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 돈미새-184화 (184/225)

어느 유명 여캠의 사연. 2

방금 뭐라고···

마라탕 오빠 오랜만···?

이게 무슨 상황일까.

꿀 먹은 벙어리처럼 나는 멍하니 그 상황을 지켜보았다.

띵동.

[ 뒤돌아보지마라탕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ㅇㅇ 잘 지냈냐

둘이 원래 아는 사이였던 건가?

그 이후로도 오가는 대화를 쭉 지켜봤지만, 굉장히 자연스럽다.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처럼.

- 헐? 뭐지 이 상황

- 알고 보니 마라탕 형님이 하루양 회장이었던 거 아니냐

- 에이 설마. 여자라고는 1도 관심 없는 거 같던데

- 그러게. 임아린 보고도 반응이 없었던 사람이잖어

- 연우 괴롭히는 거 보고 걍 개변태 인줄 알았는데 의외네

- 도대체 뭐지?

- 큰 형님 해명 좀

- 굳이 해명까지?

- 우린 궁금한 건 못 참으니까.

시청자들을 대신하여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 마라탕 형님. 하루양TV 원래 아시는 분인가요?”

띵동.

[ 뒤돌아보지마라탕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저놈 여캠 하기 전에 잠깐 방송 봤었지.

이건 또 무슨 소리야.

하루양 저 사람은 분명 탑 위치의 여캠인데.

여캠 하기 전에 봤다니?

아니, 그것도 그렇고···

순간, 문득 미간이 찌푸려지며 의문점이 들었다.

근데 왜 내가 하는 방송으로 갈아타신 거지?

애초에 나는 저 여캠이랑 성별부터 시작해서 컨텐츠까지 너무나 다른 사람인데···

그 사실을 이해시켜 주듯, 후원 창 하나가 더 울려 퍼졌다.

띵동.

[ 뒤돌아보지마라탕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하루양 쟤도 하꼬 시절이 있었다.

나와 같은 상황을 말하는 걸까.

괜스레 궁금했던 의문점이 풀리는가 싶었는데.

후원 창 하나가 더 울리며, 흐름을 끊었다.

띵동.

[ 하루양TV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오빠···? ^^

띵동.

[ 뒤돌아보지마라탕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ㅇㅋ 쏘리.

나는 멍하니 그들의 후원창을 지켜보며 눈을 껌뻑거렸다.

숨기고 싶은 흑역사라도 있는 걸까?

난 대충 이해하고 넘기듯,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며 얘기했다.

“아··· 네. 알겠습니다. 그럼 형님. 하루양 님 집에 귀신이 있는지 제가 체크만 좀 해드리러 가면 되는거지요?”

띵동.

[ 뒤돌아보지마라탕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ㅇㅇ

나는 카메라를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하루양 님. 그러면 혹시 언제쯤 찾아뵐까요? 저는 지금 당장이라도 상관없는데.”

그냥 일반인의 집도 아니고, 탑 여캠의 집.

흉가도 아니고 귀신이 있다고 해봐야 뭐 얼마나 기운이 세겠나.

얼른 가서 봐주고 돈이나 벌자.

띵동.

[ 하루양TV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아니요. 제가 집에 손님을 들이는 건 처음이라 집 청소 및 준비를 좀 해야 할 것 같아요. 이틀 뒤는 어떠실까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집 주소랑 시간 말씀해 주시면 맞춰서 찾아뵐게요.”

띵동.

[ 하루양TV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네! 정말 감사합니당.

곧이어, 난 하루양의 집 주소를 받았다.

우리 집에서 2시간 정도 떨어진 거리였다.

마땅한 버스가 없어 가기 불편한 거리였지만, 하루양 님이 뒤늦게 보내주신 연락에 나는 걱정을 한시름 놓았다.

[ 당일. 차 보내드릴게요. 그거 타시고 편하게 오시면 될 것 같아요. ]

나는 생각지도 못한 방송 계획에 카메라를 들여다보며 얘기했다.

“형님들. 오늘 방송을 하려고 했는데 준비가 안 돼서 이틀 뒤로 미뤄야겠습니다. 조금만 참아주세요. 제가 그동안 체력 빵빵하게 충전해서 이틀 뒤에 꿀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와. 시벌. 좋겠다.

- 저 새낀 도대체 전생에 뭔 짓을 했길래 하늘이 저런 혜택을 주는 걸까.

- 임아린에다 선녀보살. 그리고 하루양까지···

- 오. 하늘이시여. 왜 나에겐 이런 로또 같은 행운을 안 주시는 겁니까!

- 님도 흉가 유트버 하셈.

- ㅅㅂ 여자 귀신 만나라고?

- 드, 들킴?

