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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급 힐러가 랭킹 1위가 되어 버렸다-137화 (137/200)

제137화

지화자와 가하성은 점심이 다 된 무렵에도 출근하지 않았다.

유은영이 몇 번이고 그들에게 전화를 걸어봤지만, 두 사람 모두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하태균 씨, 지화자 팀장님이랑 가하성 씨랑 연락 되나요?”

설마 일부러 자신의 전화를 안 받는건가 싶어 하태균에게 부탁해봤지만.

“안 됩니다.”

하태균의 전화 역시 그들은 받지 않았다.

유은영이 표정을 굳혔다.

“유승민 씨는요?”

“가하성 씨랑 전화번호 교환을 안 해서…….”

유승민이 멋쩍게 뺨을 긁적였다.

“지화자 팀장님은요?”

“안 받으시네요.”

유은영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그녀를 하태균이 다독였다.

“유은영 씨, 별 일 없을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보다 병원은 다녀 오셨습니까?”

“병원이요?”

“네. 어제 순천에서 있었던 게이트에서 부상을 입으셨다고 들었습니다만.”

“그걸 어디에서 들으셨어요?”

유은영이 멍하니 두 눈을 끔뻑이며 물었다.

하태균이 사람 좋게 웃었다.

“전남지부 쪽에 알고 지내는 녀석이 있어서 말입니다. 그 녀석 말로는 유은영 씨가 부상을 좀 입으셨다고 하던데…….”

걱정 가득한 목소리에 리아와 라이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유은영아, 다쳤었어?!”

“멀쩡해 보이는 것 같았는데!”

유은영이 싱긋 웃었다.

“리아 씨, 라이 씨. 다친 것 맞지만 지금은 하나도 안 아파요.”

“정말?”

“네. 완전히 다 나았거든요.”

그보다.

“친구 분께서 과장되게 말씀하셨나보네요. 보다시피 저는 멀쩡해요. 오히려 오빠가 많이 다쳤어서 고생 좀 했죠.”

“그렇단 말입니까?!”

하태균이 놀란 얼굴로 유승민에게 물었다.

유승민이 미소를 그렸다.

“은영이가 적절하게 치료를 해준 덕분에 괜찮습니다. 그렇게 많이 다쳤던 것도 아니었고 말이죠.”

그 말에도 하태균은 걱정했다.

“두 분 다 오늘은 쉬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팀장님께는 제가 잘 말씀드리겠습니다.”

하태균은 지화자에게 무슨 문제가 생겼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하긴, 나라도 그럴 것 같아.’

유은영이 그렇게 생각하며 고민했다.

‘하태균 씨 말대로 반차낼까?’

반차를 내고 쉴 생각은 없었다.

유은영은 당장에라도 지화자를 찾으러 나가고 싶었다.

그때, 사무실 문이 열렸다.

“지화자 팀장님 계십니까?”

“조수현 팀장님?”

1팀의 조수현이 방문한 거다.

하태균이 엉거주춤 일어나서는 그를 반겼다.

“무슨 일이십니까?”

“전남지부 측에서 지화자 팀장님과 연락이 안 된다고 제게 확인을 부탁했습니다.”

조수현이 지화자의 빈자리를 확인하고는 물었다.

“지화자 팀장님께서 지금 자리를 비우고 계신가 보군요.”

팀원들이 서로 눈치를 봤다.

그녀가 자리를 비우고 있는 건 맞았다.

출근을 아예 하지 않았으니까.

미묘하게 흐르는 공기에 조수현이 미간을 좁혔다.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혹시, 지화자 팀장님께서 아직까지 출근을 하지 않으셨다거나.”

“그런 건 아니에요.”

유은영이 조수현의 말을 가로막았다.

리아와 라이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녀를 쳐다봤다. 마치, ‘그런 거짓말을 해도 괜찮냐’라는 듯이 말이다.

유은영은 리아와 라이에게 싱긋 웃어주고는 입을 열었다.

“지화자 팀장님께서는 지금 우종문 부장님 면회 가셨어요. 점심 시간에는 항상 그러시거든요.”

조수현이 시계를 흘긋거렸다.

“아직 점심 시간이 아닙니다만.”

“뭔가 느낌이 좋다면서 오늘은 일찍 가셨어요.”

조수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렇게 말씀하셨단 말입니까?”

“네.”

유은영이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술술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우종문 부장님께서 깨어나실 것 같다면서 하더라고요. 점심 끝나고 돌아오실 거예요.”

그러면서 유은영이 말했다.

“지화자 팀장님께서 돌아오시면 전남지부 축에 연락 좀 해달라고 말씀 전해드릴게요.”

조수현이 미심쩍다는 듯 미간을 살포시 좁혔다. 하지만 곧 그는 꼬개를 끄덕인 후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부탁하겠습니다. 유은영 씨.”

“네.”

유은영이 웃는 낯으로 조수현을 손수 배웅해줬다.

그렇게 그가 떠난 후.

“유은영, 거짓말쟁이!”

“은영 누님, 거짓말 엄청 잘하시네요?”

리아와 라이가 기다렸다는 듯 소리 높여 그녀를 놀렸다.

유은영이 어깨를 으쓱였다.

“어쩔 수 없었어요.”

지화자가 아직 출근하지 않았단 소식을 알려주면 골치 아파질 것 같았으니 말이다.

유은영이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지화자의 빈 자리를 쳐다봤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거야?’

어젯밤 집에 들어오지 않은 것과 관련이 있는 일인 걸까?

도대체 얼마나 심각한 일이기에 이렇게 말도 없이 출근을 하지 않고 있는 걸까?

