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 돈미새-214화 (214/225)

밧줄에 의해 숨이 막히는 이유 때문인지,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발버둥 치고 있었다.

무엇보다 소름이 끼쳐 오르는 건···

매달린 여성의 시선이었다.

괴로워 발버둥 치는 그 와중에도 눈은 아무렇지 않게 아래에 있는 나를 향해 잔뜩 깔아 노려보고 있었다.

띵동.

[ 하나도안무서워오늘은엄마랑자야지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뭐? 어디? 안 보이는데? 밧줄 얘기하는 건가?

순간, 몸을 멈칫거렸다.

시벌··· 환각인가?

나는 세차게 고개를 흔들고 두 눈을 감고 비비적거렸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다.

“뭐, 뭐야···?”

놀랍게도 나뭇가지엔 여성이 아닌 낡은 밧줄만 덩그러니 매달려 휘날리고 있었다.

“어, 어디 갔지?”

고요한 정적이 흐름과 동시에 내 몸에 돋아 오른 닭살이 터져버릴 듯, 잔뜩 부풀어 올랐다.

뭐야 방금··· 분명히 있었는데?

아직도 내 기억엔 그 여자의 얼굴이 생생하게 남아있었다.

나는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식은땀을 훔쳐냈다.

“분명히 저 나뭇가지에 여자가 매달려 있었거든요 형님들··· 근데 갑자기 사라졌어요.”

그 사실을 증명하듯, EMF 측정기에는 3단계 반이 노골적으로 요동치고 있었다.

- 엥?

- 저 흰 밧줄에 여자가 매달려 있었다는 얘기임?

- ㅇㅇ. 근데 저 밧줄은 뭐지? 저기서 누가 자살이라도 했나?

- 멀쩡한 나뭇가지에 밧줄을 매달아 놓은 거 보니까 그런 느낌이 들긴 한다.

- 되게 오래돼 보이는데?

- 한참 지난 것 같네. 이 집에 살던 여자가 그럼 저기서 혹시?

- 어우. 왠지 상상 가니까 소름 끼친다.

- 아니. 연우야. 도대체 누굴 본 건데?

- 펜으로 그려주기라도 해봐 봐 그럼

나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평소와는 다른 꺼림칙한 느낌이 들었다.

“근데요··· 분명 젊어 보이는 얼굴이긴 했는데, 왠지 옛날 사람 같았어요. 우리 엄마 세대. 아니, 할머니보다도 한참 더 된 분위기랄까···”

설명하기 힘든 분위기였다.

나는 백번 말로 내뱉는 것보다 보여주는 것이 더 낫겠다 싶어 가방에서 펜과 종이를 꺼내들었다.

혹시라도 무언가 튀어나올까 싶어 사방을 경계하며 순식간에 스케치를 해나갔다.

슥. 스스스슥. 스슥.

나는 곧 완성한 스케치를 카메라에 들이밀었다.

“혀, 형님들··· 제가 아까 봤던 여자예요. 그림으로 보면 감이 잘 안 오실 텐데, 분위기가 진짜 굉장히 옛날 사람 같았어요.”

띵동.

[ 방구뀔때떠나라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그런 분위기는 잘 모르겠는데 진짜 곱게 생겼다. 네가 그림을 잘 그려서 그런가?

순간, 나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아니 형님. 무슨 소리예요. 밧줄에 둥둥 매달려서 저를 노려보던 그 얼굴을 봤으면 절대 그런 생각이 안 들걸요?”

어느 누구라도 그랬을 것이다.

사고가 정지되는 것은 물론, 말 한마디 꺼내 못할 만큼 몸이 얼어붙었으니까.

띵동.

[ 중년식탐김정은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그래서 그 여자는 어디 갔는데?

난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었다.

사방을 주시하며 조심스럽게 중얼거렸다.

“모, 몰라요. 근처에서 배외하고 있는 것 아닐까요? 저를 몰래 훔쳐보면서···”

그 생각 때문일까.

돋아 오른 소름이 가라앉을 생각이 없다.

그 순간.

