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녀보살님의 추천 장소. 5
쓴웃음이 절로 나온다.
사실을 부정하듯 고개를 세차게 흔들어봤지만.
다시 맡아봐도 이 익숙한 냄새는 귀목산의 무덤.
그곳에서 맡았던 냄새와 똑같았다.
“하··· 형님들. 아무리 맡아봐도 이 냄새··· 귀목산의 무덤에서 맡았던 냄새랑 똑같은 것 같은데···”
띵동.
[ 하나도안무서워오늘은엄마랑자야지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레알? 그럼 진짜 주위에 시체가 있다는 거야?
머릿속이 혼란스럽다.
믿고 싶지 않다.
아니, 믿을 수가 없었다.
선녀보살님이 직접 추천해 준 장소라고···
그런데 이런 곳에 시체가 있다고?
순간, 내 몸이 반사적으로 움직여 입구 쪽으로 향했다.
“이, 이건 아닌 것 같아요.”
띵동.
[ 뒤돌아보지마라탕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그 냄새 따라가면 30만 원.
입구 쪽으로 걸음을 옮기던 내가 그대로 동그라미를 그리며 제자리로 돌아왔다.
곧이어 카메라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형님.”
- ?
- 아주 자연스러웠다.
- 방금 이건 아닌 것 같다고 하면서 나가려고 한 거 아님?
- 후원이 그 발걸음을 돌림.
- 여윽시 돈미새 녀석.
- 저것도 다 연기라니까.
- 근데 나 같아도 기겁하겠다. 옆에 시체 썩는 냄새나면
- 게다가 쟤는 그 냄새를 전에 맡아봤다며?
- 그럼 진짜 몸서리 칠만 하지.
- 어휴··· 그 냄새 상상하기도 싫다.
순간, 나는 집중했다.
곧장 냄새가 흘러오는 곳을 찾기 시작했다.
“자, 잠시 만요 형님들···”
몸에 남아 있던 숨을 다 뱉어냈고, 곧이어 새로운 숨을 들이마셨다.
“후우··· 스읍.”
꽉 막힌 구조라 그런지 통풍이 원활하게 되지 않아, 냄새가 잘 구분되지 않는다.
나는 다시 한번 코를 높이 들고, 개처럼 킁킁대기를 반복했다.
“이게 대체 어디서 나는 냄새지?”
신기하게도 화재로 인한 냄새는 깔끔하게 사라져있었다.
그저 쾨쾨하면서도 꿉꿉한 곰팡이 냄새와 섞여 아주 불쾌한 냄새만 남아 있었다.
나는 이리저리 고개를 살펴보다 바닥에 굳어 있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사방에 흩어져 있는 자국들.
이미 오래되어 까맣게 변색이 되어있었지만, 꺼림칙한 자국들이었다.
“어? 시벌··· 이거 설마 피, 핏자국인가?”
- 시벌. 브라더. 이게 뭔 자국이래
- 선녀보살이 연우를 위해 이벤트 준비 한 건가
- 에이, 선녀보살도 다 알고 보낸 건 아닌 것 같던데 뭘
- 그치. 아무리 무당이라도 그건 선 넘었지.
- ㅇㅇ 신도 아니고ㅋㅋ
- 그냥 신령님이 이쪽으로 가라고 해서 알려만 준 거 아님?
- 그런 듯. 근데 저거 진짜 핏자국인가?
- 그럼 설마 여기서 사건사고가 일어났나?
- 아니, 아직 확실하지도 않은데 확신 그만 하셈.
- 인정. 오바 하지들 마셈.
띵동.
[ 명란젓코난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내가 봤을 땐 무조건 살인사건이다 이거.
나는 울리는 후원창에 온갖 인상을 다 찌푸리며 대답했다.
“아니, 형님 무슨 그런 끔찍한 소리를 하십니까! 그런 말 하지 마십쇼. 진짜 말이 씨가 될지도 모르잖아요.”
띵동.
[ 명란젓코난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실로 대담한 놈이다. 사람이 오다닐 수 있는 이런 곳에서 살인을 하고 혈흔을 지우지도 않았다라···
괜한 시청자의 말 때문에 공포감이 조성된다.
나는 수차례 눈을 껌뻑이며 중얼거렸다.
“시벌··· 진짜 그런 건가?”
띵동.
[ 명란젓코난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내 말이 200% 맞다니까. 냄새 맡아 봐라. 시간이 지났어도 피 냄새는 진해서 남아 있을 거다.
마른침을 꿀꺽 삼킨 나는 핏자국으로 보이는 그곳에 조심스럽게 코를 갖다 댔다.
킁킁.
나는 온갖 인상을 찌푸리며 기겁하듯 바닥에서 코를 떼냈다.
“웁! 시벌! 이 냄새···”
띵동.
[ 명란젓코난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내 말이 맞지?
“아니요. 웩! 시벌. 이거 웬 똥 냄새가··· 우웩!”
- 갑분똥?
- 누가 신성한 대웅전에 똥을 싸놨어?
- 똥의 주인이 범인인가?
- ㅅㅂ 대담한 놈이네
- 에이 미친. 똥은 아니겠지.
