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유명 여캠의 사연. 7
- 야! 씨. 불 뭐야?
- 어우씨. 핸드폰 화면 나간 줄 알았네
- 정전인가?
- 갑자기 왜 정전이···
- 와 시발. 타이밍 하나 기가 막히네
- 근데 이 소리 뭐야?
- 무슨 스스슥 소리 들리지 않음?
- 뭐 자르는 소리 같기도 하고
- 그나저나 하루양 편집자랑 관계 해명해라 ㅅㅂ
- 진짜 우리 큰형님한테 사기 친 거냐!
순간, 온몸이 굳어버렸다.
귓속으로 파고드는 그 소리가 어찌나 선명하게 들리는지.
마치 귀 옆에 대고 있는 것만 같았다.
뭐야? 머리를 잡아 뜯는 소리 같은데···
그때.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내 귀에 박혔다.
“꺄아아아악! 오빠! 불! 누가 불 좀 켜! 빨리!”
“······”
이런 현상을 한두 번 겪었던 내가 아니었다.
다시 켠다고 불이 켜질까?
아예 나가 버렸을 것이다.
훼손당한 영가의 화를 제대로 불러일으켰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앞으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
내 손에 쥐어져있는 EMF 측정기의 반응이 한치의 미동도 없이 ‘MAX’만을 반응하고 있다.
때마침.
건물 내에 스피커를 통해 안내도 흘러나왔다.
[ 주민 여러분께 안내 말씀 드립니다. 갑작스러운 정전으로 인해 긴급조치 중입니다. 불편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우린 조치가 끝날 때까지 이대로 계속 암흑 안에 갇혀 있어야 했다.
나는 일단 하루양과 편집자, 하루양의 지인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다급하게 물었다.
“다, 다들 괜찮으세요?”
“네. 저, 전 괜찮아요.”
“연우 님. 지금 저희 역몰카 하는 거 아니죠?”
-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냐
- 와··· 그냥 쉬어가는 마음으로 이번 방송 임했는데, 미쳤네
- 레전드 하나 더 찍었다 진짜.
- 하루양의 실체도 레전드지만, 귀신이 있다는 게 더 레전드네
- 이 정도면 연우가 귀신을 몰고 다니는 게 아닐까?
- 귀신 생성기?
- 근데 편집자 쟤는 왜 대답이 없어?
나 역시도 채팅창을 바라보다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한 사람의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돌발 행동으로 가발을 찢어대던 편집자.
그의 움직임이 일제히 멈췄다.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
나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펴, 편집자 님. 편집자 님···?”
“오빠. 괜찮으면 대답 좀 해! 무서워 죽겠으니까!”
하루양의 물음에도 불구하고 역시나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시벌··· 뭔가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
그러니까 왜 그 가발을 갑자기 훼손하는 돌발행동을 해대냐고!
무당들이 고인의 물건들을 함부로 만지지 말라는 건 다 이유가 있어서였다.
괜한 화를 불러일으킨다면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입버릇처럼 당부하던 말이 아니던가.
어쨌거나, 일단 편집자 상태부터 확인하자.
괜한 빙의라도 돼버린다면 골치 아파진다.
나는 서둘러 사람들에게 중얼거렸다.
“휴대폰 가지고 계시죠. 휴대폰 플래시 기능 있는 것좀 이용해서 창고 좀 비춰주세요. 빨리.”
“네, 네!”
하루양이 다급하게 휴대폰을 꺼내 플래시 기능을 실행시켰다.
탁!
그런데.
“워어어어어! 시벌!”
“꺄아아아악!”
우린 플래시가 앞을 비추자마자 동시에 발작하듯 몸을 멈칫거렸다.
방금 전까지 가발을 찢는 돌발행동을 했던 편집자가 아무 미동도 없이 등을 돌려 우릴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루양이 비명을 지를듯한 입을 틀어막고 울먹이듯 중얼거렸다.
“웁! 오, 오빠? 괘, 괜찮아? 하지 마. 나 진짜 무서워어어. 흐흑···”
- 깜짝이야 씨발
- 저 미친놈은 왜 저러고 서있는 거야?
- 지금 공포 영화 찍냐?
- 이거 연기 아니지? 쟤 왜 저래?
- ㅅㅂ 설마 진짜 그 가발 주인한테 홀리기라도 한 거 아님?
- 저거 진짜 가발이라며. 가발 주인 죽었다며.
