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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급 자영업자 81화 (8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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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급 자영업자

81화

내 앞에서 이야기해도 되나 고민하는 눈치에 나는 곧장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자리 비켜 줄게요.”

“괜찮아요, 누나.”

“우진 씨는 괜찮아도 권시현 씨는 안 괜찮아요.”

연우진의 시선이 권시현을 향했다.

‘저거 분명 압박할 것 같은데.’

며칠간 연우진과 얽힌 타인과의 대화나 행동을 관찰하며 어느 정도 파악을 마친 나는 연우진의 머리를 잡아다 다시 내 쪽으로 돌릴까 고민했다.

마치 어디로 튀어 나갈지 모르는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이라도 하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나보다 권시현의 대답이 더 빨랐다. 그녀가 어이없다는 듯 허, 탄성을 흘렸다.

“됐음. 가이드가 알아봤자 좋을 건 없는 것 같아서 고민했던 거니까.”

“기밀 사항이면 자리를 피해 드리는 게 맞는 것 같은데요.”

기밀이란 단어는 절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기에 궁금하긴 했지만, 괜히 알았다가 덩달아 수명을 단축하고 싶진 않았다.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는 속담도 있지 않던가.

“그것도 그런데, 그보다는 연약한 가이드가 험한 이야기를 들어 봤자 좋은 건 없으니까.”

“…….”

나는 조금 흐린 눈으로 권시현을 바라보았다. 연우진만 가이드를 금방이라도 깨질 유리 취급하나 했더니 더 심한 사람이 여기 있었다.

그것도 그렇다는 것은 결국 기밀 사항이 맞다는 소리였다.

나는 밖으로 나가려고 했고, 연우진은 가지 말라며 내 옷자락을 붙잡았다. 그리고 권시현은 그런 상황을 전혀 상관치 않고 말했다.

“폐쇄된 C구역 있잖음. 거기 상태가 갑자기 이상해졌다는 보고를 받아서 그런데 오늘 거기 좀 가 보자.”

게이트로 인해 폐쇄되거나 무법 지대가 된 구역들이 적잖게 있었다.

C구역은 그중에서도 가장 큰 구역이었다. 그도 그럴 게 대격변으로 인한 레드 게이트 발생지였기 때문이다.

당시 중심지였던 그곳은 현재 사람들이 아예 살지 않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도시의 형태 역시 거의 남아 있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몇몇 높은 건물을 제하면 건물들이 완전히 사라진 채 구역 자체가 싱크홀처럼 거대한 구덩이의 형상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런데 거기가 이상하다고? 대격변을 직접 겪지 않은 나조차도 심각하게 들리는 이야기에 짐짓 굳은 낯을 했을 때였다.

연우진이 미간을 좁힌 채 대답했다.

“오늘은 안 돼.”

“뭐?”

“아.”

잠깐의 고민도 없이 단호한 대답에 권시현이 짜증스레 인상을 구겼고, 나는 작게 탄성을 흘렸다. 왜 연우진이 오늘은 안 된다고 했는지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야, 이 X놈아 지금 누구 때문에 거기 땅이 뒤틀려 있는데 널 안 데려가면 어쩌라고?”

“알아서 해.”

“XX, 이 X자식이…… 알았음. 오늘 한번 끝까지-.”

“우진 씨, 만약에 저 때문이라면 괜찮으니까 다녀오시죠.”

욕으로 경이라도 읊듯 쏟아지는 권시현의 말을 급히 자르고 말했다.

두 사람의 대화가 길어질수록 하도경의 표정이 검게 죽어 가는 것도 있고, 내 예상이 틀리지 않는다면 완전히 내 책임이 없지도 않았다.

“아, 그러고 보니 오늘 유정 씨 카페에 간다고 했던가?”

마침 내가 생각하고 있던 주제를 하도경이 꺼냈다.

그 말대로 오늘은 오랜만에 카페에 가는 날이었다. 몸도 다 나았고, 이 이상 가게를 더 비우면 안 될 것 같았다.

‘재료 손질도 해 놔야 하고.’

간 김에 카페 정리도 하고 그간 틈틈이 준비해 왔던 신메뉴도 만들고 올 생각이었다.

연우진의 집에 오븐부터 다양한 조리 기구들이 있어 이 집에 있는 동안에도 연습은 할 수 있었지만, 아무래도 가게에서 쓰는 오븐과 차이가 있으니 말이다.

오늘은 혼자 준비하고, 내일부터 강민지에게 출근하라고 할 예정이었다.

원래는 혼자 가려고 했으나, 연우진이 첫날은 아무도 없으면 위험할 테니 같이 가겠다고 해서 함께 가기로 한 거였다.

“네, 그런데 혼자 가도 괜찮아요.”

그간 일도 있었고, 연우진의 걱정이 마냥 과보호만은 아니긴 했다. 그 사건 당시 배에 남아 있는 기록을 메시아에서 뒤처리했다고 해도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었다.

그러나 그걸로 따지면 그날 무대에 섰던 모든 가이드가 실시간 경호 대상이어야 했다.

물론 벌인 일이 있으니 내 경우 다른 가이드들보다 눈에 띄었겠지만, 그 이후 메시아 측에서 벌인 난동이 그 전의 상황을 뒤엎을 만큼 컸다.

물론 이것 말고도 내가 괜찮을 거라 생각하는 것에는 이유가 더 있었는데, 이미 카페에는 결계가 깔린 상태였기 때문이다.

연우진 집에서 머물며 내 몸 상태가 어느 정도 괜찮아지자마자 면회를 한 사람이 있었는데, 바로 이로운이었다.

