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 돈미새-218화 (218/225)

- 아까 흔들리는 의자 보고 나서 갑자기 뛰기 시작함.

- 뭐라도 본 거냐?

- 설마 귀신이 또 있었던 거야?

- 아니면 좋은 곳으로 보낸 귀신이 제 발로 다시 돌아왔나?

- 연우가 보내준 곳 갔는데 뜨끔했던 거 아님?

- 염라대왕 앞이라서?

- ㅇㅇ ㅋㅋ

- 레알 그럼 상황이 너무 웃기잖아.

- 얘는 무당처럼 물건 다 태워주고 인사까지 하고 보냈다고 생각했는데.

- 막상 집 나올 때 되니까, ‘너 혼자 뭐 함? 나 여기 쭉 있었는데.’ 이 지랄.

- 아니지. ‘어? 좋은 곳이라고 하더니 지옥이었네? ㅅㅂ 다시 돌아간다.’ 이거지.

- 뭔데 도대체? 말 좀 해봐.

나는 바짝바짝 마르는 입술을 잘근잘근 씹어가며 말을 이었다.

“아니, 형님들··· 분명히 태성이랑 태성이 어머니 영혼을 좋은 곳으로 보내드렸는데··· 왜 의자가 계속 흔들리고 있지? 라고 생각해서 자세히 봤는데···”

띵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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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라도 본 거냐?

나는 긴장되는 그 마음을 좀처럼 가라앉히지 못했다.

뭐였지 그건?

평상시에 보았던 귀신이랑은 느낌 자체가 달랐다.

내가 카메라를 보며 중얼거렸다.

“마, 머리가 새하얀 할아버지였어요. 처음에 들어왔을 땐 보지 못했는데··· 희한하게도 이번엔 창문을 통해 안방을 들어서자마자 뚜렷하게 보였어요. 마치 사람처럼.”

이렇게 뚜렷하게 무언가가 보인 적이 있었던가?

아니, 있었다 하더라도 이번만큼은 차원이 달랐다.

마치 살아있는 사람이 앉아 쉬고 있는 듯한 느낌까지 들었다.

- 할아버지라고?

- 엥? 웬 뜬금없는 할아버지?

- 난 또 그 여자 귀신이 다시 돌아왔다는 줄 알았네

- 근데 왜 그냥 지나쳤어?

- 나무꾼 보살이 귀신을 그냥 지나친다고?

- 너답지 않아

- 맞서 싸웠어야지

- 원투. 원투. 하이킥! 시벌!

- 님. 그건 노인 폭행임.

- 노인 학대죄로 귀신 되고 싶음?

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며 얘기했다.

“그, 그냥 귀신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게다가 함부로 덤비면 안 될 것 같은 그런 느낌···”

굉장히 무거운 느낌을 주는 영혼이었다.

가만히 앉아서 나를 슬쩍 보며 웃는 그 모습이···

왜 그런 느낌이 들었던 걸까?

띵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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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귀신이 있어? 네가 갑자기 그러니까 너무 궁금하잖아.

한편으론 그런 느낌이 들었다.

왠지 모르게 낯설지 않은 느낌이랄까.

띵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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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그림 실력 뒀다 뭐해? 네가 봤다던 그 할아버지 한 번 그려봐 봐. 우리가 판단해 볼게.

아니, 하루아침에 그림을 몇 장이나 그리는 거야.

그럼에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실력 뒀다 뭐 하겠나.

이참에 이 의문점을 시청자들과 함께 해결해보면 더 좋겠지.

나는 곧장 그림을 그려 나가기 시작했다.

슥. 스스스슥. 스스스슥.

시원한 이마를 훌쩍 드러내고, 코가 오뚝했다.

나이가 무색하게 누가 보아도 훤칠한 미남 상의 얼굴을 가졌다.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얼굴이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익숙한 느낌이 드는 거지?

꺼림칙한 기분과 함께 나는 결국 스케치를 다 완성했다.

곧장 카메라에 비추며 입을 열었다.

“형님들··· 이런 얼굴이었는데···”

스케치가 방송에 공개되는 순간.

시청자들의 채팅창에선 같은 말이 반복하여 올라왔다.

- 헐?

- 너 아님?

- 넌데

- 완전 비슷?

- 아니. 그냥 판박이인데

- 데칼코마니?

- 그냥 네가 늙었을 때 모습 같아

- 와. 진짜 레알 연우 할아버지 되면 이 얼굴 일 것 같은데?

- 오우. 나는 왜 갑자기 소름이 돋는 거지?

- 도대체 뭐지?

60만 기념 Q&A

채팅창을 바라보던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잉? 저랑 닮았다고요?”

나랑 닮았다고?

나는 다시 시선을 돌려 그림을 빤히 쳐다봤다.

닮았다고 하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띵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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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 할아버지 얼굴 알 거 아니야. 어때? 비슷해?

나는 뒷머리를 긁적거리며 대답했다.

