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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급 힐러가 랭킹 1위가 되어 버렸다-139화 (139/200)

제139화

다행인지는 모르겠으나 지화자의 바람은 이뤄줬다.

“윽…….”

유은영과 몸이 바뀌지 않은 거다.

그 사실을 알아차리자마자 지화자는 안도하면서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도대체 몸이 바뀌는 이유가 뭐지?’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을 때 몸이 바뀌는 건 안다.

하지만 원래의 몸으로 서로 돌아온 후 다시 몸이 바뀌는 이유는?

그 이유는 도무지 짐작을 할 수가 없었다.

어쨌든 간에.

“가하성.”

지화자가 팀원을 찾았다.

가하성은 그녀의 맞은편에 고개를 축 늘어뜨리고 있었다.

“야. 정신 차려.”

다가가고 싶어도 한 손이 벽에 묶여 있어 그럴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지.’

지화자는 자신의 손이 묶여있는 벽을 부숴버리기로 했다.

한 손이 묶여 있다고 힘을 사용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으니까.

지화자가 왼 손에 무기를 쥐고선 곧장 오른손을 향해 휘둘렀다.

정확히는 손을 묶고 있는 사슬을 향해 말이다.

카앙―!

쇠가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사슬이 부서져버렸다.

“다행이네.”

부서지지 않으면 정말 벽을 부술 생각이었다.

지화자가 해방된 오른손을 이리저리 주무르고는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가하성.”

그녀는 곧장 팀원에게 향했다.

가하성은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괴로워하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뼈가 드러날 정도로 왼쪽 손목이 거덜나버렸다.

이 사태를 만든 미친 작자들이 그래도 지혈을 해준 것 같았지만 상태가 심각했다.

지화자가 가하성의 어깨를 살짝 흔들며 다시 한 번 더 그를 불렀다.

“가하성, 정신차려.”

“윽…….”

가하성이 미간을 찡그리며 힘겹게 눈을 떴다.

식은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그에게 지화자가 물었다.

“여기가 어디인지 알겠어?”

가하성이 작게 숨을 내쉬고는 물었다.

“애들은요?”

이 멍청이가!

지화자가 얼굴을 구기고는 주먹을 들었다.

꿍!

그대로 가하성의 머리를 쥐어박은 그녀가 짜증 가득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정신 좀 차리지? 돌아가서 시말서 쓰고 싶어서 환장했지?”

가하성이 맞은 곳을 만지려다가 그만뒀다.

멀쩡한 손은 묶여있고, 멀쩡하지 않은 손은 자신의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그는 말했다.

“그 아이들, 제 동생들이나 마찬가지예요.”

“알아.”

가하성이 고아원 아이들을 각별하게 여기는 건 잘 알고 있었다.

“애들 중에서도 지후는…….”

가하성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가하성, 네 마음 모르는 거 아니야.”

“그럼!”

“하지만 인정해야지.”

지화자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 아이들은 더는 네가 알고있는 아이들이 아니야.”

해맑게 웃으며 미래를 꿈꿨던 아이들은 이제 없다.

남은 건 키메라들 뿐.

“네 말대로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치자.”

없지마는.

어쨌든 지화자는 물었다.

“그 방법이 실패하면?”

가하성이 파르르 입술을 떨었다.

“…또 다른 방법을 찾으면 되죠.”

“언제?”

지화자가 입매를 비틀었다.

“얼마나 걸릴 줄 알고? 그 시간 동안 그 아이들은 어떻게 할건데? 사람을 해치지 못하도록 교육이라도 시킬 거야?”

교육은 무슨.

키메라는 자신을 탄생시킨 ‘부모’에게 헌신적이지, 그 외의 사람들은 모두 고기로밖에 보지 못했다.

“가하성.”

지화자가 그의 어깨를 잡았다.

“네가 진정 애들을 생각한다면 보내줘야해.”

괴물로 살지 못하도록 말이다.

지화자의 말에 가하성의 얼굴이 더더욱 구겨졌다.

“일단 나가자.”

지화자는 봉을 가볍게 휘둘러 가하성의 오른 손목을 구속하고 있던 것을 깨부쉈다.

“움직일 수 있겠어?”

“네, 움직일 수 있어요.”

가하성이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손은?”

“글쎄요.”

가하성이 멍하니 읊조렸다.

“감각이 없어요.”

그렇게 보였다.

지화자가 짧게 혀를 찼다.

“여기서 나간 후 바로 힐러한테 가자.”

“괜찮아요. 이미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것 같으니까요.”

“가하성.”

지화자가 그런 소리 하지 말라는 듯이 그를 불렀다.

“나는 팀원을 교체하고 싶은 생각따위 없어.”

암만 사이가 좋지 않다고 해도 서로 합을 맞춰온 세월이 얼마인데.

“그리고 너만큼 정보 탐색 능력 좋은 애 찾을 생각도 없고.”

또한 가하성은 소위 총잡이였다.

그것도 명중력이 꽤 높은.

여러모로 유능한 그를 지화자는 놓아주고 싶지 않았다.

가하성은 그녀의 말에 놀란 즛 입을 뻐끔거리다가 헛기침을 한 후 물었따.

“어떻게 나가죠?”

“부숴야지.”

지화자가 철창을 가리켰다.

