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F급 힐러가 랭킹 1위가 되어 버렸다-40화 (40/200)

제40화

센터의 1층, 로비 카페테리아.

“아, 누님! 그거 제가 시키려고 했던 건데!”

“그럼, 신영웅 너도 시켜.”

“똑같은 거 먹기는 싫단 말이에요! 야, 호걸! 너는 뭐 마실 거야?”

“나? 나는…….”

유은영이 카운터 앞에서 떠들고 있는 세 사람을 보며 심드렁하게 말했다.

“시끌벅적하네요.”

“2팀과 3팀, 그리고 4팀은 서로 사이가 좋아서 말입니다. 그보다.”

조수현이 크흠, 헛기침을 터트리고는 입을 열었다.

“일전에 저지른 무례를 사과드립니다.”

“네? 무례요?”

뭐가 있었지? 유은영이 두 눈을 데굴 굴리다가 생각해냈다.

일전에 자신의, 아니 ‘지화자’의 집을 무작정 찾아와 방을 둘러본 일을 말하는 걸 테다.

그 일을 떠올린 유은영이 싱긋 웃으며 지화자를 흉내 냈다.

“괜찮습니다. 그래도 이제 그런 무례는 저지르지 말아줬으면 합니다. 조수현 팀장님께서 그런 식으로 찾아오면 저희 집에 살고 있는 애들이 놀랄 테니 말이죠.”

“안 그래도 라이 군과 리아 양이 현재 지 팀장님과 함께 살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침묵이 흘렸다.

‘불편하네.’

유은영은 누군가의 침묵이 싫었다. 그로 인해 찾아오는 정적과 적막 또한 싫었다.

그때 조수현이 입을 열었다.

“불편하지 않으십니까? 곁에 누가 있는 거 싫어하잖습니까?”

“그런 분께서 잘도 제게 커피를 마시자고 했네요.”

자신도 모르게 날 선 목소리가 튀어 나가고 말았다.

‘이러면 안 되는데.’

아무래도 지화자를 흉내 내는 데 너무 열중한 모양이다. 유은영이 속으로 한껏 자신을 자책하고는 조수현에게 물었다.

“그래서 나눌 이야기가 뭐죠?”

이렇게 된 이상, 최대한 빠르게 조수현과의 이야기를 끝내는 게 서로에게 좋았다.

묻는 말에 조수현이 기다렸다는 듯 대답했다.

“선지자들의 일은 신경 쓰지 마십시오. 아무도 당신을 탓하지 않을 겁니다.”

“네?”

“그건, 유화가… 그러니까 지유화 씨께서 제대로 끝을 마쳤어야 할 일이었으니까요…….”

지유화.

잊을 만하면 들려오는 지화자가 죽인 그녀의 언니.

조수현의 웅얼거렸다.

“그런데 제대로 끝을 마치지 못했죠.”

“네, 그렇죠. 제가 죽이는 바람에 말이에요.”

왜 이렇게 날 선 목소리가 자꾸만 튀어 나갈까? 유은영은 순간 후회했지만 이미 늦은 때였다.

“지화자 팀장님!”

조수현이 희게 질린 얼굴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우당탕, 그가 앉아 있던 의자가 뒤로 넘어갔다.

조수현은 그에 신경 쓰지 않고 다급하게 말을 쏟아냈다.

변명하듯, 아주 황급히 말이다.

“당신에게 상처를 주려고 꺼낸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압니다, 조수현 팀장님.”

유은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니까 괜히 저를 신경 쓰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그녀는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것을 들고선 싱긋 웃었다.

“음료 잘 마셨습니다. 다음에는 제가 사드리도록 하죠. 그럴 기회가 있다면요.”

유은영은 알았다.

“그럼, 먼저 올라가 보겠습니다.”

자신이, 그리고 지화자가 조수현에게 음료를 사 줄 기회 따위 없을 거란 사실을.

그렇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0팀의 사무실을 돌아가려고 할 때였다.

“뭐야, 언니? 회의 중인 줄 알았더니 왜 로비에 있는 거래?”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며 지화자가 나왔다.

“아, 그게…….”

유은영이 어쩔 줄 몰라 하며 카페테리아를 살폈다.

그곳에는 죽을상인 조수현과 그에게 자신과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묻는 각 팀장들이 있었다.

‘저곳에 지화자 씨를 보내면 안 돼! 큰일 날 거야!’

유은영은 본능적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지화자를 도로 엘리베이터 안에 집어넣었다.

“일단 올라가요!”

