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 돈미새-187화 (187/225)

어느 유명 여캠의 사연. 5

폐가도 아니고 흉가도 아닌 그냥 일반 집에서 MAX라니.

나는 도저히 인정할 수 없는 현실에 말까지 더듬거렸다.

“마, 말도 안 돼. 시벌···”

다리가 땅에 붙어 움직여지질 않는다.

언제 흐르기 시작했는지 등에 식은땀도 한가득이다.

그런 나를 바라보고 있는 하루양과 남자들은 그저 벙찐 표정으로 이 상황을 살필 뿐이었다.

그때.

하루양이 내게 먼저 입을 열었다.

“연우 님. 장난 그만 치세요···”

그 말에 대답을 할 여유는 없었다.

나는 서둘러 가발이 보이는 창고 문을 잽싸게 닫아버렸다.

쾅!

어찌나 다급했는지 힘 조절이 안 돼, 집 안 전체에 굉음을 울려 퍼트렸다.

하지만···

귀신이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있는 나머지 사람들과 시청자들.

이 모두에게 보란 듯이 기괴한 현상이 이어졌다.

드르륵.

폐가, 흉가도 아닌 일반 가정집에서 창고 문이 스스로 열려 버린 것이다.

그 때문일까.

모두가 하나같이 창고 문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저 넋이 나간 채로 자동으로 입 밖으로 터져 나오는 감탄사를 중얼거렸다.

“씨발. 뭐야?”

“워어어! 뭐지?”

“꺄아아아아악!”

그런 나는 뚫어지게 창고 문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다, 닫아요 빨리! 창고 문 닫으라고요!”

어리둥절한 표정의 남자 하나가 다급하게 창고 문에 달려들었다.

그리고 문을 세차게 닫았다.

쾅!

나는 가방에 있던 오색천을 꺼냈다.

그리고 닫힌 문 고리에 재빨리 칭칭 묶었다.

귀신이 그곳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막는 용도일 뿐이지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위급한 상황이 생기기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이었다.

- 야? 뭐야 방금?

- 시발 MAX 라고!?

- 측정기 고장난 거 아냐?

- 미쳤네. 초 대박이네 뭐야 이거

- 창고에 강력한 전자제품이 숨어 있나?

- 단체로 연기 질 하는 거 아니지?

- 너네 뭐 연기 꿈나무들이야 뭐야

- 아닌 것 같은데. 방금 문 여는 사람도 없는데 스스로 열렸잖아

- 헐. 그럼 찐이라고?

- 일반 가정집에 MAX가 뜰 수 있는 거야? 그것도 새집에서?

- ㅅㅂ 저번에 구독자 이벤트 했을 때랑 비슷한 경우인가?

- 연우는 도대체 뭘 본 거야?

- 야! 말 좀 해줘 봐 봐!

나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닫힌 창고 문을 가리키며 중얼거렸다.

“저, 저거 언제 사 온 거예요?”

하루양도 적잖이 당황했는지 횡설수설해댔다.

“뭐, 뭐가요? 선풍기? 전기장판?”

나는 단호하게 호통치듯 소리쳤다.

“가발이요 가발!”

내 말에 하루양이 말까지 더듬으며 내게 대답했다.

“저, 저거 몰카 기획한다고 어제 아는 사람한테 비싼 돈 주고 구해온 건데··· 뭐예요 방금? 진짜 그 가발에 귀신이라도 붙어있는 거예요 정말?”

어제 사 왔다라···

근데 하필이면 왜 저런 걸 사 왔을까.

하··· 운도 지지리도 없지.

그때.

창고에서는 마치 사람이 노크하는 듯한 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다.

쿵. 쿵. 쿵. 쿵쿵쿵.

그 기괴한 광경에 모두가 입을 틀어막았고.

나는 그 문을 심각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인조 가발이 아니에요 저거. 인모 라고요 인모···”

하루양의 얼굴이 순간 일그러졌다.

한참 벙찐 표정을 짓더니, 뒤늦게 내게 물었다.

“인모라면··· 진짜 사람 머리를 말하는 거예요?”

나는 머리를 헝클어트리며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근데 도대체 왜 귀신이 되어서도 저 가발에 붙어 있는 거지?

띵동.

[ 하나도안무서워오늘은엄마랑자야지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야. 뭔데? 뭘 본 거야? 어떻게 생겼는데 얘기 좀 해봐.

난 닫혀있는 창고 문을 경계하듯 계속 주시했다.

그리고 잠시 스쳐가듯 마주쳤던 그 귀신의 얼굴을 살며시 떠올렸다···

"얼굴이 시퍼렇게 질려 있었어요. 핏자국 같은 건 없고..."

나는 카메라를 빤히 쳐다보며 얘기했다.

“익사한 사람 같았어요.”

모두의 얼굴이 초 긴장 상태였다.

