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F급 힐러가 랭킹 1위가 되어 버렸다-105화 (105/200)

제105화

15. 게이트

“으악! 시끄러……!”

리아와 라이가 귀를 막았다.

“윽! 이게 무슨 소리죠?!”

유은영 역시 귀를 막으며 눈가를 찡그렸다. 지화자만이 귀를 막지 않고 있었다.

그럴 정신이 아예 없는 것처럼 보였다.

아닌 게 아니라 그녀는 믿기지가 않는다는 얼굴로 목소리를 뱉어냈다.

“터졌어요.”

“네?”

“게이트가 터졌다고요!”

그 말에 유은영이 멍하니 입술을 달싹였다.

“게이트가 왜 터져요?!”

1월 1일.

새해에 게이트가 열린다는 소식은 듣도 보도 못했다.

설사, 돌발 게이트가 열렸다고 할지라도 A-Index를 통해 알림이 왔을 거다.

그런데 게이트가 언제 어디에서 열렸고, 또 터졌냔 말이다!

“지금은 상황을 파악하는 것보다 바깥으로 쏟아진 몬스터들을 잡는 게 더 중요해요.”

“하지만 게이트가 어디에서 터진 줄 알고……!”

유은영이 그렇게 말하기 무섭게 그녀의 앞으로 A-Index를 통해 보내진 긴급 메시지가 나타났다.

[서울 강남구 일대 게이트 오픈, 주변 각성자들은 속히 대응해주시기를 바랍니다.]

[긴급 공지: 서울 내 랭킹 100위 안의 모든 각성자들은 안내에 따라 움직여주시기를 바랍니다.]

그 메시지는 지화자의 앞에도 나타난지라 그녀가 말했다.

“강남구라면 여기네요.”

지화자가 그렇게 말하고는 베란다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지화자야, 하늘이 빨게.”

리아가 유은영의 옷자락을 꼭 붙잡으며 웅얼거렸다.

유은영은 꿀꺽 침을 삼켰다.

해가 진 지 오래인 하늘.

달빛이 떠올라 있어야 할 하늘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이, 이런 건 처음 봐요.”

“그야, 게이트가 터지지 않은 지 10년이 넘었으니까요. 그보다 어서 준비하세요.”

“네?”

“이대로 몬스터들이 활개 치게 놔둘 생각이에요?”

그 말과 동시에 멀지 않은 곳에서 몬스터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키야아아악!

―키에에엑!

그 소리 가운데에 사람들의 비명도 섞여 있는 것 같았다. 건물이 무너지는 듯한 소리도 간간이 들려왔다.

유은영이 꿀꺽 침을 삼켰다. 지화자가 그 모습을 보고는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혹시, 이제 와서 몬스터가 무서워졌다거나 그런 거 아니죠?”

“아니에요!”

은영이 빼액 소리 질렀다.

“힘을 조절하지 못해서 건물을 부수거나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면 어쩌나 걱정돼서 이러는 거라고요!”

별 걱정을 다 한다 싶었다.

“팀장님께서 그런 실수를 할 리가 없잖아요?”

스스로를 믿으라며 지화자가 유은영을 격려했다.

“알겠어요. 가죠.”

유은영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이들을 불렀다.

“라이 씨, 리아 씨.”

“저희도 갈래요!”

“맞아! 우리도 갈래!”

라이와 리아가 ‘지화자’가 혹시라도 자신들을 두고 가면 어쩌나하는 마음에 벼락같이 대답했다.

유은영은 마음 같아서는 라이와 리아를 집에 두고 싶었다.

게이트가 아닌 현실.

그것도 고층 빌딩이 잔뜩 늘어진 강남 한복판에서 몬스터들과 싸워야 했다.

시민들의 대피를 돕는 한편, 그들의 안전을 확보하며 몬스터들을 처치해야 하는 상황.

“팀장님, 상황이 심각해지면 어차피 라이와 리아의 손도 빌려야해요.”

유은영은 결국 라이와 리아의 동행을 허락했다.

“하지만 위험해질 것 같으면 바로 도망치세요. 알겠죠?”

“네!”

“응!”

라이와 리아가 씩씩하게 대답했다.

“유은영 씨는.”

“알아서 제 몸 잘 지킬게요.”

무슨 말을 할지 예상했다는 듯 지화자가 가볍게 대꾸했다. 그들은 곧 집을 떠나 몬스터들이 우글거리는 곳에 도착했다.

―캬아아악!

하늘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은영이 고개를 들고는 앓는 목소리를 내었다.

“하피…….”