- 연우가 저거 찍어 먹어봤으면 레전드인데
- 하··· 아쉽다. 미션으로 줄걸.
- 쟤가 아무리 돈미새라지만 그건 좀···
- 아니다. 후원 주면 똥도 찍어 먹을 놈이긴 해.
나는 연달아 헛구역질을 하며 중얼거렸다.
“우웨에에엑 시벌. 하마터면 맛볼 뻔했네···”
그 순간.
문득 꺼림칙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헛구역질을 멈추고 곰곰이 생각하다 시청자들에게 중얼거렸다.
“그런데 형님들··· 좀 이상하지 않아요?”
띵동.
[ 하나도안무서워오늘은엄마랑자야지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뭐가? 바닥에 똥 냄새가?
나는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며 대답했다.
“아뇨. 이곳에 온 지 한참 됐는데, 아까 3단계 한 번 반응오고 별 다른 반응이 없어요. 여태 폐가나 흉가에서 보고 들었던 그 흔한 현상도.”
띵동.
[ 하울의무빙이오지는성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어? 그러고 보니까 그러네. 뭐지? 말만 그렇지. 귀신이 없는 거 아냐?
이것도 이 컨텐츠를 하면서 겪는 쓸데없는 걱정이랄까.
오히려 심령현상이 없으니 괜스레 불안해져온다.
그때.
끼이이이. 쾅!
“워어어어! 시벌 뭐야?”
말하기가 무섭게 입구 문이 제멋대로 닫혀버렸다.
나는 갑자기 닫혀버린 입구 문을 보며 벙쪘다.
바람 따위에 닫힌 것이 아니었다.
사람이 물리적인 힘을 가해야 나올 만한 굉음이었다.
시벌··· 말하자마자 닫히는 건 도대체 뭐야?
여태 주위에서 나를 몰래 지켜보고 있기라도 했다는 걸까.
괜한 잡생각에 나는 숨죽이고 닫힌 입구 문을 빤히 바라봤다.
그런데···
끼이이이-
이번에는 대웅전 안쪽에 위치하고 있던 문이 스스로 열렸다.
나는 마른침을 삼킬 여유도 없이 이번엔 왼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시, 시벌. 도대체 뭔데···”
왼쪽에 위치해 있던 방.
그 문이 열리자 방금까지 맡아왔던 기분 나쁜 냄새가 더욱 진하게 흘러 들어온다.
“웁. 이 냄새! 저기서 냄새가 엄청 풍겨 와요 형님들···”
- 헐. 방금 문 혼자 열린 거?
- 입구 문도 지 혼자 닫힌 것 같은데
- 아우. 개 깜짝 놀라서 방귀 점프 뛰었다.
- 하. 방심하고 있었다. 살짝 지린 것 같아.
- 갑자기 이런 현상이 나타날지 몰랐네 시발.
- 뭐야? 누가 닫은 거 아냐?
- 방금 사람이 발로 찬 것처럼 겁나 세게 닫힌 것 같은데
- ㄴㄴ 혼자 닫힌 것 같음.
- ㅅㅂ 뭐지 도대체
- 야. 일단 거기 한번 탐색해 보자.
어차피 눈으로 확인해야겠지만, 뭔가 꺼림칙하다.
저 앞에 진짜 이 썩은 냄새의 정체가 있을 것만 같다고!
내 눈으로 시체를 마주한다면 기겁하는 것도 모자라 아주 기절해버릴 것 같은데···
그러면서도 내 몸은 자동적으로 그곳으로 향했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온다.
매일 방문하는 곳이라도 언제나 처음과 같은 공포를 선사하는 곳이 이 컨텐츠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나는 조심스럽게 한 발짝 한 발짝···
문이 열린 곳으로 다가가 몸을 억지로 욱여넣었다.
그런데···
“하··· 시벌. 이러지 마 제발. 뭔데 이거는···”
내 입에선 자동적으로 하소연이 튀어나왔다.
눈앞에 목재로 만들어 놓은 듯한 기다란 상자 하나가 보인다.
사람이 들어갈 만한 충분한 사이즈로 만들어 놓은 것 같았는데 그 모습이 마치 내가 전에 봤던 그 무언가와 굉장히 닮아있었다.
내 심장이 어찌나 크게 뛰는지 그 소리가 귀에 들리는 것만 같다.
저 문을 내 손으로 열어야 할 것이라는 걸 알기에 호흡도 가빠져온다.
“이, 이건 아니에요 형님들. 저거··· 관이에요 관!”
띵동.
[ 하나도안무서워오늘은엄마랑자야지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야. 이런 데에 관이 왜 있어. 그냥 모양만 비슷한 거 아냐?
나는 코까지 틀어막으며 소리쳤다.
“형님들. 제가 아까부터 고약한 냄새가 난다고 했죠? 지금 저 상자 안에서 강하게 뿜어져 나오고 있다고요.”
- 헐. 그럼 진짠가?
- 야. 생긴 것도 완전히 사람 묻는 관이랑 똑같이 생겼는데?
- 아냐. 잘 보면 조금 어설프게 생겼잖아.
