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 돈미새-219화 (219/225)

“아들··· 엄마한테 거짓말 하면 못 써. 정말 이 사람을 만났다고?”

“응. 왜?”

엄마의 반응에 괜한 식은땀이 흐른다.

이리저리 그림을 살펴보던 엄마는 살며시 입을 틀어막고 내게 얘기했다.

“우리 연우 할아버지랑 너무 똑같아서···”

“······”

순간, 나도 말을 잇지 못했다.

시청자들의 반응이 이해가 가는 순간이었다.

나는 괜한 헛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세상에 닮은 사람이 한 둘이겠어? 아니, 근데 진짜 많이 닮았나?”

하얗게 내려앉은 서리가 가득한 머리를 2:8로 가른 모습.

세월의 흔적으로 생긴 이마의 지렁이 같은 주름과 얼굴에 생긴 까만 점 잡티까지.

정말 하나도 빠짐없이 세세하게 그렸다.

엄마는 그 그림을 살펴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닮은 게 아니고 그냥 완전히 아버님 판박인데.”

“그, 그래?”

느낌이 이상하다.

그저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점점 확신이 되어 간다.

설마··· 에이, 아니겠지.

내가 다시 물었다.

“할아버지가 이렇게 생기셨었어? 나는 한 번도 뵌 적이 없어서··· 뭐 사진 같은 게 있는 것도 아니고.”

“그치. 우리 아들 태어나기 전에 다 돌아가셨거든. 아차, 사진을 찾아보면 있을 텐데···”

순간, 몸을 움찔거렸다.

혹시나 찾은 사진이 내가 그린 그림과 똑같다면 어떻게 되는 거지?

머리가 멍한 느낌과 함께 묘한 기분이 든다.

그때.

“여기 있네.”

엄마는 사진 한 장을 들고 내 앞에 급히 앉았다.

그리고 내게 그 사진을 내밀어 보여주었다.

“이 분이 우리 연우 할아버지야.”

그 순간.

나는 입을 떡하니 벌렸다.

“허···”

동시에 온몸에 소름이 쭈욱 타고 흘렀다.

하필이면 의자에 앉아 계시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두셨다니.

시벌··· 흔들의자에서 미동도 없이 앉아 계시던 그 모습과 완벽하게 일치하는 얼굴이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잡티까지 모두 똑같았다.

충격에 휩싸인 나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저 사진을 연신 들여다보며 감탄을 해댔다.

“뭐지? 도대체 뭐지?”

엄마는 내 심각한 표정을 인지하고 조심스레 물었다.

“아들이 봤다던 그 할아버지랑 비슷하게 생겼지?”

“비슷하게 생긴 정도가 아니고 그냥 할아버지 같은데···?”

나는 놀란 마음을 감추지 않고 생각나는 데로 내뱉었다.

“어, 엄마! 혹시 할아버지에 대해 아는 거 없어? 나한테 좀 말해 줘.”

말을 뱉어놓고 나는 정신없는 사람처럼 곧장 반박했다.

“아니. 잠깐만··· 이럴 게 아니지. 어제 시청자들이랑 약속한 것도 있으니까···”

난 엄마에게 대충 얘기하고 서둘러 방송을 켰다.

[ 방송이 시작되었습니다. ]

[ 귀신빤스 님이 입장하였습니다. ]

[ 하나도안무서워오늘은엄마랑자야지 님이 입장하였습니다. ]

[ 뒤돌아보지마라탕 님이 입장하였습니다. ]

[ 이렇게귀한곳에누추한분이 님이 입장하였습니다. ]

기다렸다는 듯이 순식간에 들이닥치는 시청자들을 보며 인사를 건넸고.

“형님드으을! 안녕하십니까!”

- 오. 집이네?

- 옆엔 어머니?

- 와. 진짜 연우 어머니 완전 예쁘시당

- 혹시 남자친구 있으신가요?

- 유전자가 넘 월등하네

- 그래서? 오늘 Q&A 하는 거지?

- 그것 때문에 방송 킨 것 같은데

나는 아직도 경직되어 있는 그 얼굴로 조심스레 외쳤다.

“형님들. 기다리시던 Q&A 진행하겠습니다.”

갈래길에 서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엄마에게 조심스레 설명했다.

“이건 요즘 유트버들이 구독자가 어느 정도 채워지면 기념으로 하는 이벤트인데, 시청자들이 궁금해하는 질문을 유트버가 솔직하게 답변해 주는 거야.”

“그래? 신기하네. 팬들이 얼마나 되는데?”

엄마가 신기한 듯 카메라를 이리저리 살펴봤다.

나는 어깨를 펴고 당당하게 시청자 수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아이고··· 뭐가 이렇게 많아?”

“내가 좀··· 후훗.”

오늘부로 유트브 62.8만 명.

평균 시청자 수 2천 명을 돌파했다.

게다가 지금은···

엄마의 얼굴이 방송 화면을 통해 비치자마자 밀물 들어오듯 순식간에 2800명을 넘어서버렸다.