“그랬다가는 그 미친 새끼들이 알아차릴 텐데요?”

“알아차리라고 해.”

지화자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허술하게 우리를 가둔 그 자식들 잘못이지.”

무엇보다 도대체 이곳에서 며칠 동안 갇혀 있었던 건지 모르겠다.

‘하루 정도는 누워 있었던 것 같은데.’

지화자가 얼굴을 찌푸렸다.

‘언니한테 엄청 혼나겠네.’

다른 팀원들이 쫑알거리는거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 되는 일.

하지만 유은영의 잔소리는 그럴 수가 없었다.

어쨌거나 지화자는 가볍게 봉을 휘둘러 자신들을 가두고 있던 창살을 부숴버렸다.

“팀장님, 혹시 총 있어요? 제 건 뺏겼거든요.”

지화자가 실소를 흘렸다.

“내가 언제 총 가지고 다니는 거 봤어? 그리고 있다고 해도 안 줄 거야.”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앞쪽이 소란스러워졌다.

―키이이이!

지화자가 귀를 쫑긋 세웠다.

‘키메라에 이어 몬스터라.’

하긴, 몬스터가 없으면 키메라가 탄생할 리가 없다.

지화자가 불꽃을 일으키며 비딱하게 말했다.

“부상자는 빠져있어.”

저것들, 내가 상대할 테니.

***

쾅!

갑작스러운 소음에 0팀의 모두가 화들짝 놀랐다.

모두 그런 건 아니었다.

소음을 만들어낸 장본인, 유은영만은 평온했다.

그녀를 제외한 모두가 서로 눈치를 보다 하나 둘 입을 열었다.

“유은영아, 왜 그래?”

“은영 누님, 갑자기 왜 그래요?”

먼저 그녀에게 말을 건넨 건 리아와 라이였다. 아이들의 물음에 유은영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네?”

리아와 라이가 두 눈을 데굴 굴렀다.

“갑자기 주먹으로 책상을 쳤잖아.”

“맞아요, 은영 누님.”

유은영이 놀라 물었다.

“제가 그랬다고요?”

“…태균 오빠, 유은영 이상해.”

“하, 하하.”

하태균이 어색하게 웃었다.

유은영은 멍하니 입술을 달싹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죄송해요. 잠시 바람 좀 쐬고 올게요.”

그녀는 황급히 사무실을 나갔다.

“후우.”

센터 밖으로 나오자마자 숨이 탁 트이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답답하지 않았는데.’

사실은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유은영이 벤치에 앉아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 볼 때였다.

“은영아, 괜찮아?”

“오빠…….”

유승민이 그녀의 옆에 앉았다.

“걱정돼서 따라나왔어. 팀원들도 그랬으면 하는 눈치였고.”

“그래? 미안해.”

유은영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신경이 너무 날카로워졌나봐. 지금까지 이런 적 없었는데.”

“그럴 수밖에 없지. 지화자 팀장님이랑 가하성 씨가 3일째 소식이 없으니.”

유은영이 표정을 굳혔다.

“무슨 일 생긴 건 아니겠지?”

“가하성 씨라면 몰라도 지화자 팀장님은 괜찮으실 거야.”

유승민이 그렇게 말하고는 황급히 입을 열었다.

“물론, 가하성 씨도 괜찮을 거고. 괜히 0팀이겠어?”

아무래도 유승민은 0팀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다.

‘0팀은 강한 사람들만 모여있는 게 아닌데.’

물론, 하나하나가 강하기는 했다.

그렇다고 해도…….

“은영아.”

유은영이 화들짝 놀라 유승민을 쳐다봤다.

“조수현 팀장님을 비롯해서 다른 많으 분이 찾고 계시잖아. 금방 찾을 수 있을 거야.”

그러면서 유승민이 말했다.

“그리고 영웅 호걸 팀장님들께서 그랬잖아. 가끔 이렇게 연락도 없이 잠적탈 때 있다고.”

“그거야 옛날 일이잖아.”

“어쨌든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유승민이 배시시 웃었다.

오빠의 위로에 유은영이 어쩔 수 없다는 듯 픽 웃었다.

“알겠고, 오빠. 걱정해줘서 고마워. 나 바람 좀 더 쐬고 들어갈 테니까 팀원 분들한테 잘 좀 말해줄래?”

“물론이지.”

유승민이 유은영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담아주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떠나자마자 유은영은 작게 숨을 내쉬었다.

지화자가 가하성과 함께 3일째 연락이 끊긴 건, 극소수만이 알고 있는 문제였다.

언론에 이야기가 퍼졌다가는 일이 얼마나 커질지 모른다.

‘하지만 이것도 한계야.’

지화자의 부재를 계속 숨길 수는 없는 노릇.

“몸이라도 바뀌면 좋을 텐데.”

아니, 아니다.

유은영이 격하게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다쳐 몸이 다시 바뀐다면 몰라도 그녀에게 문제가 생겨 몸이 바뀌는 일은 일어나선 안 됐다.

‘잠깐만.’

유은영의 눈이 동그래졌다.

바뀐 몸이 또다시 바뀌는 원리는 모른다.

당장 언제는 몇 시간만에, 또는 하루만에 바뀌거나 그러더니 이젠 영영 바뀌지 않을 것처럼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다치면 어떻게 될까?

유은영이 꿀꺽 침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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