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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급 힐러가 랭킹 1위가 되어 버렸다-114화 (114/200)

제114화

일머리가 없던 사람이 한 달 동안 실수 없이 일을 처리했다니.

“확실히 이상하네요.”

“그렇지? 하지만, 뭐. 이제 우리가 신경 쓸 일은 아니지.”

“왜요?”

“왜기는 왜야?”

지화자가 픽 웃었다.

“이은혜의 일은 부장들이 처리해야할 일이라고.”

이은혜도 잡아다 줬겠다.

“그 정도 일은 부장들 선에서 처리해야하지 않겠어?”

웃으며 묻는 말에 유은영이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기는 하죠.”

“그러니까 언니는 어서 서류나 보도록 해. 나는 거의 다 끝났으니까.”

“네? 벌써요?!”

몇 번이고 생각하는 거지만 지화자의 일처리는 귀신 같았다.

“8시 전에 안 끝내면 나 먼저 퇴근해버릴거야.”

“저는 어떻게 집에 가라고요!”

“택시 타고 오면 되잖아.”

“요즘 택시 값이 얼마나 비싼데!”

유은영이 우는 소리를 내며 서류를 처리하기 시작했다.

똑똑, 노크 소리가 들린 건 그때였다.

“누구지?”

지금 이 시간에 손님이라니.

유은영이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말했다.

“들어오세요.”

허락과 함께 문이 열렸다.

“역시 자리에 있었군.”

“우종문 부장님!”

유은영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지화자도 덩달아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인사했다.

“저희 팀에는 무슨 일로 찾아오셨습니까?”

“지 팀장에게 볼 일이 있어서 말이네.”

우종문이 싱긋 웃고는 유은영에게 말했다.

“잠깐 나 좀 보지.”

“네? 아, 넵.”

유은영이 고개를 끄덕인 후 그와 함께 사무실을 나갔다. 지화자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의미심장한 눈으로 쳐다봤다.

어쨌거나.

“무슨 일입니까, 우종문 부장님?”

우종문과 따로 자리를 가지게 된 유은영은 곧바로 본론을 물었다.

“아아, 그게 말이지.”

우종문이 아래턱을 슬쩍 어루만지고는 웃었다.

“김정남 부장이 자네한테 고맙다고 전해달라고 해서 말이지.”

“그런 인사는 직접 하시면 됐을 텐데.”

“김정남 부장이 자네를 꽤 어려워하지 않나? 어쨌든 수고했네. 이은혜 양이 범인인 것으로 밝혀졌다네.”

“네?”

유은영이 멍하니 물었다.

“범인이라면…….”

“A-Index를 인위적으로 조작해 게이트를 터지게 만든 장본인이란 소리지.”

우종문이 말했다.

“업무상의 스트레스로 그런 것 같더군. 뒤늦게 보고를 올리기에는 A-Index 상에 표시된 게이트 예정 날짜를 잊어먹었다지 않나?”

“그게 끝입니까?”

다급하게 묻는 목소리에 우종문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문제라도 있나?”

있었다.

그것도 아주 많이.

“먼저 이은혜 씨는 한 달 동안의 기억이 흐릿하다고 하셨습니다.”

“거짓말을 한 모양이군.”

그럴 리가!

이은혜가 거짓말을 하고 있을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이은혜 씨는 거짓말을 하는 얼굴이 아니었어!’

만약, 정말 거짓말을 한 거라면 이은혜는 대배우가 될 터.

어쨌든 간에 유은영은 다급하게 말했다.

“누군가 자신의 몸을 차지하고 있었던 것 같다고 했어요!”

“그 경우는 외부에서 각성자를 초빙해 확인해봤다네.”

결과는 이상무.

“시스템 통제 부서에서 착하기로 소문났던 그녀가 어쩌다 그런 일을 저질렀는지…….”

참 안타까운 일이야.

우종문이 쯧쯧 혀를 찼다.

유은영은 심각하게 표정을 굳히고는 그에게 물었다.

“이은혜 씨는 이제 어떻게 됩니까?”

“재판을 받을 거라네. 사안이 사안인지라 최대한 간결하고 빠르게 재판이 진행되겠지.”

“현재 이은혜 씨는요?”

“센터 지하에 구금했다네.”

“그렇군요.”

유은영이 고개를 끄덕인 후 그에게 물었다.

“그럼, 이은혜 씨를 만나러 가도 되겠습니까?”

우종문이 ‘흐음’하고 콧소리를 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대로 하게. 그럼, 나는 이만 가보겠네.”

우종문이 그렇게 말하고는 걸음을 돌렸다.

아니, 그런 줄 알았다.

“지화자 팀장.”

갈 길을 갈 줄 알았던 그가 유은영을 멈춰세웠다.

“너무 열심히 하지 말게나. 이은혜 양의 일은 우리 선에서 끝냈으니.”

그 말은 꼭 다 끝난 일을 구태여 뒤집어 엎지 말라는 것처럼 들렸다.

그렇기에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면서 대답했다.

“네, 부장님.”

위에서 까라면 까야죠.

단.

‘누군가 그로 인해 억울해진다면 죄송하지만.’

까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았다.

* * *

사무실로 돌아온 유은영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런 그녀에게 지화자가 물었다.

“우종문이 왜 보자고 했대?”

“이은혜 씨의 일로요.”

유은영이 다시 한 번 더 한숨을 토하고는 말했다.

“아무래도 부장 분들이 이은혜 씨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은 것 같아요.”

“부장들이 조금 꽉 막힌 인간들이기는 하지. 특히 우종문.”

