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F급 힐러가 랭킹 1위가 되어 버렸다-106화 (106/200)

제106화

S급 게이트야 공략한 경험이 있었다.

문제는 타임 브레이커 유형보다 공략 난이도가 낮은 시나리오 게이트였다는 것.

그러니까 유은영은 S급 몬스터와 싸워본 적이 없었다.

지화자가 훈련을 시키겠답시고 했을 때도 S급 몬스터와는 싸워본 경험이 없었다.

A급 몬스터와는 싸워본 경험이 있었지마는.

그런데 A급도 아닌 S급이라니!

다행이라면 몬스터에 대한 정보가 A-Index에 기록되어 있다는 것.

즉, 이전에 공략이 진행된 적 있는 몬스터라는 거다.

“가하성 씨, 제가 시간을 좀 끌 테니까 저 몬스터에 대한 정보 좀 파악해주실 수 있겠어요?”

“파악은 이미 끝냈어요.”

가하성이 탄창을 갈며 말했다.

“독종 라그마하. 몸 전체가 살아 움직이는 독이나 다름없는 녀석이에요.”

―크르르르!

독종 라그마하가 콧김을 뿜어내며 가하성과 유은영을 노려봤다.

당장에라도 그들을 물어 뜯을 듯이 아가리를 벌리는 것이 꽤 살벌했지만.

“몸 전체가 독이라니. 직접적인 전투는 피해야겠네요.”

“네, 팀장님.”

유은영도 가하성도 전혀 겁을 먹지 않았다.

“독종 라그마하는 3년 전에 기록된 몬스터입니다. 그 당시에는 불을 이용해서 처리했다고 해요.”

“불이라.”

유은영이 씨익 웃었다.

“딱 좋네요.”

자신이 잘 활용하는 것이 바로 불이지 않은가!

“서포트 부탁드릴게요.”

“네, 맡겨만 주세요.”

가하성이 독종 라그마하를 향해 총구를 들이밀고는.

타앙!

당겼다.

―크아아아!

독종 라그마하의 고개가 뒤로 젖혀졌다.

유은영이 타이밍 좋게 땅을 박차며 몬스터를 향해 순식간에 다가갔다.

‘윽!’

유은영이 미간을 좁혔다.

살아 움직이는 독, 그 자체라고 하더니.

그 말대로 독종 라그마하의 피부에서 약하게 독이 뿜어져 나오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최대한 빠르게 처리해야겠네.’

그러지 않으면 주변이 아주 엉망이 되고 말 터.

‘그러면 안 되지.’

그거 처리를 누가 하겠는가?

바로 자신들이 해야 했다.

독종 라그마하의 가까이에 온 유은영이 쥐고 있던 봉을 있는 힘껏 휘둘렀다.

화르륵!

일어난 불이 몬스터를 휘감았다.

―크르아아아!

화염에 휩싸인 독종 라그마하가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몬스터는 쉽게 쓰러지지 않았다.

―크아아!

독종 라그마하가 유은영을 향해 날카로운 앞발을 휘둘렀다. 몬스터의 공격을 쉽게 피해낸 유은영이 미간을 좁혔다.

유은영을 떨쳐낸 몬스터가 바닥을 구르기 시작했다.

‘뭐? 구른다고?’

유은영이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곧, 독종 라그마하가 왜 그런 기행을 벌이는지 유은영은 어렵지 않게 알아차렸다.

‘불!’

몸에 붙은 불을 끄고자 그런 것이었다.

―크르르르!

독종 라그마하의 온몸을 휘감았던 불꽃이 사라졌다.

유은영이 헛웃음을 흘렸다.

“웃을 때가 아니에요, 팀장님!”

가하성이 조급하게 외쳤다.

“여기서 저 몬스터를 해치우지 못하면 큰 피해를 입고 말 거예요! 더욱이!”

더욱이?

유은영이 사정이 있어 보이는 가하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가하성이 독종 라그마하를 향해 계속해서 총알을 퍼부으며 소리 질렀다.

“저 녀석이 가는 길목에 아직 대피하지 못한 아이들이 있어요!”

“아이들이 있다고요?”

“네! 고아원 아이들이요!”

그 말에 유은영은 가하성이 왜 그렇게 초조해하는지 알아차렸다.

