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F급 힐러가 랭킹 1위가 되어 버렸다-134화 (134/200)

제34화

19. 갈등

“지화자 팀장님 나오셨습니다!”

“괜찮으십니까? 다친 곳은요!”

“여기 부상자 있습니다!”

“힐러들, 어서 부상자 치료 부탁드리겠습니다!”

“지화자 팀장님!”

곳곳에서 소란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B급 게이트 공략에 2시간이 넘게 걸렸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지화자는 자신에게 달려오는 헌터들을 물린 뒤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괜찮으세요?”

그녀 옆으로 유은영이 앉으며 물었다.

“언니야말로 괜찮아?”

“괜찮아요. C급이 되니까 힐이 더 잘 되더라고요.”

“그래?”

지화자가 그것 참 다행이라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것도 잠시.

“잠깐만. 뭐? C급?”

그녀는 놀라 물었다.

“네.”

유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였다.

“여기 좀 도와주세요! 정우영 팀장님께서 숨을 안 쉽니다!”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은영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가 놓고서는 나지막하게 목소리를 내었다.

“정우영 팀장님, 제 손으로 죽였거든요.”

“뭐?”

“어쩔 수 없었어요. 정우영 팀장님을 죽이지 않았다면 저나 오빠가 죽었을 테니까요.”

유은영이 자괴감 짙은 미소를 입가에 걸고선 지화자에게 물었다.

“왜요? 무슨 문제라도 있어요?”

문제?

많이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유은영의 손에 피가 묻었다는 것.

지화자가 골치 아프다는 듯 한 손을 들어 얼굴을 감쌌다.

“지화자 씨.”

유은영이 그런 그녀를 나지막하게 불렀다.

“저한테 왜 숨겼어요?”

“뭐를?”

“몰라서 물으시는 거예요?”

지화자가 조용히 입을 닫았다.

유은영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미소를 그렸다.

“제 성언이 가지고 있는 힘을 알고 있었죠?”

지화자가 입술을 달싹거리다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응.”

“언제부터요?”

“좀 됐어.”

“그러니까 그게 언제인데요.”

거듭되는 질문에 지화자가 신경질적으로 물었다.

“지금 그게 중요해?”

“네.”

유은영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지화자 씨께서 제 몸으로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여온 건지 알아야겠거든요.”

지화자가 기가 차다는 듯 웃음을 흘렸다.

“언니는 내가 뭐 살인자라도 되는 줄 아나봐?”

유은영은 조용히 그녀를 보기만 했다. 그 시선에 지화자가 얼굴을 구길 때.

“지화자 팀장님, 잠깐 이야기 나눌 수 있겠습니까?”

전남지부 소속의 헌터가 그녀를 불렀다.

지화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중에 이야기 해. 뭔가 오해하고 있는 것 같으니까.”

유은영은 마음대로 하라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유은영은 지화자가 자리를 뜨자마자 무릎 위에 얼굴을 파묻었다.

“바보 같아…….”

이런 식으로 지화자를 몰아붙일 생각은 없었다.

‘돌아가서 천천히 이야기를 나누려고 했는데 왜 이렇게 됐을까?’

유은영이 울상을 지었다.

“은영아.”

유은영에 의해 기절했던 유승민이 때마침 그녀를 찾아왔다.

“지화자 팀장님은?”

“잠깐 전남지부 소속 헌터 분과 이야기 나누러 갔어. 오빠는 좀 괜찮아? 명치 세게 때렸는데.”

더욱이 한 번으로는 기절을 안 해서 두 번이나 때렸었다.

유은영의 걱정에 유승민이 활짝 웃었다.

“괜찮아. 덕분에 개운하게 잤어.”

“그것 참 다행이네.”

유은영이 비아냥거렸다.

“은영아, 사실 아팠는데. 오빠, 개운하게도 못 잤어. 악몽 꿔서.”

“어쩌라고.”

유승민이 시무룩하게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유은영은 관심주지 않았다.

그가 일부러 저러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보다, 은영아. 지화자 팀장님이랑 무슨 일 있었어?”

“딱히.”

“있었구나?”

유은영이 눈가를 찡그렸다.

유승민은 부드럽게 웃으며 동생에게 물었다.

“정우영 팀장님 일로 그래?”

“몰라도 돼.”

맞구나?

유승민이 치밀어오르는 말을 꿀꺽 삼키고는 말했다.

“너무 신경쓰지마.”

유은영이 입술 안쪽을 깨물었다.

아무래도 유승민은 자신이 가진 힘을 제대로 모르는 모양이었다.

유승민이 동생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괜찮아, 은영아.”

전혀 괜찮지 않았다.

하지만 유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지화자 팀장님? 저기, 지화자 팀장님!”

“아, 네.”

지화자가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고는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잠시 다른 생각 좀 하느라.”

그녀를 부른 전남지부의 직원이 놀란 얼굴을 보였다.

지화자의 명성이야 전남까지 퍼져 있었다.

