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의 결실
아니. 내가 절실하게 원하지 않는다니까···
하지만, 둘리는 이미 결심한 듯.
카메라에 턱까지 들이밀며 주먹을 내쥐어보였다.
- 흠···
- 개 부담
- 왜 저럼?
- 뭔가 단단히 엮이는 기분이다
- 빙의된 거 아님?
- 도움이 되긴 할까
- 영향력이 이미 바닥인데
- 연우 표정만 봐도 알 수 있다.
-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 거지
- 멍한 표정 개 웃기넼ㅋㅋ
둘리가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내가 나락 가기 전에 영향력이 얼마나 컸는지 알아? 이런 나도 팬클럽까지 있었어. 진짜야.”
나는 그저 눈만 껌뻑거리며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나 나락 가기 전에는 이름 있는 유트버들이 합방하자고 엄청 연락도 왔었어. 혹시 알아? 내 홍보로 인해 너한테 좋은 일이 또 생길지?”
그 좋은 일이 대체 뭘까?
곰곰이 생각하다 둘리에게 물었다.
“그 좋은 일이 뭔데요?”
둘리는 그제야 자신에게 관심을 주는 게 기뻤는지, 흥얼대듯 중얼거렸다.
“너 여캠이라고 알아?”
“네··· 니요!?”
띵동.
[ 하나도안무서워오늘은엄마랑자야지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네니요는 뭐냐?
띵동.
[ 귀신빤스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네와 아니요 사이에서 고민하다 무의식에 나온 합성어랄까? ㅋㅋ
순간 나도 모르게 대답해버렸다.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다시 대답했다.
“아니에요 형님들. 저 딴 생각 하다가··· 크흠. 여, 여캠? 그게 뭔데요?”
- 네가 맨날 보는 거 인마
- 참 거짓말 못 한다
- 임아린한테 들킬까 봐 그러냐?
- 이미 실시간 방송이라 들켜버림.
- 그것뿐만 아니라 이미 유트브에 캡처해놓은 거 있음
- 뭔 캡처인데요?
- 내가 구독하고 있는 유트버가 나랑 같은 영상 볼 때 뜨는 거.
- 연우는 이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을걸?
- 내가 보는 여캠 영상에 뜨던데
- ‘정연우 시청자가 이 채널을 시청합니다.’ 이렇게 ㅋㅋㅋㅋ
이런 시벌.
저게 뭐야? 저런 게 있었어?
당황스럽다.
죄를 지은 것도 아니지만 왠지 모르게 초조하다.
임아린을 의식했던 걸까.
나는 다급하게 카메라에 대고 중얼거렸다.
“아이 형님들. 그건 그냥 유트브 영상에 떠 있길래 뭔가 해서 본 거죠. 그리고 영상 켜자마자 바로 껐는데요?”
띵동.
[ 남녀칠세부동산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진실을 말하면 5만 원.
순식간에 내 몸은 폴더처럼 접혔다.
“죄송합니다 형님들. 1초도 남기지 않고 광고까지 싹 다 봤습니다 시벌!”
띵동.
[ 남녀칠세부동산 님이 5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솔직 고백 좋았다.
나는 두 팔을 번쩍 올려 통곡하듯 소리쳐댔다.
“하이고오오오! 우리 남녀칠세부동산 형님께서 오만 원으으으을! 이런 고백이라면 백 번이라도 더 할 수 있습니다요오오 형님!”
- 뭐야?
- 훔쳐본 여캠 방송이 백 개가 넘는 다는 뜻인가
- ㅅㅂ 나도 그 정도는 못 봤는데
- 걍 대충 구라 치고 후원 계속 받겠다 이 말 아님?
- 헐. 그런 건가.
- 근데 연우가 훔쳐본 여캠이 누구임?
- 다른 애는 모르겠고 하루양 하나는 내가 캡처해둠.
- 오 하루양? 연우도 눈이 높구나.
- 임아린이랑 사귀는 거 보면 모르겠음?
- 인정. 임아린이 여캠 진출하면 연우 방송 나락 갈듯.
나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표정을 지우고, 두 팔을 얌전하게 내렸다.
옆에 있던 둘리가 그런 내가 신기한지, 빤히 쳐다본다.
“왜요 형님?”
둘리는 헛웃음을 지으며 내게 중얼거렸다.
“하하! 너 진짜 많이 변했다. 나랑 합방했을 때랑은 완전 차원이 다른데···”
칭찬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때와는 많이 달라진 것을 나 역시도 체감한다.
그때는 소리 하나 들리는 것만으로도 겁에 질려 오두방정을 다 떨었었는데···
그래도 지금은 나름대로 귀신에게 헌팅을 시도하기도 하고, 옆에 있는 누군가를 챙기기도 할 정도의 여유를 갖췄으니까 뭐.
나는 괜스레 뒷머리를 긁적이며 둘리에게 대답했다.
“그, 그런 가요 형님? 근데 아직도 귀신이랑 마주치면 온몸이 굳어버리는데···”
“어. 진짜 달라졌어. 이제 앞으로도 더 성장하겠지. 벌써 유트브 구독자 수 55만이잖아?”