- 하. 진짜 무당들이 하는 얘기가 거짓이 아니라니까
- 죽은 고인 물건 함부로 훼손해서 안 좋은 소식 들린 게 한두 가지가 아니야
- 아 나 지금 온몸에 소름 돋았다.
- 어떡하냐 이제. 진짜 좃댔네.
그 순간.
하루양이 중얼거렸다.
“여, 연우 님···”
동시에 창고 문이 스스로 열렸다.
덜컥.
드르륵.
“시, 시벌···”
우린 동시에 창고 안에 보이는 그 무언가를 보고 일제히 굳어버렸다.
사람의 그림자처럼 보이는 무언가가 흐릿하게 비췄다.
심장이 미친 듯이 쿵쾅거리기 시작한다.
이미 터져 오른 닭살들은 사라질 틈이 없이 이젠 내 몸 전체에 도배되듯 감싸져버렸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나는 다급하게 고스트 박스를 꺼내어 들었다.
저 영가가 편집자에게 더 심각한 짓을 하기 전에 대화를 주고받고 그 화를 풀어줘야 할 것 같았다.
탁!
[ 치지지지익- 치지지지익- 치지지지익- ]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는 듯한 음성이 흘러 퍼졌고.
우린 낯익은 그 소리를 또 고스트 박스를 통해 듣기 시작했다.
[ 치지지지지익- 슥 치지지지익- 스슥 치지지지익- 슥슥 ]
가위질을 하는 소리.
아니, 그 가위로 머리가 잘리는 듯한 소리가 퍼져 들려왔다.
“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모두가 숨소리 하나 내지 않고 입을 닫았다.
그저 고요한 적막을 뚫고 나오는 고스트 박스에 귀를 기울였다.
그 순간.
[ 치지지지익- 유미 치지지지익- 유미 치지지지익- 김유미 ]
- 워! 시발!
- 지금 정확하게 김유미라고 했지?
- 아까 연우가 말한 이름 그대로 나온 거 맞지?
- 진짜 개 미쳤네 시발. 와 소름 돋아
- 도대체 뭔데 연우 저놈.
- 아니. 무당들도 컨디션에 따라서 못 맞추는 경우가 허다하다던데.
- 쟤는 말하는 족족 죄다 사실만 뽑아내는 게 너무 이상한데
- 씨발. 산신령 아니야?
- 그건 뭔 개소리야
하루양과 하루양의 지인이 동시에 입을 틀어막고 넋이 나간 채로 서로를 빤히 쳐다봤다.
마른침이 꿀꺽 넘어간다.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이름을 얘기해주었던 적이 있었던가.
곧이어 하루양이 비추는 플래시가 창고 안을 향했다.
창고 안을 비추자 사람으로 보이는 희미한 무언가가 눈에 박혔다.
순간, 무슨 용기였을까.
그 정체를 조금 더 잘 보기 위해 내 몸이 자동으로 한발 더 다가갔다.
긴 머리를 늘어트려놓은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여자가 보인다.
얼굴이 머리에 다 가려져 있었지만, 난 그가 누군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사이코메트리로 보았던 그 여자.
김유미.
이미 고인이 돼버린 그 가발의 주인이었다.
“시, 시벌··· 후. 후우···”
나는 심호흡을 크게 몇 번 한 후.
다시 조심스럽게 물었다.
“왜, 왜 여기에 오신 겁니까?”
동시에 바로 고스트 박스에선 화가 잔뜩 난듯한 여성의 음성이 집안 전체에 울려 퍼졌다.
[ 치지지지익- 머리 치지지지익- 내머리카락 치지지지익- 내놔아아아아! ]
“꺄아아아악!”
“으아아아악!”
날카로운 그 음성에 모두가 땅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곧이어 경악스럽게도 내 눈에는 끔찍한 장면이 이어졌다.
눈앞에 여자가 아까 편집자가 찢었던 가발처럼 머리 여기저기를 쥐어뜯기 시작했다.
뿌드득. 뿌드드득.
머리에선 새빨간 피가 천천히 새어 나오며, 두피, 이마, 얼굴을 향해 뚝뚝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더 기괴한 건 편집자의 이어지는 행동이었다.
아무 미동도 없이 가만히 서있던 편집자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갑자기 미친 듯이 괴성을 지르더니, 자신의 머리를 잡아뜯기 시작했다.
마치 눈앞에 여자가 하는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하듯이 말이다.
“머, 멈춰! 안 돼!”
내 외침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극악으로 치달았다.
편집자가 잡아 뜯는 머리가 한 뭉치, 한 뭉치.
눈에 노골적으로 보일 만큼 떨어져 나간다.