“선물을 많이 사셨네요?”

“줄 사람이 많아서요. 고아원 애들한테 줄 선물이에요.”

크리스마스 날, 가하성은 선물을 한가득 양손에 쥐고선 그렇게 말했다.

유은영이 표정을 굳혔다.

“알겠어요.”

S급 몬스터는 웬만한 각성자가 아닌 이상 혼자서 상대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유은영은, 아니.

‘지화자’는 바로 그 웬만한 각성자에 속하는 사람이었다.

그녀가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모든 것을 기억하라.

유은영은 지화자의 성언을 떠올리며 그녀의 힘을 다루기 시작했다.

곧 지화자의 기억이 머릿속에 어지럽게 펼쳐지기 시작했다.

각성자와의 전투, 몬스터와의 전투.

유은영은 끝없이 펼쳐지는 전투의 기억 속에서 한 가지를 밖으로 끄집어냈다.

샤오링.

현존하는 각성자 중 지화자와 함께 가장 강하다는 중국의 각성자.

그와 맞붙었을 때의 기억이었다.

후우웅―!

유은영의 주변으로 새빨간 불꽃이 치솟기 시작했다.

그건 불꽃이 아니었다.

용암.

활화산 주변에서 익히 볼 수 있는 것이 유은영을 중심으로 돌기 시작했다.

“가하성 씨, 물러나세요.”

열기가 뜨겁다.

자칫 잘못하면 동료를 상처입힐 수 있는 상황.

가하성이 눈치껏 빠졌다.

―크르르르!

독종 라그마하가 겁도 없이 유은영을 향해 이를 드러냈다. 그에 유은영이 비딱하게 웃었다.

그 순간, 그녀는 정말 ‘지화자’처럼 보였다.

타앗!

유은영이 독종 라그마하를 향해 달려들었다. 불꽃은 꺼버렸겠지만 이건 쉽게 끄지 못할 거다.

아니, 닿자마자 저 두꺼운 비늘이 녹아들겠지.

유은영은 그렇게 생각하며 몬스터를 향해 용암을 쏟아부었다.

***

쿠구궁―!

땅이 크게 흔들렸다.

건물의 유리창이 부서지고 미처 대피하지 못한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

“다들 진정하고 차례대로 천천히 지하도로 피하십시오!”

하태균이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두 손으로 몬스터들을 으깨면서 말이다.

“태균 오빠! 수가 너무 많아!”

“다른 사람들은 아직이에요?!”

리아와 라이는 몬스터들이 사람들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거미줄로 덫을 만들었다.

아이들의 투덜거림에 하태균이 말했다.

“강남구 전체에 몬스터들이 퍼져 나가서 그것들 처리하느라 다들 바쁜 것 같네.”

“아무리 바빠도 그렇지!”

“이 많은 사람을 우리한테만 맡겨요? 무슨 일 생기면 어떻게 하라고!”

라이가 리아의 말을 거들며 불퉁하게 두 뺨을 부풀렸다. 이 와중에 사람들은 아주 난리였다.

“비켜! 나 먼저 갈 거야!”

“아이요! 아이 먼저 들어가게 해주세요!”

“밀지 마! 저리 꺼져!”

숨죽인 채 도망쳐도 모자랄 판에 고함을 있는 대로 내지르는 판국이라니.

―끼야아아악!

―끼에에!

―크륵! 크르륵!

몬스터들이 침을 줄줄 흐르며 리아와 라이의 덫에서 벗어나기 위해 버둥거렸다.

치이익!

피부가 타들어 갈수록 몬스터들의 발버둥은 더욱 거세졌다.

“태균 오빠! 이러다 거미줄이 끊어질 것 같아!”

“오래 못 버텨요!”

사람들의 대피는 아직 덜 됐다.

하태균이 붙잡혀 있는 몬스터들을 한 번, 한데 뒤엉켜 도망치고 있는 사람들을 한 번.

번갈아가며 쳐다봤다.

‘안 되겠다!’

하태균이 주먹을 꽉 쥐었다.

무리하는 한이 있더라도 덫에 걸려있는 몬스터들을 처리해야할 것 같았다.

타앙―!

총성이 울린 건 그때였다.

“꺄아아악!”

“으아악!”

소란을 피우며 대피하고 있던 사람들이 놀라 몸을 숙였다.

