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F급 힐러가 랭킹 1위가 되어 버렸다-27화 (27/200)

제27화

“거미 친구다!”

“거미 친구야!”

라이와 리아가 밝게 외쳤다.

“거미 친구라니요!”

유은영이 경악했다. 자동차 보닛에 올라탄 존재가 ‘거미’이기는 했다. ‘친구’라고 부를 수 없는 비주얼이라는 게 문제였지.

유은영의 경악 어린 목소리에 라이와 리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친구 맞는걸?”

“맞아요, 저희 친구인걸요?”

“오빠, 같이 놀자고 하자!”

“좋아!”

좋기는 뭐가 좋아!

유은영은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라이와 리아는 정말 보닛 위에 올라탄 존재와 놀 생각인지, 차 문을 열려고 했다.

철컥, 어림도 없다는 듯이 지화자가 차 문을 걸어 잠갔다.

“엇?! 오빠! 차 문이 안 열려!”

“그렇네?”

라이와 리아의 두 눈이 지화자에게로 향했다. 지화자는 남매의 시선을 무시하고는 기어를 바꿨다.

D에서 B.

“유, 아니. 지, 아니 이것도 아닌데?!”

지화자를 부르려던 유은영이 허둥거렸다.

“지화자 팀장님, 정신 차리세요.”

지화자는 그렇게 말하고는 그대로 액셀을 밟았다.

부우웅―!

“흐악, 억!”

비명을 지르다 혀를 씹은 유은영의 얼굴이 괴롭게 일그러졌다.

“멍청이.”

지화자가 그런 유은영을 놀리고는 이번에는 핸들을 꺾었다.

“꺄아악!”

“으악!”

비명이 난무했다. 오직, 운전자 지화자만이 태연했다. 그녀는 보닛 위에 올라탄 존재를 떨어뜨리느라 여념이 없었다.

―캬아아악!

드디어 떨어졌다.

지화자가 다시 기어를 바꿨다. B에서 D. 그녀는 그대로 다시 액셀을 밟았다.

그렇게 도로를 나뒹굴고 있는 거미 위를 차가 밟고 지나가려고 할 때였다.

“안 돼!”

지화자의 기가 막힌 운전 실력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던 리아가 그녀의 머리칼을 잡아당겼다.

“악! 이 꼬맹이가? 야, 이거 안 놔?! 나 지금 운전하는 거 안 보여?”

“이게 어떻게 운전이야! 아줌마는 지금 살인하려는 거잖아!”

“살인은 무슨! 너는 저게 인간으로 보이냐?!”

“인간이야! 리아의 친구라고!”

“환장하겠네!”

지화자가 브레이크를 밟았다.

끼이익―!

차는 가까스로 거미 앞에서 멈춰 섰다. 리아는 거미가 무사한 것을 확인했지만 지화자의 머리칼을 놓아주지 않았다.

대신, 다른 것을 부탁했다.

“문 열어 줘!”

“미쳤다고 내가 문을 열어 줘? 절대로 싫어. 안 돼.”

“돼!”

“안 돼.”

지화자는 단호했고, 리아는 막무가내였다.

“오빠, 문!”

“알았어, 리아.”

그리고 라이 역시 막무가내였다.

유은영이 지화자한테 애들한테 좀 친절하게 말하라고 잔소리를 하려는 순간이었다.

우지끈,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소리가 뒤쪽에서 들려왔다. 라이가 굳게 닫혀 있던 차 문을 힘으로 부수면서 들린 소리였다.

유은영은 경악했고 지화자는 비명을 질렀다.

“야, 이 미친 새끼야! 이게 얼마짜리 차인 줄 알아?!”

“몰라요, 하지만 이거 어차피 누나 차도 아니잖아요?”

“맞아, 이 아줌마야! 이건 지화자 차잖아?”

리아가 라이를 따라 차에서 내리며 지화자를 향해 혀를 삐죽 내밀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지화자는 머릿속으로 열심히 수리비를 계산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쾅! 지화자가 수리비 계산을 끝내고는 거칠게 핸들을 내리쳤다.

“망할! 하나 새로 뽑아야겠네!”

“지금 그게 중요해요?! 라이 씨랑 리아 씨 어떻게 해요?”

“어떻게 하기는, 자기네들 친구라는데 알아서 하겠지. 내가 알 바야?”

“지화자 씨!”

유은영이 그걸 말이라고 하냐면서 지화자를 닦달했다.

“저거 도대체 뭐에요?! 암만 거미라고 해도 그렇지! 저건 게이트에서 나올 법한 크기잖아요!”

지화자가 심드렁하게 답했다.

“당연히 게이트에 있었던 녀석이니까 그러겠지.”

“네?”

유은영의 두 눈이 동그래졌다.

