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급 자영업자 30화 (30/119)

S급 자영업자

30화

‘마물.’

게이트 너머에서 건너온 인간이 아닌 존재들을 그렇게 통칭했으며, 사람이나 국가에 따라 몬스터나 마수, 괴수 등으로 부르기도 했다.

또한 마물이란 단어는 내게 있어 게이트나 각성자, 에스퍼에 비하면 훨씬 친숙한 용어였다. 헤르만 제국에서도 마물은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게 왜? 원래 있지 않았어? 전에 너튜브에서 누가 마물 훈련하는 영상 본 적 있는 것 같은데.”

어느 세계든 인간은 드물고 희귀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손에 넣고 싶어 했다.

왜, 마물이 존재하기 전에도 희귀 동물을 기르거나 맹수를 사육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았던가.

성지현이 미간을 좁혔다.

“……게이트에서 무언가를 가져오려면 허가가 필요하고, 절차가 있어. 백 보 양보한다고 해도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이 길러야지, 그렇지 못한 사람이 기르면 사고밖에 더 일어나?”

“그러다 죽는 사람 생기면 어쩔 건데. 불법으로 산 사람이나 판 사람이나, 잘못돼도 내 알 바 아니지만, 착실히 살던 사람들은 무슨 죄인데? 걔들과 같은 구역에 산 죄?”

“이야, 대격변 때만 해도 마물 키운다는 생각은 상상도 못 했을 텐데 우리나라에도 상위 각성자 대거 등장하고 좀 살 만해졌다고 사람들이 이렇게 안일해지네.”

“조금이라도 피해 줄이려고 쥐꼬리만 한 월급 받고 24시간 게이트 파동 검사기 돌리는 노예한테 엿을 주고.”

“그 미친 새끼들은 그걸로 돈 벌고.”

“우리는 또 야근하겠지. X발.”

쿵짝, 잘도 맞는다.

성지현이라면 몰라도 한세영은 웬만해선 욕을 안 하는데 상태가 안 좋긴 한가 보다.

‘그런데 얘들은 왜 여기서 이러는 걸까.’

며칠 전에 일하다 실수로 화상을 입게 되어 한동안 가게를 닫게 되었다.

심하게 다친 건 아니었지만, 다친 부위가 팔이다 보니 물에 닿거나 하면 더 심해질 것 같아 잠시 쉬기로 한 것이다.

빨리 회복되라고 쿠아 열매로 만든 차를 마시면서 며칠간 푹 쉬었다.

그런데 휴가 마지막 날, 저 둘이 쳐들어왔다.

모처럼의 휴일이니 편하게 카페나 가자더니 자연스럽게 close 팻말이 걸린 내 카페로 들어오더라.

호륵, 조용히 회복용으로 만든 쿠아 열매 차를 마셨다. 가게 안에 울려 퍼지는 흥겨운 재즈곡에 섞여 살벌한 욕이 오갔다.

그러던 와중 한세영 휴대폰에서 알림음이 울렸다. 잠시 대화를 중단하고 제 휴대폰을 보던 한세영의 눈이 점점 커졌다.

“맞다!! 유정아!”

한세영이 덥석 내 어깨를 붙잡고 흔들었다.

‘-아, 이거 데자뷔.’

1년 전 김유정으로 돌아왔을 때가 떠올라 흔드는 대로 흔들리고 있으려니 한세영이 얼굴로 휴대폰을 들이밀었다.

어찌나 가까운지 눈앞이 하얗다.

“나 이거 말해 주려고 왔는데! 너 안 봤지? 그래, 안 봤을 거야! 댓글 보는 법도 모를 것 같은 네가 확인했을 리가.”

“뭔데 그렇게 흥분해? 일단 좀 놔 봐. 쟤 지금 손에 찻잔 들려 있어. 너 그러다 물 맞는다.”

“성지현, 너도 SNS 안 봤어?”

“새벽까지 연구실에서 썩다 온 사람한테 뭘…….”

“여기!”

한세영이 내민 것은 내가 전에 카페 홍보로 올렸던 게시물이었다.

저번과 다른 게 있다면 급격하게 늘어난 하트 수와 댓글 수.

나는 멍하니 한세영이 건넨 휴대폰을 손에 쥐고 스크롤을 내렸다.

SNS에서 유명한 사람이 내 카페를 추천하는 글을 올렸고, 그 탓에 이렇게 사람들이 몰려든 듯했다.

“일상 글이나 다른 사진은 일절 없이 오로지 디저트 추천만 하는 계정인데, 추천한 가게들은 믿고 가도 된다고 할 정도로 유명하거든! 그런데 갑자기 네 가게가 올라와서 놀랐잖아.”

“이야 가게 다시 열면 엄청 바쁘겠는데?”

그 말대로 리뷰 보고 왔는데 왜 안 열린 거냐며 아쉬움을 토로하는 글들이 많았다.

가게에 들린 적이 있는 듯한 손님들이 여기 파이 맛있다며 추가 댓글을 달기도 했다.

카페 ‘meli’.

네온사인도 뭣도 없는 투박한 나무 간판 사진.

내가 한참 동안 대답이 없자 한세영이 물었다.

“어때? 좋지.”

“……응.”

재료가 충분했던가. 열매 물량부터 확인해 봐야겠다고 생각하고는 손가락으로 빠르게 댓글을 넘기던 도중, 몇 댓글이 눈에 밟혔다.

-그런데 제목이ㅎ

┗사장님이…… 많이 급하셨나…….

┗제목만 보면 무슨 9시 뉴스 등판 각

┗제가 몰라서 그런데 쿠아 열매에 무슨 독 들었나요? 저희 할머니 건강에 좋다고 홍삼 대신 챙겨 드시던데ㅠ..

-근데 여기 뭐 파는 가게예요? 요즘 어둠의 루트는 이런 식으로 홍보함?

┗파이 판대요

┗..?

┗pie

┗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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