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 돈미새-215화 (215/225)

스스슥. 스슥. 스스슥.

“와··· 이거 왜 이렇게 무겁지? 물이 원래 이렇게 무거웠나?”

- 쇼하지 마라.

- 갑자기 힘없다고 막 떨어트리고 그러는 거 아니지?

- 이제는 뭐 할 때마다 후원해달라고 할까 봐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 우리가 왜 긴장해야 하는 건데

- 집 계약하고 나니까 애가 더 독해졌어.

- 반이나 남았는데 얼른 갚아야지. ㅋㅋ

- 돈이 무섭다.

- 후원이 사람을 이렇게 만듭니다.

- 조금만 더 힘내자! 다 왔다!

생각보다 무게감이 상당한 탓에 양동이 하나 올리는 데 굉장히 애를 먹었다.

그래도 체력 하나만큼은 짱짱한 19살.

나는 기꺼이 그 양동이를 끄집어 올렸고.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아··· 무슨 돌 드는 줄 알았네.”

그런데···

턱!

“어?”

양동이 밑에 가려져있던 무언가가 같이 딸려 올라왔다.

나는 조심스럽게 그것을 살펴보았다.

그건 사람 머리 크기만 한 정도의 항아리였다.

“항아리? 이게 왜 양동이 밑에 달려 있었던 거지?”

항아리 이곳저곳을 한참을 살폈다.

얇은 줄로 항아리 뚜껑이 열리지 않게 고정까지 시켜둔 상태였다.

대체 뭐야?

띵동.

[ 푸틴이15살때는피푸틴 님이 2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뭐야 그거? 열어보자.

꺼림칙한 기분에 미간을 찌푸렸지만, 나는 결국 항아리 뚜껑을 살며시 열어젖혔다.

드륵.

그 순간.

“웁! 시벌. 이게 무슨 냄새야.”

나는 황급히 항아리에서 얼굴을 떼냈다.

안에 뭐가 들었는지 이유 모를 악취가 코를 찌른다.

- 뭔 냄새인데?

- 라벤다향?

- 미스티크?

- 똥?

- 발톱 냄새?

- 대체 뭔 냄새인데? 말을 해. 인상만 찌푸리지 말고

- 얘 또 왜 이래?

- 야 인마. 멍 때리지 말고 정신 차려!

- 귀신 들렸나?

그 순간.

눈앞이 갑자기 흐릿해져갔다.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뭐야 시벌··· 이 타이밍에 갑자기?

***

첨벙! 첨벙!

“저기 있는 개구리 먼저 맞추기다!”

“아이씨, 왜 이렇게 안 맞지?”

“이번에는 내가 먼저 맞춘다!”

“아니, 나거든!”

아이들이 우물 안쪽으로 자그마한 돌을 집어던지고 있다.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얼굴을 마주칠 때마다 깔깔깔 웃어댔다.

나는 살며시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즐겁게 떠들고 있는 분위기 속에 어울리지 못하고 멀뚱멀뚱 서있는 한 아이가 보인다.

쟤는 왜 저러고 있는 거지?

그 순간.

“어? 내 팔찌.”

한 아이가 돌을 던지다 팔찌를 떨어트려버렸다.

아이의 얼굴은 금방 울상이 되어버렸다.

“히잉. 엄마가 선물 준 건데··· 잃어버리면 나 혼나는데···”

“어떡해?”

“쟤한테 시킬까?”

한참을 고민하던 아이들은 저 멀리 자신들을 따라온 아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야. 강태성.”

지켜보던 아이의 이름인 것 같았다.

강태성은 아이들의 부름에 잽싸게 달려와 환하게 웃었다.

“응?”

무리의 대장인 것처럼 보이는 아이가 입을 열었다.

“너 우리랑 놀고 싶지?”

강태성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무리의 대장인 아이가 우물 안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그럼 저기 떨어진 팔찌 주워올 수 있냐? 그럼 우리랑 같이 놀 수 있는데.”

강태성은 우물 안을 빤히 바라봤다.

성인이 보아도 깊이가 엄청난 우물이었다.

지금과는 다르게 물도 더 깊게 차있는 것 같았다.

애들과 친해지는 것이 간절해 보이는 강태성이었지만, 이내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었다.

“안 돼. 무서워···”

하지만, 무리들은 집요하게 강태성을 압박했다.

“너 우리랑 놀고 싶다며? 내가 줄잡아 줄게. 저기 돌 많아서 그냥 밟고 올라오면 돼. 아무것도 아니야.”

강태성이 입을 꾹 닫고 아이들의 얼굴과 우물 안을 번갈아 보았다.

아이들과 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 강태성은 심각한 고민에 빠졌지만, 그 결정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어린아이였다.

우물 안의 위험성이 어느 정도인지 인지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끝내 고개를 끄덕인 강태성은 줄을 잡고 우물 안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아니, 내려가자마자 힘이 풀려 우물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첨벙! 첨벙! 첨벙!