“왜? 나 지금 당 필요해. 그리고 라이랑 리아, 그 녀석들이 사오라고 한 게 있단 말이야.”

“제가 나중에 당분 보충해 드릴 테니까 일단 올라가자고요! 라이 씨랑 리아 씨의 당도 제가 챙겨드릴게요!”

그렇게 해서 유은영은 지화자를 안전히 엘리베이터에 집어넣을 수 있었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자마자 유은영이 미끄러지듯 무릎을 굽혀 주저앉았다.

“하아아아.”

깊게 토해내는 한숨에 지화자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래?”

“너무 못할짓을 한 것 같아요.”

“누구한테?”

“조…….”

순간, ‘조수현’의 이름을 말할 뻔했던 유은영이 싱긋 웃었다.

“지화자 씨는 알 필요 없는 사람한테요.”

그 말에 지화자가 피식 웃었다.

“어쭈, 언니. 이제 내가 안 무섭지? 그냥 폐급 몸뚱이 가진 연약한 F급 힐러 같지?”

“폐급 거리지 좀 말라니까요?!”

유은영이 빽 소리 질렀다. 물론, 지화자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두 사람은 0팀의 사무실로 돌아오게 됐다.

“유은영아, 왜 빈손이야? 카페 간다며?”

“우리가 주문한 초코 프라페는요? 없어요?”

“응, 없어. 가는 도중에 지화자 팀장님께 붙잡혀 왔거든.”

리아와 라이의 두 눈이 자연스레 유은영에게로 향했다. 유은영이 삐질 식은땀을 흘리며 두 사람에게 카드를 건넸다.

“라이 씨, 리아 씨. 여기 카드요. 음료 주문할 줄 알죠?”

“네, 알아요!”

“맞아, 알아!”

라이와 리아가 두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성 오빠랑 태균 오빠 것도 사와도 돼?”

“네? 네, 물론이죠.”

“앗싸! 오빠들 들었지? 뭐 마실 거야? 빨리 말해죠!”

“리아 대신 제가 기억할게요!”

가하성과 하태균이 그 말에 픽 웃으며 각기 다른 음료를 주문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랑 아이스 카라멜 마끼야또. 네, 기억했어요! 다녀올게요! 가자, 리아!”

“응, 오빠!”

0팀의 막내들이 후다닥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탁, 문이 닫히자마자 유은영이 짜증스레 말했다.

“정신 사나워 죽겠네.”

그 말에 하태균이 웃었다.

“하하, 저는 그래도 우리 0팀에 활기가 도는 것 같아서 좋습니다! 그렇지 않냐, 하성아!”

“저는 이번만큼은 유은영 씨 말에 동의하고 싶은데요. 쟤들 너무 정신 사나워요.”

하는 일이라고는 없으니 더욱 그랬다. 컴퓨터를 다룰 줄 아는 것도 아니고, 하물며 서류를 볼 줄도 몰랐다.

“지 팀장님, 쟤네한테 컴퓨터 좀 가르쳐줄 생각 없어요? 아직 애들이라고 해도 0팀에 소속되어 있는 엄연한 공무원이잖아요.”

“그래도 애들이잖아요.”

유은영이 단호하게 대답했다.

자고로 애들은 아무런 걱정 없이 뛰어놀아야 했다.

라이와 리아는 그럴 상황의 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센터 소속의 공무원이 됐지마는.

그때, 하태균이 말했다.

“그럼 적어도 라이한테는 컴퓨터 다루는 법을 가르쳐주는 게 어떻겠습니까?”

“라이한테요?”

“네, 적어도 이 험난한 생활에 슬슬 현대 문명의 이기를 익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라이가 나중에 리아한테 가르쳐주지 않겠습니까?”

좋은 생각이었다.

‘자, 그럼 라이 씨께 컴퓨터 다루는 법을 가르쳐줄 사람을 골라야 하는데.’

모두가 지화자를, 아니, 그녀의 몸을 하고 있는 유은영을 외면 중이었다.

‘저기요, 하태균 씨? 당신은 적어도 외면하지 안 되지 않나요?’

유은영은 그렇게 묻고 싶었지만 참았다.

“그럼, 라이한테만이라도 컴퓨터 다루는 법을 가르쳐줄게요. 기본적인 엑셀 작업이나 서류 보는 일만 가르쳐주면 되겠죠.”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하태균이 짝짝, 손뼉을 쳤다. 그 모습이 얼마나 얄미운지 모를 일이었다.