그날 메시아가 진압하는 걸 그 또한 도왔다고 한다.

이로운은 나를 보자마자 눈동자를 잘게 떨었다. 불안한 눈으로 한참 나를 살피던 이로운은 조심스럽게 내게 손을 뻗어 왔고, 연우진은 그런 이로운의 뒷덜미를 붙잡았다.

「……?」

「감히 누구한테 손대려고?」

무슨 어미한테 잡힌 새끼 고양이처럼 이로운이 가볍게 들렸다.

이로운은 기분이 나쁠 법한데도 가만히 눈을 끔벅이다 무표정한 얼굴로 힐끔 뒤를 돌아보았고, 연우진은 고운 낯짝으로 웃고 있었으나 그의 두 눈에는 불쾌감이 역력했다.

툭. 그리고 그 모든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나는 당황하여 그만 먹고 있던 쿠키를 떨어뜨렸다.

나는 결국 이로운을 연우진에게서 격리한 뒤, 내 방에서 이로운을 맞이했다.

이로운은 내가 무사한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내 옷자락을 제 두 손으로 꼭 쥐었다. 그때 도와줘서 고마웠다고 말하는 내게 이로운이 물었다.

「……그때 너를 아프게 한 놈은 편하게 죽었어?」

설마 그 이로운 입에서 욕설이 나올 줄은 몰랐다. 욕설을 내뱉는 얼굴이 여느 때와 같이 무감정했고, 감정의 변화를 알 수 있는 것은 내 옷자락을 쥔 손에 살짝 힘이 들어갔다는 것뿐이었다.

‘아, 그러고 보니 정확한 일은 모르나? 그 부분 영상은 공개 안 했다고 했으니까.’

사르륵, 결 좋은 은발이 이로운의 어깨 위로 흘러내렸다. 나는 잠시 고민한 끝에 그의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을 뒤로 넘겨주며 답했다.

「아니. 아마도 마지막까지 고통스러웠을걸.」

「……다치지 마.」

「노력해 볼게.」

「응, 약속.」

이로운이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가느다랗고 하얀 손가락을 보며 나는 잠시 회상에 빠졌다.

저번에 장난삼아 이로운에게 새끼손가락을 거는 약속은 어길 시 상대방의 손가락을 가져가는 거라고 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잠시 주춤했지만 노력해 보겠다는 말은 추상적이니 괜찮겠다 싶어 새끼손가락을 걸어 주었다. 빤히 쳐다보는 이로운의 시선에서 압박감이 느껴진 탓도 있었다.

어쨌든 그날 이로운은 내게 자신이 끼고 있던 보라색 보석이 박힌 반지를 건네주며 방어 기능이 있으니 꼭 끼고 다니라고 했고, 그에 더불어 내 카페에 따로 결계를 걸어 주기까지 했다.

간단히 말하면 가게 내부에서 에스퍼의 능력이 차단되는 결계였다.

즉, 카페 자체가 강제 휴전 구역이 된 셈이었다.

이로운보다 강한 힘을 갖고 있거나, 아주 극소수의 능력 유형을 가진 사람들에 한해 몇몇 예외 사항이 있긴 했다.

그러나 S급보다 강한 힘을 가진 에스퍼가 흔할 리도 없고, 설령 있다고 해도 굳이 큰 이득 볼 일 없는 작은 카페까지 찾아와서 복잡한 결계를 뚫을까 싶었다.

더욱이 계약 동안 카페 출퇴근은 메시아 측에서 책임지고 경호해 주기로 한 데다, 그간 연우진이 내게 보호부터 공격 아이템까지 주렁주렁 달아 놓아서 나는 걸어 다니는 아이템 병기나 다름없는 상태였다.

‘뭐, 경매장 일은 시간이 해결해 주지 않을까…….’

애초에 게이트로 인해 험난한 세상, 다른 일반인도 완전한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세계에서 나만큼 장비를 찬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라.

뭐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연우진이 평생 나를 지켜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도 바쁠 텐데 언제까지나 이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우진 씨 올 때까지 꼼짝 않고 카페 안에만 박혀 있을게요.”

긴 설득 끝에 연우진은 여전히 내키지 않는다는 얼굴로 대답했다.

“반드시 1시간 안에 올게요.”

“N구역에서 C구역까진 가는 데만 차로 1시간 이상 걸리지 않아요?”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안에 올게요. 그리고 다른 길드원들도 불러 놓을 테니까 같이 가세요.”

일하는데 감시만 몇 명이 붙는 건가? 잠시 고민하던 나는 별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조차 수락하지 않으면 연우진이 가지 않을 것 같기도 했고, 무엇보다 나도 내 운을 믿지 못했기 때문이다.

“되도록 상위 에스퍼로 부탁드립니다.”

나는 굳건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 * *

오랜만에 찾은 카페는 생각보다 깨끗했다.

강민지가 시간이 날 때마다 청소해 놓았다고 하더니 역시 내가 알바생 하나만큼은 기막히게 잘 뽑은 것 같았다.

추가 수당 보내 줘야겠네. 자고로 노동의 대가는 돈이 최고였다.

“어…… 그러니까 차라도 한잔 드릴까요?”

요리에 필요한 식기를 꺼내던 나는 카페에 멀뚱히 앉아 있는 에스퍼 셋을 발견하고는 물었다.

메시아에서 파견한 A급과 B급 에스퍼들이었다.

A급 에스퍼 둘은 내가 무슨 외계 생물체라도 되는 것처럼 뚫어지게 나를 쳐다보고 있었고, 남은 B급 에스퍼는 카페 안을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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