***

그렇게 이틀이라는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나는 오늘 계획에 맞춰 새로운 인형과 귀신 퇴치 재료들 등등.

모든 준비를 재정비하고 하루양 님이 보내주신 차를 타고 집으로 향하고 있다.

뒷좌석에 탑승하여 안전벨트까지 착용하였고.

어색한 분위기에 나는 운전하는 남자를 눈치보듯 살펴보고 있었다.

귀신이 아님에도 마른침이 꿀꺽 삼켜진다.

등치가 곰 같았다.

무엇보다 쌀쌀한 가을인데도 불구하고 반팔 티를 입었는데.

오동통한 팔에는 피라미인지 붕어인지 모를 새카만 문신이 손바닥만 제외하고 헤엄치듯 그려져있었다.

나는 어색한 분위기를 조금 띄워볼까 조심스레 물었다.

“하루양님이랑 친한 분이신가 봐요. 이렇게 태워주시기까지 하고··· 정말 감사합니다.”

문신의 남자가 백미러로 나를 쳐다보며 씩 웃었다.

“일이니까요.”

나는 입을 닫고 눈을 껌뻑거렸다.

와··· 탑 여캠은 기사까지 두고 일을 하는구나.

곧이어 문신의 남자가 내게 명함 하나를 건넸다.

“나중에 필요하시면 전화 주세요. 싸게 해드릴게요.”

나는 얼떨결에 명함을 받고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 개빨라콜 010. xxxx. xxxx ].

“아, 네···”

그 대화 이후로 문신의 남자는 자신감이 충만한 표정을 지었다.

곧이어 고개를 대각선으로 반쯤 꺾더니, 풀 악셀을 밟아댔다.

부와아아아앙!

신호위반은 물론, 급 발진에 급 브레이크.

덕분에 나는 놀이공원에서 빠른 열차 기구를 타는 느낌이 들었다.

시벌··· 이 사람은 카레이서가 꿈인 걸까.

그렇게 잠시 후.

나는 두 시간에 걸쳐 도착할 하루양 님에 집에 한 시간 반 만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린 나는 울렁거리는 속을 매만지며 고개를 푹 숙였다.

“데려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만수무강하세요.”

그리고 저 멀리 떠나가는 차에서 고개를 돌려, 우뚝 솟아 있는 눈앞의 건물 하나를 바라보았다.

20층은 돼 보이는 건물.

주위 상가도 그렇고 뻔쩍뻔쩍한 새 건물들 뿐이었다.

우리 동네와 불과 2시간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인데, 마치 다른 세계에 와있는 듯한 느낌이랄까.

“와우··· 역시 탑 여캠이라서 그런가. 엄청 좋은 곳에 사네. 이런 집은 얼마나 하려나?”

나는 한참을 두리번거리며 구경하다 건물 문 앞에 들어섰다.

결계처럼 닫혀있는 튼튼한 자동문이 보인다.

조심스럽게 다가가 하루양 님이 알려준 대로 방 호수를 눌렀고.

띠리리리링.

특이하고 요란한 알림 소리와 함께 인터폰이 연결되었다.

잠시 후.

인터폰 화면에는 누가 봐도 예쁜 고양이 상의 얼굴과 함께 콧소리가 잔뜩 섞인 여성의 음성이 울려 퍼졌다.

“꺄. 오셨어요? 문 열어드릴게요. 올라오세용!”

굉장히 해맑다.

뭐야. 이 사람?

귀신 때문에 힘들다는 사람 맞지?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자동으로 열리는 문.

드르르륵.

나는 그 문을 바라보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우워어어어 대박.”

인터폰이 아직 켜져 있단 걸 뒤늦게 인지하고는.

혼자 머쓱하게 뒷머리를 긁적이며 중얼거렸다.

“크흠. 금방 올라가겠습니다.”

안에서는 그런 나를 보며 웃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그 순간.

나는 인터폰에 비친 화면을 바라보고 금방 웃음기를 싹 가셨다.

어? 뭐야 저거···

방금 무언가가 지나간 거 같은···

잘못 본 건가···?

드르르륵.

나는 뒤늦게 닫히는 문을 바라보며 일단 몸을 욱여넣었다.

미간을 찌푸리고 잠시 딴 생각을 할 틈도 없이, 엘리베이터는 곧이어 하루양이 살고 있는 그 층에 멈춰 섰다.

엘리베이터 문이 활짝 열리자 그 유명한 탑 여캠의 실물이 나를 맞이했다.

“안녕하세용! 반가워요! 정연우 유트버님.”

“아.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보자마자 왜 탑 여캠인지 대번 알 수 있었다.

고양이 상의 진한 이목구비와 시선을 압도하는 몸매.

