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 돈미새-192화 (192/225)

어느 유명 여캠의 사연. 10

지금 뭐라고 한 거야?

그 사람을 안다고···?

나는 한참을 멍 때리다, 뒤늦게 눈을 가늘게 뜨며 의심하듯 물었다.

“혀, 형님. 그 사람을 아신다고요? 에이 형님. 거짓말이죠···? 이제 그런 거 안 속습니다.”

한두 번 속냐.

이래 봬도 이제 60만이나 되는 구독자를 가진 유트버라고.

그런 얄팍한 거짓말 따위···

한 쪽 입꼬리를 올려 믿지 않는다는 듯 입을 삐죽대면서도 내심 기대했다.

진짜였으면 좋겠다. 나 힘들어···

띵동.

[ 소잃고뇌약간고치기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미친··· 나 농담하는 거 아냐. 아무리 봐도 우리 동네 사람 같다고!

그 대답에 나는 눈을 껌뻑거렸다.

시벌··· 설마 진짠가?

말이 안 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싶어 그린 그림이었다.

고작해봐야 시청자 수도 3천 명.

5천만 명이 사는 넓은 땅덩어리에서.

그것도 내 방송을 지켜보는 사람 중 범인을 알고 있을 확률이 몇이나 될까.

갑자기 나도 모르게 소름이 다시 차오른다.

게다가 지금 홍보한 지 10분도 안 돼서 찾아버린 거라고···

“지, 진짜라고요 그럼? 시벌! 우워어어어어! 미쳤다리! 형님 거기 어딥니까. 지금 제가 당장···”

띵동.

[ 소잃고뇌약간고치기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근데 그 사람 반 년 전부터 갑자기 안 보이던데···

“엥?”

너무 황당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얼굴을 찌그러트렸다.

뭔 소리야 이건 또.

갑자기 안 보인다니.

뭐 이사라도 갔다는 얘기야?

- ㅋㅋ 연우 표정 보소

- 천국과 지옥의 경계선에서 발만 왔다 갔다 하는 느낌?

- 한국판 짐캐리

- 근데 진짜 저건 뭔 소리냐? 잡혀 들어갔다니

- 그럼 결국 연우가 그린 이놈이 진짜 범인이었다는 말이 되는 거네?

- 쟨 도대체 뭐야?

- 미친놈인가 진짜?

- 시벌. 귀신 땜에 소름 돋고 저놈 보고 소름이 또 돋았어

- 염라대왕도 연우 정체를 알까?

- 그나저나 그 가발 계속 쓰고 있을 거냐

띵동.

[ 소잃고뇌약간고치기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진짜야. 레알. 이름도 방현수! 저 얼굴 내가 아는 얼굴이 확실해.

“아니, 형님. 그래도 결국, 그 사람이 거기에 없으면 의미가 없는 거잖아요···”

내 방송 역대급 시청자 수.

3천 명이 보고 있다.

영가와의 약속을 얼렁뚱땅 넘기기에는 내 양심도 허락지 않는다.

당장 그곳을 찾아가서 단서될거라도 찾아 봐야겠다는 마음으로 난 중얼거렸다.

“형님. 일단 주소 불러주세요. 제가 가볼게요.”

띵동.

[ 소잃고뇌약간고치기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아니. 기다려 봐.

택배 쌓여 있는 걸 보면 이사는 안 간 것 같은데, 어디 장기 출장이라도 간 건가?

띵동.

[ 명란젓코난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시벌. 나를 찬양하라! 내가 기사를 찾았도다! 근데··· 이게 맞다면 생각보다 내용이 더 충격적인데?

잠시 후.

어리둥절해있는 나에게 애청자가 기사 하나를 보내주었다.

나는 애청자가 보내준 기사를 받아 서둘러 터치했다,

뉴스 영상이었는데 여자 앵커가 기사를 보도하는 장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 1월 2일. 공포, 엽기 영화를 연상시키는 충격적인 범죄 사건이 있었는데요. 조사 결과, B씨 (30) 는 시신을 처리하고 여러 가지 업무를 하는 장의사로 일을 하며, 시신의 몸을 희롱, 훼손한 것이 적발되어 체포됐다고 합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렇게 훼손된 시신이 이십 구가 넘으며 B씨가 가지고 다니는 가방에는 수많은 여성용품. 립스틱, 메니큐어, 속옷 등등이 발견되었습니다. 평소 B씨에 몸에 남아있는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린 직장 동료의 제보가 체포의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였으며, 이로써 B씨는 형법 제159조(사체 등의 오욕) 사체, 유골 또는 유발을 오욕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

내가 보았던 그 기억과 똑같은 범죄가 적혀있는 기사를 보며 나는 입을 떡하니 벌렸다.