놀란 강태성은 깊은 우물 안 속에서 허덕이기 시작했고.

사고가 정지된 아이들은 그저 발발 동동 구를뿐이었다.

잠시 후.

자연스럽게 화면이 전환되었다.

아까 보았던 우물 앞에선 사람들이 잔뜩 모여 웅성웅성 대고 있다.

무슨 일이라도 난 건지 입을 틀어막고 심각한 표정들을 짓고 있다.

설마··· 그 아이가 죽은 건 아니지?

“어이구··· 어떡해. 거기 애가 대체 왜 빠졌대?”

“애들이랑 같이 놀다가 발이 미끄러진 것 같다던데.”

“아니, 우물 높이가 성인 허리만큼 오는데 거길 어떻게 빠졌다는 거야?”

“모르지. 한참 크는 애들 호기심이 워낙 커야지.”

“다른 애들은?”

“저 여자 아들만 빠져 죽었대. 다른 애들은 물 한 방울 안 묻고 멀쩡하던데?”

“어이구 쯧쯧. 애 아빠 죽고 혼자 키우느라고 힘들었을 건데 왜 이런 일이···”

“얼굴 곱게 생겼다고 이리저리 꼬리치고 다닐 때부터 알아봤다.”

“다 업보인 거지 뭐.”

“애 엄마 듣겠다. 그만 얘기해.”

곧이어 한 여성이 세상이 떠나갈 듯, 흐느끼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흑흑흑··· 태성이. 우리 태성이 좀 살려주세요. 제발요.”

여성의 앞에는 물에 흠뻑 젖은 채, 미동도 없이 누워있는 한 아이가 있었다.

강태성.

손에는 자신에게 시켰던 친구의 팔찌도 들려 있었다.

누가 봐도 심각한 상황이었지만, 어느 한 사람도 나서지 않았다.

이미 세상을 달리했다는 것을 확신한 것 같았다.

그때.

저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무리들이 보였다.

“정현아. 넌 괜찮아? 왜 그런 위험한 데를 가서 놀고 그래. 그리고 팔찌는 왜 쟤가 갖고 있는 거야?”

아이는 자신이 시켰다는 것을 감쪽같이 숨겼다.

그 순간, 엄마에게 혼날까 봐 거짓말을 늘어놓기에 급급했다.

“쟤가 내 팔찌를 뺏어갔어.”

그 말을 들은 무리의 엄마들은 죽은 강태성의 앞에서 하염없이 울고 있는 엄마를 좋지 않은 시선으로 노려보았다.

“집에 가자.”

마을 사람들은 이내 안타깝게 죽은 강태성과 어머니를 두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모든 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안타까움에 입술을 깨물었다.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던 모습들.

그 오해와 더불어 일어난 참혹한 사고.

그 이후, 강태성의 어머니는 하루하루를 넋이 나간 사람처럼 보내는 것 같았다.

그러다 결국··· 해서는 안 될 선택을 해버리고 말았다.

비가 하염없이 쏟아지던 날이었다.

그녀는 집 뒤에 있는 우물로 걸음을 옮겼다.

강태성의 어머니의 손에는 하얀 밧줄과 심상치 않은 물건 하나가 들려있었는데.

내가 꺼냈던 작은 항아리였다.

“아들. 엄마는 다 알아. 우리 아들 그렇게 만든 사람들. 이 엄마가 꼭 복수해줄게.”

그녀는 잘 봉쇄해놓은 항아리를 양동이 밑에 묶어 우물 안으로 집어넣었다.

이후, 눈물이 마를 새가 없이 뚝뚝 흘려대던 그녀는 어디선가 하얀 밧줄을 꺼내왔고.

우물 앞으로 길게 뻗은 나뭇가지에 줄을 매달고선 목을 매달며 중얼거렸다.

“우리 태성이··· 엄마가 보러 갈게.”

애청자가 제보해준 그 집. 6

시대를 불문하고 약자들은 언제나 존재해왔다.

시대가 변화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처음부터 약자로서 존재하는 사람은 없었다.

약자는 그저 만들어지는 것이었다.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양심을 버리는 사람들에 의해.

익숙한 후원 소리가 내 정신을 깨웠다.

띵동.

[ 소잃고뇌약간고치기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어!?야! 얘 왜 이래?

띵동.

[ 중년식탐김정은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뭐야? 특별 깜짝 리액션으로 다이빙 쇼라도 하려고?

띵동.

[ 이렇게귀한곳에누추한분이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야! 장난치지 마! 거긴 진짜 우물이야. 사람이 진짜 빠져 죽은 곳이라고!

이게 무슨 소리야?

나는 시청자들이 떠들어대는 소리가 무엇을 뜻하는지 뒤늦게 알아챘다.

서서히 밝아지는 내 눈앞에 우물 안이 비쳤다.

