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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급 힐러가 랭킹 1위가 되어 버렸다-42화 (42/200)

제42화

“서이안은 언니 혼자서 구하러 가도록 해.”

“네? 왜요?!”

유은영이 날벼락이라도 맞은 듯 화들짝 놀라 물었다. 그에 지화자가 태평하게 말했다.

“그야, 우리는 우종문 부장이 내려준 선지자들 정보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니까?”

“그, 그래도.”

“무엇보다 언니가 나서면 일주일 걸릴 일, 하루만에 처리할 수 있을걸?”

그 일주일 걸릴 일이란, 당연히 서이안의 실종 사건을 말하는 바였다.

“물론, 유은영 씨 혼자서 가라고 하지는 않아. 스콜피언의 서도운이 언니랑 함께 움직일 거야.”

“서도운 씨라면…….”

“그새 까먹었어?”

“아니요! 기억하고 있어요!”

스콜피언의 슈퍼 루키이자 벌써 한 팀의 팀장을 맡게 된 각성자.

유은영은 서도운에 관한 정보를 간략하게 떠올리고는 지화자에게 물었다.

“백도진의 위치는요?”

“가하성이 추적 중.”

“가하성 씨는 자잘한 재주가 참 많은 것 같네요?”

“그래서 내가 참 애정하고 있는 팀원이지.”

아닌 것 같은데요.

유은영은 튀어나오려던 말을 겨우 집어 삼켰다.

‘말했으면 죽었을 거야.’

그렇게 점심시간이 끝났다. 그 말은 곧 두 사람만의 휴식 시간도 끝이란 말씀.

유은영은 지화자와 함께 0팀의 사무실로 돌아왔다.

“지화자야! 유은영아!”

그림을 그리며 놀고 있던 리아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달려왔다.

유은영이 리아를 번쩍 안아 들며 웃는 낯으로 물었다.

“리아 씨, 라이 씨랑 점심 맛있게 드셨어요?”

“응! 그렇지, 오빠?”

“맞아요! 점심 엄청 맛있었어요! 그동안 구걸하거나 음식물 쓰레기통만 뒤졌었는데 말이에요!”

쿨럭, 라이의 말에 유은영이 기침을 토했다. 지화자는 비딱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리아와 라이, 두 사람을 쫓아낸 집주인을 찾아가 당장에라도 멱살을 잡을 기세였다.

그때, 진작 식후 커피 한 잔을 때리고 온 하태균이 사람 좋게 웃으며 말했다.

“두 분, 점심시간 끝날 때까지 함께 있었습니까?”

“네? 네.”

“사이가 정말 좋으신 것 같습니다.”

“그러게요.”

하태균의 말에 가하성이 비딱하게 대답했다.

“지 팀장님께서는 수년을 함께한 우리보다 유은영 씨를 더 좋아하는 것 같단 말이죠?”

그게,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어서요.

유은영은 그렇게 항변하고 싶었지만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기로 했다.

지화자는 가하성의 말에 별생각이 없는 듯 보였다.

“그보다 찾았어요.”

“네?”

“부탁하신 백도진 길드장님 위치 찾았다고요.”

“정말요?!”

유은영이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지화자는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바로 출발하실 거죠?”

그 말이 꼭, 지금 당장 출발하라는 말로 들렸다.

“어, 그게, 준비를 할 시간은.”

“여기, 필요한 것들 다 챙겨났습니다.”

도대체 언제?!

유은영이 놀란 눈으로 지화자를 쳐다봤다. 그녀에게 가방을 넘긴 지화자는 태평한 얼굴로 말했다.

“서도운 씨께는 제가 알리겠습니다. 아마 바로 준비할 거예요. 부장님께도 제가 알리도록 하죠.”

“아아, 네.”

이렇게 된 이상, 바로 출발할 수밖에 없다.

유은영의 어깨가 축 늘어졌다.

“지화자야, 어디가?”

“네, ‘현장 파견 부서’란 이름에 걸맞게 출장 좀 다녀오려고요,”

“오래 걸려?”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예요. 금방 돌아올테니까 라이 씨랑 집 잘 지키고 있으세요. 뭐, 그 전에 돌아올 것 같지만요.”

“응! 유은, 헙!”

하마터면 함께 동거 중인 ‘유은영’의 이름을 외칠 뻔한 리아가 두 손을 들어 입을 틀어막았다.

다행히도 리아의 행동에 의문을 보이는 사람이 없었다. 리아는 두 눈을 한 번 데굴 굴리고는 배시시 웃었다.

“어쨌든 집 잘 지키고 있을게!”

“네, 고마워요.”

유은영이 리아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사무실 문을 활짝 열었다.

“다녀오십시오, 지화자 팀장님!”

하태균이 인사했고, 가하성은 제 상사가 나가든 말든 신경도 안 쓰는 눈치였다.

유은영은 제 업보려니 했다.

‘사실 지화자 씨가 받아야하는 업보인데.’

어쩌랴? 그녀는 지금 자신의 몸에 들어가 있는데.

“가죠, 유은영 팀장님. 배웅 해드리겠습니다.”

