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 돈미새-190화 (190/225)

어느 유명 여캠의 사연. 8

쾅! 쾅쾅!

집 안에 벼락치는 듯한 굉음이 울려 퍼진다.

내 드롭킥에 멀쩡하게 달려있던 문고리가 장난감 부서지듯, 개박살이 나버렸다.

나는 서둘러 창고 문을 열며 소리쳤다.

“편집자 님!”

- 와. 무슨 천둥치는 소리가 들리냐

- 이 정도면 윗집, 아랫집에서 전쟁 난 줄 알고 집 밖에 뛰쳐나가겠는데

- 인정. 이어폰으로 듣고 있다가 놀라서 공중 점프 뜀

- 저 킥 맞으면 1초 만에 즉사할 자신 있다

- ㅅㅂ 쇠 문고리가 저렇게 쉽게 부서지는 거였던가

- 그 와중에 저놈 머리 쓴 거지?

- 수리비 절감을 위해 정확히 문고리를 겨냥한 듯

- 기가 막히는 센스쟁이

- ㅎㄷㄷ 돈미새

닫혔던 문이 열리자 구석에 웅크리고 뒤돌아 있는 편집자가 보인다.

도대체 이 안에서 뭘 한 거야?

머리를 얼마나 심하게 쥐어뜯었는지, 사방에 떨어져 있는 머리카락이 눈에 훤히 보인다.

“편집자 님. 괜찮으세요?”

“오빠!”

“#$#$!$!$#[email protected]#!···”

나는 조심스럽게 편집자의 등을 돌렸다.

그런데···

“워어어어! 시벌!”

편집자의 눈이 완전히 뒤집혀있다.

흰 자만 보인 채, 입에 침까지 질질 흘리며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

“네? 뭐, 뭐라고요? 그나저나 괜찮으시냐고요!”

아무리 불러도 반응이 없자, 나는 편집자가 보고 있던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시선을 뿌렸다.

“와아아악! 시발! 이거 왜 여기 걸려 있어?”

편집자가 향해 있던 시선 쪽에는 아까 편집자가 찢었던 가발이 벽에 걸려져 있었다.

이젠 도저히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된 채로.

뭐야 시벌.

저 가발에다 뭐라고 얘기하고 있는 건가···

“!!#$%@$%.”

나는 계속해서 가발 쪽을 향해 무언가를 중얼거리는 편집자의 말을 자세히 듣기 위해 귀를 가져다 댔다.

“내 머리··· 내 머리 돌려놔··· 죽일 거야. 죽일 거야··· 모두 다 찢어 죽일 거야···”

“······”

순간, 내 몸이 멈칫거렸다.

편집자의 몸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시, 시벌.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대체.

빙의라도 된 건가?

상태가 더 나빠지지 말라고 제발.

- 뭐야?

- 시발. 이거 여자 목소리 아냐?

- 저런 짐승 같은 몸에서 어떻게 여자 목소리가 나와?

- 원래 여자였나

- 미친. 턱수염 나는 여자도 있냐

- 이거 뭐 빙의라도 된 거 같은데

- 와. 진짜 개 소름 끼치네.

- 빙의를 한 두번 본 것도 아닌데 목소리까지 변한 걸 보니 존나 섬뜩하다

- 진짜 역대급 방송이네.

- 아니. 연우 저놈은 왜 항상 사건사고를 달고 다니는 건데?

- 나도 진짜 그게 의문이다.

난생처음 보는 그 모습에 하루양이 울먹이듯 뒤에서 하소연하기 시작했다.

“연우 님. 우리 오빠 왜 그래요? 네? 도대체 왜 그래요··· 나 무서워. 이제 그만해주세요. 제발···”

하. 이러다가 진짜 괜히 사람이라도 공격한다면 상황이 더 심각해질 것 같은데.

그때.

그 생각이 씨가 되었을까.

하루양의 말이 끝나자마자 편집자의 눈이 매섭게 변했다.

갑자기 고개를 홱 젖혀 하루양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

아니, 정확하게는 하루양의 긴 머리를 노려보고 짐승 같은 소리를 내며 그대로 달려들었다.

“끄으으아아아아아아!”

“꺄아아아악!”

순식간이었다.

몸놀림이 어찌나 짐승같이 빠른지 옆으로 스쳐 지나가는 편집자를 막을 수 없었다.

우드득. 우드드득.

“꺄아아아악! 오빠! 아파! 아악! 살려주세요 연우 님!”

“워어어어! 시발! 뭐야!”

편집자가 하루양을 바닥에 눕히고, 머리를 사정없이 잡아 뜯기 시작했다.

어찌나 세게 잡아 뜯는지, 그 소리가 고스란히 귀를 타고 흘러 들어온다.

성인 남자가 여성의 머리를 잡아 뜯는데 머리가 멀쩡할 리 있을까.

불과 10초도 안 되어 하루양의 머리가 한 움큼씩 이리저리 바닥에 떨어졌다.

