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 돈미새-224화 (224/225)

수많은 채팅이 흘렀고.

잠시나마 적막이 흘렀다.

모두가 기다리는 대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그때.

후원창이 울렸다.

띵동.

[ 뒤돌아보지마라탕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그 건물 주인.

시작과 끝은 하나다. 5 (完).

후원 창 하나에 모든 사람들이 패닉 상태에 빠졌다.

시청자들은 물음표를 사정없이 올려댔고.

폐 건물에 있던 우리 셋은 서로의 얼굴을 벙찐 표정으로 바라봤다.

“혀, 형님··· 지금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 이 폐 건물 주인이시라고요?”

띵동.

[ 뒤돌아보지마라탕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그래.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너무 충격적이라 정신을 차리지 못하겠다.

아니 잠깐만···

나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고, 깨끗이 청소가 된 폐 건물을 살피며 조심스레 물었다.

“그럼 혹시 제가 여기 올 줄 알고 청소까지 해두신 거예요?”

띵동.

[ 뒤돌아보지마라탕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반은 맞는 소리지. 무조건 오게 만들 생각이었으니까.

우리 셋이 동시에 같은 대답을 했다.

“왜요?”

“왜요?”

“왜요?”

- 너네 뭐 하냐?

- 팀워크 오지네.

- 이렇게 맞추는 것도 쉽지 않을 텐데

- 귀엽다. 잔뜩 해맑은 표정 봐 ㅋㅋ

- ㅅㅂ 그나저나 너무 충격이다. 폐 건물 주인이 마라탕 형님이라니

-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야?

- 이런 건물을 도대체 왜 산 걸까?

- 돈이 많으니까 그냥 심심풀이로 하나 샀을지도?

- 한 달에 몇 천만 원씩 후원하는 사람인데 이런 건물쯤이야.

잠시나마 흐르던 정적을 깨고 다시 후원창이 울렸다.

띵동.

[ 뒤돌아보지마라탕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거기다 새 건물 올릴 거다. 그래서 말인데 업종은 뭘 했으면 좋겠냐?

나는 카메라를 빤히 바라보며 눈만 수차례 껌뻑였다.

여기에 건물을 올린다고?

아니, 그것보다 업종을 왜 나한테 물어보는 거야?

내가 얘기했다.

“형님. 저는 땅도 그렇고 장사에 관해 아무것도 모르는데요···?”

이 형님은 예전부터 그랬다.

당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모든 것이 베일에 싸여있는 유일한 남자.

뒤돌아보지마라탕.

띵동.

[ 뒤돌아보지마라탕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너 무당이잖냐. 10년을 더 썩은 그 폐 건물에 뭘 차려야 장사가 잘 될 것 같은지 좀 말해 봐. 괜찮으면 선물 줄게.

내가 화들짝 놀라며 대답했다.

“선물이요 형님?”

도대체 무슨 선물을 주려는 걸까?

난 금방 내 일처럼 곰곰이 생각해 봤다.

사람이 죽어나가는 폐 건물에서 새 업종이라···

동네에 흔하게 있는 업종은 절대 살아남을 리 없었다.

일반음식점을 비롯해서 제과점, 미용실, 세탁소, 숙박업 등등···

그럼 뭐가 있지?

옆에 있던 임아린이 해맑은 표정으로 카메라를 보며 얘기했다.

“마라탕 오빠! 귀신 테마파크 어때요!? 귀신 나오던 건물이니까 테마파크를 만들어서 사람들이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게 해주는 거예요!”

- 뭔들 어떻겠니?

- 우리 아린이 하고 싶은 거 다 해.

- 네들이 왜 건물주 행세냐

- ㅅㅂ 주머니에 넣고 다니고 싶다.

- 하. 나도 여자친구 좀.

- 귀신은 소개 가능.

- 그거 말고 옘병!

- 근데 아린이 아이디어 괜찮은데?

- 나쁘지 않다. 사람 죽어 나가던 곳이니까 그런 간접 체험관을 만드는 거 찬성.

나는 임아린을 보며 조용히 엄지를 치켜세웠다.

역시 내 여자친구. 완전 똑똑해.

아이디어를 내뱉은 자신이 기가 막히다는 듯, 손바닥까지 쳐가며 아린이가 뿌듯해했다.

그 모습을 옆에서 조용히 지켜보던 박필준이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아니면 형님··· 카페 같은 건 어떠세요? 여기 경치가 너무 좋고, 주차장 공간도 충분해서 딱일 것 같은데요?”

나는 금세 표정을 지우고 박필준을 빤히 바라봤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니잖아···

너 같으면 사람 죽어나간 곳에 커피 마시러 오고 싶겠냐···

아이디어를 내뱉은 박필준의 어깨엔 힘이 잔뜩 들어갔다.

필준이 역시도 스스로가 뿌듯한지, 괜한 나를 쳐다보며 쌍 따봉을 날려댔다.