“언니, 타임 브레이커 유형의 게이트가 터지면 어떻게 되는 줄 알지?”

“당연히 그 안에서 서식하고 있던 몬스터가 쏟아져 나오잖아요.”

“그래. 그 망할 몬스터들이 이곳, 현실에 쏟아져 나오지.”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예요?”

유은영이 미간을 좁혔다. 지화자 역시 미간을 좁히고는 말했다.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 모르겠어? 현실로 쏟아져 나온 몬스터를 퇴지하지 못하면 어떻게 될 것 같아?”

“으음, 글쎄요. 사람들 눈을 피하면서 알아서 번식이라도 하나?”

대한민국 내에서 타임 브레이커 유형의 게이트가 터진 건, 10년 전에 일어났던 일이었다.

‘백화점이 무너졌던 게 그것 때문이었다고 했었지……?’

유은영이 생각에 잠길 때, 지화자가 말했다.

“정답이야.”

“네?”

“정답이라고.”

유은영은 두 눈을 끔뻑였다. 정답이라니, 그럼 저건…….

“몬스터에요?!”

“응, 그러니까 어서 내려. 저 녀석들이 친구라면서 까불다가 잡아 먹히기 전에.”

“왜 그렇게 태연해요!”

유은영이 황급히 안전띠를 풀고는 밖으로 튀어 나갔다.

라이와 리아는 뭐가 그렇게 신이 나는지, 제 키의 몇 배는 될 법한 거미를 향해 신난 얼굴로 다가가고 있었다.

“라이 씨, 리아 씨! 멈춰요!!”

유은영이 한 손에 봉을 쥐고서 둘에게 뛰어갔다. 하지만 라이와 리아가 거대한 거미를 자극하는 게 먼저였다.

―키야아악!

거미가 입을 벌렸다.

“엇?”

“오?”

촤아악, 그 입에서 거미줄이 뿜어져 나왔다. 유은영은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연쇄 살인 사건의 피해자 몸을 휘감고 있던 거미줄이잖아?!’

유은영은 쥐고 있던 봉을 있는 힘껏 내던졌다. 라이와 리아의 사이로 날아간 봉의 주위로 불꽃이 일어났다.

화르륵, 일어난 것이 라이와 리아를 휘감으려고 했던 거미줄을 불태웠다.

그러나 유은영이 내던진 것은 거미까지 꿰뚫지는 못했다.

―캬아악!

거미가 유은영의 공격을 알아차리고는 라이와 리아한테서 멀찍이 물러났기 때문이다.

쯧, 유은영이 짧게 혀를 차고는 두 사람에게 달려갔다.

“라이 씨, 리아 씨!”

유은영이 다급히 두 사람을 살폈다.

“괜찮아요? 다친 곳 없어요?”

“네! 우리는 괜찮아요!”

라이가 밝게 말했다. 유은영이 안도하고는 리아에게 물었다.

“리아 씨는요?”

“나도 괜찮아! 하지만 저 친구 못됐어! 오빠랑 같이 친하게 지내자고 인사하려고 했는데 우리를 공격하려고 했어!”

리아가 씩씩거렸다.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면서 말이다.

유은영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몬스터를 향해 친구라면서 달려갔으니 당연히 공격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

‘라이 씨와 리아 씨가 도대체 왜 센터에 소속되어 있는가 했더니.’

아무래도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는 모양이었다.

‘그러니 스무 살도 안 된 어린 나이에 학교도 안 가고 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거겠지.’

라이와 리아는 센터에 소속된 건 맞지만, 일하고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유은영은 속 편하게 그렇게 생각하고는 다시 봉을 꺼내 쥐었다.

“라이 씨, 리아 씨. 물러나세요. 저건 친구가 아니라 몬스터니까요. 그것도 사람 잡아먹는, 꼭 퇴치해야 하는 몬스터.”

곧 퇴근 시간이었다. 즉, 저 몬스터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말씀.

‘빠르게 해치우자.’

그리고 경찰서에 가져다주는 거다. 서울 각지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연쇄 살인 사건은, 아무래도 이 몬스터의 소행이었던 것 같다고 말이다.

유은영은 당장에라도 몬스터를 해치울 듯이 자세를 잡았다.

―키야아!

그녀의 몇 배는 될 법한 몸집을 가지고 있는 거미는 여덟 개의 팔다리를 푸스스 떨어 댔다.

그렇게 유은영이 몬스터를 향해 달려들려고 할 때였다.

“지화자야, 비켜! 저 친구는 나랑 오빠가 손을 봐줄 거야!”

“맞아요, 못된 친구는 올바른 길로 인도해 줘야 한다고 할아버지가 그랬거든요!”

할아버지?

유은영이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뜨는 순간, 라이와 리아는 거미 앞에 순식간에 당도해서는.