말 한마디를 꺼내지 못할 만큼 고요한 정적이 흘렀다.

난 하루양과 나머지 남자들의 얼굴을 천천히 살펴보며 말을 이었다.

“동공이 풀려있었고, 초점을 잃어 흐릿했어요. 한곳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는데 제가 아니었어요. 아마도···”

곧이어 하루양의 얼굴을 천천히 돌아보았다.

“하루양님을 쳐다본 것 같아요···”

가발을 가져온 장본인이 하루양이었던 이유 때문인 것 같았다.

그 말에 하루양이 경기를 일으키듯 옆에 있는 편집자에게 폭삭 안겼다.

“꺄아아악! 그런 말 하지 마세요 진짜! 죄송해요. 몰카 때문에 놀리시는 거죠? 죄송해요 정말.”

편집자는 그런 하루양을 아주 자연스럽게 품에 안아주는 모습을 보였다.

- 진짜냐··· 헐. 대박

- 지금 하루양 무섭다고 편집자한테 안긴 거임?

- 받아주는 그림도 너무 자연스러운데

- 둘이 뭐 있는 거 아님?

- 근데 그 말이 맞긴 함. 사람 죽으면 동공 풀리고 초점 잃은 것처럼 흐릿해짐.

- 그거 모르는 사람이 있냐?

- 영화에서도 죽는 건 나오지만, 동공까지 자세히 연출하는 경우는 드물지.

- 눈으로 직접 본 거 아니면 저렇게 자세하게 얘기 못 해.

- ㅅㅂ 연우가 얘기하니까 찐 리얼이긴 한 것 같은데.

- 그래도 뭔가 좀 신빙성이 부족해.

- 그럼 연우한테 뭐든지 물어봐 봐.

띵동.

[ 모르는개산책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가발 뒤집어쓰면 30만 원.

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니 형님. 저거 귀신 씌인 가발이라고요!”

괜히 만졌다간 사이코메트리 능력으로 인해 과거를 봐야 할지도 몰랐다.

MAX를 찍는 귀신의 과거 따위 궁금하지도 않다고!

띵동.

[ 안졸리나졸리지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가발 주인 찾아내면 또 30만 원.

나는 답답한 마음을 담아 하소연하듯 소리쳤다.

“아니 시벌. 형님들! 가발 주인은 당연히 찾을 수가 없죠! 이미 고인이 돼버린 분일 텐데!”

- 야 그걸 네가 어떻게 장담해?

- 아무리 네가 나무꾼보살이지만 그건 아니지

- 멀쩡히 살아있을지도 모르는데

- 산 사람 죽은 사람 만들기?

- 그거 진짜 큰 죄다 너!

- 사과해라!

가슴 끝까지 답답함이 치솟는다.

시벌··· 그럼 저 여자가 왜 저 가발에 집요하게 붙어있겠냐고!

나는 문득 창고를 바라봤다.

하긴 백날 진실을 내뱉어낸들, 저 사람들이 내 말을 믿어줄까?

그저 미친놈 취급만 하겠지.

증명할 무언가가 없을까?

그때.

때마침, 하루양이 나서서 전화기를 꺼내 들었다.

“어? 저 가발을 준 사람이 저랑 친한 디자이너에요, 디자이너 분이 뭐라도 알고 있을 것 같은데 제가 전화해볼까요?”

나는 하루양의 행동을 저지했다.

“자, 잠깐만요!”

그리고 카메라를 진지하게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형님들. 제가 귀신을 보는 거나 귀신에 대한 특징 얘기하는 걸 아직까지 못 믿으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제가 하루양님 보다 먼저 이 가발의 사연이나 주인의 사연을 맞춘다면 앞으로 저를 믿어주실 건가요?”

띵동.

[ 뒤돌아보지마라탕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맞춰봐. 그 사실이 일치하면 오백만 원 준다.

순간, 내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 오, 오백만 원!?

“워어어어어어! 형님! 미쳤··· 오, 오백만 원이라뇨오오오오! 시벌. 제 영혼을 바쳐서라도 무조건 밝혀내야죠 그럼!”

하··· 근데 능력을 사용하려면 저 창고 문을 열고 가발과 접촉해야 되는데···

시벌. 살 떨려 죽겠네.

그래도 난 금방 용기 낼 수 있었다.

내 주위엔 건장한 남자가 둘이나 있었으니까.

도움이 될지 안 될지는 모르지만, 혼자 있는 것보다는 백 배 나았다.

그럼 믿고 한 번 해볼까···?

그래도 일단 보험은 들어놓고···

나는 가방에서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내기 시작했다.

천일염부터 시작해 팥, 복숭아 나뭇가지까지.

그리고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단단히 일러두었다.

“혹시나 제가 이상한 낌새를 보이거나 하면 복숭아 나뭇가지로 저를 때려주세요. 정신 차릴 때까지.”