옆에 있던 하루양의 지인이 편집자의 얼굴을 때리고 몸을 뜯어말려보지만, 도저히 그 힘을 감당할 수 없는 것 같았다.

나는 다급하게 소리쳤다.

“비, 비켜보세요!”

가방에서 재료들을 꺼냈고, 천일염과 팥을 편집자의 얼굴과 등에 마구 뿌려댔다.

파바바박!

하지만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조금의 반응조차 하지 않았다.

- 커헉. 연우 팥 싸대기 소리 보소

- 주먹만 한 우박 떨어지는 소리 비슷한데

- 고통이 상당할 것 같다

- 저 정도면 얼굴에 구멍 뚫려야 정상 아님?

- 근데 빙의가 되면 저런 고통을 못 느끼나 봐.

- 그래서 천만다행인거지.

- 인정. 이 정도면 팥으로도 사람이 죽을 것 같은데.

- 그나저나 결혼할 사람 머리 대머리 만들 셈인가

- 도른자네 저거 진짜. 이거 생방송 중인데 나중에 어쩌려고.

- 흥미진진하군.

- 연우야. 이러다 일 나겠다. 어떻게 좀 해봐

마른침이 절로 넘어간다.

아이씨.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이 와중에도 하루양은 머리가 잡아 뜯겨 고통스러운지 비명을 질러댔다.

“아파아아아! 오빠! 피! 피!”

나는 안되겠다 싶어 곧장 편집자의 등 뒤에 붙었다.

“조금만 참으세요!”

나는 전완근과 이두근 안에 편집자의 얼굴을 넣고 삼각형을 이루게 했다.

집게처럼 강하게 조여 경동맥을 차단시켜 기절을 시킬 셈이었다.

편집자가 내 의도를 알아차렸는지, 기가 막히게도 턱을 안으로 집어넣었다.

내 팔이 목 안까지 들어오지 못하게 막을 생각이었다.

그래서 난 남은 한 손으로 가방에 있는 복숭아 나뭇가지를 꺼내 편집자의 등을 세게 후려쳤다.

탁! 탁!

그 순간.

복숭아 나뭇가지 기운 때문인지 편집자의 목이 열렸고.

그 틈을 이용해 나는 완벽하게 경동맥을 조여버렸다.

1초, 2초, 5초···

그제야 편집자의 눈꺼풀이 서서히 잠겨가며 의식을 잃어간다.

털썩!

“헉··· 헉··· 헉···”

땅 아래에 깔려 머리를 잡아 뜯기고 있던 하루양이 그제야 바닥에서 일어났다.

눈 화장이 눈물로 까맣게 범벅이 된 채로 얼굴을 감싸고 울어댔다.

“흑흑흑··· 내 머리··· 어떡해 정말···”

나는 의식을 잃은 편집자를 다시 깨우기 위해 두 다리를 높게 들어주었다.

피가 머리로 쏠리게끔 하여 빠른 회복을 하기 위험이었다.

- 미쳤네. 이게 대체 뭔 상황이야?

- 리어 네이키드 초크···

- 이런 심각한 상황 속에서 그런 기술을?

- 야! 야 인마! 숨 쉬어! 숨!

- 죽은 거 아냐?

- 와. 진짜 깔끔했다. 몇 초 만에 사람을 기절시켜버리네

- 빙의 된 놈을 초크로 기절시켜버리는 연우좌.

- 쟤를 누가 이길 수 있을까?

- 마이클 타이슨이 셀까. 연우가 셀까

- 후원 붙으면 무조건 연우 승.

- 그나저나 어떡하냐 이제

편집자가 숨을 다시 쉬는 걸 확인한 나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시벌 진짜··· 매일매일이 전쟁이네 하···”

진이 다 빠진다.

온몸이 땀으로 도배가 되었다.

도대체 왜 항상 나에게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하루도 조용히 지나가는 일이 없다.

이것도 하늘이 주신 복 중에 하나일까?

불행 중 다행인 건 이 방송을 봐주는 시청자들이 엄청나게 많아졌다는 것이다.

현재 시청자 수 2613명.

띵동.

[ 하루양첫번째남편 님이 5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와. 하루양 보러 왔다가 초크에 감탄하고 갑니다.

띵동.

[ 하루양이세상에서제일예뻐 님이 3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오늘 매 순간이 충격이라 아직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띵동.

[ 하루양에서정연우로갈아탐 님이 7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이 분 혹시 특공대 출신인가요?

후원창이 연달아 울려댔지만, 리액션조차 할 여유가 없었다.

나는 곧장 떨어진 가발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또 무슨 일이 벌어지기 전에 저 가발을 얼른 처리해야 할 것 같았다.

나는 계속해서 울음을 터트리고 있는 하루양을 두고, 그 옆에 있는 지인에게 물었다.

“혹시 여기 조그마한 상자 같은 거 없나요?”

“자, 잠시만요.”

하루양의 지인이 온 방을 돌아다니다 상자 하나를 가져왔다.