―캬아아악!

그것을 순식간에 휘감아 버렸다.

“거미줄……?”

조금 전, 거미 형태의 몬스터가 내뿜었던 것과 똑같은 것으로 말이다. 유은영이 거대한 거미를 휘감고 있는 것에 입을 뻐금거렸다.

‘도대체 거미줄이 어디에서 튀어나온 거지?’

유은영의 두 눈이 살짝 떨렸다. 그녀의 의문을 해소해 준 건 지화자였다.

“지화자 팀장님.”

“유, 유은영 씨! 저것 좀 보세요! 라이 씨랑 리아 씨가 손을 봐준다고 하더니만……!”

“그래, 아주 멋지게 손을 봐준 것 같네.”

지화자가 감탄했다.

“감탄할 때에요?”

“그럼, 어떻게 반응을 해 줘야 하는데?”

지화자가 어깨를 으쓱였다. 유은영은 질색하는 얼굴로 그녀에게 물었다.

“저게 라이 씨와 리아 씨가 가지고 있는 특성이에요?”

“특성이라…….”

지화자가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였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건 아니야.”

“그럼 뭔데요?”

도대체 정체가 뭐기에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거미줄을 만들어 낸단 말인가!

“실험으로 얻은 능력”

“네?”

“실험으로 얻은 능력이라고.”

지화자가 단조롭게 말했다.

“센터가 만들어진 후, 타임 브레이커 유형의 게이트가 터지는 일은 급격하게 줄어들었지.”

격변의 시대 이후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모두가 아는 사실.

“그런데 말이야. 게이트를 연구하는 녀석들 중에서는 그 시절을 그리워하던 녀석들이 많았거든.”

“그 시절이라면…….”

유은영이 눈가를 살짝 찡그렸다.

“센터가 설립되기 이전의 시기요?”

“뭐, 그렇지. 타임 브레이커 유형의 게이트가 팡팡 터지던 때를 그리워했으니까.”

“그런 시절을 왜 그리워했대요? 미친 사람들인가?”

“응, 미친 새끼들이었지.”

지화자가 아는 것이 있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타임 브레이커 유형의 게이트가 터진 건, 10년 전이 마지막. 그때 미친 연구자가 샘플을 하나 얻었어. 현실로 나와 버린 몬스터들 사이에서 태어난 개체의 유전자 샘플이었지.”

지화자의 시선이 거미줄에 휘감겨 있는 몬스터를 혼내고 있는 라이와 리아에게로 향했다.

“그 연구자는 자신이 확보한 샘플을 이용해 몬스터를 만들어 내려고 했어. 타임 브레이커 유형의 게이트가 터질 때만 만날 수 있는 것들을, 자신의 손으로 직접 탄생시키려고 한 거지.”

들으면 들을수록 미친 사람인 것 같았다. 유은영이 질린다는 듯 얼굴을 찌푸릴 때 지화자가 말했다.

“그렇게 해서 태어난 녀석들이 쟤들이야.”

“네?”

유은영이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내가 지금 뭘 들은 거지?’

유은영이 지화자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멍하니 두 눈을 끔뻑일 때, 지화자는 씨익 입꼬리를 올리고는 말했다.

“저 녀석들, 인간이 아니라고.”

유은영의 고개가 뻣뻣하게 라이와 리아가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키야아악!

거미줄에 휘감겨 있던 몬스터의 몸이 녹아내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 앞에서 라이와 리아는 엄한 얼굴로 말하고 있었다.

“아프다고 해도 안 돼. 이건 우리를 공격하려고 한 벌이니까.”

“맞아! 벌이야, 벌!”

거미줄에 휘감긴 몬스터는 온몸이 녹아 진액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그런 끔찍한 상황인데도 라이와 리아는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확실히 ‘평범함’과는 거리가 먼 것처럼 보였다. 아니, 여느 ‘아이들’과는 확실히 달랐다.

‘생긴 건 영락없는 아이들인데!’

유은영이 침을 꿀꺽 삼켰다.

“있잖아요, 지화자 씨.”

“응.”

“라이 씨가 말한 ‘할아버지’는 누구인가요……?”

분명, 라이가 말했었다.

못된 친구는 올바른 길로 인도해 줘야 한다고 배웠다고. 그에 지화자가 심드렁한 얼굴로 말했다.

“우리 부장님. 참고로 진짜 할아버지 아니야. 쟤들 보호자지.”

“아아, 그렇구나.”

유은영이 멍하니 중얼거렸다.

“부장님께서 직접 라이 씨와 리아 씨를 위해 움직이셨으면 될 것 같은데.”

“보호자라고 해도, 쟤들이 진짜 자식들도 아닌데 그러겠어?”

하긴,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유은영은 완전히 녹아 사라진 몬스터의 시체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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