- 그러네. 모서리 부분에 마감질이 제대로 안 돼있는 거 보니까 사람이 만들었네
- 근데 그게 왜 이 산속에 있는 건데?
- 그건 모르지.
- 일단 살인은 아니야.
- 어째서?
- 너 같으면 범인이 살인하고 관까지 만들어서 넣어놨겠냐?
- 시발. 그런 친절한 범인이 있을지도 모르잖아.
- 그, 그런가?
- 야. 너네들 닥쳐라.
나는 온갖 인상을 찌푸리며 상자를 쳐다보았다.
기분 탓인지 몰라도 상자가 괜스레 들썩이는 것도 같았다.
덜그럭. 덜그럭.
아니야. 이건 아니야.
띵동.
[ 버뮤다삼각팬티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후다닥 열어보자.
난 조심스레 손을 내밀었다가 다시 쏙 뺐다.
곧이어 반사적으로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뒷걸음질까지 쳤다.
“아, 안 되겠어요. 저 도저히 못 열겠어요 형님들.”
띵동.
[ 뒤돌아보지마라탕 님이 30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빨리 열어.
“에라이 시벌!”
드르르륵.
난 금빛섬광과 같은 속도로 상자의 뚜껑을 열어젖혔다.
그런데···
“······”
나는 상자를 열어보자마자 충격에 휩싸였다.
놀랍게도 상자 안에는 시체가 아닌 동물의 사체가 싸늘하게 누워있었다.
더 충격적인 건 동물의 생김새가 낯설지 않았다.
머리가 새하얗게 변한 그 와중에도 나는 동물의 사체를 유심히 살피며 중얼거렸다.
“형님들. 얘··· 아까 사라졌던 순돌이잖아요···”
이게 대체 무슨 일일까.
불과 한 시간도 안 되는 시간 전에 내가 말린 명태와 물을 주었던 개였다.
근데 그 짧은 시간에 어떻게 죽었으며, 이 상자 안에는 대체 어떻게 들어와 누워있는 거지?
상자 문은 도대체 누가 닫아준 거냐고···
- 야? 이거 아까 개 맞지?
- 와아아아 씨발. 뭐야? 나 온몸에 소름 돋았어
- 뭐지? 이게 가능한 거야?
- 죽은 지 한참 된 것 같지 않아?
- 지금 날씨에 이렇게까지 부패가 심하게 됐다는 건 한참 전에 죽은 듯
- 그럼 아까 연우한테 왔던 건 뭔데?
- 개도 귀신이 될 수 있나?
- 글쎄. 나도 그게 미스터리네
- ㅅㅂ 사람도 모자라서 이젠 개까지 귀신이
도무지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나는 한참을 말을 잇지 못했다.
순돌이가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지만, 죽은 사체의 목에는 정확하게 순돌이라는 이름이 걸려있었다.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뭐, 뭐야··· 시벌. 나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귀신에 홀리기라도 했다는 거야?”
나는 셀프로 내 뺨도 때리고, 꼬집어도 봤다.
소름 끼칠 정도로 몸에 전해지는 감각이 뚜렷했다.
눈을 꽉 감았다가 다시 들여다봐도 순돌이는 죽은 채로 싸늘하게 누워있었다.
띵동.
[ 모르는개산책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이야? 해명. 아니. 설명 좀.
무슨 이유인지 나는 서있는 위치에서 이리저리 주위를 살폈다.
이 문을 대체 누가 열었으며, 뭐 때문에 이 상자가 여기에 있는지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그 순간.
쿵. 툭. 탁!
그으으으륵.
불상 옆에 놓여 있었던 초가 자기 멋대로 쓰러졌고, 천장에 달려 있던 연등이 스스로 떨어졌다.
“워어어어! 시발! 잘못했습니다!”
- 아우씨 깜짝이야
- 갑자기 뭐야?
- 깜짝 이벤트야 뭐야. 왜 말하자마자 그러는 건데
- 이 와중에 연등 계속 흔들리고 있는 거 보임?
- 헐. ㅅㅂ 귀신 매달려 있는 거 아니냐
- 와. 이 새벽에 저기 혼자 있으면 진짜 거품 물겠다
- 연우 쟤 지금 거품 물기 직전 같은데
갑작스러운 현상에 온몸에 소름이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때였다.
사방을 둘러보던 내 눈은 까맣게 암흑이 드리워진 구석에서 나를 째려보고 있는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다.
온몸에 솜털이 곤두서버렸다.
사람? 아니, 귀신인가?
조심스럽게 EMF 측정기를 들어 확인해 보지만, 믿기 힘들게도 4단계를 왔다 갔다 거리고 있었다.
난 덜덜 떨리는 손으로 그 구석을 가리키며 중얼거렸다.
“혀, 형님들. 저기···”
이 새벽에 산속 조용한 폐가에서 숨어있던 누군가와 눈이 마주치는 기분을 누가 알까.
그저 사고가 정지된 채로 난 멍하니 그 눈을 뚫어지게 마주 보았다.
그 순간.
구석의 그 정체 모를 무언가가 나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오기 시작했다.
터벅. 터벅. 터벅. 터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