[ 치지지지익- 첨벙! 치지지지익! 첨벙!첨벙! 치지지지익! 으아아앙! ]

나는 몸을 움찔거렸다.

잠시나마 조용했던 고스트 박스에서 다시 아이의 음성이 터져 흘렀다.

바로 앞 우물 같은 공간에서 물에 허덕이는 소리 같았는데···

그 소리를 듣자마자 나는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쳤다.

이 꺼림칙한 분위기 속에 저 우물 뚜껑을 열어보게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 어? 고스트 박스 소리 뭐야

- 다시 아이 소리 들리는 것 같은데

- 물에서 첨벙이는 소리 맞죠 이거

- ㅇㅇ 아까도 들렸었는데. 저 우물 안에서 첨벙이는 소리 같지 않음?

- 연우 왜 뒷걸음질 침?

- 우물 뚜껑 열으라고 시킬까 봐 그러는 것 같은데

- 하여튼 간 눈치는 빨라 가지고

- 야. 그래도 어차피 해야 될 거 빨리하자

- ㅇㅈ 고고싱!

“아, 안 돼요 형님들! 아예 열지 말라고 나무판자에 그 위에 돌까지 얹어놨는데 그걸 굳이···”

하지만 나 역시도 아까부터 계속 밟히는 아이의 목소리가 마음에 걸리긴 했다.

어차피 지금쯤 바짝 메말라있을 우물인데.

한번 열어볼까?

아냐. 그래도···

수많은 생각에 나는 살며시 카메라를 바라보며 고민했다.

띵동.

[ 하나도안무서워오늘은엄마랑자야지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왜 째려? 돈 달라는 거 아니지?ㅅㅂ

나는 조용히 입을 닫은 채, 계속 고민했다.

이걸 열어야 되나···

이곳에 갇혀 이승을 헤매고 다니는 아이들이 있다면 원한을 풀어주고 싶긴 한데···

띵동.

[ 하나도안무서워오늘은엄마랑자야지 님이 10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나로서는 최고의 단가다. 이 정도면 열자. 안 그럼 나 삐진다.

난 문득 울리는 후원창을 바라보고 반사적으로 소리쳤다.

“오우! 하나도안무서워 형님이 십만원으으으으을! 이 연우가 열어야 되나 말아야 되나, 잠깐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후원을 해주시면 안 열수가 없잖습니까요오오오!”

- 애초에 후원해달라고 쳐다본 거 아니었어?

- 글쎄. 이젠 나도 헷갈리네

- 잠깐 고민하는 사이에 시청자가 찔려서 후원한 거 같은데.

- 미친. 그런 후원도 있는 거냐?

- 뭔가 입장이 뒤바뀐 것 같은데

- 하. 연우 저 자식이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다니까

- 괜히 찔려서 후원을 하게 만든다고.

- 우리 뭐 쟤한테 죄진 거 있었나?

곧장 우물 위에 쌓여져 있는 돌들을 바라봤다.

누가 얹어놨는지 참 커다란 돌을 찾아다가 얹어놓았다.

족히 30kg는 훨씬 더 나가 보이는 돌들이 정확하게 동서남북으로 4개가 얹어져 있다.

“근데 이거 들 수나 있으려나··· 너무 무거워 보이는데요 형님들.”

띵동.

[ 이렇게귀한곳에누추한분이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그거 너 혼자서 못 든다. 마을 사람들 세 명이서 붙어서 옮겨 놓은 거라고 했어. 사람들 함부로 못 건드리게.

마른침을 꿀꺽 삼킨 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래요 형님? 사람들이 이유 없이 많이 빠져 죽어서 일부러 이렇게까지 해놓은 거겠죠?”

나는 돌을 이리저리 매만지다 그만 손을 떼며 얘기했다.

“그럼 차라리 안 여는 게 나을 것 같네요···”

띵동.

[ 하나도안무서워오늘은엄마랑자야지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ㅅㅂ 장난 지금 나랑 하냐? 그럼 내 후원금 내놔 개색갸!

