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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급 자영업자 21화 (2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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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급 자영업자

21화

인생은 혹시 모르는 법이니 힐러에겐 가능한 좋은 인상을 남기는 편이 좋다.

슬며시 띄운 자본주의 미소에 송화연이 맑은 미소로 답했다.

“치료하는 게 제 일이니까요! 그리고 유정 님이라면 언제든지 괜찮아요!”

나를 보는 송화연의 두 눈이 호감으로 반짝였다.

에스퍼 미모 버프 어디 안 간다고. 작은 키에, 갈색 단발머리, 눈도 동글동글해서 다람쥐 같은 미인이 반짝이는 눈으로 쳐다보니 없던 호감도 생길 것 같다.

머리라도 쓰다듬어 주고 싶은 마음에 송화연을 빤히 쳐다보고 있으니, 주연우가 내 손에 들린 양주를 가져가며 입을 열었다.

“둘 다, 급한 볼일 있다고 하지 않았어?”

“네?”

“……아아, 그래. 있었지. 아주 급한 볼일.”

하도경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송화연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러자 생각났다는 듯 송화연이 잽싸게 신발을 신었다.

떠나는 두 사람을 배웅하고 방으로 돌아가려는 나를 주연우가 붙잡았다.

“누나.”

“네?”

바로 응답했으나, 대답은 좀처럼 돌아오지 않았다.

불러 놓고 망설이듯 입술을 달싹이는 그에 나는 방으로 향하던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

“……그런 얼굴이 취향이에요?”

약간의 침묵 뒤에 돌아온 대답에는 주어가 없었다.

“그런 얼굴이요?”

“송화연 씨요.”

송화연의 얼굴이 취향이냐고 물어보는 말이었나 보다. 귀엽고 예쁜 것에 취향이 필요한가 싶어 내가 대답을 망설이니 주연우가 말했다.

“송화연 씨는 이미 전담 가이드가 있어요.”

전담 가이드는 매칭률이 평균 수치를 넘겨 특정 에스퍼의 정식 가이드로 등록한 경우를 의미했다.

보통 임무나 사건이 터지면 가이드는 자신의 전담 에스퍼를 가장 먼저 가이딩 했고, 에스퍼 또한 전담 가이드를 최우선시하여 보호하는 식이었다.

둘은 서로의 보호자이기도 했기에 반려 혹은 짝이라고도 불렀으며, 상대방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경우 먼저 소식을 전해 받거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어서 가족이나 연인 사이에 특히 흔했다.

“전담 가이드…….”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주연우가 무슨 생각하는지 알 것 같았다. 내가 송화연에게 관심을 가진 줄 알고 미리 진실을 말해 주는 것이다.

하지만 그건 오해다. 내가 송화연에게 관심을 가진 것은 순전히 그녀가 힐러이기 때문이고, 애초에 나는 미등록 가이드이기 때문에 그런 주제와 동떨어져 있었다.

“아, 그런 의도로 본 건 아니고…… 그냥, 화연 씨 미인이잖아요. 예쁜 사람을 보면 자연히 시선이 가는 법이니까요.”

물론 내 입으로 미등록 가이드라고 말할 생각은 없었기에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각성자 등록을 거부하는 행위는 불법이었다.

능력을 숨길 시 인명 피해를 일으킬 수 있는 에스퍼에 비해 가이드는 그런 일이 드물었기에 처벌이 가벼운 편에 속하긴 했다.

그래도 가이드 역시 각성자인 것은 매한가지였고, 각성자임이 밝혀졌음에도 등록을 하지 않으면 벌금형에 처해졌다.

반대로 등록하면 여러 편의를 봐주었기에 본인이 가이드인 것을 모르지 않는 이상 대다수가 등록을 요청하곤 했다.

물론 나는 예외다. 나라에서 시행하는 각성자 검사에 전부 응했고, 후에 각성을 한 사례이기에.

후각성 자체가 드문 사례기에, 나중에 들켜도 처벌이 없다고 들었다. 물론 처벌과는 무관하게 나라에 들키는 것은 가능한 한 피하고 싶었다.

양현우의 짐작대로 정말 등급이 높게 나오기라도 하면 내게 평탄한 삶은 사라지는 거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나는 계속해서 돌아오는 대답이 없자 고개를 들어 올렸다.

주연우가 미간을 구긴 채로 말없이 서 있었다. 나는 혹시라도 내가 불쾌한 말을 했나 되짚어 보았지만, 마땅히 짚이는 게 없었다.

아, 혹시…….

“연우 씨.”

나는 소파에 앉아 주연우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와 동시에 텁, 하고 커다란 손이 내 손 위로 얹어졌다.