놀라운 건 분명 맨정신에는 눈이 뒤집어질 정도의 고통을 느끼며 소리를 버럭 질렀을 상황인데.
아픈 기색 하나 없이 편집자는 자신의 머리를 뜯어내고 있었다.
[ 치지지지익- 머리 치지지지익- 머리카락 치지지지익- 내거야 ]
- 지금 이거 실화냐
- 방송 사고 아니야?
- 역몰카는 아닌 게 확실하다
- 시발. 자신의 머리를 희생하면서까지 하는 몰카는 없다고!
- 인정. 나도 저러다가 평생 땜빵이 생겼음!
- 너 박필준이냐?
- 저러다가 갑자기 덮칠까 봐 겁나네. 저 편집자 녀석.
- 지 여자 챙긴다고 깝치더니 결국 저렇게 가는구나 ㅉㅉ
점점 더 살벌해지는 분위기에 하루양과 지인은 그저 다가가진 못한 채, 온몸을 벌벌 떨며 울먹이듯 소리칠 뿐이었다.
“아아아아악! 그, 그만해 오빠! 제발! 제발! 무서워!”
“혀, 형! 왜, 왜 그러세요 도대체!”
그 순간.
마치 블랙홀처럼 편집자를 데리고 창고 안으로 쏙 들어가버렸다.
쾅!
그리고 문은 닫혀버렸다.
“어? 어!? 시, 시벌! 편집자 님. 편집자 님!”
나는 다급하게 창고 문에 붙어 문고리를 돌렸다.
덜컥. 덜컥. 덜컥. 덜컥.
하지만 창고 문은 잠겨져버린 듯, 꿈쩍도 하지 않았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질려버렸다.
이 상황을 도대체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거야.
하루양과 하루양의 지인이 창고 문에 매달려 두드리고 발로 차고···
별의별 조치를 취해보지만, 문은 열릴 생각이 없었다.
그저 창고 안에서는 괴성과 함께 머리를 잡아 뜯는 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그때.
하루양이 갑자기 내 앞에 무릎을 꿇더니 나에게 사정하기 시작했다.
“연우 님. 이거 진짜 역몰카 아니죠? 그럼 제발··· 제발 부탁인데, 우리 오빠 좀 구해주세요. 제가 이렇게 부탁할게요. 흑흑···”
나는 입술을 잔뜩 깨물으며, 난처한 내 상황을 대변했다.
“이렇게 부탁해 봤자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매번 얘기하지만, 저는 무당이 아닌 그저 일반인일뿐이라고요.”
사전에 공부한 지식으로 그저 위험한 순간을 피해가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바짓가랑이까지 붙잡고 하루양이 하소연했다.
이제는 눈물까지 뚝뚝 흘리면서 말이다.
“흑흑··· 제가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제가 괜히 몰래카메라 한다고 해가지고 이런 상황이 벌어졌어요.”
이후, 하루양은 굳이 물어보지도 않은 사실을 자신의 입으로 내뱉어냈다.
“저 사실 편집자 오빠랑 2년 넘게 만나고 있어요.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는 사이입니다. 이제 거짓말 같은 거 안 할게요. 제발, 제발 한 번만 도와주세요. 연우 님.”
- ??
- 헐. 갑자기 사실 고백을
- 역시 그랬군. 둘이 어쩐지 뭔가 있는 것 같더라니
- 와··· 이런 여우 같은. 기지배.
- 큰 형님. 하루양이 본인 입으로 실토했습니다.
- 빼도 박도 못하게 생방송 중에 말입니다.
- 이제 여캠에서 해방되어 정연우에게 정착하시지 말입니다.
- 정연우가 답입니다.
- 저놈은 진짜 귀신보다 무서운 놈입니다.
- 근데 쟤가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음?
- 무당 불러야 하는 거 아님?
난처한 그 상황에 인상만 잔뜩 찌푸렸다.
더 시간을 끌었다간 안에 갇혀있는 편집자가 어떻게 될지도 몰랐다.
그저 문이라도 열어볼 생각에 애꿎은 창고 문을 두드리다 하루양에게 중얼거렸다.
“죄송하지만··· 이 문 부숴도 상관없나요?”
하루양이 문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네! 상관없어요. 근데 이거 나무 재질이 아니라 안 부서질 텐데···”
그 순간.
띵동.
[ 뒤돌아보지마라탕 님이 5,00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야. 옜다 가구 값이다. 얼른 부숴버려.
내 드롭킥은 이미 창고 문에 닿아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