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 돈미새-203화 (203/225)

선녀보살님의 추천 장소. 11

띵동.

[ 하나도안무서워오늘은엄마랑자야지 님이 3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인마! 여기가 네 집 안 방이냐! 후딱 안 일어나!?

희미한 의식 속에 후원 창 울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시벌··· 정신은 차리고 싶은데 자꾸만 눈이 감기는 걸 어떡해···

띵동.

[ 이렇게귀한곳에누추한분이 님이 2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이 새끼 공포감 조성하면서 쉬는 거 보소? 일어나 색갸! 일해야지!

내 의지와는 상관없었다.

아무리 애를 써도 전혀 힘이 들어가질 않는다.

시청자들의 열띤 응원에도 불구하고 나는 결국···

눈을 감아버렸다.

- 헐. 미친. 얘 과호흡으로 기절한 거 아냐?

- 아니. 애초에 이놈이 과호흡을 한다는 게 말이 되나?

- 그럼 뭐 후원 때문에 일부러 쇼하는 거란 말이야?

- 방금 후원도 하면서 잔소리했자나! 효과 없어!

- 시벌. 그럼 귀신한테 홀린 건가?

- 그러네. 진짜 귀신한테 홀린 거네.

- 헐. 아까 필살기 건네줄 때부터 조마조마했는데

- 결국 이 사단이 나버렸다

- 어떡하냐 이제?

- 옘병. 미친 소리들 하고 있네. 금액이 적으니까 안 깨는 거겠지.

- 이 와중에도 연우를 돈미새 취급한다고?

- 지금 그런 농담이 나오냐고!

좋은 경험이었다.

흉가 체험으로 인해 내 다리가 고쳐지고, 사이코메트리 능력을 갖게 됐으며···

유명한 미술가 못지않은 그림 실력도 얻게 되었다.

이 모든 능력으로 방송을 하며 많은 귀신과 사람들을 도울 수도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기억될까···

그렇다면 정말 다행인데···

마지막으로 유언을 남길 수 있다면 나는···

띵동.

[ 뒤돌아보지마라탕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3초 안에 일어나면 백만 원.

“시버어어어어어얼! 마라탕 형님께서 백만 원으으으을!”

순간, 막혔던 숨이 트이며 무의식에 말을 내뱉었다.

뭐야··· 나 왜 이러고 있지?

분명 내 시야는 까맣게 물들었었는데···

- 옘병, 걱정한 내가 죽일 놈이지.

- 시발. 진짜 깜짝 놀랐네

- 진짜 기절한 줄 알고 존나 놀랐잖아 개색갸!

- 난 이미 예상했는데

- 시벌. 난 감쪽같이 속았다.

- 와. 네 연기력에 감탄의 박수를 보낸다.

- 혹시나 해서 나는 번호에 119까지 눌러놨는데

- 시벌. 개색기네 진짜.

- 불렀냐?

- 아임다.

숨이 못 쉬었던 이유 때문일까.

머리가 너무 어지럽다.

나는 그 와중에도 두리번거렸다.

시벌. 그 무당 남자는?

어디 갔지? 사라진 건가?

EMF 측정기를 살펴보았지만, 아직 사라지지 않았는지 3단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 순간.

“헉! 헉! 괜찮으세요?”

“와아아아악! 깜짝이야!”

내가 필살기를 건네주었던 남자가 뒤늦게 나를 쫓아왔다.

나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남자에게 대답했다.

“아니··· 어떻게 된 거예요? 어디 갔다 이제···”

남자는 황당한 눈으로 나를 살피며 입을 열었다.

“아니. 그냥 혼자 막 뛰어가시던데요? 누군가랑 손을 잡은 것처럼 허공에 손을 흔들면서···”

순간, 피부가 서늘한 느낌이 들었다.

“······제, 제가요?”

“네.”

그럼 설마 그때부터?

나는 눈을 심하게 껌뻑거렸다.

액세서리를 넘겨준 그 순간부터였던 것 같은데···

물론 제대로 생각이 나질 않는다.

그래도 이건 천만다행이었다.

죽을지도 몰랐던 상황에서 극적으로 구출되었고, 이것이 곧 기회였다.

“일단 빨리 내려가죠.”

“네.”

나는 다시 한번 남자의 손을 붙잡았다.

아까와는 다르게 잡자마자 내 손에 따뜻한 체온이 쭈욱 퍼져 흘렀다.

내 손이 그렇게 차가워져 있었다.

- 워? 이 사람 따라오고 있었네

- 난 이 사람 또 빙의돼서 다른 산 간 줄 알았네

- 그럼 개색기지!

- 연우의 피 같은 필살기를 들고 어딜 도망가

- 저거 때문에 방금 연우도 귀신한테 홀렸던 거 아님?