난 눈을 껌뻑거리다 이내 입을 다시 열었다.

“에헤이 형님. 농담이죠! 그렇게 버럭 하시면 이 연우가 뭐가 됩니까요.”

곧장 큰 한숨을 내쉰 나는 두 손으로 돌을 살짝 들어보았다.

정말 꿈쩍도 하지 않는다.

편하게 옆으로 힘을 주어 밀어보기라도 하려 했지만, 그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본드라도 붙여놓은 듯, 그 자리에서 조금도 움직이질 않았다.

“어후··· 형님들. 이거 안 되겠는데요. 아예 움직이질 않아요.”

[ 치지지지익- 첨벙! 치지지지익- 첨벙!첨벙! 치지지지익- 살려주세 ]

나는 고스트 박스를 힐끗 쳐다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렇다고 이걸 안 열어 볼 수도 없고··· 이걸 어쩌지?

띵동.

[ 뒤돌아보지마라탕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야. 장난치지 말고 빨리 치워.

나는 심각한 표정으로 다시 대답했다.

“아니요 형님. 저 진짜 장난치는 거 아닌데··· 이거 진짜 무거워요!”

농담 하나 보태지 않은 사실이었다.

성인 남성 세 명이서 함께 든 돌을 내가 혼자서 드는 것은 무리였다.

띵동.

[ 뒤돌아보지마라탕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1분 안에 그거 다 치우면 오십만 원.

“으라라라앗차차차! 으어어어어! 뚜씨야! 와자자자자자!”

순간, 초인적인 힘이 생겼다.

아니, 무슨 일인지 그 무거웠던 돌들이 종이처럼 한순간 가벼워졌다.

덕분에 성인 3명이 들기에도 벅찬 돌을 순식간에 치워버렸다.

- ······

- 저거 돌 소품임?

- 님들 이거 흉가 방송 맞음?

- ㅅㅂ 이러니까 개콘이 종영했지

- 가끔 보면 얘가 진짜 무섭다니까

- 고스트헌터가 아니라 헌터가 고스트 같은데

- 나 쟤랑은 절대 싸움 안 할 거야

- ㅅㅂ 지 몸통만 한 돌을 무슨 헬스장 핑크 아령 들 듯이 드냐고

- 초능력을 쓸 줄 아는 건가?

- 좀 있으면 하늘도 날아다닐 것 같은데

“어라? 뭐지? 아까까지만 해도 안 들렸는데 신기하네.”

네 개의 돌을 치우고 그 밑에 얹어져 있던 나무판자까지 싹 치워버렸다.

우물을 가리고 있던 모든 방해물들이 모두 없어졌다.

힘을 써서 그런 건지, 아니면 잔뜩 긴장한 것 때문인지.

내 이마에선 땀 한 방울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타이밍 좋게 고스트 박스에선 또다시 아이의 음성이 흘러 터졌고.

[ 치지지지익- 살려주세 치지지지익- 첨벙! 첨벙! 치지지이익- 으아아앙 ]

나는 조심스럽게 헤드랜턴으로 우물 안을 비추어 보았다.

“와··· 형님들. 물이 아직도 있는데요?”

우물 안은 생각보다 굉장히 깊었다.

한번 빠지면 절대 살아나올 수 없을 만큼.

잠시 숨죽였다.

검은 물결이 죽은 듯이 조용하다.

고요한 적막이 흐른다.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우물 안 더 깊숙한 곳을 들여다보았다.

애청자가 제보해준 그 집. 5

바위 틈 사이로 촘촘하게 끼어있는 초록 이끼들이 보인다.

물을 퍼낼 수 있게끔 줄을 매달아 놓은 양동이도 둥둥 떠있었다.

우물을 막고 있던 것들을 치우고 나면 무슨 일이라도 일어날까 잔뜩 걱정했지만···

생각과는 다르게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EMF 측정기는 2단계까지 반응이 줄어버렸다.

나는 잠시나마 안심했다.

그제야 신기한 마음에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와··· 형님들. 옛날 사람들은 이 우물을 어떻게 만든 걸까요? 대단하시네.”

