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 돈미새-183화 (183/225)

어느 유명 여캠의 사연. 1

사고가 정지된다.

이거 왜 이래? 뭔가 잘못된 거 아냐?

나는 검색창에 다시 내 채널을 올려 검색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양 눈을 비비적거리며 다시 화면을 바라봤다.

정연우.

유트브 수익 예측(월 수익).

₩ 29,174,444.

이, 이 금액이 진짜 내 예상 수입이라고···?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나는 넋이 나간 표정을 지으며 카메라를 쳐다보고 중얼거렸다.

“혀, 형님들. 대체 이게 무슨···”

- 와 시발! 실화냐? 2천9백만 원!?

- 거진 3천만 원이네? 헐

- 도른자네 이거.

- 이거 뭐 축하파티라도 해야 되는 거 아니냐

- 축배를 쏘아 올려라!

- 파란 지붕 단독주택이 멀지 않았다!

- 연우 이 새꺄 너 이거 다 우리 때문이다. 알지?

- 일부러 네 방송은 광고도 끝까지 다 봤다고!

- 야. 너 지금 우는 거 아니지?

감정이 요동친다.

내 입꼬리가 수시로 삐죽거렸다.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던가.

하루에 잠을 세 시간. 아니, 두 시간 자고 방송하는 날도 수두룩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댓글에 달린 악플 중에는 내가 돈 때문에 미쳐 뭐든지 한다는 프레임까지 씌워져있었다.

그로 인해 붙여진 별명 돈미새.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했다.

더 나은 우리 가족의 행복을 위해.

또, 내 방송을 좋아해 주는 시청자들에게 최소한의 보답을 하기 위해···

모든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그래서일까.

순간, 내 고개가 반사적으로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감정에 복받친 나머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이런 시버어어얼···”

띵동.

[ 하나도안무서워오늘은엄마랑자야지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야 우냐? 이제 시작인데 남자 새끼가 이런 거 가지고 질질 짜냐?

띵동.

[ 귀신빤스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찐으로 감동받음? 고개 들어 인마!

띵동.

[ 전설의고향만두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연기하는 거 아니지? 고개 들으라니깐.

어찌나 감격스러운 지 나는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다.

뒤늦게나마 천천히 고개를 들려는 데.

곧이어 울리는 후원창이 내 몸을 다시 굳게 만들었다.

[ 데들리 님이 10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반지하의제왕 님이 5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호나오당뇨 님이 5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우럭아왜우럭 님이 7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둘리시봉새 님이 4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원펀치쓰리강냉이 님이 6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투펀치포갈비 님이 7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소잃고뇌약간고치기 님이 8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연쇄삽입마 님이 7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쟤시켜알바 님이 8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전이만갑오개혁 님이 6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내 눈이 휘둥그레졌다.

난 몸 둘 바를 모르고 사정없이 머리를 쥐어뜯었다.

그리고 포효하듯 두 팔을 들어 올려 소리 질러댔다.

“우워어어어! 데들리 형님께서 시, 십만 원으으을! 반지하의제왕 형님께서 오만 원으으을! 호나오당뇨 형님께서···”

- 축하한다.

- 앞으로도 판타스틱 한 미션 부탁해.

- 그래서 말인데 시체 닦기 알바 이런 건 어떠냐

- 3대 흉가에서 귀신과 한 달 합숙하기라든지.

- 상공 1000m에서 낙하산 없이 뛰어내리기도 괜찮.

- 미친. 그건 연우 귀신 만들겠다는 거잖아.

- 쟤는 후원해 주면 살아남을 것 같은데

- 그나저나 일부러 3천만 원 맞추려고 후원해 준 건데 대충 맞나?

“10··· 5··· 5··· 2천9백만 원 9십만 원···”

무의식에 문득 숫자를 세다 카메라를 빤히 쳐다봤다.

“시, 십만 원이 부족··· 아니. 이 연우! 너무 행복합니다 형님드으을!”

띵동.

[ 뒤돌아보지마라탕 님이 10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여태 한 게 고작 3천만 원 밖에 안 되나? 너 오늘도 방송해야겠네

“우워어어어어! 마라탕 형님께서 십··· 응? 형님 방금 뭐라고···”

반사적으로 감사 인사를 꺼내다 말고 멀뚱멀뚱 후원창을 쳐다봤다.