어쨌든, 그렇게 해서 유은영은 업무가 끝난 후에 라이와 단독 수업을 가지게 됐다.

리아는 지화자의 몫이었다.

그래, 그랬는데.

“지화자 누님, 그래서 값을 어떤 식으로 입력해야 한다고요?”

“지화자야, 이거는 언제 쓰는 용어야? 하나도 모르겠어!”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리아가 제 옆에 찰싹 붙어 있었다.

유은영은 라이에게 친절하게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가르쳐줬다. 그런 다음, 부엌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지화자에게 버럭 소리 질렀다.

“지, 아니. 유은영 씨!”

“네, 지화자 팀장님.”

“제가 라이 씨한테 업무 가르쳐 주고 있을 동안 리아를 봐주기로 했잖아요!”

“그랬죠.”

그랬죠? 그랬죠오?

태평하기 짝이 없는 대답에 유은영의 두 눈이 번뜩였다. 하지만 그녀는 후우, 숨을 내뱉고는 웃는 낯으로 지화자에게 물었다.

“그런데 리아 씨가 제 옆에서 왜 찰싹 붙어 있을까요?”

“리아한테 물어보지그래요?”

타다닥, 부엌 식탁에서 키보드를 두드리며 지화자에 태연하게 대답했다.

유은영은 멍하니 입을 벌렸다.

지화자의 재수 없는 성격이야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저 성격은 정말이지 익숙해 지지가 않았다.

결국 유은영은 다시 한번 더 크게 숨을 내쉰 후 리아에게 질문을 던졌다.

“리아 씨, 유은영 씨랑 노는 게 어때요? 제가 지금 라이 씨한테 이것저것 가르쳐주고 있어서 리아 씨한테 도저히 시간을 못 낼 것 같아서요.”

“그럼, 얌전히 보고만 있을게!”

물론, 그런다고 얌전히 있을 리아가 아니었다. 아이는 유은영과 라이의 대화에 곧잘 끼어들었다.

조금 전에 제 오빠한테 가르쳐준 건 어디에다가 쓰는 것이고, 그 용어는 무슨 말인지 등등.

어쨌든 수업은 끝났다.

“오빠, 게임 하러 가자!”

“그래!”

라이와 리아가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제 방으로 후다닥 들어가 버렸다.

물론, 인사도 잊지 않았다.

“지화자 누님! 오늘 이것저것 가르쳐줘서 고마웠어요! 내일도 잘 부탁드릴게요!”

“맞아, 지화자야! 내일도 잘 부탁할게!”

감사 인사를 말이다.

유은영은 해쓱해진 얼굴로 남매에게 잘 쉬라며 손을 흔들어줬다.

그렇게 아이들의 방문이 닫히자마자 유은영이 테이블에 얼굴을 묻었다.

“후우우우.”

지쳤다.

게이트를 공략할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세상 모든 어머님과 아버님께 치얼쓰.’

유은영이 속으로 부모의 위대함을 한껏 느끼고 있을 때였다.

“피곤해?”

지화자가 슬그머니 다가왔다. 그 물음에 유은영이 울상을 지으며 칭얼거렸다.

“네, 피곤해요. 애들 가르치는 일이 이렇게 힘들 줄이야.”

“그래도 잘 가르치던데?”

지화자가 키득거리며 웃었다.

“그렇게 보였어요? 다행이기는 한데, 그래도 좀 도와주지 그랬어요?”

“미안하지만 내 코가 석 자라서 그러지를 못했네? 그보다 언니, 조금 전에 파일 보낸 거 있으니까 확인 좀 해봐.”

“파일이요?”

유은영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쨌든 지화자의 말대로 그녀가 보낸 메일이 보였다.

유은영은 메일을 클릭해 파일을 확인했다.

곧, 유은영이 놀란 눈을 보였다.

“이게 뭐예요?”

“스콜피언 측에서 온 협조 요청이라고 할까?”

지화자가 픽 웃었다.

“독주 새끼가 실종됐다고 하네?”

유은영이 멍하니 입을 벌렸다.

독주, 서이안.

나이 스물다섯으로 지화자와 동갑인 그는 랭킹 2위에 위치하고 있는 자였다.

하지만 지화자의 악명이 워낙에 높은 터라 사람들은 대부분 그를 1위처럼 대우했다.

그런 그가.

“실종이라뇨?!”

랭킹 2위,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길드인 스콜피언의 길드장이기도 한 그가 실종이라니!

유은영은 자신도 모르게 빼액 소리 지르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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