- 하. 홀린 게 아니고 그냥 연기한 거 라니까

- ㅅㅂ 귀신한테 홀렸던 놈이 후원 백만 원에 깨는 게 말이 됨?

- 그건 그렇긴 한데···

- 돈미새니까 가능한 거 아닐까?

남자와 손을 잡고 계단을 내려가면서도 사방을 경계했다.

기이하게도 EMF 측정기 반응이 3단계에서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인상이 절로 찌푸려지는 그 상황에 나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이런 시벌··· 도, 도대체 어디까지 쫓아오는 거야!”

“죄, 죄송합니다!”

“아, 아닙니다. 그냥 혼잣말 한 거예요.”

“아, 네···”

다행히도 저 멀리 계단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반가운 마음에 짧은 안도의 한숨과 함께 남자에게 얘기했다.

“이제 다 왔어요! 다 왔다고요! 조금만 참으면···”

“그, 그런데 저기 뭐가 있는 것 같은데요?”

순간, 나는 몸을 멈칫거렸다.

방금까지 까만 정체의 중년 무당에게 호되게 당했는데···

저 멀리 머리를 풀어헤친 무언가가 미동도 없이 우릴 노려보고 있었다.

우린 그 자리에서 서로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사, 사람이 아닌 것 같은데···”

“······”

이후, 나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저 이를 악 물었다.

시벌··· 우리를 보내지 않을 셈이야.

이번에도 그런 가위에 눌린다면 절대 헤어 나올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인데.

이걸 어쩌지?

그 순간.

[ 치지지지익- 쿵! 치지지지익- 챙! 챙! 치지지지익- 쿵! ]

고스트 박스에선 무구칼소리 부딪히는 소리가 점점 더 크게 들려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뒤를 돌아봤는데···

“시, 시벌···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상황이야···”

뒤쪽에도 입구와 같은 검은 정체가 똑같이 서있었다.

- 뭐야 저거?

- 까만 거 저거 사람인가?

- 저승사자냐 설마

- 후원 거머리 연우 조지러 온 건가?

- 시벌. 나만 보이는 게 아니구나.

- 미동도 없이 왜 가만히 서있는 건데? 개 무섭네.

- 저러고 있는데 저길 어떻게 지나가?

- 소름 끼쳐서 기절하겠는데

- 와 시발 레전드네. 뭐야 무당인가?

나는 수시로 앞뒤를 번갈아가며 살폈다.

동시에 똥 마려운 개처럼 안절부절못했다.

그 다급한 마음을 알아차린 걸까.

앞에 있는 검은 정체는 아직도 미동도 없이 서있는 반면에.

뒤에 있는 그것은 우릴 향해 점점 거리를 좁히고 있었다.

양손에 무구칼을 든 채로 기이한 껑충거림으로 쫓아온다.

“저, 저기요. 왜 자꾸 뒤를 돌아보시는 거예요. 거기 뭐라도 있어요?”

심장이 쿵쾅거린다.

어쨌든 둘 중에 하나는 돌파해야 했다.

나는 결심한 듯 입구쪽.

미동도 없이 서있는 그 검은 정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깊은 산속으로 또 돌아가느니 앞을 내지르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이봐요. 잘 들어요. 이제 앞을 향해 뛸 거예요. 저 앞에 보이는 저 검은 정체··· 신경 쓰지 말고 그냥 앞만 보고 달리세요. 그리고 혹시나 저한테 무슨 일이 생겨도 그냥 가세요. 아셨어요?”

“무, 무슨 소리예요. 같이 가야죠.”

“그냥 제 말 들으세요!”

아까처럼 내 몸 위에서 귀신이 펄쩍펄쩍 뛰고.

이 남자가 다시 빙의라도 돼버린다면 누가 우릴 구해줄까.

저런 기운의 영가가 방송까지 영향을 준다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카운트를 셌다.

“자. 하나 둘 셋 하면 뛰어요. 하나··· 둘···”

순간, 우리의 생각을 알아차린 뒤에 까만 정체가 우릴 향해 급하게 달려들었다.

[ 치지지지익- 챙!챙! 치지지지익- 죽어! 치지지지익- 빨리 ]

섬짓한 인상의 중년 무당은 우리. 아니. 나를 향해 무구칼을 휘둘렀다.

“이런 시벌!”

그때였다.

“이노오오오오옴!”

“······?”

고요한 정적이 흐르는 산속에 근엄한 여성의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깊게 울려 퍼졌다.

그 음성에 모두의 움직임이 일제히 멈췄다.

- 뭐야? 이 목소리

- 어우 씨. 소름 돋아.

- 뭐야? 이 밤에?

- 저 앞에 있는 게 귀신이 아니었나 본데

- 사람? 근데 어디선가 많이 들어 본 목소린데

- 그치?