“혹시 상이랑 접시 같은 거 있으면 그것도 좀···”

하루양의 지인이 물건들을 가지러 간 사이.

나는 받은 상자 속에다 가발을 냉큼 넣었다.

그리고 상자 겉에 오색 천을 둘둘 감아댔다.

띵동.

[ 하나도안무서워오늘은엄마랑자야지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뭐 하게?

나는 화면으로 고개를 돌려 조심스럽게 중얼거렸다.

“일단 이 상자는 기운을 막기 위해 봉인하는 거라고 보시면 되고요. 상이랑 접시는 원한이 깊은 이 가발 주인을 위해서 제사를 좀 지내주려고요. 안 그럼 계속 사람들을 괴롭힐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요.”

곧이어 하루양의 지인이 가져다준 상과 접시를 차례대로 받았다.

나는 가방에서 꺼낸 과일들을 접시에 예쁘게 담았고.

술과 잔, 그리고 초까지 옆에 세워두고 나는 절을 올리기 위해 천천히 일어났다.

- 워메. 이 새끼 또 술을

- ㅅㅂ 참이슬 오리지널?

- 어린놈이 벌써부터 참맛을···

- 소주잔까지 가지고 다니는 것 보니 제사용이 아닌 것 같은데

- 가지고 다니는 음식도 죄다 술안주 같아

- 과일 안주. 마른안주.

- 그나저나 이제 편집자는 괜찮은 거냐

- 빙의도 연우 초크는 못 당하나봄

난 가발이 담긴 상자를 보며 천천히 절을 두 번 올렸다.

“부디 생전의 기억은 모두 잊어버리시고, 이제 그만 노여움을 푸세요. 좋은 곳으로 가실 수 있게 제가 기도해 드리겠습니다.”

곧이어 깨어난 편집자와 하루양, 하루양의 지인까지.

나는 천천히 인사를 올리게끔 도와주었다.

술잔에 술도 담아 올렸고.

혹시 몰라 담배도 불을 붙여 상에 올려두었다.

놀랍게도 담배는 마치 사람이 피는 것처럼 순식간에 빨려 들어갔다.

스스스슥.

그 모습을 천천히 지켜보며 난 눈까지 감고 진심으로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그 순간.

[ 치지지지익- 방현수 치지지지익- 억울하다 치지지지익- 죽인다 ]

진심 어린 우리의 위로가 전달이 됐던 걸까.

화가 잔뜩 난 것 같았던 분노에 찬 목소리는 어느샌가 울먹이는 듯한 목소리로 바뀌어있었다.

아무리 MAX 반응 수치를 보이는 영가라지만, 생각보다 소통이 되는 것도 같았다.

나는 깊은 원한을 풀어주기 위해 영가와 약속 하듯, 기억 속에서 봤던 그 남자를 떠올리며 말을 이었다.

“그런 나쁜 놈들은 제가 꼭 잡아서 처벌받게 해드리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 치지지지익- 죽인다 치지지지익- 방현수 치지지지익- 약속 ]

띵동.

[ 귀신빤스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뭐야 이거. 진짜 뭐 귀신이랑 대화하는 것 같네

띵동.

[ 네뒤에처녀귀신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레알 신기하네. 어떻게 말이 딱딱 맞지?

마지막 고스트 박스에서 흘러나온 음성을 마지막으로 방 안을 차갑게 둘러졌던 한기도 어느샌가 싹 빠져버렸다.

나는 천천히 EMF 측정기를 들어 확인했다.

고작 해봐야 1단계를 가리키는 EMF 측정기 반응.

나는 짧은 한숨을 쉬며 시청자들에게 비추어주었다.

“하··· 힘들다 형님들··· 진짜 이러다가 제가 탈모 오겠어요.”

머리를 잡아 뜯긴 건 눈앞에 사람들인데, 내가 뜯긴 기분이다.

그나저나 집이 난장판이다.

부서진 문고리.

여기저기 떨어져 있는 수많은 머리카락들.

머리를 잔뜩 잡아뜯겨 산발이 된 편집자와 하루양까지.

나는 그제야 바닥을 이리저리 청소하며 편집자와 하루양에게 물었다.

“두분 괜찮으세요?”

편집자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하루양은 눈 화장이 범벅이 되어 마치 판다같은 얼굴로 내게 대답했다.

“네. 연우 님. 정말 죄송합니다. 그리고 정말 감사합니다.”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대답했다.

“아니에요. 다만, 다음부터는 절대 함부로 남의 물건 집에 들이지 마세요. 굉장히 위험한 행동입니다. 가발도 필요하시면 꼭 인조 가발을 사용하시고요.”

모든 사태가 정리가 됐지만, 나는 안심하지 못했다.

문득 무언가를 떠올렸고, 본능적으로 튀어나오는 짧은 한숨과 함께 나는 중얼거렸다.

“방현수. 방현수라... 시벌 그놈은 또 어떻게 찾아야 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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