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 돈미새-200화 (200/225)

선녀보살님의 추천 장소. 8

남자 몸 안에 존재했던 섬뜩한 영가의 목소리가 내 귀에 뚜렷하게 박혔다.

방금··· 나보고 귀목산에서 봤던 그놈이라고 한 거야···?

순간, 난 생각했다.

역시 날 만난 그 당시에도 빙의가 돼있었던 거구나.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당신 정체가 뭐예요?”

무표정인 남자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그는 미동도 없이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얘기했다.

“알아서 뭐 하게···”

남자의 몸에서 살기가 잔뜩 풍긴다.

금방이라도 나를 공격할 것처럼.

나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그의 말에 대답했다.

“누, 누구냐고요! 산사람 몸에서 도대체 뭐 하시는 거예요. 이곳은 이승입니다. 죽은 사람이 있어야 할 곳이 아니라고요.”

내 말에 남자는 웃음기 하나 없이 콧방귀를 뀌었다.

“칫. 지랄하고 앉아 있네.”

- 뭐야?

- 뭔 대화야 이거

- 청년 몸에서 웬 중년 남자 목소리가?

- 어우 씨. 이게 한 사람의 몸에서 나오는 목소리라고?

- 와. 개 소름 돋는다 목소리.

- 성대모사 장인 인가?

- 성대모사라고 하기엔 너무 뚜렷한데

- 빙의가 과학적으로는 증명 못해도 기괴한 증상이긴 함.

- 설마 지금 나온 영가는 살인마 같은 거였을까?

- 목소리만 들어도 왜 이렇게 살기가 느껴지지

“그 남자를 왜 그렇게 괴롭히시는 거예요. 네? 무슨 원한이라도 있는 거예요?”

남자는 숨 넘어갈 것처럼 배를 잡고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곧 움직임이 뚝 멎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재밌어서.”

그 모습에 내 등줄기에 얼음줄을 끼얹은 듯, 소름이 쭈욱 타고 흘렀다.

시벌··· 이거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 같다.

대화가 통해야 설득이라도 해볼 텐데, 남자의 태도가 너무 적대적이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심스럽게 물었다.

“언제까지 그 몸에 계실 건데요?”

남자는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내게 대답했다.

“죽을 때까지.”

난 온갖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다시 가방에 손을 살며시 넣었다.

미친 듯이 떨렸지만, 아직 뿌리지 않은 새로운 재료들을 통해 영가의 기세를 눌러볼 셈이었다.

그 순간.

“그거 백날 뿌려봤자 소용없어. 나한테는.”

“······”

남자의 살벌한 눈알이 내 가방을 향했다.

순간, 내 이마에선 땀 한 방울이 주르륵 볼을 타고 흘렀다.

시벌··· 귀신같다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 건가.

내 의도를 미리 꿰차고 있는 것만 같다.

어쩌지? 어떻게 해야 하지?

- 미친. 남자 목소리 왜 이렇게 섬뜩하냐

- 연우가 기에서 밀리는 것 같은데

- 퇴마는커녕 퇴화하고 있잖아 지금

- 저 사람이 기운이 넘 세서 그런 거 아님?

- 아까 보니까 EMF 측정기 반응도 4단계 나오드만.

- 헐. 그럼 저 몸 안에 들어가있는 영가가 4단계란 소리 임?

- 대박이네. 오늘 최초로 연우 처맞는 거 아님?

- 글쎄. 그런 기적이 일어나긴 할까?

잠깐만···

나는 기억을 떠올렸다.

선녀보살님이 그랬지.

영가와의 싸움은 기싸움이라고.

저 영가가 내뱉는 저 말도 거짓말일 수 있었다.

이건 며칠 몇 날, 양기를 듬뿍 받은 말린 쑥과 고춧가루, 그리고 천일염까지 섞어 만든 것이었다.

영가가 충분히 두려워할 만한 재료들이라고!

나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과 함께 가방 안에서 손을 꺼내어 흔들며 얘기했다.

“아, 지, 진짜요?”

그리고 순간 몰래 움켜쥔 새로운 재료를 남자의 얼굴에 잔뜩 뿌려댔다.

“뻥치지마라 시벌! 이건 특수 짬뽕 재료라고! 이 나쁜 귀신 자식아!”

파바바바박!

재료는 정확하게 남자의 얼굴과 몸에 박히듯 뿌려졌다.

어떠냐. 양의 기운을 잔뜩 받은 짬뽕 재료 맛이. 시벌!

재료가 뿌려지는 동시에 남자의 몸이 격렬하게 들썩였다.

얼굴에 잔뜩 묻은 쑥과 고춧가루가 효과가 있는지 심하게 콜록이기까지 했다.

나는 괜한 거짓말을 하며 생색냈다.

“이거 말고 10가지 방법이 더 있다!”

