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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급 힐러가 랭킹 1위가 되어 버렸다-116화 (116/200)

제116화

“아, 우종문 부장님.”

“늦은 시간까지 열심히군. 원래 이때쯤이면 퇴근하지 않나?”

“그렇기는 합니다만.”

김정남이 머리를 긁적였다.

“그게, 지화자 팀장님께서 뭘 좀 부탁하셔서 말입니다.”

“지 팀장이?”

우종문이 놀란 눈을 보였다.

“별일이군. 내가 아닌 김 부장한테 부탁이라니.”

“하하, 그러게나 말입니다.”

김정남이 어색하게 웃었다.

“그래서?”

“네?”

“지 팀장이 부탁한 일이 뭔가?”

우종문이 넌지시 물었다.

김정남은 금붕어처럼 입을 뻐금거렸다.

마음 같아서는 우종문에게 모든 걸 말해주고 싶었다.

말이 부탁이지, 지화자는 사실 협박을 하고 갔다고. 그것도 이미 다 끝난 일을 가지고서!

그렇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우종문의 귀에 그 이야기가 들어가면 분명 지화자도 알게 될 거다.

자신이 우종문에게 일러바쳤다는 것을 말이다.

‘그럼 지화자 팀장이 어떻게 나올지!’

그녀라면 분명 이곳에 몇 날 며칠을 눌러 앉을 거다.

자신은 신경 쓰지 말고 할 일 하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면서 말이다.

상상만으로도 끔찍했다.

“김정남 부장?”

“네? 아, 넵!”

“말해주기 곤란한가 보군.”

“그게…….”

김정남이 우물쭈물거렸다.

“지 팀장의 화가 걱정되나 보군.”

“아, 아닙니다!”

“아니기는.”

우종문이 싱긋 웃었다.

“그런 건 걱정할 필요 없네. 내가 아무렴 지 팀장을 불러 잔소리를 하려고? 그럼 자네가 곤란해질 게 뻔한데?”

“하하, 그렇죠?”

김정남이 어색하게 웃고는 입을 열었다.

“그게 말입니다.”

결국 그는 우종문에게 이야기를 털어 놓았다.

‘지화자’가 이은혜에 대한 자료를 요구했으며, 그 행위가 무척이나 무뢰배처럼 보였다고.

사실상 욕이었다.

“그렇군.”

김정남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우종문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은혜 양의 일은 우리 선에서 다 끝났다고 내 그렇게 이야기를 했건만.”

아무래도 귓등으로도 듣지 않은 모양이다.

“김 부장.”

“네, 우종문 부장님.”

“지 팀장이 요청한 자료, 언제 끝날 것 같나?”

“어, 음. 새벽 중에는 정리가 끝날 것 같습니다.”

“그럼, 그 자료. 정리가 되는 대로 나한테 보내게.”

“네?”

김정남이 놀란 눈을 보였다.

“그러니까 지화자 팀장님께서 부탁한 자료의 정리를 끝내라는 소리입니까?”

“그렇다만?”

우종문이 무슨 문제라도 있느냐는 듯이 물었다.

김정남은 멍하니 그를 쳐다봤다.

‘우종문 부장님이라면 자료 정리할 것도 없이 알아서 처리해주겠다고 할 줄 알았는데!’

하지만 이게 뭔가!

이렇게 되면 우종문은 분명 ‘지화자’를 부를 터.

김정남이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김 부장? 무슨 문제라도 있나?”

“아니요… 아무 문제도 없습니다, 우종문 부장님…….”

김정남이 파들파들 떨며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눈앞의 남자가 우종문이 아니라 기술 관리 부서의 부장이었다면 장난하냐고 물었을 거다.

하지만 우종문에게는 그럴 수가 없었다.

똑같이 부장의 직함을 달고 있다고 하나, 그는 김정남에게 있어 까마득한 선배였다.

도대체 왜 그가 센터의 본부장이 되지 않았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말이다.

어쨌든.

“그럼, 수고하게.”

라는 인사에 김정남은 이런 식으로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네, 우종문 부장님.”

***

하루가 저물고 새로운 아침이 찾아왔다.

서류를 처리하느라 거의 날밤을 새다시피한 유은영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오, 부장님께서 출근하자마자 부장실에 오라고 하네요? 무슨 일이지? 맛있는 간식이라도 주려고 하시는 건가?”

이렇게 말할 정도로 말이다.

유은영의 말에 지화자가 어처구니 없다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럴 리가 없잖아요.”

“하하, 그쵸? 그럼 뭐지? 서류 작업이 왜 이렇게 더디냐고 잔소리라도 하려고 그러나?”

그건 싫은데. 서류 작업 다 끝났는데. 밤을 지새워서 다 끝냈는데!

유은영이 머리를 부여잡았다.

리아와 라이가 그 모습에 두 눈을 끔뻑이며 재잘거렸다.

“유은영아, 지화자 이상해. 미친 것 같아.”

“맞아요, 은영 누님. 화자 누님 왜 저래요?”

“신경 쓰지 말고 아침이나 먹어.”

지화자가 리아와 라이의 밥 위로 나물을 올려줬다. 아이들은 사이좋게 나물을 집어 ‘지화자’의 밥 위로 옮겼다.

지화자가 두 눈을 뾰족하게 세웠다. 리아와 라이는 헤실거리며 말했다.

“몸에 좋은 건 나눠 먹어야 한다고 들었어!”

“그리고 저희는 이미 건강하다고요! 하지만 화자 누님은 아니죠!”

“맞아! 지화자는 미친 것처럼 보이니까!”

잘도 말한다 싶었다.