그 순간.

띵동.

[ 클레오빡돌아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아우 저걸 그냥 귀신 만들어버릴까. 너 같으면 사람 죽은 곳에서 커피 마시고 싶겠냐!

띵동.

[ 소잃고뇌약간고치기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가만히 있으면 절반이라도 가지. 걍 아무것도 하지 말고 입도 다물고 있어! 우럭 색갸!

박필준이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입은 어린아이처럼 수시로 삐죽댔다.

“별론가··· 진짜 괜찮을 것 같은데.”

그런 박필준을 보며 어깨에 손을 올려 가볍게 위로했다.

나는 자연스럽게 지하 내를 걷기 시작했다.

임아린과 박필준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를 바라본다.

“제 생각에는요···”

벽을 살며시 어루만지며 천천히 말을 이어 붙였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 그리고 따뜻하고 행복한 기운을 전해줄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드는 게 어떨까요? 저 역시도 이 폐 건물을 통해 큰 선물을 받았잖아요. 건강한 몸, 그리고 친구, 애인, 그리고 형님들까지요.”

- 헐

- 이 새끼 이빨 까는 거 보소.

- 그렇게 말하면 내가 감동 받을 줄 알았냐? 엉엉··· 시벌.

- 마지막 방송이라고 이런 분위기 잡는 거 아주 바람직해.

- 걍 돈만 뜯어가는 미친 돈미새인 줄 알았는데.

- 미안하다. 형이 오해했다.

- 돈에 환장하는 놈은 맞음.

- 인정. 선물 준다는 데 저런 구라가 절로 나와야 정상아님?

- 근데 그런 업종이 뭐가 있지?

- 일반적인 업종은 안 돼. 사람 죽어나가던 곳이니까.

- 음··· 그럼 남은 업종이 과연 있을까?

띵동.

[ 뒤돌아보지마라탕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그래서 뭘 차리면 좋겠냐고

“음···”

나는 곰곰이 떠올리다 이내 입을 열었다.

“러브 하우스 어때요 형님!”

띵동.

[ 하나도안무서워오늘은엄마랑자야지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옘병. 내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지?

띵동.

[ 귀신빤스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이런 어린 노무 새끼가 뒤질라거···

임아린과 박필준도 어느샌가 벌레 보듯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웃으며 얘기했다.

“의미는 비슷합니다. 저를 찾아오는 사람들의 고민을 해결해 주는 거죠. 귀신 탐정소 같은?”

- 오호

- 대박. 그래서 러브 하우스?

- 순간 오해했네. 시벌.

- 머리가 썩어서 그래.

- 이제 큰 형님 후원도 모자라 건물까지 뺏겠다는 큰 그림 아니냐?

- 근데 취지는 정말 괜찮은데?

- 신기한 건 연우 만나면 사람들이 다 착해져

- 진짜 그렇긴 하네.흉가 야생곰 염세환도 지금 다 세상 착해졌잖아

- 걔네 요즘 이미지 바꾸려고 봉사활동도 다님

- 레알? ㅋㅋ 완전 찰떡이네 그럼

- 나름 매스컴도 많이 탄 인물이니까 금방 홍보되겠다.

그런 하우스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정말 꿈만 같은 그런 하우스.

띵동.

[ 뒤돌아보지마라탕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좋네. 네가 한 번 해볼래? 내가 지원해 줄 테니까.

순간, 내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야? 진짜로 하는 소린가?

나는 조심스레 물었다.

“형님. 진지하게 하는 말씀이신가요?”

띵동.

[ 뒤돌아보지마라탕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내가 언제 농담하는 거 봤냐? 해봐. 내 선물이다.

상상할 수 없을만큼 큰 선물에 나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시벌···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여태 후원을 그만큼 해준것도 두 무릎이 닳도록 고마워해도 모자랄 판인데.

이젠 새 건물의 사장직까지 주겠다고?

나는 카메라에 대고 중얼거렸다.

“형님. 왜 이렇게까지 저를···”

띵동.

[ 뒤돌아보지마라탕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좋아하니까.

순간,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것처럼 가슴이 철렁였다.

사실, 마음속으로 항상 꿈꿔왔던 그림이었다.

내가 받은 이 행복들을 여러 사람들에게 나눠줄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언제나 마음 속에 담아두던 작은 소망이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선 무엇보다 돈이 필요했다.

정말 열심히 중년의 나이까지 살게 된다면 그 꿈이 이루어질까 싶었는데···

나는 건물이 떠나갈 듯 크게 소리쳤다.

“감사합니다! 맡겨만 주신다면 제가 정말 열심히 할 자신 있습니다요 형님!”

- 레알 ㅎㄷㄷ 이다.

- 여태 받은 후원금도 모자라 건물 올리고 사장까지 시켜준다고?

- 대체 저 형님 정체가 뭐야?

- 와. 대박 소름이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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