“그, 그래주면 고맙죠.”

혹시, 자신이 도망갈까봐 배웅해 주겠다는 건 아니겠지.

유은영이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찰나, 그녀는 아주 중요한 걸 떠올렸다.

“지화자 씨, 어쩌죠?”

“뭐가?”

“저 운전 못하잖아요.”

“아.”

엘리베이터를 타려던 지화자가 우뚝 멈춰 섰다. 유은영은 어쩔 줄 몰라하며 그녀를 쳐다봤다.

엘리베이터가 그들 앞에 도착한 건 그때였다.

“지화자 팀장님?”

도착한 건 엘리베이터 뿐만이 아니었다. 서도운이 ‘열림’ 버튼을 누르며 말했다.

“모시러 왔습니다. 백도진 님의 위치를 알아내셨다고 들어서요.”

그 말에 유은영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네, 서도운 씨! 백도진 씨께서 정말 서이안 씨를 감금 중에 있는지 한번 보러 가죠!”

유은영이 엘리베이터에 냉큼 올라탔다. 지화자는 픽 웃었다.

‘가기 싫다고 죽을 상이더니.’

스르륵, 닫히는 문에 지화자가 가볍게 목례했다.

“안전히, 그리고 무사히 다녀오세요. 지화자 팀장님.”

“네, 유은영 씨!”

유은영이 문이 닫히기 직전, 밝게 웃으며 그녀에게 인사했다.

***

완전히 문이 닫힌 후, 지화자는 아래턱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사람이랑 부딪치는 실전 경험도 쌓게 하는 게 좋겠지.”

서이안은 분명 백도진의 손아귀에 있을 게 분명했다. 그러니 그를 구하려면 백도진과 맞부딪쳐야 했다.

‘그때, 죽여 버렸어야 했는데.’

지화자의 두 눈이 서늘하게 가라앉는 찰나.

“유은영 씨?”

세상에서 가장 듣기 싫은 목소리가 들렸다. 바로 1팀의 조수현이었다.

“스콜피언에서 내려온 협조 공문을 0팀이 받았다고 하더니, 지화자 팀장님께서 나선 모양이군요.”

“네에, 뭐 그편이 빠르게 해결될 테니까요.”

지화자가 최대한 조수현을 쳐다보지 않고 대답했다.

무례하다 욕해도 할 말 없을 행동이었지만, 조수현은 신경 쓰지 않고 물었다.

“지화자 팀장님께서는 서이안 씨를 찾으신 겁니까?”

“찾은 건 아니고, 있을 거라고 추정되는 장소로 향하신 거예요.”

“그곳이 어딥니까?”

그 말에 지화자가 조수현을 향해 날선 목소리를 내뱉었다.

“왜요? 조수현 팀장님께서도 지 팀장님 손 좀 덜어주려 가려고요? 하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바쁘신 분 아닌가요?”

선한 눈매를 지닌 여자의 두 눈이 조수현을 향했다. 제게 꽂히는 시선에 조수현은 저도 모르게 움찔, 작게 몸을 떨었다.

지화자는 말없는 그를 빤히 쳐다보다가 입을 열었다.

“백도진, 기억하죠?”

“네? 네, 기억합니다.”

“지화자 팀장님께서는 지금 백도진 씨께서 서이안 씨를 납치한 후 감금중에 있다고 판단했어요.”

“백도진이라니, 그 인간은.”

“죽었다니 뭐니 소문만 무성했던 분이죠.”

지화자가 흘러내린 옆머리를 귀 뒤로 넘기고는 말했다.

“멀쩡하게 살아 있었나 봐요.”

암만 생각해도 자신에게 결투를 걸었던 그때, 죽여버렸어야 했다.

‘이렇게 사람을 귀찮게 하다니.’

폐인이 되어서 어디 산굴 속에 처박혀 지내는 줄 알았더니, 왜 슬그머니 기어 나와서 일을 만든단 말인가?

지화자가 속으로 한껏 그를 욕할 때, 조수현은 어두워진 낯빛으로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지화자가 그 모습에 물었다.

“지화자 팀장님이 걱정되시나 보네요? 지 팀장님께서는 백도진 씨와의 결투에서 이긴 전적도 있는데 말이에요.”

“압니다, 하지만…….”

조수현이 애써 웃는 낯으로 입을 열었다.

“어쨌든 지화자 팀장님께서 서이안 씨와 함께 무사히 돌아오셨으면 좋겠군요.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조수현이 그 말을 끝으로 그들 옆으로 도착한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이내 내려가는 것에 지화자가 눈가를 찡그리는 그때.

“유은영아! 여기 있었어? 하성이 오빠가 찾아! 선지자들 관련해서 이야기할 게 있다는데?”

“알았어, 가자.”

“나 유은영 찾으러 엄청 돌아다녔는데 칭찬 안 해줘?”

리아가 두 눈을 반짝이며 지화자를 쳐다봤다. 아이의 부담스런 시선에 지화자가 영혼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고맙다.”

“쓰담 쓰담은?”

지화자가 질색 어린 얼굴을 보였다. 리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행위는 유은영이 곧잘 해주는 짓이었다.