어쨌든 아침은 평화롭게 끝이 났고 어김없이 그들은 센터로 출근했다.

“지화자야, 어디가?”

“그쪽은 사무실 방향이 아닌데요, 화자 누님?”

아이들의 물음에 유은영이 손을 휘휘 흔들며 말했다.

“우종문 부장님 호출이 있어서요. 부장실에 들렸다가 갈게요.”

그러면서 유은영은 지화자에게 부탁했다.

“리아 씨랑 라이 씨가 딴 길로 새지 않게 잘 좀 부탁드려요.”

“어련히 알아서 할게요.”

그러니까 어서 우종문한테 가라면서 지화자가 유은영의 등을 떠밀었다.

‘못된 지화자 씨!’

자기 일 아니라고 막 떠밀지!

출근하기 전에는 자신의 엉덩이까지 걷어 차고 말이다.

‘이 몸은 지화자 씨 몸인데!’

너무 함부로 대하는 것 같았다.

어찌됐든 유은영은 현장 파견 부서의 부장실 앞에 섰고.

“부장님, 지화자입니다.”

똑똑, 가볍게 노크를 하며 자신의 방문을 알렸다.

곧, 그에게서 허락의 목소리가 떨어졌다.

“들어오게.”

그에 유은영이 망설임 없이 문을 열어젖혔다. 부장실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기운 없던 모습이었는데 말이다.

우종문이 그녀를 반겼다.

“오늘은 평소보다 늦게 출근한 것 같군.”

“길이 좀 막혀서 말입니다.”

거짓말이었다.

길이 막히기는 개뿔, 유은영은 우종문과의 대면을 최대한 피하기위해 어물쩍거렸다.

‘그러다 지화자 씨한테 엉덩이를 걷어차였지.’

그렇게 출근한 길이었다.

그보다.

“무슨 일로 부르셨습니까?”

유은영은 곧장 본론을 꺼냈다.

조금에라도 더 빨리 우종문과의 이야기를 끝내고 싶었다.

“급하기도 하지.”

“죄송합니다. 할 일이 많아서 말입니다.”

“할 일이라면 이거 말인가?”

우종문이 유은영에게 USB 파일 하나를 건넸다. 얼떨결에 그것을 받아든 유은영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이게 뭡니까?”

“자네가 김정남 부장한테 부탁한 자료들이지.”

유은영이 흠칫거리고는 우종문을 쳐다봤다.

그 시선에 우정문이 웃었다.

“지화자 팀장. 이은혜 양의 일은 우리 선에서 모두 끝냈다고 했을텐데?”

유은영이 입술을 우물거리다 푹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그녀는 곧 다시 고개를 들고는 말했다.

“부장님들을 믿지 못해서 이런 건 아닙니다. 다만, 미심쩍은 구석이 있어서요.”

“미심쩍은 구석이라니?”

우종문이 어디 한 번 말해 보라는 듯이 물었다.

“아직까지는 제 생각일 뿐이라 말씀드리기가 좀 그렇군요.”

유은영이 싱긋 웃었다.

“이 자료를 확인해본 후에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녀는 우종문에게 받은 USB 파일을 그의 앞에서 살짝 흔들어 보였다.

우종문이 픽 웃었다.

“그래, 기대하도록 하지. 하지만, 지화자 팀장.”

스르륵 자리에서 일어난 우종문이 ‘지화자’에게 가까이 다가섰다.

“괜한 일은 벌이지 않는 게 좋을 거라네.”

그 말은 꼭 ‘네 주제를 알아라’고 하는 것 같았다.

그렇기에 유은영은 비딱하게 입꼬리를 올린 채, 눈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네, 부장님.”

***

진이 다 빠졌다.

부장실에서 나온 유은영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침부터 피곤하네.”

역시 직장은 해롭다.

유은영은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터덜터덜 사무실로 향했다.

“그래도 다행이네.”

김정남이 정리한 자료를 우종문이 순순히 넘겨줄 줄은 몰랐다.

‘우종문 부장님이라면 방해할 줄 알았는데.’

그라면 김정남한테 자신이 무슨 부탁을 했을지 들었을 터.

‘그러니까 이은혜 씨의 이름을 꺼낸 거겠지.’

괜한 일은 벌이지 마라.

그렇게 말하면서 말이다.

“흥.”

유은영이 콧방귀를 꼈다.

원래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법이다. 암만 상사가 까라고 하면 까야 하는 직장인이 된 입장이라고 해도 그랬다.

“어디 보자.”

어쨌든 이은혜와 관련된 자료는 확보했다.

‘문제는 이 자료에서 이상한 부분을 어떻게 찾느냐는 건데.’

그것도 일주일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내로 말이다.

‘어쩔 수 없지.’

몇 날 며칠 밤을 새우는 한이 있더라도 꼼꼼히 확인하는 수밖에!

하지만 그러기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이은혜 씨를 찾아가 봐야지.”

센터 지하의 감옥에 갇혀있는 그녀가 걱정됐다. 아무리 센터에서 일했다고 하나, 그녀는 민간인이나 다름 없는 신분이었다.

그런데 온갖 고문이 자행된다는 지하에 갇혀버렸다니!

‘심적으로 많이 힘드실 거야.’

유은영이 그렇게 지하로 걸음을 옮기려고 할 때였다.

“아, 지화자 팀장님.”

센터에서 볼 리가 없는, 아니. 봐서는 안 되는 남자를 만났다.

“오빠……?”

“하하, 오빠라니요.”

유승민이 능글맞게 웃고는 그녀에게 성큼 다가섰다.

그러고는.

“그 모습으로는 ‘오빠’라고 하면 안 되지, 은영아.”

동생의 귀에 다정하게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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