“근데 형님들. 저는 할아버지를 단 한 번도 뵌 적이 없어요. 제가 태어나기 전에 돌아가셨다고 들었거든요.”

어떠한 문제로 언제 돌아가셨는지 나는 전혀 알지 못했다.

그저 내가 태어나기도 한참 전에 돌아가셨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이다.

띵동.

[ 귀신빤스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아 진짜? 그래도 호기심에 할아버지 얼굴 정도는 엄마를 통해서 찾아봤을 거 아니야?

나는 말없이 고개만 절레절레 흔들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픈 내 몸과 살기 빡빡했던 환경을 생각하면 그런 걸 궁금해할 여유도 없었다.

물론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내 삶에 여유라는 것이 생겼으니까.

그제야 나는 눈을 껌뻑거리며 생각했다.

진짜 할아버지가 계셨다면 정말 이런 얼굴을 하고 계셨을까?

하지만··· 나는 금방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으··· 우리 할아버지가 이런 폐가에 있을 리가 없잖아.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어요 형님들. 할머니도 그렇고···”

문득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엄마는 왜 할아버지와 할머니에 대한 얘기를 한 번도 안 해주셨을까?

- 그럴 수 있다

- 살기 빡빡한 세상에 그런 거 언제 다 물어보고 그래

- 원래 그렇다. 너만 그런 거 아냐. 나도 할아버지 모름

- 왜요?

- 바람 펴서 이혼 당했음

- ㅅㅂ 그거랑 다르잖아.

- 가슴 아픈 사연이 또 있을까 봐 걱정했는데, 모른다니까 다행이라고 해야 되나

- 그 그림 그대로 들고 가서 물어보자

- 오. 좋은 방법이네.

- 어머니 당황하시는 거 아니야?

옳다구나 하며 나는 손바닥과 주먹을 맞장구쳤다.

“오! 좋은 방법인데요 형님들. 혹시 모르니까 진짜 오늘 가서 엄마한테 한 번 물어봐야겠어요.”

지금은 괜찮겠지?

나도 모르게 갑자기 궁금해진다.

띵동.

[ 낮말은새가듣고밥말은라면이먹고싶다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우리도 궁금한데, 방송 켜고 물어볼 거지? 이제 방송하는 거 다 아실 테니 안 숨겨도 되잖아.

나는 카메라를 보고 눈을 껌뻑껌뻑거렸다.

“그걸 굳이···”

띵동.

[ 낮말은새가듣고밥말은라면이먹고싶다 님이 10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선금이다.

띵동.

[ 하나도안무서워오늘은엄마랑자야지 님이 10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조심스럽게 거들어 본다.

띵동.

[ 귀신빤스 님이 10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나도. 너의 그 우월한 유전자의 비밀이 궁금하다.

아니. 언제부터 나한테 이렇게 관심이 많았다고 다들···

생각보다 많은 후원금에 나는 괜한 입맛을 다셨다.

뭐,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때.

때마침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라 나는 시청자들을 보며 얘기했다.

“어? 형님들. 그럼 구독자도 60만 명 찍었겠다. 60만 기념 Q&A 진행하는 건 어떨까요?”

- 오. 괜찮은데?

- 난 걍 폐가에서 놀래 자빠지는 거 보고 싶은데

- 에이. 그건 맨날 보니까 가끔 힐링도 해야지

- 인정. 게다가 오늘 연우가 그린 그림 보니까 궁금하다 왠지.

- 거품 물만 한 질문 많이 준비해야겠다.

- 어머니가 어떤 반응을 보이실까?

- 어머니도 모시고 하는 거냐?

- 임아린은?

- 필라테스 때문에 바쁨

- 선녀보살님은?

- 귀신들 지옥 열차 태우느라 바쁨

- 근데 10만 원 괜히 쓴 거 같다

- ㅅㅂ 그니까 어차피 그냥 할 거였는데 준 거 같아.

- 그래서 그런가. 후원창 보는 순간 입 찢어지던데

때마침. 아침 버스가 들어오는 것이 내 시야에 들어왔다.

나는 아주 해맑은 표정으로 시청자들에게 얘기했다.

“형님들. 그럼 오늘 이렇게귀한곳에누추한분이 애청자 형님께서 소개해 주신 폐가 방송은 여기까지 하고, 제가 알맞은 시간에 다시 방송을 켜도록 하겠습니다.”

버스를 타기 전, 나는 세차게 손을 흔들어대며 소리쳤다.

“형님들 나중에 봬요! 뿅!”

***

집에 돌아오자마자 씻고 그대로 꿈나라로 향했다.

한참 지났을까.

눈앞에 따뜻한 햇살이 드리운 꽃 벌판이 보인다.

순간, 나는 몸을 움찔거렸다.

벌판에서 신나서 뛰어다니고 있는 아이의 목소리가 익숙하게 내 귀를 간지럽혔기 때문이다.

“히히히힛. 엄마. 엄마가 이번에 술래야. 눈 감고 10초 세 얼른.”