‘그 망할 언니, 애한테 쓸데없는 버릇을 들여났어.’

지화자가 와락 얼굴을 구기고는 리아의 머리에 투박하게 손을 얹었다.

한편, 그 시간.

“설마 이렇게 빠르게 길드장님의 위치를 찾아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감사합니다, 지화자 팀장님.”

유은영은 스콜피언의 서도운과 함께 빠른 속도로 백도진이 있는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

서도운의 감사 인사에 유은영이 두 손을 내저었다.

“아니요, 아직 그 인사는 받지 않을게요. 저희가 찾은 사람은 서이안 씨가 아니라 백도진 씨의 위치니까요.”

“그래도 센터 덕분에 기자들이 냄새를 맡기 전에 이렇게 움직이게 된 것 아닙니까? 다시 한번 더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서도운이 유은영을 향해 고개를 꾸벅였다.

“괘, 괜찮으니까, 앞! 앞이나 좀 보세요!”

“아.”

서도운이 얼빠진 소리를 내고는 가까스로 앞 차와 부딪치는 불상사를 피했다.

화려한 핸들링과 함께 서도운이 웃는 낯으로 말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한눈을 팔지언정 사고는 안 냅니다.”

유은영은 꿀꺽 침을 삼켰다.

‘무사히 강원도 평창의 산골짜기로 갈 수 있을까?’

백도진의 위치가 확인된 곳은, 강원도 평창의 어느 이름 없는 야산이었다.

“어쨌거나 빨리 가야겠죠.”

부아앙-!

서도운이 액셀을 밟으며 앞 차를 수월해 나갔다.

얼마나 격한 운전이었으면 뒤에서 빵빵, 경적소리가 끊임없이 들렸다. 욕설도 들린 건 같지만 그건 넘어가자.

유은영은 안전벨트를 꼭 잡으며 울지 못해 웃었다.

다행히도 그녀는 빠르면서도 안전하게 백도진이 있을 곳으로 추정되는 야산에 도착하게 됐다.

“우욱…….”

비록, 유은영의 상태는 그렇게 좋지 못했지만 말이다.

서이안의 운전 실력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고속도로에서 레이싱은 기본, 급정거와 급가속 등등.

‘보복 운전 당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아니, 애초에 서이안의 운전으로 피해를 본 운전자들은 보복 운전을 할 생각조차 못 했을 거다.

자고로 미친놈은 피하는 게 상책이니까.

도로 운전에 있어서 ‘미친놈’이 된 서도운이 담담히 말했다.

“이 야산에 백도진 길드장님께서 저희 길드장님과 함께 있을 확률이 높다고 하셨지요?”

“네, 아마도요. 그런데…….”

산이 생각보다 컸다.

“찾을 수 있을까요?”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서도운이 그렇게 말하고는 드론 형태의 무언가를 꺼냈다.

“열감지 아이템입니다. 인간의 체온은 동물과는 다르니, 이곳에 정말 백도진 길드장님과 저희 길드장님이 계신다면 금방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위이잉,

드론이 하늘 위로 날아갔다. 유은영은 흥미로워하면서 서도운이 하는 양을 지켜봤다.

그때였다.

“아.”

“왜 그러세요?”

“저격당했습니다. 신호가 끊겼군요.”

“그 말은.”

“네, 있습니다.”

있다는 건, 백도진이었다.

“백도진 길드장님께서는 네크로맨서로 이름이 높았던 분이었죠. 그분이 부리는 사령(死靈)이 아이템을 박살낸 것 같습니다.”

아이템이 부서지기 전까지, 어떤 열도 감지되지 못했다면서 서이안은 설명을 덧붙였다.

그 말에 유은영이 말했다.

“서이안 길드장님께서 이곳에 있는 건 모르겠지만, 백도진 길드장님께서 있는 건 분명하네요.”

“네, 그런 것 같습니다.”

서도운의 대답은 여전히 담담했다. 자신의 길드장이 그에게 붙잡혀 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뭐, 성격이 차분한가 보지.’

함께 시나리오 게이트를 공략할 때도 그는 침착하기 그지없는 태도를 보여줬었다.

“자, 그럼 어디 한번 가볼까요?”

그렇게 말하면서 유은영은 벌벌 떨었다.

백도진, 그는 지화자와 서이안과 같은 S급 각성자였다. 백도진이 정말 서이안을 붙잡고 있다면 그와 무조건 싸워야 할 터.

‘무서워!’

몬스터를 상대하는 거라면 몰라, 사람을 상대하는 일은 처음이나 다름없는 유은영이었다.

어쨌거나 유은영은 파들파들 이를 딱딱 부딪치며 떨었고, 서도운은 그런 그녀를 걱정했다.

“괜찮습니까, 지화자 팀장님?”

“네? 네, 괜찮아요. 조금 추워서 그래요! 겨울이잖아요!”

“아직 가을입니다만?”

“어쨌든 곧 겨울이잖아요!”

유은영이 그렇게 말하고는 애써 걸음을 옮겼다.

“자, 일단 가봅시다!”

벌벌 떨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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