그리고 숨죽이며 그 반응을 빤히 지켜보고 있었다.

효과가 있는 건가?

순간, 남자가 심하게 일그러진 얼굴로 나를 잔뜩 노려보았다.

한참을 미동도 없이 멈춰있더니 곧이어 몸을 부들부들 떨며 입을 열었다.

“너 사람 죽는 거 본 적 있어?”

나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시벌···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미친놈이.

- 헐. 저거 뭐야?

- 고춧가루? 쑥인가?

- 대박. 새로운 재료들 등장이네.

- 귀신이 진짜 어지간히 무서웠나 보구나. 저런 건 또 언제 준비했대?

- 근데 저 남자 얼굴에 고춧가루 범벅이 됐는데도 잘 참네

- 나 같으면 매워서 성불했겠는데

- ㅅㅂ 빙의가 이렇게 대단한 거였어

- 근데 방금 뭐라고 함?

- 사람 죽는 거 본 적이 있냐는데?

- 미친놈인가? 자살이라도 할 생각?

남자가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거린다.

그 행동에 나는 마른침이 쉴 새 없이 목구멍으로 넘어간다.

“뭐, 뭔지 몰라도 하지 마세요. 진짜 경찰 부릅니다! 귀신도 경찰은 무섭죠!”

“그딴 거 하나도 안 무서워.”

그 순간.

남자가 갑자기 돌발 행동을 해댔다.

자신의 몸을. 아니. 자신의 몸도 아닌 남자의 몸을 학대하기 시작했다.

“얘가 다친다면 네가 어떻게 될까? 죽어!”

주먹으로 얼굴을 심하게 두들긴다.

어찌나 세게 때려대는지 주먹이 몸에 박히는 소리가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다.

퍽! 퍽!

남자는 그것도 모자라 옆에 놓여 있는 상자와 날카로운 모서리만을 찾아 얼굴을 들이 박았다.

원한이 깊은 사령(死靈)의 기운은.

약해질 대로 약해진 인간의 몸을 망가트리는 건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남자의 이마, 얼굴에 생채기가 쭉쭉 늘어난다.

“어? 어! 형님들 시벌! 119에 신고 좀! 빨리요!”

띵동.

[ 하나도안무서워오늘은엄마랑자야지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미친. 거기가 어딘데? 어딘 줄 알아야 신고를 해주지.

띵동.

[ 아프니까병원이다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massive bleeding! 과다출혈 ㅅㅂ! 어디냐고 거기! 얘기를 해!

너무 긴박한 순간이다 보니 채팅창에 대고 얘기할 여유가 없었다.

나는 일단 남자의 난폭한 행동을 저지하기 위해 몸을 붙잡았다.

그런데···

“워어어어! 시벌!”

털썩!

남자의 힘이 어찌나 괴물 같은 지, 나를 밀쳐내는 그 힘에 못 이겨 바닥을 굴렀다.

- 헐. 이건 도대체 뭔 상황이야

- 저 남자 이마에 철철 흐르는 거 저거 설마 피야?

- 미친. 제대로 미쳤네 저 사람.

- 빙의가 굉장히 심각하게 돼있다니까 저 남자.

- ㅅㅂ 지금 남자가 밀쳤는데 연우 나가떨어진거임?

- 내가 도대체 뭘 보고 있는 거야?

- 쟤 몸엔 세계 챔피언이 빙의됐나?

- 이거 119 오기도 전에 과다출혈로 죽는 거 아니냐

- 이거 사고다. 시발. 연우 자객이야 저거

- 누가 시켰냐!

퍽! 퍽! 빠각!

남자가 휘두르는 주먹과 발길질이 내 몸에 사정없이 꽂힌다.

그래도 나는 계속해서 오뚝이처럼 일어나 남자가 자해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하지만, 도저히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나는 방법을 바꿨다.

시벌··· 기절이라도 시켜야 하는 건가?

나는 금방 고개를 이리저리 저었다.

저렇게 출혈이 심하게 났는데, 내가 괜히 몸을 압박하게 되면 더 큰 출혈로 사고가 날 수 있었다.

그럼 어쩌지?

그때. 온 얼굴이 피로 도배가 된 남자가 씩 웃었다.

새빨간 피가 이마에서 볼을 타고 입을 타며 목으로 주르륵 흘러내렸다.

섬뜩하기 끝이 없는 모습으로 남자가 중얼거렸다.

“어때? 맘에 들어? 더 기가 막힌 거 보여줄까?”

남자는 눈이 순간 희번덕거렸다.

곧이어 입을 크게 벌리더니 혓바닥을 길게 내뺐다.

나는 그 뒤에 이어질 행동을 짐작했다.

설마?

나는 반사적으로 남자의 입에 네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웁! 으그그그엑.”

“이런 미친! 도대체 산 사람 몸으로 뭐하는 짓이냐고오오오!”