나는 카메라 앞에 두 손을 모아 비추며 얘기했다.
“다 꾸준히 지켜봐 주시는 우리 형님들 덕분이죠. 감사합니다요오오!”
- 알면 됐다.
- 그러니까 우리가 주는 미션에 불평하지 말라고
- 다 너를 생각해서 주는 거니까
- 그치. 연우에게 아주 합당하고 절적한 미션만을 선정해서 말야
- 근데 죄다 큰 형님 미션 아님?
- 그건 인정.
- 근데 왜 니네들이 주는 척 햌ㅋㅋ
- 심지어 떠드는 놈들 후원 한 번 안 한 놈들임
- 아니 그래서, 다음번엔 여캠이랑 합방하는 거냐?
난 미간을 찌푸리며 채팅창을 바라봤다.
그리고 단호하게 얘기했다.
“엥? 갑자기요? 저는 흉가 유트버인데 여캠이랑 합방을 왜 합니까 형님.”
괜한 관심을 가졌다간 임아린에게 미움을 살 수도 있잖아?
이제야 시작인데 굳이 그럴 필요가···
옆에 있던 둘리가 얘기했다.
“아니야. 내가 아는 여캠들도 흉가 컨텐츠 좋아하는 사람 많아. 그리고 너 저번에 보니까 구독자 집에 가서 귀신도 퇴치해 주고 그러더구만.”
나는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아 그건 그때 이벤트 기념으로 해서 한 번 한 거예요. 40만 구독자 이벤트였던가···”
띵동.
[ 그곳이이젠죽었다 님이 3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응 맞아. 덕분에 잘 지내고 있다.
“오! 그곳이 형님! 연이루!”
나는 카메라를 보고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드는 모습을 비췄다.
둘리가 말을 이어붙였다.
“그럼 너 여캠들이 자기 집에 귀신 있어서 너무 무섭다고 힘들다고 너한테 부탁하면 안 갈 거야? 퇴치 안 해줄 거야?”
“그건 당연히 가···”
말하는 도중 카메라를 살짝 눈치 보다 말을 이었다.
“는 건 좀 그렇고, 일단 상황을 꼼꼼히 살펴봐야죠?”
아니, 근데 왜 자꾸 분위기가 이런 식으로 흘러가는 거야.
나는 서둘러 카메라를 다시 쳐다보며 얘기했다.
“형님들. 죄송한데, 오늘은 이만 방송을 종료해야겠습니다. 많이 지치기도 했고 이제 곧 버스가 올 시간이···”
때마침.
저 앞에서 새벽 버스가 들어오고 있었다.
“오! 왔네요 버스! 그럼 다음에 뵙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제 방송을 찾아와주셔서 정말 감사감사 왕감사드립니다! 푹 쉬십쇼 형님들!”
내가 카메라를 보며 손을 흔들어대자, 옆에 있던 둘리도 손을 들이밀어 흔들어댔다.
우린 그렇게 방송을 종료했고.
[ 방송이 종료되었습니다. ]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
“일주일. 일주일 남았다!”
드디어 기다리던 유트브 수익이 들어오는 날 말이다.
과연 얼마나 들어올까?
현대사회가 정말 많이 발전했다는 건 이런 편한 기능에서부터 체감할 수 있었다.
바로 유트브 수익 계산기.
인터넷에 검색만 해도 뜨는 유트브 채널 예상 수입 조회.
검색창에 유트브 채널 이름만 가져다 넣어도 알아서 예상 수익을 계산해 주었다.
참 편리한 세상.
나는 일단 잽싸게 방송을 틀었다.
[ 방송이 시작되었습니다. ]
[ 귀신빤스 님이 입장하였습니다. ]
[ 하나도안무서워오늘은엄마랑자야지 님이 입장하였습니다. ]
[ 뒤돌아보지마라탕 님이 입장하였습니다. ]
[ 차린건많지만조금만드세요 님이 입장하였습니다. ]
이 순간을 여태 함께해 준 시청자들과 함께 하고 싶었다.
물론, 시청자들도 매 방송 내내 유트브 수익이 얼마나 되는지 내게 보여달라 요청했었다.
함께 노력해서 만들었으니 같이 보는 것도 좋겠지.
나는 들어오는 시청자들을 향해 반갑게 인사했다.
“연이루! 형님들! 반갑습니다. 잘 주무셨나요들!”
- 고럼 고럼.
- 네 방송 보고 자느라고 회사 지각했다.
- 나는 연우 땜에 밤 낮이 바뀌었음
- 그나저나 밤도 아닌데 왜 또 낮에 방송을 켰냐?
- 학교 끝나고 집인가 보네?
- 요즘 학교에서 인기 체감 좀 하냐
- 우리들 덕 좀 제대로 보고 있지?
나는 입이 찢어질 듯 귀에 걸고 대답했다.
“아이 그럼요 형님들. 완전히 인생역전 수준입니다.”
친구 하나 없는 왕따가 이젠 뉴스까지 나오는 대국민 스타가 돼버렸으니까.
띵동.
