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얘기를 생각하며 주위를 살펴보았지만 우물은커녕 비슷하게 생긴 그 무엇도 눈에 띄지 않았다.
다른 곳에 있는 건가?
아니면 혹시 땅에 묻혀서?
두리번거리던 나는 이내 집 대문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천천히 찾아보지 뭐.
- 오우. 집이 뭔가 으스스하다.
- 오래되긴 했네.
- 나무줄기가 저렇게 집을 감쌀 정도면 도대체 얼마나 비어져있던 거지?
- 글쎄. 느낌상 10년은 더 된 것 같은데
- 으으. 매번 방송으로 봐도 이렇게 소름 끼치는데 저놈은 진짜 대단하군
- 인정. 괜히 뭐라도 튀어나올까 봐 숨죽이고 봐야 됨.
- 님들도 하루에 몇백만 원씩 후원받으면 할 수 있지 않겠음?
- 음··· 그 정도라면 한 번쯤은 나도 모르게 객기를···
- 아냐. 그래도 안 돼. 시바. 요실금 생길 듯.
나는 입구 문 앞에 서서 조심스럽게 외쳤다.
“혹시 누구 계시나요? 계시면 대답 좀.”
고요한 적막함이 흐른다.
나는 잠시 서서 문 주위를 살폈다.
입구 천장에는 동그란 현관 등이 붙어있다.
양옆의 방으로 보이는 곳에 달려있는 창문은 깨지지 않은 채 멀쩡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신기한 마음에 나는 애청자에게 물었다.
“형님. 그런데 이 집 빈 지가 한참 됐다고 하지 않았나요? 창문이 너무 깨끗하게 다 붙어 있는데.”
마치 그 모습이 놀이공원에 있는 귀신의 집 같았다.
띵동.
[ 이렇게귀한곳에누추한분이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내가 알기론 아마 7년은 넘었을걸? 분위기가 너무 음산해서 그쪽으론 마을 사람들도 안 간대.
그래서 그런 건가?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다 이내 문 손잡이를 잡아당겼다.
끼이이이-
낡은 문이 그동안 참아왔던 신음을 토해내며 열린다.
동시에 쌓였던 먼지가 흩어지며 먼지보라를 일으켰다.
“웁! 퉤! 퉷! 어우 먼지가··· 진짜 오래되긴 했나 보네요.”
나는 입을 막고 허공을 손으로 휘저으며, 천천히 집 거실을 둘러보았다.
역시나 제보대로 살림살이가 모두 남아 있는 상태였다.
게다가 눈에 띄는 건 점프를 뛰어도 닿지 않을 만큼 천장이 무지 높다는 것.
이곳저곳을 살피던 나는 문득 생각이 들었다.
“음··· 근데 형님들. 이 집은 다른 목재 집이랑 좀 다른 것 같지 않아요? 뭔가 한국에서 보기 힘든 그런 디자인인 것 같은 느낌이랄까?”
- 그런 것 같다.
- 되게 특이하게 생겼어.
- 오리지널 한국식이 아닌 것 같은데?
- 이거 일본식 목재 가옥임.
- 오? 진짜요?
- ㅇㅇ. 옛날 시골 동네에 가면 가끔 보임.
- 신기하다. 근데 어떻게 이렇게 깔끔하게 보존되어 있지?
- 나는 그게 더 신기함.
- 귀신 나오는 집이라서 그런 거 아님?
시청자의 말대로 거실 곳곳에는 협탁 위에 도자기가 올려져 있다.
물론, 조금 깨져 있는 상태였다.
한편에는 동물의 조각상.
이미 다 죽어버렸지만 화분에 꽃들도 여럿 있었다.
“예쁜데요 형님들? 이런 건 또 처음이에요”
분위기가 굉장히 음산했지만, 처음 보는 디자인에 신기함을 느꼈다.
호기심에 이리저리 눈을 굴려대며 우리 집처럼 구경을 해댔다.
“옛날 디자인인데도 되게 고급스러울 수 있구···”
그때.
“와아아악! 시벌! 뭐야!”
순간, 사람과 같은 그림자가 눈앞에 들이닥치며 날 뒷걸음질 치게 만들었다.
뒤늦게 자세히 살펴보니 사람만 한 크기의 까만 조각상이었다.
“어휴. 깜짝이야··· 애 떨어질 뻔했네.”
띵동.
[ 하나도안무서워오늘은엄마랑자야지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미친. 이젠 임신도 하냐? 애가 떨어지기는···
띵동.
[ 귀신빤스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정신 차려라. 빙의 되지 않으려면
나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중얼거렸다.
“아, 죄송합니다 형님들. 엄마랑 보던 드라마 대사가 갑자기 왜 입 밖으로···”
- 배우 꿈 꾸는 건 아니지?
- 갑자기 배우 전향?
- 배우에서 유트버는 전향해도 유트버에서 배우는 드문데
- ㅋㅋ 갈 일이 없지.
- 근데 솔직히 연우 마스크 정도면 배우 해도 되지 않음?
- 그건 인정. 잘생기긴 함.