고작 3천만 원이라고···

아니, 그것보다 방금 오늘도 방송하라고 한 거지?

흉가를 다녀온 지 불과 하루밖에 안 지났다.

둘리 녀석 때문에 진을 다 뺐던지라 오늘만큼은 쉬고 싶었다.

그래서일까.

나는 고마움을 뒤로하고 쉬고 싶다는 얘기를 입 밖으로 어쩔 수 없이 꺼냈다.

“형님. 죄송하지만 오늘만큼은···”

띵동.

[ 뒤돌아보지마라탕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내가 오늘도 아주 든든하게 준비를 해오긴 했는데 말야.

“왠지 쉬고 싶지 않네요. 이 연우하면 뭡니까! 강철 체력! 세 시간, 두 시간 자고도 학교! 흉가! 푸쉬업도 200백 개, 윗몸일으키기 천 개 하는 놈입니다. 말만 하십쇼. 어디를 갈까요 형님?”

- 죄송이란 단어는 왜 꺼낸 걸까?

- 큰 손 형님 후원 창 보고 맘 바뀐 듯

- ㅅㅂ 태세 전환은 우디르급임.

- 이래놓고 매번 자긴 돈미새가 아니라고 하는 거지?

- 속을 알 수가 없네.

- 뭘 알 수가 없어. 그냥 대놓고 보이는데 ㅅㅂ

- ㅋㅋ 모르는 게 이상한 거 아님?

- 꺄아! 그럼 오늘도 바로 방송 가는 기야!?

- 넘 나 좋은 것.

- 오늘은 워떤 여행이려나?

띵동.

[ 뒤돌아보지마라탕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아무 데나 지금 갈 수 있는 곳 없냐?

나는 휴대폰 화면에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6시.

곧이어 짧은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형님 근데··· 이 동네가 버스가 자주 돌아다니는 지역이 아니라, 시간이 늦어서 먼 곳은 갈수 없을 것 같은데요. 그렇다고 해서 저희 동네 폐가를 가면 형님들이 원치 않으시겠죠?”

띵동.

[ 하나도안무서워오늘은엄마랑자야지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역시, 말하지 않아도 척척이네. 당연하지!

“그럼 어쩌지··· 갈 곳이 딱히···”

그 순간.

띵동.

[ 하루양TV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안녕하세요. 정연우 유트버님. 둘리 소개받고 왔습니다.

내 눈이 후원창에 고정되었다.

잠깐만··· 하루양이라면···

나는 당황하여 한참을 멍 때리다 카메라를 보고 중얼거렸다.

“하루양TV 님 반갑습니다. 항상 잘 지켜보고 있습··· 아니. 처음 뵙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 와! 하루양이다!

- ㅅㅂ 하루양이 이 방송을 왔다고?

- 미쳤다. 뭐지?

- 연우 방금 잘 지켜보고 있다고 하지 않음?

- 무의식에 드, 들켜버렸쥬?

- ㅋㅋ 임아린한테 뒤졌다. 사망각임

- 속보. 임아린이 지금 집에서 칼 갈고 있다고 합니다.

- 추가 속보. 임아린이 만든 짚신인형 배에는 연우라는 이름이 붙여져 있다고 합니다.

- 찌르기 일보 직전.

- 근데 왜 왔지?

- 둘리 소개 받고 왔다고 했음

- 둘리랑 친했다고? 하루양이?

- ㅅㅂ 갑자기 둘리 녀석이 달리 보이는군.

하루양TV.

한국에서는 모르는 남자가 없을 정도로 굉장히 파급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유트버가 아닌 너프리카라는 플랫폼에서 활동 중인 여캠.

유트브는 편집 영상만 올리는데도 불구하고 구독자가 80만 명.

달에 억이 왔다 갔다 하는 수준의 수익을 벌어들이는 걸로 소문이 나있었다.

그런 사람이 왜 갑자기 내 방송에?

띵동.

[ 하루양TV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다름이 아니라 개인적인 사정으로 부탁을 좀 드리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순간, 나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뭐지? 도대체 부탁이길래···

스읍. 다른 이유라면 곤란한데.

나한텐 이미···

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무, 무슨 일이 시죠?”