“아아, 마이크 테스트.”

지화자가 어디서 들고 왔는지 모를 확성기로 태연하게 말했다.

“다들 질서정연하게 대피해주시기를 바랍니다. 계속 그렇게 소란을 피우면 저 몬스터들이 여러분을 향해 달려들게 될 테니까요.”

히이익!

사람들이 흠칫 몸을 움츠렸다. 그렇지만 그러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웬 중년 여성이 지화자를 향해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너 뭐야?! 센터에서 나온 인간 아니야?!”

“맞습니다만.”

“그런데 지금 총을 쏜 거야?! 네가 지켜야 할 우리한테?!!”

지화자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 반응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여자가 꽥꽥 소리를 질렀다.

“너 이름 워야! 이 사태가 진정되면 민원 넣을 줄 알아! 내가 누구인지 알고 감히 총을 쏴?!”

지화자가 눈가를 살짝 찡그렸다.

지화자는 저렇게 상황 파악 못하고 진상을 떠는 사람을 싫어했다.

뒷덜미를 붙잡아 몬스터들에게 밥으로 던져주고 싶을 만큼 말이다.

하지만 어쩌랴?

여자의 말대로 지화자는 저들을 지켜야 했다.

그렇기에 지화자는 친절을 베풀어 말했다.

“네, 제가 심했던 거 인정할게요. 하지만 저는 여러분의 안전을 위해 그렇게 한 것뿐이랍니다.”

지화자가 상냥하게 목소리를 내었다.

“보이지 않나요? 몬스터들이 여러분을 향해 침을 질질 흘리고 있는 모습들이요.”

보이지 않을 리가 없었다.

사람들이 꿀꺽 침을 삼켰다. 지화자는 그들을, 정확히는 자신을 향해 삿대질을 했던 여자를 향해 또박또박 말을 뱉어냈다.

“저희는 지금 세 명뿐입니다. 단 세 명이서 저것들을 막고 있는 중이죠.”

가하성이 비행형 몬스터인 하피를 진작 처리해줘서 다행이지.

하피들이 남아있었다면 사람들을 지키는 게 더욱 곤역일 뻔했다.

어쨌거나 지화자는 말했다.

“제발, 협조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저 아이들을 봐서라도요.”

아이들이란 라이와 리아를 말했다. 라이와 리아가 지화자의 말에 사람들을 향해 두 눈을 초롱초롱 빛냈다.

자신들이 이렇게 고생하고 있는데, 제발 ‘유은영’의 말을 들어달라는 듯이 말이다.

사람들이 눈치를 보다 질서정연하게 지하도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밀지 마!”

성난 목소리가 간혹 들려오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 사람들의 대피가 무사히 끝났다.

―크륵! 크르륵!

―키에에!

―키야아아악!

맛 좋아 보이던 먹이들이 사라지자 몬스터들이 비명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라이와 리아의 거미줄이 그들의 살을 녹여 안쪽으로 파고들어서일 수도 있다.

어쨌든 사람들은 모두 대피했고.

“하태균 씨.”

“네.”

“처리하세요.”

“넵!”

하태균은 땅을 박차 날아올라서는 덫에 걸려있던 몬스터들을 무자비하게 으깨버리기 시작했다.

유은영이었다면 사방에 튀기는 피에 질색을 했을 거다.

하지만 지화자는 심드렁했다.

“오, 정리됐군.”

반갑지 않은 목소리가 들려온 건 그때였다.

“우종문 부장님.”

지화자가 그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꾸벅였다.

“오실 줄 몰랐는데요.”

“와야지.”

우종문이 싱긋 웃었다.

“10년 만에 게이트가 터진 건 물론, 어쩌다 게이트가 터진 건지도 모르지 않나?”

살아남은 몬스터 중 몇이 우종문을 향해 달려들었다.

―끄르륵!

우종문을 제대로 위협하기도 전에 그의 힘에 의해 두 눈을 어지럽게 굴리며 바닥에 쓰러졌지만 말이다.

게거품을 물며 움찔거리고 있는 몬스터를 향해 지화자가 방아쇠를 당겼다.

몬스터의 몸이 축 늘어졌다.

우종문이 유은영을 향해 미소를 그린 낯으로 물었다.

“지화자 팀장은 어디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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