대한민국 남자라면 보자마자 입을 떡하니 벌릴 수 밖에 없는 자태였다.

옷은 왜 그렇게 짧은 걸 입고 있는지···

“오시느라 고생 많이 하셨쬬! 얼른 들어오세요!”

“아니요 별말씀을··· 그럼 실례 좀 하겠습니다.”

잠시 후.

하루양 집 안의 광경이 내 눈에 서서히 들어온다.

“와···”

보자마자 감탄이 절로 흘러나온다.

새하얀 인테리어로 도배되어 있는 하루양의 집은 마치 궁전 같았다.

집을 환히 비추는 천장에 달려있는 수많은 등과 가구 소품들은 집을 한층 더 깔끔하고 화려하게 만들었다.

복도 중간 콘솔 위에 놓인 꽃 소품들과 액자들은 또 얼마나 많은지···

아니, 그나저나 이런 집에 귀신이 산다고? 말이 되나?

“일단 여기가 제가 방송하는 방이고요···”

하루양이 나를 집 안으로 안내하며 일일이 소개해준다.

사람 몸보다 큰 조명들이 컴퓨터 앞 책상과 의자를 비추고 있다.

제일 작은방 하나가 우리 집보다 커 보인다.

워 시벌··· 저 조명 켜놓으면 귀신도 도망 가겠는데.

나는 대충 방 안을 둘러본 다음, 조심스럽게 물었다.

“방송을 먼저 켜도 되겠죠? 시청자분들이 많이 기다리실 것 같아서.”

하루양이 흔쾌히 허락했다.

“네. 물론이죵!”

나는 곧장 휴대폰을 들어 방송을 켰다.

[ 방송이 시작되었습니다. ]

[ 귀신빤스 님이 입장하였습니다. ]

[ 하나도안무서워오늘은엄마랑자야지 님이 입장하였습니다. ]

[ 뒤돌아보지마라탕 님이 입장하였습니다. ]

[ 이렇게귀한곳에누추한분이 님이 입장하였습니다. ]

그리고 하루양의 집 안을 이리저리 비추며 얘기했다.

“형님드으으을! 많이 기다리셨습니다.”

- 워? 이거 뭐 대궐이냐?

- 집 개 이쁘네.

- ㅎㄷㄷㄷ 도대체 이 집은 얼마 짜리야?

- 적어도 10억은 돼 보이는데

- 저기 앞 창문에 전망이 좋은 걸로 보아 그 정도 될 듯.

- 미쳤다. 예쁜 애들은 집도 예쁘구나.

- 그나저나 하루양 옷이 왜 이렇게 섹시 모드냐

- 귀신도 홀릴 작정인가

- 아니. 이런 집에 귀신이 있는 게 더 신기하네.

- 구라 아님?

수많은 채팅창이 올라오는 걸 확인하며, 나는 옆에 있던 하루양에게 말했다.

“시청자들한테 인사 한 번만 부탁드릴게요.”

하루양이 여우 같은 눈웃음을 치며 얘기했다.

“여러분들 안녕하세요. 하루양TV의 하루양 입니다아! 오늘 찾아와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곧이어 나는 고스트 헌팅을 위해 말을 이었다.

“혹시 이곳에 사신지는 얼마나 되셨을까요?”

“이제 겨우 한 달 정도 된 것 같아요.”

“그럼 혹시 귀신을 보시게 된 건 언제부터인가요?”

“여기 이사 오고 나서부터 이상한 일이 일어난 것 같아요.”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니, 저번에는 어렸을 적부터 봤다고 하지 않았나요?”

“아, 제가 그랬나요? 어렸을 적에 한 번 본 적이 있긴 한데, 그걸 실수로 잘못 얘기했나 보네요.”

나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뭐야 이 사람···

“네. 그럼 혹시 최근에는 희귀한 현상이 언제부터 일어나셨나요?”

하루양은 심각하게 어딘가를 쳐다보더니 조심스레 일어나 그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걸음이 멈춰진 곳은 책장이었다.

하루양은 책장에 꽂혀있는 책 하나를 꺼내, 카메라에 노골적으로 들이밀며 입을 열었다.

“여기 이사 오고 나서부터 이상한 일이 일어난 것 같아요. 이 책 제가 참 좋아하는 책이거든요··· 마라탕 오빠가 생일 선물로 사주신 책이기도 하고··· 이 책을 읽고 있는데 베란다에서 까만 무언가가 보이더라고요.”

나는 미간을 잔뜩 모았다.

“음··· 혹시 그 귀신의 특징에 대해서 정확하게 말해주실 수 있나요?”

곧이어 하루양이 귀신의 특징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나는 하루양의 말을 채 5분도 듣지 않고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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