그래도 다행이다 싶어 안심하려는 순간.

우드드득.

“와아아아아악 시버어어어얼!”

남자가 내 손가락을 있는 힘껏 깨물었다.

나는 마치 뼈가 으스러지는듯한 소리와 함께 본능적으로 남자의 턱을 후려쳐버렸다.

퍽!

철퍼덕!

- ?

- 방금 뭐가 지나간 것 같은데

- 남자가 연우 손가락 깨물었어!

- 미친. 뼈 으스러지는 소리 들렸는데 지금

- 시발. 저 미친놈 지금 혀 깨물어서 자살하려고 했던 거 아님?

- 와. 이거 리얼이지?

- 그래서? 어떻게 된 건데?

- 연우가 본능적으로 턱 후려친 것 같은 느낌

- 시발. 빨라서 못 봤어

- 남자 맞고 나서 흰자 보이더니 갑자기 화면에서 사라짐

- 죽은 건가?

- 시발. 그럼 연우 범죄자 된 거임?

나는 이빨에 깨물려 극심한 고통이 전해지는 손을 꽉 쥐었다.

손에 전기가 흐르듯 찌릿찌릿하다.

시벌. 하마터면 정말 손가락이 잘릴 뻔했네.

“으으으! 형님들. 이 사람 괜찮아요. 그냥 잠깐 기절했을 뿐이에요.”

난 곧장 바닥에 힘없이 쓰러져 있는 남자를 카메라로 비추었다.

그런데, 남자가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다.

나는 그 말을 자세히 듣기 위해 몸을 가까이했다.

“반야용선 내여 보네 염불중생 접인할제 팔보살이 호위하고 인로보살 노를 저어 제천음악 가진풍류···”

순간, 나는 몸을 움찔거렸다.

뭐야 이 사람?

내가 전에 중얼거렸던 그 불경을 외우고 있는데?

“혀, 형님들? 이 사람 지금 불경을··· 외우고 있는데요?”

머릿속이 혼란스럽다.

아니, 이 남자 몸에 담겨있던 영가가 그저 일반인이 아니었던 건가?

어쩐지 시벌···

띵동.

[ 하나도안무서워오늘은엄마랑자야지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야. 손가락은 괜찮냐? 네 몸에서 피 흐르는 건 처음 보는 것 같은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괜찮아요 형님들. 이 정도야 뭐··· 그나저나 진짜 골치 아픈 영가네요. 이렇게까지 심하게 자학할 줄은 몰랐는데···”

깊은 한숨이 절로 나온다.

지금에야 운 좋게 남자의 행동을 저지하긴 했지만.

사람을 대하는 태도도 그렇고 기운을 보아하니, 정신이 들게 되면 또다시 난리를 피울 것 같은 느낌이다.

아니. 무조건 그럴 것이다.

- 헐? 연우 손가락에서 피가

- ㅅㅂ 그래. 아까 물려서 뼈 으스러지는 소리 났는데

- 그냥 피부만 좀 찢어진 건가?

- 다행이네 그래도. 와. 역대급이네. 저 사람.

- 유일하게 연우 몸에 피 낸 사람임.

- 저 남자 살아있는 게 다행이다.

- 인정. 연우가 성격이 조금만 괴팍했어도 쟨 지금 저승사자 앞에서 번호표 받고 대기하고 있을 듯.

- 근데 이제 어떡하냐?

- 빙의는 다 해결된 거야?

나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니요. 빙의를 해결해야 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안 오네요.”

내가 무슨 무당도 아니고 말이지.

이럴 때면 정말 선녀보살님이 가진 그 능력이 부럽다니까···

그 순간.

머릿속에 전기가 찌릿하며 흘렀다.

나는 곧장 내 두 다리. 아니. 두 다리 사이로 시선을 돌렸다.

시벌! 맞다. 선녀보살님이 주신 부적이 있지!

“어? 형님들. 잠시만요.”

남자가 움찔거렸다.

잠시나마 기절시켰던 것이 이제 회복되어 가는 것 같았다.

나는 서둘러 손을 빠르게 움직였다.

속옷에 있는 부적을 떼내어 이리저리 폈다.

그리고 순간, 머리를 굴렸다.

선녀보살님은 도대체 이걸 어떻게 사용하라고 나에게 주신 걸까.

수많은 생각을 했지만, 머릿속에 이렇다 할 방법은 떠오르지 않았다.

“시벌 어떻게 해야 되지. 도대체 어떻게 해야 되지?”

그렇게 한참을 중얼거렸을까.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는 남자를 보며 나는 몹시 다급해졌다.

난 곧장 남자의 한 부위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래. 용도는 몰라도 기운이 깃든 부적을 저 사람 안에···

그럼 분명 효과가 있을 것 같았다.

이를 악 문 나는 감춰두었던 그 부적을 남자의 입에 쑤셔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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