[ 오늘은하나도안무서워엄마랑자야지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그래서 갑자기 왜? 오늘 저녁에 갈 곳 정하기 뭐 그런 거 하는 거냐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뇨 형님. 어제 일로 인해서 아무래도 휴식을 조금 더 취해야 할 것 같아서 오늘 폐가 방문은 없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난 보조 핸드폰을 살짝 비추며 말을 이었다.
“형님들께서 유트브 수익 궁금하다고 하셨잖아요. 아직 정산 날짜는 아니지만, 인터넷에 보니까 수익 계산기라고 해서 예상 수입을 볼 수 있는 사이트가 있더라고요.”
띵동.
[ 소잃고뇌약간고치기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오! 그래서 오늘 그거 공개하는 거야? 공개해 주는 거 그거 쉽지 않은 건데
나는 눈을 껌뻑거리며 물었다.
“그게 왜요?”
- 꺼려 하는 사람들 많아.
- 비즈니스 문제 생길까 봐?
- 수익 공개하면 편견이 많이 생김.
- 뭐 비교 당하기 싫거나 선입견을 가지고 보는 사람도 있고
- 질투 유발 문제가 생길 수도 있음
- 외국에서는 수입 물어보는 게 실례라고도 하더라.
- 우리나라만 그런다고 ㅋㅋㅋ
“아··· 저는 뭐 딱히 그런 생각을 안 해봤는데··· 이 자리까지 온 것도 모두 형님들 덕분이기도 하고요.”
띵동.
[ 뒤돌아보지마라탕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그게 내가 널 예뻐하는 이유다.
나는 카메라를 빤히 쳐다봤다.
형님··· 그래도 예뻐하는 방법이 조금···
시체 냉장고에 집어넣고, 무덤 안에 들어가라고 하고···
정상적이진 않지만 뭐 그래도 틀린 말은 아니니까···
나는 방긋 웃으며 카메라를 향해 고개를 꾸벅 숙였다.
“가, 감사합니다 형님.”
띵동.
[ 이렇게귀한곳에누추한분이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자. 그럼 이제 예상 수입 공개 가즈아아!
내가 후원창에 맞춰 말을 이었다.
“예아! 알겠습니다요 형님들.”
나는 인터넷을 열어 예상 수익 사이트를 들어갔다.
곧이어 채널에 내 이름을 적으려는데.
띵동.
[ 귀신씨나락까먹는소리하고있네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잠깐. 네 건 제일 마지막으로 까자. 일단 둘리 녀석부터 ㄱㄱㄱ
둘리?
나는 시청자가 시키는 대로 고개를 끄덕이고 검색창에 둘리 유트브 채널을 넣었다.
둘리라고 치자마자 알아서 자동완성되어 밑에 뜬다.
난 편하게 그 기능을 이용했고.
둘리. 유트브 수익 예측(월 수익).
₩ 943.351. 이라는 금액을 눈으로 보았다.
“오우··· 둘리 형님도 유트브 안 한지가 좀 됐는데 돈이 나오네요··· 백만 원 정도나.”
띵동.
[ 네뒤에처녀귀신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저것도 다 우리가 봐줘서 나오는 거야. ㅅㅂ
곧이어 두 번째로 시청자들은 야생곰 검색을 요청했다.
야생곰TV.
유트브 수익 예측(월 수익).
₩ 8,145,714.
감탄이 흘러나온다.
“우와··· 800만 원? 역시 50만 구독자. 엄청나네요.”
그 뒤에 이어 검색한 사람은 악마 연구가 염세환.
이 채널을 검색창에 넣고는 난 한참을 벙찐 얼굴로 움직이지 못했다.
악마연구가염세환.
유트브 수익 예측(월 수익).
₩ 12,651,163.
“커헉 시벌! 이게 뭐야?”
눈이 휘둥그레지는 금액이었다.
천 이백만 원!?
우와··· 이 사람. 한 달에 천만 원 넘는 금액을 벌어들이는 사람이었어?
여러 가지를 살펴보다 더 큰 사실을 후원창으로 확인했다.
띵동.
[ 전이만갑오개혁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백만 조회 수도 누적이라 그렇지. 단 기간에 백만 조회 수 나온 거면 훨씬 더 됐을 걸?
와··· 진짜 장난 없구나.
나로서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금액이었다.
이 사람들은 이 수익을 얻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한 걸까.
가늠할 수 없는 그들의 노력에 셀프 찬사를 보냈다.
짝!짝!짝!짝!
“대박이네 진짜!”
이제 내 수익을 확인해야 할 차례.
괜스레 긴장된다.
다른 유트버의 예상 수익을 괜히 본 것도 같다.
너무 적으면 어떡하지?
그래도 나름 열심히는 했는데.
그렇게 한참을 망설이다 검색창에 정연우라는 이름 세 글자를 올렸다.
그리고 이를 악물고 클릭했다.
따닥.
그 순간.
내 인생 최대크기의 입이 자동으로 벌어졌다.
“시, 시벌 뭐지. 자, 잘못 친 건 가?”
내가 바라본 예상 월 수익 검색 결과는 이랬다.
정연우.
유트브 수익 예측(월 수익).
₩ 29,174,444.