띵동.

[ 하루양TV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영가들을 보실 줄 안다고 들었어요. 퇴치도 하실 줄 아신다고··· 제가 요즘 몸이 너무 힘들어서, 도움을 좀 받고 싶어서요.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것 때문이었구나.

그나저나 귀신 퇴치라니···

이렇게 찾아와서 부탁하니 내가 진짜 무당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다.

근데 저렇게 잘나가는 여캠한테도 귀신이 붙어 있을 수 있는 거야?

보통 귀신이 붙어있으면 정신적으로 피폐해지기 때문에 모든 게 서서히 무너지는 게 정상인데.

그렇지도 않았다.

탑 위치를 항상 유지를 하고 있는 사람이니까.

혹시 귀신이 아니라 본인 자체에게 문제가 있다거나 하는 게 아닐까?

상황 파악을 위해 나는 조심스레 물었다.

“귀신이 보이시는 건가요? 뭐 환청이 들리신다거나···”

- 야 인마.

- 일단 가서 확인 해준다고 해.

- 뭘 그렇게 샅샅이 캐묻고 지랄이여!

- 무조건 콜 해.

- 네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 한다고 얘기하라고

- 하. 이 샛기 완전 초짜네. 이런 황금 같은 기회를.

- 로또 당첨 확률보다 희귀한 거라고 지금!

- 임아린한테는 그냥 일이라고 내가 둘러댈게

- 네가 뭔데 둘러댐?

- 미친놈인가

띵동.

[ 하루양TV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어렸을 때부터 그랬어요. 근데 요즘 점점 심해져서요. 자고 일어나면 몸에 멍이 생기기도 하고, 요즘에는 새벽마다 가위에 눌리는 데 항상 같은 귀신이 보여요.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래. 연예인과 여캠.

흔히 말하는 무당들의 얘기로는 그들의 ‘팔자’는 별반 다를 게 없다고 했다.

그만큼 일반인과는 다른 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

그래서 일반인들이 보지 못하는 귀신들도 쉽게 접한다고 들었다.

그런데 이렇게나 유명한 여캠이 그런 고민이 있었을 줄이야.

하지만, 나는 전문적인 무당이 아니다.

괜히 어설프게 달려들었다간 나 역시 창피를 당할 수 있었다.

내가 조심스럽게 중얼거렸다.

“아··· 찾아와주신 건 정말 감사한데, 제가 그런 퇴마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서요. 그런 건 아무래도 전문적인 직업을 가지신 무당을 찾아가시는 게···”

띵동.

[ 하루양TV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전국에 유명하다는 무당은 다 찾아봤어요. 소용이 없었습니다. 꼭 부탁드릴게요. 도와주신다면 제가 정말 큰 사례해드릴게요.

- 시벌. 무슨 사례일까.

- 야. 그 사례로 여자친구가 되어줄 수 있냐고 물어봐.

- 넌 임아린이 있으니까 내가 대신 남자친구가 돼줄게

- 닥쳐. 넌 번호표 뽑고 기다려.

- 너도 평생 기다리기만 해야 할 듯

- 미친놈들. 정신 차려라.

- 그나저나 진짜 심각한 거 아님?

- ㅇㅇ. 실제로 요즘 방송도 제대로 못 함.

- 몸이 아픈지 안색도 너무 안 좋아졌고 휴방도 자주 함.

- 연우야. 한 번 도와줘 보자.

- 힘든 사람 도와주는 거 너도 좋아하는 일이잖아.

아니. 그것보다 전국에 있는 무당을 다 찾아봤다잖아.

나는 그저 일반인이라고!

귀신 퇴마를 하는 사람이 아니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왜 이렇게 신뢰하는 건데?

참 골치 아픈 부탁이다.

나는 심각한 얼굴로 계속해서 카메라를 들여다봤다.

그나저나 우리 마라탕 형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려나?

그 순간.

띵동.

[ 뒤돌아보지마라탕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잘 됐네. 가서 귀신 있나 보고 와라.

내 입에선 짧은 한숨이 터져 나왔다.

“흐음···”

그리고 뒤늦게 울리는 후원창으로 인해 내 눈은 휘둥그레졌다.

띵동.

[ 하루양TV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마라탕 오빠. 오랜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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