그의 앞에 선 지화자가 쥐고 있던 무기를 바닥에 꽂으며 방어막을 펼쳤다.

가하성이 그에 외쳤다.

“팀장님! 저는 신경 쓰지 마세요!”

“시끄러.”

지화자가 가하성의 이마에 딱밤을 먹였다. 갑작스러운 그녀의 공격에 가하성이 얼떨떨한 얼굴을 보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지화자가 입을 열었다.

“잘 들어, 가하성. 저 망할 새대가리의 눈 쪽으로 계속 방아쇠를 당기도록 해.”

“네?”

“맞추려고 할 필요는 없어. 시선만 돌려. 그러기만 해준다면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처리할게. 알아 들었지?”

퀸 하르퓌아와의 대치를 계속 끌 수는 없는 일. 더군다나 이곳은 게이트가 아닌 현실 세계였다.

퀸 하르퓌아와의 긴 대치로 이곳이 무너지기라도 하면 큰일이라는 소리였다.

어쨌거나 덧붙여 묻는 목소리에 가하성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지화자가 봉을 쥐며 방어막을 걷어 버렸다.

“공격해.”

그 말과 함께 가하성이 퀸 하르퓌아를 향해 총을 들었다. 지화자는 다시 한 번 더 땅을 박찼다.

탕! 타앙―!

총성과 함께 퀸 하르퓌아가 크게 입을 벌렸다.

지화자가 몬스터의 입을 향해 쥐고 있던 무기를 내던지려는 바로 그때.

“찾았다, 지화자!!”

불청객이 나타났다.

지화자가 달갑지 않은 손님을 알아 보곤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신영웅?!”

“안녕, 지화자 팀장?”

“신호걸까지?!”

지화자가 놀라 외쳤다.

“너희 뭐야!”

“뭐기는? 지화자 팀장이 출근을 하도 안 해서 잡으러 온 직장 동료지.”

“맞아.”

신호걸이 신영웅의 말에 웃음을 터트리곤 말했다.

“그보다 퀸 하르퓌아라니. S급 몬스터가 왜 이런 곳에 있는 거래?”

“보나마나 뻔하지. 지화자 팀장이 몇 년전에 쓸어버린 그 쓰레기들이 다시 활동을 시작한 거 아니겠어?”

“그래도 그렇지. 그 녀석들이 S급 몬스터는 어떻게 구한 거래?”

영웅호걸이 정답게 재잘거렸다.

“둘 다 시끄러. 도울 생각 없음 꺼져.”

“싸가지 하고는.”

신영웅이 키득거리며 웃었다.

“도와주러 와줘서 고맙다는 소리 좀 해주면 어디 덧나?”

“응, 덧나.”

지화자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정 나한테서 감사 인사를 듣고 싶으면 저 새대가리 빨리 처리하던가.”

그 말에 신영웅이 비딱하게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좋아.”

화르륵!

그의 주위로 푸른 불꽃이 피어올랐다.

“그 말 꼭 지키도록 해.”

신영웅은 그대로 땅을 박차며 퀸 하르피아를 향해 주먹을 들었다.

***

쿵! 쿠궁!

안쪽에서 굉음이 여러차례 들려왔다. 그 소리를 등지며 유은영이 입을 열었다.

“조수현 팀장님께서는 지금 이 아이를 해치려는 거죠?”

“네, 그렇습니다.”

조수현이 고민도 하지않고 대답했다.

“유은영 씨께서 막아서는 것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유은영 씨. 그 아이는 키메라입니다.”

“키메라요?”

처음 듣는 단어에 유은영이 미간을 좁혔다.

조수현은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네, 그렇습니다. 유은영 씨께서 막고 있는 그 아이는 몬스터의 유전 정보를 이기지 못하고 태어난 괴물입니다.”

괴물처럼 보이기는 했다.

당장, 머리에 돋아난 여러 개의 뿔만 봐도 그랬다.

하지만 유은영은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아이잖아요.”

“하지만 괴물입니다. 참고로 리아와 라이와는 다른 존재입니다. 그 아이들은 이성을 가지고 있지만, 저 아이는 이성을 잃어버린 괴물이니까요.”

조수현이 담담하게 목소리를 내뱉었다.

“비키십시오, 유은영 씨, 키메라는 자신을 탄생시킨 존재가 아닌 다른 인간은 모두 먹잇감으로밖에 보지 못합니다.”

그렇게 말한 후, 그는 유은영의 뒤에서 두 눈을 데굴 굴리고 있던 아이를 강하게 밀쳐 쓰러뜨렸다.

“조수현 팀장님!”

“제가 막지 않았으면 저 키메라가 유은영 씨를 먹으려고 들었을 겁니다.”

그 말대로 아이가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며 분한 얼굴로 씩씩거리고 있었다.

마치, 사냥을 실패한 것이 안타깝다는 듯이 말이다.

유은영이 도저히 인간처럼 보이지 않는 그 모습에 입술을 달싹거리다 목소리를 높였다.

“원래대로 되돌려 볼게요!”

“불가능합니다. 그 어떤 힐러도 키메라를 인간으로 되돌리지 못했습니다.”

“가능하다면요?”

유은영이 이를 악 물었다.

-Name: 유은영(劉隱映)

-Birth: 20X1. 12. 26

-Local: 82_대한민국

-Rank: C급

-Number: unknown

그녀는 C급이었다.

암만 등급이 올랐다고 해도 S급에는 한참 못미치는 C급.

하지만 유은영은 말했다.

“제가 저 아이를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다면요?”

그녀는 자신이 있었다.

도대체 어디에서 그런 자신감이 드는 건지 모르겠지만, 유은영은 결연한 얼굴로 다시금 물었다.

“제가 키메라를 다시 인간으로 되돌릴 수 있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조수현이 흔들림 없이 곧은 두 눈을 쳐다보다 주먹쥐고 있던 손을 풀었다.

“좋습니다, 유은영 씨.”

유은영의 얼굴이 환해졌다.

“하지만 기회는 한번 뿐입니다. 저 키메라가 유은영 씨를 다시 해치려고 들면 바로 죽일 겁니다.”

유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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