잠시 후.

내 입가에는 환한 웃음이 흘러 퍼졌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크게 소리를 질러댔다.

“선녀보살님!”

입구에 까만 옷을 입고 미동도 없이 서있던 그 정체는 다름 아닌 선녀보살님이었다.

선녀보살님은 우릴 향해 다시 한번 크게 소리쳤다.

“어디 그 더러운 무구로 사람의 몸에 손을 대려 하느냐!”

저 멀리서 내뱉는 호통에도 어찌나 강한 기운이 느껴지는지.

그 한 마디에 내 온몸에는 전율이 흘렀다.

그 기운에 압도 당한 것일까.

고스트 박스에선 어떠한 음성도 흘러나오지 않았다.

[ 치지지지익- 치지지지익- 치지지지지익- ]

동시에 EMF 측정기 역시도 3단계에서 2단계 반. 2단계···

점차 줄어들고 있었다.

띵동.

[ 안토니오밥다됐쓰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꺄! 우리 자기 왔누!

띵동.

[ 백마타고온환자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무슨 소리야. 나랑 사귀기로 했는데.

나는 입이 찢어질 듯 웃으며 선녀보살님에게 다가갔다.

멀리서 봤을 땐 정말이지, 날 잡으러 온 저승사자나 귀신인 줄 알았다.

가까이서 살펴본 선녀보살님의 모습은 여장군이 따로 없다.

풀어헤친 머리에 까만 신복.

그리고 왜 그렇게 섬뜩하게 느껴졌나 했더니 화장 때문이었다···

의식이라도 치를 생각으로 오셨는지 생각보다 강한 화장을 하고 오셨다.

“괜찮아요. 연우 씨?”

- 시발! 여보!

- 왜 이제야 온 건데!

- 와! 사람 하나 등장한 것뿐인데 뭔 드라마를 보는 것 같냐

- 귀신도 아닌데 내 몸에 소름은 왜 돋는 건데!

- 사랑해! 사랑한다고 시벌!

- 하. 저 여자에게서 헤어 나올 수가 없네. 나 진짜 귀신이라도 돼볼까?

- 님. 연우한테 퇴치 당한 다니까.

- 연우까지도 필요 없음. 순돌이 선에서 정리 ㅅㄱ

나는 아까 전 상황을 떠올리며 입술을 오므렸다.

곧이어 세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그런 선녀보살님은 내 얼굴과 몸을 천천히 살피더니, 곧장 내 옆에 서있는 남자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한참을 빤히 쳐다보는가 싶더니, 이내 입이 열렸다.

“상상이상으로 영이 맑네요. 많이 고생했겠어요. 누구랑 아주 똑같네.”

“······”

남자와 동시에 눈이 마주쳤다.

우린 서로 멀뚱멀뚱 눈을 깜빡이다 선녀보살님에게로 다시 시선을 돌렸다.

이후, 나는 묘하게 흐르는 정적을 깨기 위해 헛기침을 한 번 했다.

“크흠! 이 분은 저를 항상 도와주시는 선녀보살님이세요. 무속인이십니다.”

“아··· 안녕하세요.”

남자의 인사에 고개를 살며시 끄덕이며 선녀보살님이 웃었다.

그나저나···

예상치 못한 선녀보살님의 등장으로 뭔가 든든해진 느낌이긴 한데.

이대로 상황이 다 마무리가 된 걸까?

나는 잠시 뒤를 살피며 선녀보살님에게 물었다.

“근데 선녀보살님. 여긴 왜 직접...”

천사가 있다면 이런 느낌일까.

선녀보살님이 나를 보며 눈을 반달로 만들었다.

“우리 연우 씨 괴롭히는 영가들 혼내주러 왔지요.”

- 하. 미치겠네

- 오메. 나 죽어. 저 눈 웃음 어쩔 거야

- 저거 사람 죽이는 눈웃음이야. 내가 잘 알아 ㅅㅂ

- 진짜 귀신은 여기 있었네

- 우릴 죽이러 온 거 맞지?

- 옘병. 난 기꺼이 목숨을 내놓을 수 있다

- 근데 연우 표정은 왜 저래?

- 다시 올라가자니까 숨이 막히는 거지

- 영가 때문에?

선녀보살님이 곧장 앞장 서며, 나를 향해 얘기했다.

“자, 그럼 다시 올라가 볼까요?”

그 말에 남자와 나는 화들짝 놀라 몸을 움찔거렸다.

“네?”

“저, 저기를요?”

내가 당황했던 건 나를 섬뜩하게 만들었던 그 영가 때문이 아니었다.

시벌··· 이제야 이 계단을 다 내려왔는데···

이걸 또 올라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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