“그럼 10초 센다. 자, 하나, 둘, 셋···”

나는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상자 뒤에 몰래 숨어 웃고 있는 한 아이가 보였다.

새하얀 옷을 입고 있는 데다 손에는 먹음직스러운 과일 하나가 들려있었다.

난 그 과일을 보고 눈치챘다.

어? 저거 내가 어제 상차림으로 썼던 그 과일인데.

유독 새빨갛게 익은 사과 하나.

보기만 해도 정말 군침이 흐를 정도로 잘 익은 상태였기에 기억이 났다.

그 순간.

과일을 한 입 맛있게 베어 문 아이가 만족스러운지 해맑게 웃다가 내게로 고개를 돌렸다.

“어? 형아!”

폐가에서 보았던 그 어린아이의 영혼.

태성이였다.

옆에는 태성이와 술래잡기를 하며 놀아주던 태성이의 어머니가 있었다.

나는 반갑게 그들에게 다가가서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다시 뵙네요.”

사람이 달라져도 이렇게 달라질 수 있을까.

입고 있던 옷과 표정만 바뀌었을 뿐인데, 정말 천사가 되어버렸다.

19살밖에 안 된 내가 보아도 정말 감탄스러울 정도의 미모를 가졌다.

태성이의 어머니가 나를 보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고마워요.”

내 입이 자연스럽게 귀에 걸린다.

이런 것 때문에 내가 하는 일이 정말 자랑스럽게 여겨질 정도였다.

나는 언제나 그렇듯, 버릇처럼 말을 내뱉었다.

“고맙긴요. 제가 할 일을 했을 뿐인데요.”

그렇게 한참을 대화를 주고받았을까.

태성이가 나를 보며 활짝 웃었다.

마지막으로 헤어지기 전에 고사리 같은 손을 번쩍 들어 이리저리 흔들어댔다.

“형아 안녕!”

피어오르는 연기처럼 서서히 사라지는 그들을 보며 내가 힘차게 소리쳤다.

“잘 지내! 안녕!”

***

“아이고 깜짝이야! 아들 왜 그래 갑자기?”

내 괴성에 화들짝 놀란 엄마가 몸을 움찔대며 나보고 소리쳤다.

덕분에 나는 졸린 눈을 비비며 깨어났다.

“으응···? 뭐야. 나 불렀어?”

엄마는 벙찐 눈으로 나를 한참 바라보더니 조심스레 물었다.

“꿈꿨니? 무슨 잠꼬대를 그렇게 세게 하고 그러니. 잘 지내 안녕은 또 무슨 얘기고···”

그제야 알아챈 나는 헛웃음을 지으며 솔직하게 토로했다.

“아, 어제 방송하다가 만난 아이가 있는데 걔가 갑자기 꿈속에서 나와서 엄마 손을 꼭 잡고 나한테 인사를 하더라고···”

“아이고, 어디서 만났길래?”

“어디긴 폐···”

순간, 폐가라는 말을 내뱉으려다 걱정할 엄마를 위해 억지로 방향을 틀었다.

“스츄리가 기가 막힌 가게 있어.”

엄마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 이내 다시 풀어지더니 내게 물었다.

“패스츄리? 빵 말하는 거니?”

“크흠. 어.”

엄마는 잠시 가는 눈으로 나를 살펴보다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너 설마 밤늦게 폐가 같은 곳 돌아다니는 거 아니지?”

“에이. 무슨 소리야 엄마. 그건 선녀보살님이 도와달라고 할 때만 잠깐 가는 거지. 나 운동 방송해 운동. 봐봐.”

나는 괜한 옷을 걷히고 이두근육까지 과시하며 대답했다.

엄마는 이내 웃음을 지었지만,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말은 그렇게 해도 엄마는 걱정되네. 우리 아들이 그런데 가서 괜히 안 좋은 일이 생길까 봐.”

그 순간.

어제 일 하나가 더 떠올랐다.

의자에 앉아 계시던 그 할아버지.

나는 조심스럽게 옆에 두었던 그 그림을 찾아 등 뒤에 감췄다.

“아 맞다 엄마. 내가 어제 친구랑 놀다가 의자에 앉아 쉬시던 어떤 할아버지를 만났거든. 근데 친구가 그 할아버지랑 나랑 똑 닮았다는거야.”

“그래?”

나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얘기했다.

“그래서 비교해 보려고 그 할아버지를 직접 그려봤거든? 내가 그림을 보여줄테니까 엄마가 보고 판단해 줄래?”

“그래. 한 번 보여줘 봐. 우리 예쁜 아들이랑 얼마나 닮았는지 보자.”

등 뒤에 감추고 있던 그림을 난 조심스럽게 꺼내 엄마에게 보여주었다.

그런데···

엄마의 표정이 한순간에 얼음장처럼 굳어버렸다.

자연스레 입은 벌어졌고 한참을 그림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왜 엄마? 나랑 진짜 닮았어?”

사고가 정지된 듯 멈춰있던 엄마는 뒤늦게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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