그 말에 유은영이 힘없이 웃음을 흘리고는 말했다.

“우종문 부장님이 말씀하기로는 이은혜 씨가 업무 상의 스트레스로 그랬다고 하더라고요.”

“헛소리를.”

지화자가 얼굴을 찌푸렸다.

“이은혜가 시스템 통제 부서의 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얼마나 받는다고 그래?”

그러면서 지화자는 말했다.

그녀는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야간 근무를 섰지만 불평 한 번 없었다고.

“그만큼 그 일을 사랑하는 녀석이라고.”

사랑에 비해 일머리는 없었지만 말이다.

“그래서 이은혜는 지금 어디에 있대?”

“지하에 구금되어 있대요.”

“뭐?”

지화자가 놀라 외쳤다.

“지하에? 이은혜를? 미친 거 아니야? 부장들?”

센터의 지하는 극악무도한 범죄자들을 고문하데 사용되는 곳.

그런 곳에 구금이라니!

어처구니없어 하는 지화자에게 유은영이 말했다.

“이은혜 씨를 만나러 가는 건 자유라고 했어요.”

“듣던 중 다행이네.”

지화자가 그렇게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은영도 그녀를 따라 일어났다.

“언니는 서류나 처리하지 그래?”

“이은혜 씨가 걱정돼서요.”

유은영이 헤실거렸다.

“나머지 서류는 집에 들고 가서 처리할게요.”

그러니까 이은혜를 만난 후 곧장 퇴근할 거란 소리.

지화자가 어깨를 으쓱였다.

“마음대로 해.”

어차피 지하에 내려가려면 ‘지화자’가 필요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지하로 향했고.

“이은혜 씨.”

“지, 지화자 팀장님!”

사방이 유리로 된 감옥에 갇혀있는 이은혜를 보게 됐다.

지화자가 유리 감옥 앞에 설치되어 있는 버튼을 눌렀다.

“지화자 팀장님, 이걸 눌러야 바깥의 소리가 안으로 들려요.”

“아하.”

유은영이 고맙다는 듯 지화자에게 살짝 고개를 까닥거리고는 눈 앞의 여자에게 물었다.

“이은혜 씨가 업무상의 스트레스 때문에 그런 거라는 이야기를 듣고 오는 길이에요.”

이은혜가 파르르 입술을 떨었다.

“거짓말이죠?”

묻는 목소리에 이은혜가 두 눈을 질끈 감고는 어깨를 들썩이기 시작했다.

“이은혜 씨?”

“흑, 흐아앙!”

이은혜가 어린아이처럼 울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팀장님…….”

“저, 저는 그냥 물어본 것 뿐이에요! 울릴 생각은 없었는데!!”

유은영이 지화자의 시선에 황급히 두 손을 내저었다. 지화자가 꼭 자신을 파렴치한으로 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유은영의 격한 변명에 지화자가 픽 웃었다.

“장난이에요.”

이런 상황에서 장난이라니!

유은영이 와락 얼굴을 구겼지만 그러거나 말거나였다.

지화자가 이은혜에게 물었다.

“각 부장들에게 사실대로 이야기를 털어 놓기는 했었습니까?”

“네.”

이은혜가 울먹였다.

“하지만 다들 제 말은 들어주지 않았어요. 그게, 김정남 부장님께서는 들어주시는 눈치였는데.”

이은혜가 끅끅 흐느끼며 말했다.

“그런데 우종문 부장님께서 갑자기 저를 몰아가기 시작하더니.”

이렇게 됐다면서 이은혜가 엉엉 울음을 터트렸다.

“저 이제 어떻게 해요? 이대로 감옥에 가나요? 저 정말 억울한데. 제가 그러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닌데!”

“이은혜 씨…….”

유은영이 안쓰럽다는 듯 그녀를 부르고는 말했다.

“걱정하지마세요. 제가 부장님들과 다시 이야기를 나눠볼게요.”

“지화자 팀장님.”

지화자가 다급히 유은영을 불렀다. 괜한 소리 하지 말라는 뜻이었으나 그녀는 단호했다.

“억울한 누명은 바로 잡아야죠.”

“그건 윗대가리들이 할 일이에요.”

날선 목소리에 유은영이 입을 열었다.

“이번 일도 윗 분들이 처리할 일이었죠.”

하지만 결과가 어떤가?

일이 제대로 처리되기는커녕, 옳다거나 이은혜를 범인으로 몰아가기로 했다.

‘물론, 이은혜 씨가 저지른 일은 맞지만.’

그녀의 의지로 행한 일은 아니라고 하지 않나?

유은영이 담담하게 말했다.

“이대로 가면 이은혜 씨는 꼼짝없이 누명을 쓰게 될 거예요.”

지화자가 미간을 좁혔다.

그게 자신들과 무슨 상관이 있냐는 듯 말했다. 그 얼굴에 유은영이 간절하게 목소리를 내었다.

“저는 그런 거 보고 싶지 않아요, 유은영 씨.”

그 말은 자신에게 하는 소리이기도 했다.

간호 관리 부서에서 일할 때, 유은영은 은근히 따돌림을 당하면서 많은 일을 겪었었다.

그 중 하나가 남이 한 잘못을 자신이 대신 뒤집어 쓰는 것이었다.

그때 얼마나 억울했던가?

자신을 두둔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이 조롱과 비난의 대상으로 야유만 받았었더란다.

그때 누군가 손을 내밀어주기를 얼마나 염원했는지 모른다.

그러니까.

“이은혜 씨를 도울래요.”

흔들림 없는 곧은 목소리에 결국 지화자가 백기를 들었다.

“네네, 마음대로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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