처음, 지화자의 손에 이끌려 훈련을 시작할 때 만난 적 있는 몬스터였다.

지화자가 철컥, 탄창을 갈며 입을 열었다.

“C급 몬스터에요. 다행히 높은 등급의 게이트가 터진 건 아니었던 모양이네요.”

“아니요, 유은영 씨.”

유은영이 봉을 꺼내쥐며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최소 B급 이상의 게이트가 터진 것 같아요.”

“네?”

“저기를 보세요.”

유은영이 가리킨 곳에 더듬이 달린 몬스터가 떼를 지어 우글거리고 있었다.

고대의 포식자(B급).

지화자와 함께 휩쓸렸던 돌발 게이트에서 만났던 몬스터였다.

“으, 징그러!”

“저걸 어떻게 처리해요?”

리아와 라이가 질색했다.

“불태워야죠.”

유은영이 담담하게 말했다.

“저것들, 불에 잘 타더라고요.”

지화자가 태우는 걸 본 적이 있는 유은영이었다.

파앗!

고대의 포식자 무리를 향해 달려든 유은영이 곧장 불을 일으켰다.

―캬아아악!

―캬악!

―캬아아악!

몬스터들이 불에 타들어 가며 비명을 질렀다.

―캬아아악!

문제는 하피였다.

유은영이 자신을 향해 날카로운 발톱을 세우는 것들을 피하려던 참이었다.

타앙―!

총성이 울리며 하피 한 마리가 아래로 추락했다. 유은영이 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가하성 씨!”

“태균 형님도 곧 올 거예요! 다른 팀도 금방 도착할 거고요! 이미 몇 팀은 도착해서 전투중에 있습니다”

그렇구나!

듣던 중 다행인 소리였다.

유은영이 가하성의 서포트에 맞춰 고대의 포식자를 학살하기 시작했다.

화르륵―!

일어난 불이 무리를 이루고 있던 고대의 포식자를 순식간에 불태워 죽여버렸다.

곧 타는 냄새가 온 거리에 진동하기 시작했다.

유은영이 미간을 좁히며 가볍게 봉을 휘둘렀다.

후웅!

바람이 불며 냄새를 사방으로 흩어버렸다.

‘이쪽은 끝인가?’

아니었다.

―키에에엑!

유은영이 제 앞을 막아선 몬스터를 보고는 놀라 외쳤다.

“불꽃 독사자?!”

A-Index에 기록된 지 얼마 안 된 신규 몬스터가 유은영의 앞에 나타났다.

그때 사람들의 대피를 돕고 있던 지화자가 소리 질러 외쳤다.

“지화자 팀장님! 그거 최대한 흠집 내지 말고 죽이세요!”

“말이 쉽죠!”

불꽃 독사자에게 불은 통하지 않았다. 하물며 체내에는 독도 흐르고 있었다.

여러모로 처치가 곤란한 몬스터를 흠집 내지 말고 죽이라니!

유은영이 미간을 좁혔다.

‘일단 해보자!’

어차피 상대는 B급이지 않은가!

유은영은 땅을 박차 순식간에 불꽃 독사자의 앞에 당도하는 봉을 휘둘렀다.

퍽, 퍼억!

유은영은 정확히 불꽃 독사자의 급소만 때려댔다.

머리, 명치, 가랑이 사이.

우드득!

뼈가 부러지며 불꽃 독사자가 비명을 내질렀다.

―키에엑엑!

유은영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불꽃 독사자의 뼈를 모두 으스러뜨려 버렸다.

그 와중에 불꽃 독사자가 토해내는 피를 피하는 것이 정말 귀신같은 몸놀림이었다.

“됐다!”

지화자의 부탁대로 유은영은 흠집 하나 없이 불꽃 독사자를 처치했다. 속은 아주 엉망진창일 테지만 말이다.

그때, 지화자가 달려왔다.

“팀장님! 시민들 대피 끝났습니다!”

“저도 유은영 씨 부탁대로 불꽃 독사자 흠집 내지 않고 잡았어요.”

“오, 그렇네요.”

지화자가 입술을 오므렸다.

타앙―!

하늘에서는 계속해서 총성이 들려왔다.

“가하성 씨가 계셔서 다행이네요. 공중을 맡길 수 있어서.”

“그러게요. 다행히도 근처에 있었나 봐요. 가하성 씨가 사는 곳은 강북 쪽인데 말이죠.”

그때, 하나 남은 하피를 처리한 가하성이 건물 옥상을 뛰어 넘으며 자리를 이탈하기 시작했다.

“가하성 씨?!”