반 년 전 기사.

게다가 기사에 쓰여있는 B 씨라는 단서와 내용들.

전부 정확하게 일치했다.

나는 곧이어 벙찐 표정으로 카메라를 빤히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오오 시벌! 정확한 것 같은데요 형님들? 이 사람 맞는 것 같아요.”

이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까.

꽉 막힌 속이 소화제로 싹 내려가는 느낌?

아니야 시벌.

이건 초 특급 스페셜 관장약이라도 쑤셔 넣어 영혼까지 몽땅 다 빠져나온 느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환희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제가 이런 사람입니다아아 하하하하하하! 보셨죠 형님들!”

- 와. 개 소름이네.

- 진짜 이런 사건이 있었어···

- 저걸 찾은 시청자도 대단하다.

- 솔직히 반신반의했는데, 진짜 미쳤다.

- 대박이다. 시간도 딱 반년 전이야.

- 워낙 흉흉한 사건들이 많으니 노출이 제대로 안 되었나 봄.

- 레전드다. 이야. 이거 오늘 방송 소름이 멈추질 않네

- 나 지금 돋은 소름이 알 까고 터져 나오려고 함

- 그게 가능?

- 그나저나 너 가발 이제 벗으면 안 되냐고 시벌.

나는 뒤늦게 뒤집어쓴 가발을 다시 상자에 내려놓았다.

훈훈한 영화를 보면 주인공이 항상 마지막에 이런 대사를 하지 않았던가.

잔뜩 분위기를 잡은 나는 가발을 보며 중얼거렸다.

“다행히 나쁜 놈이 일찍 잡혀서 처벌을 받고 있네요. 이제 마음 놓고 편히 쉬셔도 될 것 같습니다.”

그 순간.

조용히 침묵을 지키고 있던 고스트 박스가 순간 음성을 뱉어냈다.

[ 치지지지익- 고 치지지지익- 마 치지지지지익- 워 ]

“워어어어 시벌!”

“꺄아아악! 뭐야.”

몸이 흠칫 놀라 잠시 벙찐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다시 웃으며 어딘가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띵동.

[ 하나도안무서워오늘은엄마랑자야지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야 뭐야 시벌? 거기에 그 귀신 서있어? 너 누구한테 고개를 끄덕이는 거야?

나는 눈을 껌뻑거리며 대답했다.

“아뇨. 그냥 안 보여서 아무 데나 보고 끄덕인 건데···”

그나저나 이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다.

새로 얻은 능력들 때문일까.

그동안은 시청자들에게 항상 거짓말쟁이라는 표식어를 달고 놀림당했지만.

하나씩 하나씩 내게 붙어 있는 그 표식어를 어렵게 떼내며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있다.

방송이 힘들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이 방송을 계속 유지하는 건, 배 이상으로 되돌아오는 이런 보람이 있기 때문인 것 같았다.

나는 카메라를 상자가 있던 곳에 세워두고 앞에서 큰절을 올렸다.

“형님들. 굉장히 어렵게 끝났을 수도 있는 사건. 아니 방송이었는데, 형님들 덕분에 쉽게 마무리됐네요. 진짜 감사합니다.”

- 야. 지금 우리 제사상에 올려놓은 거 아니지?

- ㅅㅂ 과일 보이는 것 보니까 맞는 것 같은데

- 또, 또 절 두 번 한다. 개색갸!

- 그 와중에 사건이라네.

- 형사 다 됐네.

- 뭔가 아쉽긴 하다.

- 범인 새끼 잡으러 다니는 게 한 편으론 개꿀잼인데

- 그러니까 다음엔 공개수배된 놈 함 잡으러 가자니까?

- 후원이 아니라 현상금을 함 노려보자고 새꺄

- 눈이 뒤집어질 것도 같은데 저놈.

- 그래도 뭔가 훈훈하네

- 사이다 한 병 다 들이마신 느낌이다

- 그나저나 하루양 연우한테 반한 거 아니냐. 아까부터 넘 뚫어지게 쳐다보네

- 하루양 넌 안 돼 인마. 아린이 제로투가 훨씬 더 매력적이었어.