무의식의 행동이었던 모양이다. 어느덧 소파에 마주 앉아서 왜 불렀냐는 듯 나를 쳐다보는 그의 모습에 입가에 힘이 들어갔다.

덩치 큰 남자가 훈련받은 강아지처럼 손을 올려놓는 모습이 꽤 귀엽게 느껴졌다. 작게 웃음을 흘리니 그가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

“표정이 안 좋아 보이기에 가이딩이 필요한가 해서요.”

“아…….”

“아니었어요?”

“필요해요.”

가볍게 얹어졌던 손이 빙글 하고 한 바퀴 돌더니 맞잡아 왔다.

이 짓도 여러 번 하니 슬슬 익숙해진다. 1년 전까지만 해도 비슷한 일을 하기도 했고.

나는 손을 통해 가이딩을 불어 넣어 주며 가볍게 대화를 시작했다.

“그건 그렇고 설마 사람 좀 쳐다봤다고 그런 오해를 살 줄은 몰랐어요.”

맞잡을 손을 가만히 바라보던 주연우가 입을 열었다.

“송화연 씨는…… 에스퍼니까요.”

“아, 그러고 보니 화연 씨도 제가 가이드라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주연우를 구했던 날, 나를 치료한 건 송화연이었다.

그녀는 이전의 나와 달리 접촉하지 않아도 치료 능력을 쓸 수 있는 것으로 보였지만, 상처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려면 몸에 손댈 필요가 있었을 테니 혹시 모른다.

‘어쩐지 호의가 과하더라니.’

호의로 반짝였던 눈을 상기하며 주연우를 바라보니, 주연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몸 상태가 괜찮은지 전체적으로 봐 달라고 해서요.”

“역시.”

“하지만 괜찮을 거예요. 입단속 시켰고…….”

나른한 얼굴로 그가 제 무릎에 뺨을 기댄 채 나를 응시했다.

“그렇구나…… 아, 하도경 씨는 알고 있나요?”

“아뇨. 말 안 했어요.”

“정말요? 고마워요. 사실 제가 각성자인 걸 말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아, 그런데 화연 씨는 전담 가이드가 있었구나. 정식 관계 맺은 사람 주변에서 처음 봤어요.”

“처음이에요?”

“네, 곧 전담 가이드가 될 것 같은 친구가 있긴 한데.”

“친구도 가이드예요?”

그가 말끝을 흐렸다.

금방이라도 잠들듯 가늘어진 눈꼬리에 나는 자연스레 목소리를 낮추었다.

“네. 전부터 전담 가이드가 되고 싶다고 하던 친구가 하나 있어요.”

“아-.”

“그런데 저는 그 친구와 달리 정식 가이드가 될 의향이 없거든요.”

한세영이 말하길 대부분의 에스퍼는 가이드에게 호의를 보인다. 본능에 새겨진 반응이었다.

강한 힘을 가진 것과 별개로 에스퍼에게 있어 가이드는 좋으나 나쁘나 목숨 줄이나 다름없었기에.

“그도 그럴 게 누군가를 책임진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그런가? 그런 선택을 한 친구가 대단해 보이더라고요.”

그리고 주연우는 매칭률이 좋지 않은 에스퍼였다.

매칭률이 높을수록 에스퍼는 가이드에게 큰 호감을 느낀다고 들었고, 내가 보기에 그는 내가 자신의 가이드가 되길 바라는 것 같았다.

그가 베푸는 친절은 단순히 내가 가이드라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매칭률이 괜찮은 가이드를 놓치기 싫은 마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의 가이드가 될 생각이 없었다. 나는 더 이상 누군가의 목숨을 책임지고 싶지 않았다.

내가 우회적으로 그은 선의 의미를 알아차린 듯 주연우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이내 그의 입꼬리가 부드럽게 올라갔다.

“사람마다 생각은 다르니까요.”

그 목소리가 지나치리만큼 다정하여, 어째서인지 속이 껄끄러웠다.

* * *

방으로 돌아온 나는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머지않아 일도 시작하고, 새로운 휴대폰이 필요했기에 괜찮은 가격대를 찾아보던 도중 낯익은 글자가 보였다. 자연스레 손가락을 그쪽으로 뻗자 뉴스 화면이 나타났다.

[[뉴스] xx모텔, 각성자들의 폭거, 폭탄 테러? 반사회적 집단의 위험성.]


지난밤 xx 모텔에서 불법 약물 거래로 인한 사건이 일어났다. 관리국은 이를 각성자 범죄 집단 중 하나와 관련되어 있다 답했다. 거래 도중 각성자 간 싸움이 벌어진 것으로 추정되며, 사상자는 범죄 집단 소속인 K 씨(31). K 씨(31)는 평소 주변에 선량한 청년으로 알려져 주변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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