- 그래도 다른 쪽은 꿈도 꾸지 마.
- 우리가 안 보낸다. 아니, 큰 형님이 절대 허락 안 한다.
- ㅇㅇ 죽으나 사나 흉가 방송이나 하다 귀신 되자 연우야.
계속해서 집안을 구경하고 있지만, 뭔가 이질감이 든다.
여기저기 깨지고, 찢기고, 너덜너덜 거렸던 모습에 눈이 익숙해져 있던 탓일까.
오히려 이런 분위기가 더 꺼림칙하게 느껴진다.
“보면 볼수록 신기하네요 진짜. 버려진 집이라 누군가가 몰래 들어올 법도 한데, 전혀 들어온 흔적이 없어요. 아마 제가 처음인 듯한데요?”
나는 안방으로 보이는 곳으로 걸음을 옮기며 괜스레 농담을 던졌다.
“괜히 이거 나 왔다고 또 무슨 현상이라도 나타나는 거 아니겠죠?”
그때.
쿵!
삐걱. 삐걱. 삐걱.
“워어어어! 뭐야?”
무언가가 삐걱대는 소리와 함께 문에 부딪히는 소리가 중복해서 들려왔다.
순간 머릿카락이 쭈뼛쭈뼛 섰지만, 마른침을 삼키고 나는 귀를 기울였다.
“시, 시벌··· 그냥 농담한 건데 제발 그러지 말자. 제발···”
하지만, 그런 나의 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같은 소리가 울렸다.
쿵!
삐걱. 삐걱. 삐걱.
“이, 이게 무슨 소리지?”
평소에 들리던 작은 소리와는 달랐다.
꺼림칙한 기분이 잔뜩 느껴지는 게 마치 사람이 물건을 강제로 흔드는 소리 같았다.
- 뭐가 흔들리는 소리 같은데
- 물건 떨어지는 소리? 아니야. 이건 뭐가 부딪히는 소린데?
- 근데 소리가 왜 이렇게 진하게 들리는 것 같냐
- 그쵸? 사람이 대놓고 문을 두드리는 것 같기도 하고
- 어우씨. 연우가 말하자마자 갑자기 들리는 건 뭔데
- 이 새끼 이제 귀신도 알바시키나?
- 레알. 저놈은 쌉가능할 듯.
- 나무꾼 보살이니까?
- ㅇㅇ
나는 한참을 그 소리를 유심히 듣고 있었다.
일정한 박자에 맞춰 꾸준히 울린다.
참다못한 내가 걸음을 옮겨 그 소리가 나는 곳으로 향했다.
일단 삐걱대는 이 소리 먼저 원인을 알아볼 셈이었다.
나는 내가 가려던 안방으로 계속해서 발을 내디뎠다.
소리가 그곳에서 나는 것 같았다.
조심스럽게 한 발자국씩 거리를 좁혔고, 이내 굳게 닫혀있는 방 문 손잡이를 잡았다.
아니, 다시 손을 떼고 손바닥에 흥건한 땀을 바지에 슥 닦았다.
“어우 씨. 긴장되네 이거. 조금만 쉬었다가 열게요 형님들.”
처음 이 집에 도착해 추위를 느꼈을 땐 언제고, 내 이마엔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있었다.
띵동.
[ 하나도안무서워오늘은엄마랑자야지 님이 3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야. 뜸 들이지 마. 빨리 열어. 궁금하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인 후. 손잡이에 다시 손을 가져다 댔다.
덜컥.
끼이이이이-
역시나 오래된 방문 손잡이.
신음 소리가 잔뜩 터져 흐른다.
나는 조심스럽게 한 걸음 물러서서 헤드랜턴으로 이곳저곳을 비추기 시작했다.
웬일인지 이곳은 텅 비어있었다.
아니. 유일하게 남아있는 가구 하나에 시선을 멈췄다.
“뭐, 뭐야? 흔들의자?”
목재로 만들어진 의자가 혼자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삐걱. 삐걱. 삐걱. 삐걱.
- 오우. 흔치 않은 의자인데
- 근데 저게 혼자 왜 흔들림?
- 무게가 실려야 흔들리는 거 아냐?
- 연우 처음 들어왔을 때는 소리 안 들렸는데 갑자기 들리기 시작한 건···
- 그럼 누가 앉아서 흔들었다는 얘기임?
- 아씨. 무섭게 추측하지 좀 마셈.
- 그냥 바람에 흔들려서 혼자 삐걱댈 수도 있는 거지.
- 그게 말이 되냐? 연우야. 한번 확인해 봐.
나는 채팅창을 바라보다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시벌. 자기네들끼리 싸우고 왜 그런 건 나한테 확인해 보라고 하는 건데?
하지만 난 반사적으로 그 의자에 손을 가져다 댔다.
자기 멋대로 움직이던 의자를 제 자리에 멈췄고, 가만히 지켜보았다.
“어? 의자가 가만히 멈춰 있는데요?”
곧이어 나는 의자에 손가락을 대고 살짝 힘을 주었다.