옆에서 말없이 나를 빤히 쳐다보던 하루양이 내게 중얼거렸다.

“연우 님. 혹시 여자친구 있으세요? 제가 아는 동생이 있는데 진짜 예쁘게 생겼거든요.”

나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네. 있습니다.”

띵동.

[ 안토니오밥다됐쓰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저는 어떤가요?

띵동.

[ 최양을피하는방법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조심스레 줄 서봅니다.

하루양이 아쉽다는 듯, 표정을 찡그렸다.

“아쉽네요. 그 동생 적어도 한 달에 1억은 후원받는 여캠인데···”

순간, 후원과 1억이라는 소리에 멈칫했지만, 나는 이내 평정심을 유지했다.

그리고 곧장 주위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후원, 아니 마음만 받겠습니다. 엄마가 여캠은 믿는 거 아니라고... 크흠. 이제 정리를 좀 할까요?”

“두세요. 저희가 할게요.”

“아니에요. 같이 어지럽혔는데 같이 치워야죠.”

- 크. 멋있네. 우리 연우.

- 후원 소리에 흠칫한 것 같은데

- 유일하게 반응하는 소리임

- 발작 버튼이기도 하지.

- 자기가 부숴버리고 자기가 치우는 팔자라니.

- 문고리는 지금 생각해도 소름 끼치네 시벌 ㅋㅋ

- 오늘 하루도 스펙터클했다 진짜.

- 근데 하루양 괜찮나?

- 자기가 지금 판다인지 모르는 거 같은데

- 좀 있다가 난리 날 듯

그렇게 나는 하루양의 집에서 모든 정리를 같이 도와준 후.

현관 앞으로 나왔다.

마지막으로 감사하다고 고개를 푹 숙여대는 하루양과 하루양의 지인에게 얘기했다.

“아무쪼록 제가 말씀드린 거 꼭 명심하시고, 앞으로 대박 나시기를 빌겠습니다.”

“연우 님도요.”

“감사합니다.”

나는 고개를 돌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다시 고개를 돌려 하루양에게 말을 건넸다.

“아차, 오늘 방송이 괜찮으셨다면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

띵동.

[ 하나도안무서워오늘은엄마랑자야지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그건 시청자한테 해야 할 소리 아니냐. 미친 ㅋㅋ

띵동.

[ 귀신빤스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멍하니 있다가 빵 터졌네. 미친놈인가 이거

잠시 후.

집 안으로 들어간 하루양이 괴성을 질러대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밖으로 나왔다.

[ 꺄아아아악! 뭐야! 내 얼굴 왜 이래! 오빠! 얘기를 해줬어야지. 나 이러고 방송한 거야? ]

[ 아니, 나도 너무 놀라가지고 그런 거 신경 쓸 겨를이··· ]

[ 아 진짜 미치겠네! 이게 뭐야 판다도 아니고! ]

현재 시간 5: 14분.

현재 시청자 수 2184명.

방송이 마무리가 되어가자, 시청자가 많이 줄었다.

그래도 새벽 5시 치고는 정말 엄청난 숫자였다.

나는 고마운 시청자들에게 마지막으로 인사를 건넸다.

“하··· 형님들. 진짜 힘드네요. 얼른 집에 가서 쉬어야겠어요.”

- 연우 고생했지.

- 마지막 하루양 소리 지르는 거까지 담아내는 너의 모습 소름이었다.

- 방송 천재.

- 이제 다음은 어디로 갈 거냐?

- MAX를 이렇게 혼자 이겨냈으니 어디든 가능?

- 나머지 3대 흉가라도 갈까?

- 쟤 거품 물 듯.

- 일단 좀 쉬게 하고 빡세게 굴리자고 여러분.

띵동.

[ 하나도안무서워오늘은엄마랑자야지 님이 5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고생했다야. 이거 택시비 해.

“와우! 감사합니다 형님!”

나는 마지막까지 챙겨주는 시청자 덕분에 쓰러지기 전에 집에 도착했다.

시청자들에게는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방송을 종료했고.

간단하게 씻고 누워 오늘을 회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하··· 진짜 가발 하나 때문에 내가 오늘 얼마나 고생을 한 건지···”

그런데.

말을 내뱉던 나는 문득 무언가가 떠올라 바닥에서 박차고 일어났다.

“아 시벌! 가발 놓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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