“오우 형님들. 제가 뭐라고 2800명씩이나··· 봐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 이 누나 누구?

- 와. 미모 미쳤

- 나이가 조금 있어 보이긴 하는데 그래도 넘 예쁘다

- 너 보러 온 게 아닌 것 같은데?

- 젊은 어머님 덕분이다. 감사해라.

- 인정 ㅋㅋ 어머니 얼굴 보고 사람들 들어오는 듯

- 저분의 정체를 알면 사람들 개 깜놀 하겠는데

- 헛소리하는 놈들 분명 티 나온다. 잘 봐라

- 곧 후원 창 뜰 듯.

띵동.

[ 짱구는목말라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오? 유트브 화면 보고 들어왔는데 엄청 예쁘시넹. 혹시 몇 살인가요?

띵동.

[ 복날의닭을좋아하세요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헐. 설마 친 누나예요? 와. 미모 장난 없네요. 유전자 무엇?

나는 눈을 수차례 껌뻑였다.

아니··· 진짜 우리 엄마 보고 이렇게까지 들어오는 거야?

반사적으로 엄마에게 고개를 돌렸는데.

엄마는 입을 틀어막고 수줍게 웃고 계셨다.

“아들. 지금 이 사람들이 엄마 보고 누나래···”

나는 카메라를 바라보며 해명 아닌 해명을 해댔다.

“처음 보는 형님들이네요. 형님들 오해하지 마십셔. 저희 엄마입니다.”

나는 혼잡한 채팅창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불필요한 채팅이 올라올 때면 화면을 슬쩍 돌렸다.

그러다 이렇게는 안되겠다 싶어 제일 믿음직스러운 닉네임 하나를 바라봤다.

“형님들. 불필요한 질문과 상황 정리를 위해서 제일 신뢰가 두터운 뒤돌아보지마라탕 형님께 운영자 권한을 드릴까 하는데··· 괜찮으시죠?”

띵동.

[ 하나도안무서워오늘은엄마랑자야지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신뢰의 기준이 후원은 아니지? 뭐 여하튼 마라탕 형님이면 인정

띵동.

[ 귀신빤스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좀 서운할 뻔했는데, 큰 형님이니까 납득이 간다. ㅇㅋㅇㅋ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말을 이었다.

“감사합니다 형님들. 마라탕 형님. 혹시나 상황에 맞지 않은 무례한 질문이나 형님이 봤을 때 이건 아니다 싶은 사람들은 강퇴 조치하셔도 상관없습니다.”

띵동.

[ 뒤돌아보지마라탕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ㅇㅋ

- 헐. 대박

- 뭔가 개 무섭네

- 다들 말 조심해라. 쫓겨나서 대기실 귀신 되고 싶지 않으면

- 저 형님은 너무 비밀에 쌓여있어서 어떤 기준으로 쳐낼지 감이 안 오네

- 걍 닥치고 있음 됨

- 그나저나 Q&A 언제 시작해?

- 어머니한테 궁금한 게 많다

- 이거 연우 Q&A인데

- 저 녀석 따위 궁금하지 않아. 뒤로 짜져 있으라 그래.

마라탕 형님에게 부여된 권한으로 인해 채팅창이 금세 조용해졌다.

그렇게 한참 고요한 정적이 흐르고 있을 때.

후원 창 하나가 적막을 깨고 울렸다.

띵동.

[ 뒤돌아보지마라탕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질문 하나당 만 원입니다.

나는 반사적으로 씩 웃으며 카메라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잠시 후.

띵동.

[ 그곳이이젠죽었다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어머니. 안녕하세요. 전에 연우에게 도움받고 아주 쾌적한 삶을 살고 있는 먼 동네 형입니다. 너무 예쁘세요! 연예인 같으십니다! 짱짱!

첫 후원창이 뜨자마자 피식했다.

우리 엄마가 미모 하나만큼은 어디서 뒤지지 않지.

엄마가 슬쩍 웃으며 대답했다.

“고마워요. 다음에 집으로 놀러 와요. 맛있는 과일 깎아줄게요.”

띵동.

[ 그곳이이젠죽었다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정말요? 알겠습니다! 연우랑 연락해서 한번 찾아뵐게요!

나는 카메라를 보고 씩 웃으며 대답했다.

“다음 질문 주세요.”

띵동.

[ 백마타고온환자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어머니 혹시 좋아하시는 남자 스타일이 있으신가요?

씁쓸한 질문 세례에 나는 입맛을 다셨다.

아니. 쉬는 시간 쪼개어 만든 Q&A 이벤트인데 왜 죄다 이런 질문만 하는 거야?

미간을 살짝 찌푸렸지만, 이내 엄마의 대답에 고개를 돌렸다.

“하하··· 남자는 자상해야 좋지요.”

그 이후로도 울리는 후원창에 인상을 찌푸렸는데.

띵동.

[ 비키니심사의원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어머님 미모와 몸매 관리를 매일 하시는 건가요? 진짜 굉장하시네요. 혹시 띠동갑 연하···

채팅창에 떠있는 문구를 보며 얹혔던 고구마가 싹 내려가는 느낌을 받았다.