내 상체가 우물 안으로 반쯤 기울어진 채였다.

마치 누군가의 힘에 의해 떠밀리는 느낌에 나는 기겁하듯 중얼거렸다.

“어? 어!?”

반사적으로 나는 양 팔을 벌려 입구 양쪽을 가까스로 잡았다.

발만 뗀다면 마치 블랙홀처럼 그대로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았다.

나는 그 와중에도 이 알 수 없는 힘의 원인을 찾기 위해 등 뒤로 고개를 홱 돌렸다.

순간, 그 이유를 알아채자마자 나는 혼비백산하며 발버둥 치기 시작했다.

무언가에 긁혀 몸이 따끔거리는 느낌이 나지만, 멈추지 않았다.

살기 위해서.

“시벌! 시벌! 시벌! 시벌! 시벌! 형님들 나 살려어어어어!”

- ?

- 이젠 원맨쇼도 하네

- 네가 겨들어가놓고 왜 우리 보고 살려달라고 하는 거여?

- 얘 귀신한테 홀렸던 거 아님?

- 방금 갑자기 혼자 멍 때렸잖아

- 진짠가?

- 우물 안으로 들어가는 것도 왠지 누가 등 떠미는 것 같은 느낌이긴 했어

- 헐. 나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니었군.

내 양 다리를 붙들고 있는 차가운 손길.

그것의 정체는 다름 아닌 아까 우물 위로 뻗은 나뭇가지에 매달려있던 그 여자였다.

여자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내 온몸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혓바닥이 기괴하게도 길게 뻗은 상태였다.

목 뼈는 부러진 듯 힘없이 너덜너덜 거렸다.

그러면서도 눈은 한치의 미동도 없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는 내 몸이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았지만.

나는 필사적으로 버텼다.

그리고 다급하게 기억 속 이름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태성! 태성이와 아줌마가 가진 원한을 풀어드릴 수 있어요!”

그 순간.

놀랍게도 나를 떠밀던 차가운 손이 몸에서 떨어졌다.

나는 다행히 우물 안에 반쯤 넣었던 상체를 다시 일으키고 바닥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털썩!

“헉. 헉! 시벌. 하마터면 귀신 될 뻔했네.”

뒤늦게 사방을 두리번 거렸지만, 그 여자는 온데간데없었다.

우물 위로 뻗은 나뭇가지에 매달린 낡은 밧줄만 바람 없이 이리저리 흔들릴 뿐이었다.

띵동.

[ 뒤돌아보지마라탕 님이 1,00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아까 후원금. 근데 너 혼자 뭐 하냐 도대체?

가쁜 숨을 고르던 내가 뒤늦게 입을 열었다.

“형님들. 아, 아까 봤던 그 여자가 저를 저 우물로 빠트리려고 했어요.”

띵동.

[ 하나도안무서워오늘은엄마랑자야지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진짜냐? 레알? 구라 치지 마!

방금 전, 하마터면 우물에 빠져 큰일이 날 수도 있었던지라 버럭 하며 소리쳤다.

“아니, 진짜라니깐요!”

- 헐?

- 진짜 내가 느낀 게 맞았어!

- 그치? 누가 뒤에서 떠민 것처럼 끌려가더라니까!

- ㅅㅂ 진짜 큰일 날 뻔했네.

- 방송사고 나서 물 귀신 될 뻔했다.

- 후원해주면 무조건 나온다.

- 3초 가능.

- 갑자기 혼자 멍 때리는 얼굴로 우물 가까이 갈 때부터 내 심장이 벌렁벌렁 거렸다.

- 그래서? 어떻게 된 건데?

나는 아까 그 여자가 잡았던 다리로 시선을 돌렸다.

아직까지 얼음장같은 그 기운과 따끔거리는 기분이 등에 남아있는 것만 같았다.

일단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바지를 걷었는데.

“시, 시벌! 내 말이 맞잖아요. 형님들.”

놀랍게도 내 다리엔 여성의 손바닥 자국이 남아 있었다.

피가 안 통하는 것처럼 아주 새하얗게.

나는 곧이어 카메라를 잠시 떼내고 옷도 훌러덩 벗어젖혔다.

따끔거리는 느낌이 좀처럼 가라앉질 않는 게··· 느낌이 쎄했다.

“형님들. 지금 제 등 어떻게 돼있어요?”

띵동.

[ 하나도안무서워오늘은엄마랑자야지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헐. 대박. 뭐야 이거? 손톱자국이 왜 있어?

나는 찌릿한 그 고통을 참아가며 조심스럽게 중얼거렸다.

“우물에 안 빠지려고 발버둥 칠 때, 그 여자가 손톱으로 할퀴었어요.”

띵동.

[ 치킨박사와하이트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와. 이게 가능 한 거냐? 이 정도면 세상에 이런 일이 제보해야 되는 거 아니야?

그나저나 또 어디로 사라진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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