‘그리고 가하성 씨는 또 왜 출근을 안 하고 계시는 거고.’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머릿속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다.

유은영이 손을 들어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반차를 내고 지화자를 찾으러 갈까 했지만 아무래도 그러면 안 될 듯 싶었다.

조수현이나 다른 팀장들이 그녀를 찾으면 적당한 변명을 꾸며내야 할 사람이 필요했으니까.

‘지화자 씨…….’

유은영이 다시 한번 더 크게 숨을 내쉬었다.

한편, 그 시각.

지화자와 가하성은 정답게 서로 마주보며 앉아 있었다.

‘정답게’는 아니었다.

두 사람은 서로 죽일 듯이 노려 보고 있는 중이었다.

무기를 쥔 채 말이다.

* * *

“가하성. 두 번 말 안 해. 포기하고 나한테 넘겨.”

“싫습니다.”

가하성이 단호하게 말했다.

그의 뒤에는 어린 아이가 숨어 있었다.

머리 위에 뿔이 여러 개 돋아나 있는, 절대로 ‘인간’이라 볼 수 없는 아이가 말이다.

지화자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나는 분명 경고했어.”

“압니다.”

철컥.

가하성이 탄창을 간 후, 지화자를 향해 총구를 조준했다.

지화자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 상황도, 저 아이를 지키고자 하는 가하성도 말이다.

‘망할.’

지화자가 속으로 나지막하게 욕설을 지껄였다.

가하성과 함께 아이들을 입양했다는 부모란 작자의 집에 찾아온 것까지는 좋았다.

그 집이 텅 비어 있었고, 지하로 큰 길이 나있다는 걸 발견하기 전까지는 그랬다는 거다.

평범해보이는 주택 아래에 뚫려있는 지하.

그 지하에 나있는 넓은 길.

어떻게 봐도 수상쩍은 상황이었다.

여기에서 지화자는 한 발 물러나 인력을 요청할까 고민했었다.

“야, 가하성!”

가하성이 무턱대고 움직이는 바람에 고민할 필요도 없게 됐지마는 말이다.

어쨌거나 그렇게 계속 길을 걷다 이런 상황을 벌어지게 된 거다.

‘여기에서 저런 게 튀어나올 줄 알았나?’

지화자가 가하성 뒤로 숨어있는 아이를 노려봤다.

무기를 쥐고 있는 손에 불꽃이 튀기 시작했다. 그에 가하성이 다급하게 외쳤다.

“팀장님 눈에는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지후는 인간이에요. 살아있는 사람이라고요!”

“퍽이나.”

지화자가 픽 웃었다.

“저 지후란 애가 정말 인간이라면, 같은 인간을 잡아먹으려고 하지 않았겠지.”

“잡아먹으려고 한 적 없습니다.”

“가하성.”

지화자가 한숨을 토해내듯 그의 이름을 불렀다.

“저 녀석은 우리를 잡아먹으려고 했어. 당장 네 손목에 난 상처만 봐도 알 수 있을 텐데?”

그 말대로 총을 쥐고 있지 않은 다른 한 손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그랬다.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아이는 곧장 가하성의 손목을 물어뜯어버렸다. 아주 게걸스럽게 말이다.

지화자의 일침에 가하성이 얼굴을 구겼다.

“갑작스럽게 낯선 사람이 와서 애가 놀라서 그런 것뿐입니다.”

“아무리 놀랐다고 해도 사람 손목을 그렇게 거덜낼 수 없어.”

특히, 유치도 빠지지 않은 것 같은 어린애가 어떻게 저리 만들 수 있단 말인가?

“가하성, 너도 본 적 있어서 알잖아? 그거, 네가 아는 ‘지후’가 아니야.”

“아닙니다.”

단호한 목소리에 지화자가 답답하다는 듯 소리 질렀다.

“가하성!”

성난 목소리에 가하성의 뒤로 숨어 있던 아이가 몸을 움찔거렸다.

“괜찮아.”

가하성이 아이를 달랬다.

지화자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뼈가 보일 정도로 제 손목을 물어 뜯은 아이가 뭐가 좋다고 저리 보호한단 말인가?

‘무엇보다 저 꼬맹이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니다.

‘저건 키메라지.’

인간을 몬스터로 만들고자 했던 말도 안 되는 욕망이 불러온 끔찍하기 그지 없는 결과물.

그게 바로 키메라였다.

‘최 박사를 끝으로 모두 죽였다고 생각했는데.’

미친 놈들이 목숨 하나는 참 질기다 싶었다.

지화자가 작게 숨을 내쉬었다.

어쨌든 가하성을 달래야했다.

성질 같아서는 가하성따위 신경 쓰지 않고 키메라를 죽였겠지만, 이상하게 그럴 수가 없었다.

‘언니랑 다니면서 나도 참 이상해졌단 말이지.’

지화자는 그러면서 손에 쥐고 있던 무기를 없애버렸다. 가하성이 놀란 눈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지화자가 그 시선에 두 손을 들고 다정하게 목소리를 내었다.

“네가 아는 애가 저 꼴이 됐다는 게 많이 충격적이겠지. 하지만, 너도 알잖아. 저건 키메라야. 지후란 아이의 몸을 뒤집어 쓴 괴물.”

가하성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좋아.’

지화자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대로 가하성이 순순히 물러나게 만든 후 처리하자.’

그리고 괴물을 탄생시킨 미친 새끼들을 족쳐버리는 거다.

지화자가 그렇게 생각할 때.

“죄송합니다, 팀장님.”

가하성이 방아쇠를 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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