복숭아 나뭇가지를 집어 든 하루양이 갑자기 나를 때려댔다.

찰싹!

“아아악! 따거! 아니, 지금 말고요!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

- ?

- 보통은 등이나 팔 같은 데를 때리지 않나.

- 정수리 급소를 때려버리네.

- 귀신 만들 셈인가

- 면도기랑 칫솔 들킨 거 때문에 앙심 품었나 봄

- ㅅㅂ 그러고 보니 그거 아직 해명 안 했네.

- 아까 편집자 안은 것도 의심쩍음.

- 괜찮아. 왠지 연우가 화경으로 다 읽어낼 느낌이 든다.

- ㅇㅇ. 여우 같은 여캠에게 우리 큰 형님을 뺏기지 말자.

- 그럼. 우리 연우의 후원금은 우리가 지키는 거다.

난 곧장 창고 문 앞으로 다가갔다.

어느샌가 조용해진 창고 안.

이마에 흘러내리는 식은땀을 한번 훔쳐내고는 나는 천천히 문을 열어젖혔다.

드르륵.

EMF 측정기는 역시나 반응이 솟구치고 있었다.

3단계부터 MAX까지 왔다갔다거린다.

나는 조심스럽게 창고 안의 가발을 살며시 집어 들었다.

인모라는 걸 인지해서일까.

가발을 집어 들자마자 내 온몸에는 터질듯한 소름이 끼쳐 올랐다.

머릿카락은 쭈뼛쭈뼛 서버리는 건 기본.

온몸에 모든 솜털도 곤두서버렸다.

나는 꺼림칙한 기분을 가까스로 이겨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에라이 모르겠다. 이판사판이다.

그리고 가발을 재빨리 뒤집어썼다.

그렇게 몇 초가 지났을까.

어느샌가 내 시야는 점점 흐려져갔다.

***

차갑다.

서늘하다.

기분 탓인가?

나는 금방 그곳이 왜 춥게 느껴지는지 알 수 있었다.

눈이 부시지 않게 아주 흐릿한 하얀 조명이 방을 비추고 있다.

특별하게 보이는 것은 없었다.

그저 은 색상의 식품 냉장고 같은···

잠깐만, 이거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나는 낯설지 않은 그 냉장고를 뚫어지게 재차 쳐다봤다.

뭐야 시벌. 저거 설마 영안실 사체 냉장고 아냐?

내 생각이 들어맞았다.

곧이어 영안실 사체 냉장고 앞에는 하얀 가운을 입은 한 남자가 들어왔다.

이마를 시원하게 들어내놓은 아주 말끔하게 생긴 남자였는데.

남자는 사체 냉장고 앞에 다가가 거침없이 한 구의 시체를 꺼냈다.

그르르륵.

“자, 이제 시작해 볼까?”

남자는 꺼낸 사체 위에 씌워놓은 하얀 천을 천천히 들어냈다.

그 순간.

나는 온몸이 얼어붙어버렸다.

그 여자였다. 창고 안에 있던 그 여자.

남자는 여자의 얼굴 앞에 자신의 얼굴을 들이밀더니 씩 웃으며 낮은 목소리 중얼거렸다.

“안녕. 예쁘게 생겼네.”

곧이어 이뤄지는 남자의 행동은 내 미간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죽은 사람을 앞에 두고 산 사람과 대화하듯, 계속 중얼거렸기 때문이다.

“너를 강바닥에서 주워 왔다고 하더라고··· 자살을 했다며? 뭐가 그리 힘들어서 그런 선택을 한 거야.”

죽은 사람을 다루는 일은 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자신들만의 두려움을 없애는 방법이 있다고 하던데.

설마 이 사람도 그 방법 중에 하나를 이렇게 활용하는 걸까.

나는 이번엔 싸늘하게 누워있는 여자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역시나 이 사람은 익사한 게 맞았구나.

어쩐지 얼굴이 시퍼렇게 뜬것처럼 느껴지는 모습이 딱 그런 것 같았다.

마치 전에 갔었던 저수지에서 마주쳤던 그 귀신처럼.

그나저나 정말 젊어 보인다.

30대도 채 안 돼 보이는 나이랄까.

그때.

곧이어 이어지는 남자의 행동에 내 얼굴은 심각하게 일그러졌다.

시벌··· 지금 도대체 뭐 하는 거야?

남자의 이어지는 행동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냈는데, 감히 상상을 초월하는 물건이었다.

뭐야. 립스틱?

뭘 하려고 저런 걸···

그 생각 하기 무섭게, 남자는 그 립스틱을 죽은 여자의 입에 천천히 바르기 시작했다.

“근데 그거 알아? 넌 여태까지 내가 본 여자 중에 젤 예뻐.”

곧이어 남자는 괴상한 웃음을 지으며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

“이대로 보낼 순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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