- 내가 생각해도 대단하다.

- 깊이가 어마어마한 것 같은데

- ㅇㅇ 지금까지 마르지 않은 걸 보면 적어도 4m 이상은 되지 않을까?

- 빠지면 죽겠지?

- 빠져나올 수 있게 돌로 쌓아 만들긴 했음.

- 근데 이끼 때문에 미끄러워서 못 올라올걸?

- 우리 연우 집어넣어 봐야 되나?

- 미친!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이지.

- 넣으면 바로 귀신 되는 겨!

- 오래오래 살려두고 방송 시키자 얘들아.

보면 볼수록 신기한 걸 넘어서서 기괴스러웠다.

그중 한 가지가 물이 정말 깨끗해 보인다는 것이었다.

이 거리에서 헤드랜턴으로 비춰봐도 속이 다 비칠 정도였다.

농담을 더 보태서 가까이 있었다면 물에 얼굴이 비칠 것 같았다.

“옛날엔 이 물을 퍼서 마신 거잖아요. 형님들?”

띵동.

[ 백살공주와칠순난쟁이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그치. 상수도 시설이 발달하지 않은 옛날에 깨끗한 물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시설이니까.

수맥을 찾아 땅을 파서 지하수를 지상에 노출시킨 시설이라고 했던가.

보면 볼수록 신기하고 조상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문득 생각이 들었다.

물 맛은 어땠을까?

내가 카메라를 보며 조심스레 물었다.

“혹시 이 물 마셔 보신 분 있나요?”

띵동.

[ 역기드는그녀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우리 할머니는 어렸을 때 많이 드셨대요.

“오··· 어떤 맛이라고 하시던가요? 지하수라서 상대적으로 미네랄 함량이 굉장히 높다고 하던데.”

띵동.

[ 역기드는그녀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그냥 지금 먹는 물 맛이랑 똑같다고 하시는데요···? 다르지 않대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했다.

“그렇구나··· 사실 저희 동네에서도 지하수가 나오는 곳이 있거든요. 동네 어르신분들은 따로 물 안 사서 드시고 거기서 길러서 아직까지 드시는 분이 있어요.”

- 우리 동네에도 있어.

- 수질검사하고 음용가능 판정 받았으면 그냥 먹어도 되지.

- 요즘 뭐 공원 같은데 가도 있는 곳 많아.

- 산 같은데 가도 있는 곳 많음. 우물처럼 가둬 놓고 등산하는 분들 먹음.

- 그건 찝찝해서 못 먹음.

- 미친놈들이 많아서 거기다가 별 지랄 다함.

- ㅇㅇ 인정. 내 친구는 술 퍼먹고 거기다가 오줌 쌈.

- 그걸 모르는 친구는 물 퍼먹고 맛 좋다고 좋아하드라고.

- 우웩. 미친! 그건 범죄라고.

- 그래서 뭐? 먹어보고 싶다는 거야?

“아뇨. 뭐 그런 건 아니고··· 그냥 궁금해서요.”

나는 우물 안을 살펴보던 고개를 빼내어 들었다.

띵동.

[ 우리아이가달러줬어요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야. 그럼 거기 있는 양동이로 물 좀 퍼봐봐. 수질 상태 좀 보게.

눈을 껌뻑거리던 나는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정중하게 거절하겠습니다 형님. 옛날 사람들이 그렇게 사고로 많이 죽었다던 우물입니다. 그 위에 떠다니는 양동이를 굳이 왜···”

띵동.

[ 우리아이가달러줬어요 님이 7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역시 넌 그냥 말로 해선 안 듣는구나?

나는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형님. 정말 저는 내키지 않는데··· 형님이 원하시니까. 잠시만요.”

난 곧장 양동이에 매달려 있는 줄을 슬쩍 살폈다.

굉장히 낡아 꺼림칙하긴 했지만, 크게 문제는 없어 보였다.

살며시 그 줄을 잡아당겨보았고.

우물 정 중앙에 조용하게 떠있는 양동이를 조심스럽게 꺼내 올려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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