“하피들 처리는 끝냈으니 저는 다른 곳으로 가보겠습니다!”

하피들 처리만 끝났지, 아직 다른 몬스터들이 사방에 우글거리고 있었다.

“잠깐만요, 가하성 씨!”

“놔두세요, 팀장님.”

지화자가 유은영을 붙잡았다.

“어차피 이 정도는 팀장님 혼자서 처리할 수 있잖아요?”

유은영이 떨떠름하게 말했다.

“아무리 저라도 이 정도 숫자는 조금 힘들 것 같은데요?”

“그래도 하셔야 해요.”

유은영의 등 뒤로 시민들이 대피해있는 지하도가 있었다.

지원이 올 때까지 무조건 지키고 이어야만 했다.

“후우.”

유은영이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라이 씨와 리아 씨는요?”

“알아서 잘하고 있어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유은영이 고대의 포식자를 불태울 때, 라이와 리아는 각각 따로 움직였다.

어쨌거나 지화자의 말에 유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고대의 포식자들을 해치웠다고 해도 다른 몬스터들이 아직 남아있었다.

후우, 유은영이 작게 숨을 내쉬고는 입을 열었다.

“갑니다.”

라고 말한 것이 무색하게도.

콰과광―!

땅이 크게 흔들리며 위로 솟구쳐올랐다.

“하태균 씨!”

“죄송합니다, 팀장님! 몬스터들을 처치하면서 오느라 늦었습니다!”

“괜찮아요! 그럼, 여기는 맡기도록 할게요!”

“네? 넵!”

하태균이 우렁차게 대답했다.

“잠깐만요, 팀장님!”

지화자가 뒤늦게 유은영을 붙잡았다.

“어디 가려고요?!”

“몬스터들 처리하러 가야죠! 이곳에만 있는 게 아닐 거잖아요?!”

맞는 말이었다.

“제 걱정은 하지 마세요.”

“안 해요.”

지화자가 단호하게 말했다.

“하지만 조심하도록 하세요. 최소 B급 이상의 게이트가 터진 거니까요.”

그 말은 즉, S급의 게이트가 터진 걸 수도 있다는 소리였다.

상상조차 하기 싫은 일이었지만, 정말 그런 거라면 한시라도 빨리 움직여야 했다.

S급 몬스터가 거리를 쑥대밭으로 만들기 전에 말이다.

“네, 명심할게요.”

유은영이 그렇게 대답하며 몸을 휙 돌렸다. 곧 그녀는 휑한 도로를 내달렸다.

―캬르륵!

―캬륵!

―캬아아악!

도중에 마주치는 몬스터들을 단번에 죽이면서.

또한.

“살려주세요!”

“도와주세요!”

미처 대피하지 못한 시민들을 구해주면서 말이다.

유은영에게 구해진 사람들이 눈물범벅인 얼굴로 그녀에게 인사했다.

“가,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살았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안전한 곳에 어서 몸을 숨기도록 하세요.”

그렇게 그녀는 거대한 기운이 느껴지는 곳으로 향했다.

‘다른 몬스터들이야 괜찮아.’

하태균도, 심지어 ‘유은영’도 쉽게 잡을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저 앞에 있는 것은 달랐다.

‘지화자’가 아니면 잡을 수 없다.

그런 생각이 강하게 드는 몬스터가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똬리를 틀고 있었다.

타앙―!

총성이 들렸다.

단독 행동을 나선 가하성이 교전을 하는 소리였다.

유은영은 달리기에 속도를 높였고, 결과적으로 그 소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크르아아아!

곧, 가하성의 총성이 향하던 상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강철보다 단단한 것 같은 비늘, 그리고 붉은 하늘보다 더욱 빨간 두 눈.

이마에는 날카로운 뿔을 가지고 있는 것이 가하성이 서있던 건물의 옥상을 부서뜨려버렸다.

모래성마냥 우르르 부서지는 것 주위로 가하성이 보였다.

“가하성 씨!”

“팀장님?!”

유은영이 땅을 박차며 날아올라 건물과 함께 추락하는 가하성을 붙잡았다.

굳이 그러지 않아도 가하성은 멀쩡했을 텐데 말이다.

어쨌거나 유은영은 다급하게 물었다.

“괜찮으세요?”

“네? 네, 괜찮아요! 그보다!”

가하성이 떨리는 목소리를 내뱉었다.

“저거, 어서 죽여야 해요!”

유은영이 황급히 몬스터의 정보를 파악했다.

독종 라그마하(S급).

적어도 B급의 게이트가 터진 거라고 생각했건만, 터진 게이트는 S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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