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급 자영업자
46화
* * *
자주 온다는 말이 거짓말은 아니었는지 주연우는 거의 하루가 멀다 하고 카페에 찾아왔다.
솔직히 처음에는 당황했다. 주연우가 거주하는 오피스텔이 있는 구역과 내 카페는 거리가 꽤 되었기 때문이다.
지하철로 2시간 거리였는데, 주연우는 차를 타고 오는 것 같으니 걸리는 시간이 다를 수도 있겠다.
처음엔 파이가 마음에 들었나 했는데, 빠르게 철회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카페 음식이 마음에 들었다고 이 거리를 매번 왔다 갔다 하는 건 미친 짓인 것 같았다.
‘역시 그거겠지……?’
나는 주연우의 매칭 가이드였다.
자세한 사정은 몰라도 매칭률이 괜찮은 가이드가 아직 나타나지 않은 듯한데, 그런 상황에서 높은 매칭률로 예상되는 가이드가 눈앞에 나타나니 끌릴 수밖에.
어쨌든 사람은 적응하는 동물이었고, 이것도 시간이 지나니 아무렇지 않아졌다.
“사장님, 저 존잘님은 대체 누구예요……! 아까 사장님한테 인사했죠? 아는 사이예요?”
“존…… 뭐?”
“미쳤다, 미쳤어! 와, 진짜 잘생겼다. 사장님, 제가 계속 보고 있었는데 저분 불과 1시간 사이에 번호만 7번 따였어요! 러키세븐. 운이 좋네요.”
“네가 더 미쳤다, 민지야. 일 안 하니……?”
어쩐지 오늘따라 유난히 바쁘더라. 내 손만 바빴던 거네.
나는 윗부분이 노릇하게 구워진 치즈케이크 위에 쿠아 잼을 올리다 말고 강민지의 앞치마 끈을 잡아끌었다.
“민지야, 너 이상형 유쾌한 사람이라며.”
“유쾌하잖아요. 재밌고.”
“이야기 나눠 본 적도 없는데, 재미있는지 어떻게 알아?”
내가 보기에 주연우는 분위기 메이커처럼 주도적으로 분위기를 띄우는 유형은 아니었다.
내 물음에 강민지가 진지한 얼굴로 답했다.
“얼굴이 재미있잖아요.”
“아.”
“사장님, 얼굴 뜯어먹고 살 거냐는 말은 패배자들의 말에 불과해요. 그거 아세요? 제가 전에 어디에서 들었는데 아름다운 것을 보면 뇌에서 좋은 호르몬이 나와서 뇌에 좋다고 했어요.”
강민지는 뇌가 좋아지면 결국 건강이 좋아지고, 건강이 좋아지면 수명이 느니 결국 생명과 연관된 중요한 거라며 말을 늘어놓았다.
“아, 맞다. 예쁜 거 말 나온 김에 이것도 한번 봐 보세요. T 구역 게이트 생성물이라는데.”
강민지가 보여 준 것은 뉴스였다.
파란 장미 형태의 게이트 생성물로 무슨 공기 정화 기능이 있다고 한다.
현재로선 몇 송이밖에 없는 무척이나 희귀한 거라 경매에서는 한 송이 당 최소 몇백부터 거래되고 있다고 했다.
그것까지 확인하자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마음의 소리가 흘러나왔다.
“와, 갖고 싶다.”
“그쵸? 예쁘죠? 역시 아름다운 건 옳다니까요.”
강민지가 어깨를 으쓱였다. 나는 마저 잼을 치즈케이크 위에 올린 뒤, 들뜬 강민지에게 차분히 현실을 짚어주었다.
“그런데 민지야, 지금 이대로 가면 이번 달 네 보너스가 위험-.”
“네~! 아아메 1잔이랑 쿠아 라떼 1잔이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강민지의 손이 빨라졌다.
한창 바쁜 점심때가 지나가자 조금 한가로운 시간대가 찾아왔다.
원래 이 시간대는 테이크 아웃 손님들이 대다수라 매장 안 손님이 거의 없었는데, 오늘은 평소보다 매장 안에 사람들이 많이 남아 있었다.
이유는 알 것 같았다. 다들 은연중 시선이 향하는 곳은 같았으니까.
마찬가지로 모두의 시선이 향하는 곳을 바라보고 있던 강민지가 뭔가 떠올린 듯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그러고 보니 사장님은 이상형이 어떻게 되세요?”
“……갑자기?”
“모처럼 한가한 때잖아요. 어차피 다들 이쪽에는 관심 없으니까 작게 떠들어도 괜찮지 않을까요? 그래서 이상형이 어떻게 되세요? 저번에 저만 말했잖아요.”
확실히 다들 이미 주문을 시켜 놓고 앉아 있는 거라 당장 주문하러 올 사람은 없어 보였다.
손님이 오기 전까지는 괜찮겠지.
이상형은 학창시절 이후로 생각해 본 적 없었기에 나는 잠시 고민하다 답했다.
“글쎄, 예의 바른 사람? 기본적인 예의는 지키는 사람이면 좋겠네.”
반면교사로는 이전 약혼자였던 황태자 레이몬드가 해당되었다.
걔는 첫인상부터가 꽝이었다. 아무리 정략결혼이라고 해도 첫 만남에 예의는 갖춰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레이몬드는 첫 만남이 다른 이와 키스하고 있는 장면이었다.
정확히는 레이몬드가 예비 약혼녀인 나와 약속이 있다는 걸 잊고 다른 이를 만났고. 기다림에 지친 내가 정원을 산책하다 발견한 것이었다.
당시 나는 그걸 보며 감탄했다. 황태자가 오는 여자 안 막고 가는 여자 안 잡는 놈이란 건 얼핏 소문으로 들어 알고 있었지만, 첫날부터 저 꼴을 볼 줄이야!
그리고 생각했다. 쟤가 남주라면 후회 남주 루트 제대로 타겠구나 하고.
물론 그것도 얼마 지나지 않아 일어난 징병에 모조리 날아갔지만. 장르가 로판이 아니라 서바이벌인 줄 누가 알았겠어.
“오~ 사장님께 늘 정중하게 대해 줬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그것도 좋죠.”
“나뿐만이 아니라 초면인 사람에게도 최소한의 예의는 갖출 줄 아는 사람이면 좋겠는데.”
“아하, 그거 말고 외양은요?”
“너처럼 유쾌한 사람. 자, 그럼 다시 일하자.”
딸랑, 현관 종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손님이 들어섰다.
* * *
몇 번을 다시 봐도 글자는 바뀌지 않았다.
컨택 온 길드 명을 살펴보던 나는 길게 나열된 이름 중 이 나라에 사는 한 익숙할 수밖에 없는 이름을 발견하고 빤히 들여다보았다.
-길드명 : ‘메시아’
-연락관 : 최현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