힘을 어느 정도 주어야 의자가 움직일까 하는 의문점에 이어진 행동이었다.
그런데···
나는 손가락에 힘을 주자마자 몸이 흠칫거렸다.
“시, 시벌 뭐야··· 손가락으로 어중간하게 밀어서는 의자가 움직이질 않는데···”
생각보다 무게가 엄청난 의자였다.
손가락으로 흔들기엔 역부족이었다.
나는 섬뜩한 기분이 드는 것과 동시에 그곳에서 한 발짝 물러섰다.
온몸에 차오르는 소름이 나를 그 자리에서 반사적으로 물러나게 만들었다.
띵동.
[ 귀신이고칼로리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EMF 켜 봐봐. 귀신 짓인가?
나는 서둘러 EMF 장비를 꺼냈다.
탁!
하지만, EMF 측정기는 2단계 이상 반응하지 않았다.
“EMF 측정기에는 별다른 큰 반응은 없는데요? 뭐지?”
귀신이 정말 곡할 노릇이다.
그럼 이 의자가 도대체 어떻게 움직였다는 거야?
- 근데 저거 우리 할아버지네도 있어서 아는데 절대 스스로는 안 움직여
- 맞아. 나도 앉아 봤음. 사람 몸무게가 실려야 그나마 흔들거리는 건데
- 그럼 뭐임 도대체?
- 오우 갑자기 소름 돋네
- 진짜 귀신인가?
- 근데 또 EMF 측정기에는 반응이 없었잖아?
- 야. 그거 그럼 네가 한 번 앉아 봐.
- 확인해 보자.
나는 올라오는 채팅창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시, 싫어요 형님들. 이런 의자에 막 함부로 앉고 그러면 안 되는 거 아시잖아요.”
어떤 사연이 있는 의자인지 알고 이걸 앉아?
쳐다보기만 해도 섬뜩한 기운이 잔뜩 느껴지는 데···
띵동.
[ 소거기덮밥 님이 3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자. 용기를 줄게. 빨리 앉아 봐.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형님. 안 돼요. 저 엄마한테 방송 조심히 하겠다고 약속도 했단 말이에요.”
띵동.
[ 어머님은짜장면에밥까지드셨어 님이 5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단가 올렸다. 닥치고 앉아 빨리.
나는 오히려 그 자리에서 더 물러섰다.
단호한 목소리로 한 번 더 얘기했다.
“죄송하지만 저는 엄마의 속을 썩이지 않기로 했습니다. 효자 아들 되기로 했거든요.”
카메라를 향해 고개까지 꾸벅 숙였다.
“차라리 형님들. 제가 고스트 박스라도 켜서 이 상황을 어떻게 한번···”
그 순간.
띵동.
[ 뒤돌아보지마라탕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3초 안에 앉으면 백만 원.
삐걱. 삐거걱. 삐걱. 삐걱.
흔들의자가 갑자기 격하게 흔들렸다.
내가 이미 의자와 한 몸이 되어 있었다.
“이렇게 앉는 건가?”
애청자가 제보해준 그 집. 3
혹시나 무슨 일이 일어날까.
잔뜩 긴장하면서도 나는 이리저리 흔들리는 의자에 신기해했다.
“오우 형님들··· 이거 꽤나 재밌는데요?”
조금 힘을 주었을 뿐인데, 끝도 없이 움직인다.
나는 살짝 기댔던 몸을 완전히 밀착시켰다.
“이거 낮잠 잘 때 짱이겠는데··· 엄마 하나 사드릴까···”
- 이런 개색기가 진짜
- 3만 원, 5만 원은 쳐다도 안 본다 이거지?
- 아주 묘한 능력을 가졌네.
- 돈을 쓰고도 기분이 아주 더럽게 만드는 묘한 능력?
- 저걸 어떻게 귀신 만들어야 내 마음이 편할까?
- 싸움으로는 절대 못 이길 것 같음.
- 그저 돈으로 후드려 패는 게 유일한 방법임.
- ㅅㅂ 내가 졌다 옘병 ㅠㅠ
나는 흔들리는 의자에 누운 채로 손사래를 쳤다.
“아니에요 형님들. 형님들이 앉으라고 해서 앉은 건데 왜 이렇게 흥분을···”
그 순간.
내 몸이 멈칫거렸다.
손에 들고 있던 EMF 측정기가 갑자기 요동치기 시작했다.
2단계 반, 3단계, 3단계 반.
무언가가 내게 다가오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뭐, 뭐야. 잠깐만··· 그러고 보니 삐걱삐걱하는 소리가 이 소리가 아닌 것 같지 않아요 형님들?”
당연히 이 소리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의자가 흔들리기 시작하니 소리가 멈췄다?
꺼림칙한 느낌이 들어 나는 급하게 의자를 멈춰세웠다.
그리고 모든 동작을 멈춘 후, 귀를 기울였다.
그때.
삐걱. 삐걱. 삐걱. 삐걱.
“워어어어! 시, 시벌!”
띵동.
[ 하나도안무서워오늘은엄마랑자야지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오우 깜짝이야. 뭐야? 의자 소리가 아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