어쨌거나 전남지부의 직원은 헛기침을 두어 번 터트리고는 입을 열었다.

“크흠, 아닙니다. 게이트의 등급이 공략 도중에 갑작스럽게 바뀌었으니 많이 놀라셨겠죠.”

그건 아니지만 지화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여쭤볼 것이 있어서 말입니다. 혹시, 게이트를 공략하면서 이상을 느끼셨거나 그랬습니까?”

전남지부의 직원이 조심스럽게 말을 덧붙였다.

“게이트의 등급이 바뀌는 순간을 감지했냐는 질문입니다.”

“아니요. 그런 건 없었습니다.”

지화자가 고개를 저었다.

“저도 팀원들 덕분에 공략 도중에 알아차렸습니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남자가 고개를 끄덕인 후 다른 질문을 던졌다.

“저희 쪽 직원들의 말을 들어보니까 신규 몬스터가 등장했다는데 맞습니까?”

“맞습니다. 그보다 이건 정우영 팀장님한테…….”

아, 언니가 죽였다고 했지.

지화자가 말을 멈추고는 사납게 얼굴을 찌푸렸다. 흉흉한 기세에 전남지부의 직원이 움찔거렸다.

“저, 죄송합니다. 그게, 저희 쪽 직원들한테도 차례차례 물어볼 생각이기는 한데.”

“괜찮습니다.”

지화자가 직원의 말을 끊고는 입을 열었다.

“신규 몬스터가 등장했냐고 물으셨죠? 네, 맞습니다. 신규 몬스터가 두 종류 등장했습니다.”

지화자는 직원에게 그녀가 만난 몬스터들을 설명해줬다.

“일단, 제가 만난 것들은 그 녀석들이 전부입니다.”

웃지 않는 도자기 인형(B급)과

“그쪽 분들께서 알아서 잘 말씀하시겠지만, 공략 도중에 서로 떨어져서요.”

자신이 만나지 못한 신규 몬스터가 있을 수 있다면서 지화자가 말을 덧붙였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전남 지부의 직원이 고개를 끄덕인 후 말했다.

“이번 게이트는 공략 도중에 등급이 바뀐 특수한 상황이라 저희 쪽에서 면밀하게 조사가 들어갈 것 같습니다.”

“조사라니요?”

다소 날카롭게 묻는 목소리에 남자가 변명하듯 입을 열었다.

“심각하게 생각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A-Index에서 저희가 놓친 부분이 있나 살펴보려는 것 뿐이니까요.”

그러면서 남자가 너스레를 떨며 웃었다.

“그보자 지화자 팀장님께서 계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저희 쪽 인원만으로는 공략이 절대 불가능했을 테니까요.”

지화자의 귀에는 하나도 들리지 않는 목소리였다.

“심각하게 생각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A-Index에서 저희가 놓친 부분이 있나 살펴보려는 것 뿐이니까요.”

지화자가 미간을 좁혔다.

안 된다.

그렇게 되면 유은영이 D급에서 C급이 된 것을 알아차리게 될 터.

“저희 쪽에서 조사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전남지부 관할이라고 해도 제가 크게 휘말려버렸으니까요. 어차피 결과적으로는 저희 쪽에 보고할 거 아닙니까?”

“그렇기는 합니다만.”

“그러니까 저희가 조사하도록 하겠습니다.”

지화자가 싱긋 웃었다.

전남지부의 직원은 멋쩍게 뺨을 긁적였다.

“생각해주셔서 감사합니다만, 저 혼자서 결정할 일이 아니라서 말입니다.”

“그럼, 누가 최고 결정권자죠?”

“전남지부장님이십니다.”

남자가 황급히 말을 덧붙였다.

“지부장님께서 현재 사안에 관심이 많으십니다. 아무래도 흔치 않게 일어난 일이니까요.”

더군다나 현재 전남지부에서 가장 큰 인력인 정우영이 이번 게이트로 죽어버렸다.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일.

지화자가 턱을 어루만지고는 입을 열었다.

“전남지부장님께는 제가 알아서 잘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 조사는 저희한테 맡겨주시기를 바라겠습니다.”

부탁이 아닌 명령이었다.

전남지부의 직원은 어색하게 웃기만 했다.

거절하기에는 두려웠으니.

“그럼, 이야기 끝났으면 이만.”

“아아, 넵!”

그 대답에 지화자가 고개를 살짝 꾸벅이고는 자리를 떠났다.

전남지부장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 정말 사실인지, 게이트에 들어갈 때보다 더 많은 인력이 곳곳에서 뛰어다니고 있었다.

“흐음.”

지화자가 미간을 좁혔다.

전남지부장을 설득하는거야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센터.

본부에서 이 사태에 대해 어떻게 나올 것인가였다.

“젠장.”

괜히 내려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은영이 자신의 몸에 있을 때, 지유화가 찾아올까 싶어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이곳까지 내려온 거였는데.

“피곤하네.”

지화자가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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