[ 비키니심사의원님을 강제 퇴장시켰습니다. ]

- 헐.

- 드디어 첫 로비 귀신이 생겼다.

- 멀리 안 나간다. 잘 가라.

- 다음 생애에선 헛소리 좀 작작하고.

- 저놈 임아린 첫 면접 때도 비키니 심사하자고 하더니···

- 결국 저렇게 쓸쓸하게 가는구나.

- 쯧쯧. 부디 다음 유트버 방송에선 잘 살아남기를

- 우리도 예외 없다. 조심하자.

- ㅅㅂ 마라탕 형님 짤 없네. 그냥 보내 버리시네

- 레알 저승사자가 따로 없다.

나는 그 이후에도 눈이 휘둥그레져서 채팅창을 멍하니 바라봤다.

저 시청자 말고도 누군가의 채팅이 실시간으로 삭제되고 있다.

오즈의맙소사 [ 메시지 삭제됨 ]

굽기왕소갈비 [ 메시지 삭제됨 ]

피고인통키 [ 메시지 삭제됨 ]

오우 이 형님. 이러다가 모두 보내는 거 아냐?

그때.

띵동.

[ 하나도안무서워오늘은엄마랑자야지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어머니. 혹시 어제 연우가 마주쳤던 그 할아버지에 대해서 들으셨나요? 들으셨다면 혹시 어떤 느낌이 드셨어요?

드디어 제대로 된 질문이 떨어졌다.

천천히 울리는 후원창을 본 엄마는 그제야 늦은 대답을 했다.

“우리 연우가 그림을 그린 걸 봤는데 저도 정말 놀랐어요. 연우 할아버지랑 너무 똑같아서.”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정말 오해를 살 만큼 너무 닮았으니까.

띵동.

[ 하나도안무서워오늘은엄마랑자야지 1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혹시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어떤 사람이셨나요?

엄마는 입술을 굳게 닫고 곰곰이 기억을 떠올리는가 싶더니 천천히 말을 이었다.

“자신보다 항상 남을 먼저 배려하시는 아주 자상한 분이셨어요. 동네분들이 힘든 일이 있으면 옆에서 위로해 주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앞장서서 도와주시는··· 아주 멋진 분들이셨죠.”

- 역시 연우랑 똑같네

- 피는 물보다 진하지.

- 저놈도 자기 괴롭혔던 놈 받아주고 욕했던 놈 구해주고 그러잖아

- 천성이 착해서 그런 거지 뭐.

- 인정. 착한 척하는 것들과는 품성 자체가 다르다.

- 그게 우리들이 연우를 좋아하는 이유 중에 하나잖슴.

- 근데 할머니는 무속인이라고 하지 않았음?

- 무속인 할머니랑 사시는 할아버지는 대체 기가 얼마나 센 거임?

- EMF 측정기 5단계. 아니 자체 폭발?

띵동.

[ 우럭아왜우럭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할머니는 무속인이셨는데 어떻게 할아버지랑 어떻게 사신 거예요? 무속인은 결혼 못 하지 않나요?

내가 말을 보태려는데 엄마의 말이 더 빨랐다.

“글쎄요. 그건 사람들의 편견 아닐까요? 무속인도 같은 사람이에요. 결혼도 할 수 있고, 자식도 낳을 수 있고, 사랑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나는 숨죽이고 엄마를 지켜봤다.

엄마가 살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신령님을 모셔야 하기에··· 가족이 1순위가 될 수 없으셨죠.”

“······”

나는 몸을 움찔거렸다.

무속인으로서의 삶은 그런 거구나.

그럼 할머니가 가족에게 소홀하셨던 걸까?

나를 낳고서도 항상 고생만 하는 엄마였기에, 괜한 생각을 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런데···

“물론 이건 보편적인 것이고요. 저희 어머님은 가족을 위해 많이 힘쓰셨어요. 악재(惡災)가 참 많았거든요. 그런 저희를 보살피시려다 신령님에게 많이 미움도 받으셨어요. 더 해야 할 말이 많지만 그다음은 저희 가정사이니까 노코멘트!”

- 감사합니다.

- 가족분들의 타고난 성품에 박수를 보냅니다.

- 역시 핏줄은 대단하다.

- 그럼 연우의 저 말도 안 되는 신체능력도 조상님이 주신 건가?

- 그건 아닌 것 같은데

- 그 능력은 후원으로 인한 본인만의 각성 아닐까 싶다

- 흠. 궁금한 게 너무 많다.

- 시벌. 근데 질문을 할 수가 없다. 강퇴 당할까 봐.

- 큰 형님 운영자 되니까 개 무서워.

- 하. 쫄보들 뭐가 무섭다고··· 형 하는 거 잘 봐라.

순간, 잠깐이나마 정적이 흐르다 다시 후원창이 하나 울렸다.

띵동.

[ 생갈치1호의행방불명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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